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을 기록하라 - 작가들이 발로 쓴 한국 현대사 : 전태일에서 세월호까지
박태순.황석영 외 20인 지음 / 실천문학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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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 운동에 대하여

다들 힐끗힐끗 본적은 많다. 어렴풋이 본적은 많다. 면접을 보기 위해 지나가던 광화문 앞에서, 금융의 중심가 여의도의 한 증권회사 앞에서, 직장을 다니던 회사 앞에서, 학교의 학생회관에서. 둥둥 울리는 스피커 소리, 주먹을 쥐고 외치는 구호, 머리에 두른 빨간 두건들, 그리고 서서히 퍼져 나가는 향 냄새는 뭔지 모를 긴장감을 주위에 퍼트려 나간다. 그래서 피한다. 힐끗 보고는 모른 척을 한 채 지나갔었고, 그들만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이 물론 불리한 여건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귀족노조, 툭하면 파업하는 노조라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들었기에 서로 비슷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노조에 대한 기사는 거진 매일매일 신문을 통해 들려왔고, 거기에는 그들의 공격적인 모습, 어처구니 없는 요구, 경제 악화 등의 기사가 실린다.

그러니까, 우리는 노동자의 이야기를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그들의 시위장소에서 들려오는 확성기 소리를 이겨내기 위해 음악의 볼륨을 더 높이고, 현수막의 빨간 글씨들은 누군가의 생 떼라고 생각하고 읽지 않았다. 대학생, 직장인들은 노동자들을 그들과는 다른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에도 격이 있다는 듯한 인상. 자신은 하얀 셔츠를 입고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볼 것이니 현장 노동자들과는 다른 관리자 같은 노동자라는 생각. 구조적 문제 때문에 그들이 현장 노동자가 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선택을 했다는, 개인적인 문제로 선택했다는 이런 생각들, 이런 인상들이 모여 지금의 노동 환경을 만들고 있다. 과거에 비해,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시대에 비해 그 조건이 월등히 개선되었다고 해서 충분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절대을의 위치에 자리한 그들. 건설 일용직들, 외국인 노동자들, 비정규직들은 현재의 직장이 있음에도, 혹은 회사에서 해고당해 돈이 궁한데도 거리로 나온다. 뭔가 크게 잘못되었으니까.  2015OEDC 회원국 중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2(25.1%), 노동자의 임금불평등 수준이 3위라는 처절한 현실이 그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그래서 우리가 노동 운동을 정면으로 응시해야 한다. 이어폰을 빼고, 시선을 돌리지 말고, 그들이 외치는 것을 보고 들어야 한다. 그것이 큰 힘이 될 것이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아는 것은 그것이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을 낳는다. 우리가 붉은 두건을 두르거나, 노동가를 부르거나, 화염병을 던지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단지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이해한다면, 적어도 그들이 과도한 임금이 아니라 정당한 임금을 요구하는 것을 이해해 준다면,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올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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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 인간의 사고를 시작하다 - Man vs. Machine
스티븐 베이커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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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슨에 대하여

제목은 대담하게 인간의 사고를 시작한 왓슨이라고 내보였지만 내용을 다 읽어보니, 인간의 사고라기 보다는 연산 능력의 천재인 것만 같은 기분이다. 미국의 제퍼디라는 게임이 단순한 사실이나, 계산을 요하는 문제뿐만이 아니라, 넌센스, 언어유희와 같은 카테고리도 있기 때문에 컴퓨터가 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는데, 왓슨은 이런 걱정과 우려를 뒤로 한 채, 제퍼디 최고의 승부사들을 상대로 압승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버저를 누르는 타고난 스피드와 적절한 베팅으로 우승을 거머쥔 왓슨을 우리는 과연 인간의 사고를 한다고 인정할 수 있을까?

