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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제품이란 무엇인가 - 스탠포드대학교 25년 연속 전설의 명강의
제임스 L. 애덤스 지음, 김고명 옮김 / 파이카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좋은
제품이란 무엇인가.
애플의 아이폰은 좋은 제품이라고 거론되는 대표적 제품 중에 하나이다. 우수한 성능, 진보적인 기술과 더불어 아름다운 외관이 이 제품의 가치를 끌어올린다고 다양한 매체에서 소개하고는 한다. 스티브 잡스의 아랫 사람을 휘어잡는 특이한 성격 역시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에 일조했다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의 디자인, 성능 등이 모두 스티브 잡스의 머릿속에서 어느 순간 튀어나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생전에 행한 어느 인터뷰에 따르면 처음에 아이폰이라는 것은 회사에서 수많은 사람들과의 조정, 회의를 통해 탄생한 것이지 어느 날 갑자기 그에게 아이디어가 생겨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이렇듯, 좋은 제품이라는 것이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지만, 대다수의 제품들이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탄생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좋은 제품을 결정짓는 7가지 요소를 명쾌하게 풀어서 설명해 주고 있는데, 그것을 모두 다시 여기에 풀어쓰기 보다는 각 파트 별 말미에 있는 질문에 내 나름대로의 답을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이 적절할 듯 하다.
1.
품질이 아주 우수한 제품과 대단히 조악한 제품을 꼽고, 그 이유를 생각해 보라.
아주 우수한 제품으로는 베가에서 만든 R3라는 휴대폰을 꼽을 수 있는데, 그 이유로는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에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타 브랜드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고 디자인도 그리 우수한 편은 아니지만, 휴대폰 구입 요소 중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와 내구성 부분에서 상당한 강점을 보인다. 소비자의 모든 필요를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들기도 어려울뿐더러 가격도 비싸질 것이 명확한 상황에서 향후 다른 제품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본에 집중했기 때문에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반대로
조악한 제품으로는 사실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물건을 사기 전에 인터넷 후기 등을 꼼꼼하게 보는 성격 탓인지, 조악한 제품 자체는 구입 이전에 차단당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인터넷에 올라올 정도로 필수품이 아닌 이상 거의 모든 후기가 인터넷에 올라오는 상황에서 어느 한 요소가 조악한 제품은 선택지에 조차 나올 수 없다는 사실이다.
2.
생산자가 편협함이나 전통을 극복했다면 품질이 더 좋아졌을 것 같은 제품을 생각해보자.
코닥이라는 회사는 한때 카메라 시장을 주름잡는 거대 기업이었다. 필름카메라 시절, 대부분의 수요를 감당하며 세계 최고의 회사까지 발돋움했었지만 현재 어린 학생들은 코닥의 존재 자체도 잘 모를 정도로 기울어진 상태이다. 디지털 카메라 역시 세계 최초로 개발했던 기업인데, 그 디지털 카메라 때문에 망하게 된 것은 기업 내부에 있던 편협함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를 처음 만들어 보였지만, 전통적 수입원인 필름의 수요가 감소될까 우려하여 의도적으로 필름카메라 생산에만 치중하였고, 그 사이 경쟁사들이 디지털 카메라를 내놓기 시작했다. 대세를 알아차리고 따라가기에 너무 늦어버린 코닥은 결국 경쟁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여기서 유추해 낼 수 있는 것이 수익이 큰 것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 같지만, 여러 사례들을 보면 눈앞의 커다란 이익 때문에 미래의 기회를 놓친 기업들이 다수 있다. 핀란드의 전자회사 노키아 역시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는데, 스마트폰의 시장성을 잡아내지 못하고 현재의 주력상품의 이익률만 끌어올리는 데에 매몰되어서 결국 다른 기업에 팔리는 사태로 마무리되었다. IBM은 시장의 요구에 유연하게 잘 대처한 기업인데,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IBM을 컴퓨터 회사라고 생각하지만, 소프트웨어, 솔루션 회사라도 보는 것이 더 맞을 정도로 체질을 바꾸었다. 개인용 컴퓨터 시대의 한계점을 인지하고, 과감히 전략을 바꾸어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탈바꿈하여 여전히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회사로 인정받고 있다.
