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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 한국사회를 움직인 대법원 10대 논쟁 ㅣ 김영란 판결 시리즈
김영란 지음 / 창비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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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에 대하여
법과는 가깝지 않다. 법을
공부하는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법정에 출두한 적도 없고, 하다못해
최저임금법과 같은 나와는 가까운 법에 의해서도 혜택이나 손해를 본 적이 없다. 내가 법을 만난 곳은
TV나 영화 속에서 였고, 그 속에서 법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항상 치고 받고 싸우고, 패소해도 항소하고, 대법원까지 가자는 소리는 항상 따라 나온다. 대법원은 우리에게 최후의
심판이라는 무게로 다가온다. 대법원에서 결정이 나면 그걸로 끝이다. 더
이상 항고할 수도 없고,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정답에 목말라
하는 우리 사회에서 대법원의 판결은 정답 이상 의미로 다가오고 기업이나 정부는 그 판결을 성경처럼 받들어 생활한다. 때로는 국회에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법부가 입법부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받는다. 그 정도로 대법원의 무게는 다르다. 그 무게에 따라 판결이 나오면
신문에 으레 게재되기 마련인데, 신문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최종 판결일 뿐이며, 반대 의견이나 보충 의견은 같이 나오지 않는다. 나 역시도 최종판결들만
어렴풋이 기억할 뿐, 거기에 대한 보충 의견이나 반대 의견은 본 적이 없었는데, 이런 다양한 의견들이 때로는 대법관들의 생각을 나타내주는 역할을 보여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출퇴근이 업무의 연장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결에서, 최종판결은 출퇴근은 업무의 연장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내렸지만 보충 의견에서는 공무원법처럼 차후에는 출퇴근
역시 업무의 연장으로 인정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즉 대법원의 생각을 드러낸 것이지만, 기업들은 대법원의 최종판결만을 가지고 출퇴근은 업무의 연장으로부터 철저히 배제시키고 있다. 최종판결이 정답은 아닌데 아직 우리사회는 단 한가지의 답으로 통일하는 경향이 강하다. 앞으로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면 판결 뿐 아니라 보충 의견, 반대
의견까지 살펴보아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대법원에 일하는 대법관들은 고지식하고, 보수적이며, 법의 해석에 만 치중하는 사람들인줄로 알았다. 위엄이 흐르는 정복을 입고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판결을 내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그런 편견을 가졌던 것이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읽다 보니 그들은 거의 만물박사 수준으로 통찰력을 가져야 하며 그를 위해 정말 엄청난 시간을
들여 준비하고 토론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존엄사, 주식회사의
주권, 종교의 자유, 교육의 공공성, 성소수자의 권리, 환경의 가치 등등 정말 각각의 관련성이 없는 다양한
논쟁들이 대법원의 책상위로 올라오며, 이 판결에 따라 생사가 갈릴 수도 있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대법관들은 최선의 판결을 내리기 위해 공부하고 또 공부한다. 장남의 권한이라는 우리나라의 관습과 관련된 것도 많겠지만 성소수자나 존엄사처럼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논쟁들도
계속해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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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전 대법관에 대하여
김영란법, 김영란법이 하도 신문이다,
TV에서 거론이 많이 되어서 이름이 참 익숙했는데, 사실 국회의원 이신 줄 알았다…. 최초의 여성 대법관으로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입법에 힘 쓰셨고, 결국
2016년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소수자의 대법관’이 그녀의 별명이라고 하는데, 공명정대해야 할 대법관에게는 편향적인 별명일 수 있다. 하지만 너무나도
좋은 별명이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소수자를 배척하고 경제적 이익이 큰 쪽으로만 결정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소수자에게 편향적인 대법관이 많이 있어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힘 있는 자가 힘 없는
자를 도와주는 것, 이것이 사회의 올바른 모습이고, 사회가
건강하게 하는 모습이다. 약자를 향한 동정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존엄한 인간이라는 동질감에서 도와주는
모습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그것을 실천하고 또 실천하는 김영란 전 대법관의 발걸음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