왓슨은 제퍼디라는 게임을 위해서 만들어진 컴퓨터다. 주변 사물을 인지할 수도, 움직이지도 못하고, 문제를 푸는 것에만 출중하다. 그렇다고 문제를 다 잘 푸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 인물이나 과학적 사실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엄청난 실력을 보이지만 넌센스나 언어유희 파트에서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인간 상대자들에게 점수를 빼앗긴다. , 인간처럼 모든 문제에 있어서 다 잘 푼 것은 아니고 그것이 자신 있는 문제에 빠르고 정확하게 대답했기에 우승을 거머쥔 것이었다.

문제만 잘 푸는 컴퓨터는 인간이 아니라고 말하고 보니, 그럼 어디까지가 인간인가라는 의문에 쌓인다. 일단 외관은 문제가 아니다. 사지가 없는 사람들도 우리는 인간이라고 하니깐. 그렇다면 인지능력?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인데 이 책에는 인지 과정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모자와 아내를 구분하지 못하는 남자와 미국의 어떤 항공을 묻는 문제에 캐나다의 토론토 공항을 잘못 답한 왓슨은 큰 차이가 있는 것일까? 우리는 모자와 아내를 착각한 남자를 정신질환에 걸렸다고 말하지만 왓슨은 기계라고 말한다. 지금은 기계가 기계처럼 생겼기 때문에 모두가 별다른 이견없이 로봇과 인간을 구별할 수 있지만, 인공 피부가 개발되고, 사람과 같은 목소리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인간형 로봇에 씌운다면, 우리는 로봇을 로봇이라고 대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감정을 느낀다면 인간 사회에 왠지 큰 위기가 올 것만 같다.

-      인간의 경이로움에 대하여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인간이라는 경이로움이 새삼스레 느껴진다. 컴퓨터 공학자들, 인지과학자들 등등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왓슨이라는 인간의 사고를 따라하는 기계를 만들었는데, 모두들 왓슨이 어린이 보다도 그 능력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 최고의 기술로 이루어진 기계도 평범한 어린이에 비해 도 안되는 것이다. 우리는 최신기술에 열광하고 슈퍼컴퓨터의 나날이 발전하는 연산능력에 감탄한다. 세계의 슈퍼컴퓨터 순위에 우리나라 것이 뒤로 한참 밀려 있다며 질책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세계 최고의 컴퓨터를 찾고 있다면 자신의 머리를 지목하면 되는 간단한 진실을 깨달았다. 인간 한명 한명의 머리가 모두 슈퍼컴퓨터라고 칭하기도 미안할 정도로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이루고 있는 이 사회, 여러가지 추상적인 개념들, 철학들, 그리고 사랑. 이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 고등의 작업이고, 경이로운 결과물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슈퍼컴퓨터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인간을 따라하고 싶어하는 자들은 있기 마련이고, 그들이 슈퍼컴퓨터를 계속 발전시켜 우리 사회에 도움을 준다면 고마울 일이다. 그렇다고 나같은 일반인들이 그런 최신기술에 위축되어, ‘나는 기계보다도 못한 사람이구나라고 한탄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럴 시간에 소설을 읽고, 사랑을 해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누리는 것이 더 소중하다고 본다. 인간인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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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 한국사회를 움직인 대법원 10대 논쟁 김영란 판결 시리즈
김영란 지음 / 창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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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에 대하여

