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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워야 내 일이다 - 아띠인력거 창업기
이인재 지음 / 슬로비 / 2014년 10월
평점 :
즐거워야 내 일이다.
1.작은 일에 대하여
나는 세상에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목표가 있다. 단순히 국내에서 큰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앨런 머스크, 조지 베프스처럼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국격을 높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아무리 봐도 평범한, 2학기 성적도 좋지 못한 내게는 터무니없는 꿈이지만 꿈꾸는데 돈이 드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런 원대한 꿈을 가진 나에게 국내에서 인력거 사업을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처음에는 작은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현대에 맞게 참신하게 재해석한 인력거 사업은 분명 좋은 것 같지만 세계적인 사업으로 하기 에는 작은 사업이고 나는 이것보다는 훨씬 큰 사업을 해야지라는 자만심을 가지고 읽었다. 그러나 서점에서 사지도 않고 단번에 쭉 읽어 끝마치는 순간, 나는 부끄러움과 함께 창피함을 느꼈다. 작은 지역에서 시작한다고 해서 작은 일이라고 생각한 내 자신이 창피했고, 나는 이것보다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사대문 안의 관광지를 돌며 이야기를 해주는 인력거. 누구나 들으면 흥미를 가질 만하고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그 어느 누구도 하지 않은 일. 지은이가 실행한 이 사업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고, 크고 앞으로 더 커질 일이었다. 지은이는 해외 유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 국내에 있는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경력도 나름 쌓은 현대 우리의 입장에서 보자면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당연히 크고 원대한 꿈 아니면 금융계에서의 성공을 꿈꾸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지은이는 제목처럼 즐거운 일을 찾아 미련 없이 떠났다. 그러고 시작한 일은 인력거 사업.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보기에는 작은 일이고 그의 주변 사람들도 분명 우려와 비난을 표했겠지만, 지은이는 인력거 일을 큰일이라고 생각하고 거침없이 달려들었다. 그 점이 너무 부럽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미련 없이 포기하고 찾아 떠날 줄 아는 것. 지금 내가 어렵게 쌓아 온 것을 포기하는 것은 웬만한 용기로는 부족하다. 지금 나는 쌓은 것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대학생임에도 나는 학점이다, 지금 나의 생활이다, 이런 사소하고 누가 보면 포기할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부여잡고 미련을 놓지 못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생은 포기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정말 적기라고 하지만 나는 정말 위험을 감수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말로는 떠들어대면서 정작 마음은 새가슴인 사람. 이 책을 읽으면 작게나마 깨달은 것은 나는 너무 큰 목표만을 추구해서 실행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 어떤 사업도 처음부터 100억 규모가 넘게 크게 시작한 사업은 없다. 숱하게 많은 전설들이 모두 그들의 차고지에서 시작하거나 아무도 몰라주던 시기를 지나 현재에 이른 것이다. 작은 일과 큰 일을 구분 짓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내가 시작한 일이라는 자체로 이미 큰 일이기 때문이다. 일전에 친구가 우리 동네에서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책을 읽고 생각해보니 그 프로젝트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그 행사 한 번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고, 기획을 했을지... 친구이지만 먼저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에 존경을 느끼고 질투도 난다. 작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일을 시작해야 한다.
2. 우리나라의 관광사업에 대하여
나는 항상 우리나라에 관광하러 오는 사람들이 신기했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우리나라는 이웃나라 일본이나 중국보다 볼거리가 부족하다고 줄곧 생각해왔었다. 서울에 고궁이라는 훌륭한 관광자원이자 문화유산이 있지만 고궁과 남산, 한강을 빼면 내 생각에는 크게 볼 것이 없는 나라라고 한탄해왔었다. 고궁과 같은 오래된 문화유산은 더 가질 수 없으니 프랑스의 에펠탑이나 영국의 대관람차처럼 거대 건축물을 새로 지어 관광 명소를 많이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지은이의 사업은 우리나라 관광산업에 대한 참신하고 새로운 방향을 알려주었다. 즉 우리나라는 단순히 보이는 관광이 아닌 느끼는 관광, 녹여져 있는 관광 명소의 나라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예전에 몇몇 아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왜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몇몇 유명한 관광명소 못지않게 한국의 문화, 예를 들어 시끌벅적한 분위기 밤의 젊음 이런 느낌이 좋아 찾아온다고 하였다. 지은이의 인력거 사업은 이런 한국의 문화, 느낌을 잘 녹여낸 관광사업이지 않을까. 같이 인력거를 타고 돌아다니며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숨겨진 이야기들을 말하고, 숨겨진 장소들을 구석구석 찾아가며 녹아져있는 문화를 찾아다니는 것. 복잡하고 항상 빠르게 돌아가는 한국에 어울리는 관광 사업이고 콘텐츠를 잘 활용한 사업이다. 이제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도 중요한 시대이다. 같은 덕수궁 길은 누구는 그냥 덕수궁 길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누구는 인력거를 태우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관광 자원으로 만들어 내는 것. 이 차이가 지은이를 성공적인 인력거 사업가로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요즘 우리나라는 창조경제다 하여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청년을 위한 대회도 많이 열고, 외부 전문가도 끌어오지만 과연 창조경제가 무엇이다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창조라 하여 꼭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유에서 더 나은 유를 창출해내는 것도 창조일 터인데, 많은 사람들이 아직 잘 모르며 안개 속에서 헤매고 있다. 국가의 일을 하는 분들도 이런 한국의 매력을 잘 간파해서 창조적인 관광상품을 많이 개발하면 참 좋을텐데, 보이지 않는 것을 다 같이 이해하기는 참 힘든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