3.
제 값을 다하는 제품과, 성능이 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제품을 선정하고 이유를 말해보자.
과거 MP3가 한창 인기가 있었을 때의 코원사에서 만든 MP3를 제 값을 다하는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시절, 다양한 기업들이 MP3에 도전장을 냈고, 다양한 디자인, 다양한 기능들을 장착한 제품들을 내놓았는데, 코원사는 소리에 집중한 MP3를 출시하는 데에 집중했다. MP3의 본질이 결국 소리를 전달해 주는 것이라는 걸 간파하고 독특한 음 조율 시스템을 개발해서 오랜 기간 동안 인기를 끌었다. 아쉽게도 스마트폰의 부흥으로 MP3산업자체가 사장되었지만 매니아층이 아직도 있을 정도로 성능이 좋았다. 반대로 삼성에서 만든 MP3를 성능이 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제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삼성은 다른 MP3기업들에 비해 시장의 진입이 늦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자본을 십분 활용하여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성능은 많은 돈을 투입한 만큼은 따라오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코원사의 제품처럼 나름대로의 음 조율 시스템을 갖추었지만 구색을 맞춘 것에 불과했고, 디자인도 경쟁사 중에서 중간 정도에 위치하는 수준이었다. 결과적으로 삼성이라는 막강한 네임밸류를 등에 업고도 시장에서 3위라는 위치를 끝내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뒤늦게 시장에 진입하여 선도자들의 기술을 따라하기에 바빴고, 마케팅에만 너무 신경을 써서 제품 본질적인 발전을 꾀하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4.
아름답게 만들어진 공산품과 그렇지 않은 공산품을 골라보자 .
헤드폰 중에 닥터드레사의 헤드폰을 아름답게 만들어진 공산품이라고 선택할 수 있다. 헤드폰은 전통적으로 머리에 얹는 밴드부분과 귀를 덮는 덮개 부분이 분리되어 있는 구조이다. 하지만 닥터드레는 이러한 전통을 깨고 밴드부분과 덮개 부분을 통자 형식의 구조로 만들어서 아름다운 유선형 디자인을 강조한 제품이다. 대부분의 평을 보면 음질 부분에서는 혹평을 받고 있는 제품인데, 디자인적인 요소에 가치를 둔 전략적인 선택으로 인해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은 것 같다. 헤드폰이라는 것을 단순히 음악을 전달해 주는 제품이 아닌 패션 아이템의 하나로 재탄생 시킨 것이다. 이렇듯, 제품의 기존 영역(음악기기)을
벗어나 다른 영역(패션용품)으로
까지 확산시킨 예로 볼 수 있다. 반면, LG전자의 G패드는 아름답지 않은 제품으로 봐도 무방한데, 후발주자의 제품치고는 너무나도 단순한 태블릿 PC를 출시하여 인기를 얻지 못하였다. 시장의 판도가 빠르게 변화하는 특성상, 후발주자인 LG전자는 기존의 스마트폰 기술을 활용하여 태블릿 PC를 만들어야 했고, 그 결과 단순히 스마트폰의 크기만 커진 태블릿PC를 내놓게 되었다.
세상에는 정말로 다양한 제품들이 있고, 우리가 아는 제품보다 모르는 제품들이 더 많다. 이런 과잉 공급의 전쟁터에서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 제품을 언제나 있기 마련이고, 그렇게 주목을 받기 위해서 제품의 탁월함을 결정짓는 7가지 요소가 그들이 의도했던 아니던 작용되었다. 나중에 혹시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위치에 이르게 되면, 단순히 다른 업체들의 제품만을 보고 따를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을 적절히 혼합해서 탁월한 제품을 만든다면 성공에 한 발짝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