법과는 가깝지 않다. 법을 공부하는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법정에 출두한 적도 없고, 하다못해 최저임금법과 같은 나와는 가까운 법에 의해서도 혜택이나 손해를 본 적이 없다. 내가 법을 만난 곳은 TV나 영화 속에서 였고, 그 속에서 법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항상 치고 받고 싸우고, 패소해도 항소하고, 대법원까지 가자는 소리는 항상 따라 나온다. 대법원은 우리에게 최후의 심판이라는 무게로 다가온다. 대법원에서 결정이 나면 그걸로 끝이다. 더 이상 항고할 수도 없고,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정답에 목말라 하는 우리 사회에서 대법원의 판결은 정답 이상 의미로 다가오고 기업이나 정부는 그 판결을 성경처럼 받들어 생활한다. 때로는 국회에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법부가 입법부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받는다. 그 정도로 대법원의 무게는 다르다. 그 무게에 따라 판결이 나오면 신문에 으레 게재되기 마련인데, 신문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최종 판결일 뿐이며, 반대 의견이나 보충 의견은 같이 나오지 않는다. 나 역시도 최종판결들만 어렴풋이 기억할 뿐, 거기에 대한 보충 의견이나 반대 의견은 본 적이 없었는데, 이런 다양한 의견들이 때로는 대법관들의 생각을 나타내주는 역할을 보여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출퇴근이 업무의 연장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결에서, 최종판결은 출퇴근은 업무의 연장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내렸지만 보충 의견에서는 공무원법처럼 차후에는 출퇴근 역시 업무의 연장으로 인정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즉 대법원의 생각을 드러낸 것이지만, 기업들은 대법원의 최종판결만을 가지고 출퇴근은 업무의 연장으로부터 철저히 배제시키고 있다. 최종판결이 정답은 아닌데 아직 우리사회는 단 한가지의 답으로 통일하는 경향이 강하다. 앞으로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면 판결 뿐 아니라 보충 의견, 반대 의견까지 살펴보아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대법원에 일하는 대법관들은 고지식하고, 보수적이며, 법의 해석에 만 치중하는 사람들인줄로 알았다. 위엄이 흐르는 정복을 입고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판결을 내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그런 편견을 가졌던 것이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읽다 보니 그들은 거의 만물박사 수준으로 통찰력을 가져야 하며 그를 위해 정말 엄청난 시간을 들여 준비하고 토론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존엄사, 주식회사의 주권, 종교의 자유, 교육의 공공성, 성소수자의 권리, 환경의 가치 등등 정말 각각의 관련성이 없는 다양한 논쟁들이 대법원의 책상위로 올라오며, 이 판결에 따라 생사가 갈릴 수도 있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대법관들은 최선의 판결을 내리기 위해 공부하고 또 공부한다. 장남의 권한이라는 우리나라의 관습과 관련된 것도 많겠지만 성소수자나 존엄사처럼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논쟁들도 계속해서 발생한다.

-      김영란 전 대법관에 대하여

           김영란법, 김영란법이 하도 신문이다, TV에서 거론이 많이 되어서 이름이 참 익숙했는데, 사실 국회의원 이신 줄 알았다…. 최초의 여성 대법관으로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입법에 힘 쓰셨고, 결국 20169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소수자의 대법관이 그녀의 별명이라고 하는데, 공명정대해야 할 대법관에게는 편향적인 별명일 수 있다. 하지만 너무나도 좋은 별명이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소수자를 배척하고 경제적 이익이 큰 쪽으로만 결정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소수자에게 편향적인 대법관이 많이 있어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힘 있는 자가 힘 없는 자를 도와주는 것, 이것이 사회의 올바른 모습이고, 사회가 건강하게 하는 모습이다. 약자를 향한 동정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존엄한 인간이라는 동질감에서 도와주는 모습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그것을 실천하고 또 실천하는 김영란 전 대법관의 발걸음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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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베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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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얼굴을 가리거나 장식하기 위하여 쓰는 얇은 망사. 베일에 대한 정의이다. 완벽하게 가리지 않기 때문에 얼굴이 살짝은 보이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인생도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그 신비함 때문에 베일에 쌓여 있는 것과 같다. 앞으로의 인생이 나의 마음대로 갈 것 같으면서도 이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완벽하게 가려진 것도, 그렇다고 완전하게 드러난 것도 아닌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작가는 주인공 키티를 통해서 말하고자 한 것이었을까.

 

키티는 사랑을 찾아 헤맸다. 결혼 적령기가 지나도록 결혼을 하지못해 어머니로부터 냉대를 받고, 내키지않게 결혼한 남편으로부터 사랑을 받지만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무시했다. 그녀에겐 별 볼품없는 세균학자 남편을 놔두고 키티는 홍콩의 차기 총독과의 불륜을 저지른다.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줄 알았던 내연남 타운센드는 그들의 불륜이 들통나자 자신의 부인을 옹호하며 모든 것을 거부한다. 이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남편에게 끌려가듯이 콜레라 발병지역으로 들어간 그녀는 거기에서 수녀들을 만나 새로운 삶에 눈을 뜨게 되어 콜레라 환자들을 돕는다. 그녀는 새로운 삶으로부터 과거를 용서받지만 그녀의 남편은 끝내 그녀를 용서하지 못하고 자신의 몸을 콜레라의 실험에 이용하다가 결국 숨을 거뒀다. 그리고 그녀는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집으로 돌아와, 그동안 가족으로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아버지와 극적인 화해와 이해를 통해 새로운 시작을 한다. 진정한 사랑을 결국 가족,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그녀는 이제 베일을 벗고 진실된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사랑을 찾기 위해 영국에서 홍콩으로, 홍콩에서 콜레라가 발병한 중국의 시골로, 거기서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 그녀의 여정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의 주인공 산티아고의 여정과 닮았다. 보물을 찾아 여기저기를 여행하다가 결국은 자신이 태어난 고향에서 찾게 되는, 보물이나 사랑은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이 공통으로 느껴진다.

오색의 베일, 살아 있는 자들은 그것을 인생이라고 부른다.’ (Lift not the painted veil which those who live call life.) 영국의 시인 비시 셀리의 말은 인생을 오묘하게 잘 표현하였다. 오색의 베일은 우리의 눈의 현혹하여 그 속에 숨겨진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한다. 그 속에 얼굴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정확히는 알 수 없게 하는 오색의 베일. 우리네 인생도 역시 베일에 싸여 있겠지. 돈을 많이 벌고, 더 성공하고 싶은 이유는 가족들에게 더 좋은 것을 대접하기 위한 것도 있는데, 지금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작은 돈마저 아끼려고, 저축하려고 한다. 소중한 것은 가까이에 있는 법인데키티를 통해 인생의 베일을 약간은 열어 볼 수 있었으니, 가족들을 위한 소고기라도 조만간 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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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투 원 - 스탠퍼드 대학교 스타트업 최고 명강의
피터 틸 & 블레이크 매스터스 지음, 이지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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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서 다양한 기업을 성공시킨 저자는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고 열심히 살았기에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확장적 진보(아이패드를 따라 태블릿을 만드는 것)가 아닌 수직적 진보(세상에 없던 아이패드를 만든 것)을 추구하라고 하며 경쟁이 아닌 독점을 당연하게 말한다. 요즘 파괴적 혁신이 경영계의 화두인데, 저자에게는 파괴적 혁신이 확장적 진보에 불과한 미봉책일 뿐이다. 기존의 것을 파괴하여 재배치할 뿐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또한 자본주의는 원래 독점을 추구하도록 만들어졌다며, 경쟁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이데올로기이며 건강한 것이 못된다는 그의 또다른 주장은 악의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0에서 1을 만들어냈다는 창조자, 선구자의 순수한 열의만 드러난다. 자연이 말해주지 않는 비밀들은 신대륙 개척처럼 거의 다 풀려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말해주지 않은 비밀들을 풀어야 한다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등이 그런 비밀을 풀어낸 기업이라고 치켜세운다.

제로 투 원. 0에서 1. 0112, 13과는 차원이 다른 차이다. 존재하느냐 마느냐, 있느냐 없느냐의 개념이다. 그래서 저자가 이를 제목으로 선택하고 수직적 진보를 강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적으로 확장적 진보의 나라다. 그동안의 제조업, 서비스업은 물론이고, 신생 기업마저 따라한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를 규제 위반이라고 쫓아내고는 한국형 우버, 한국형 에어비앤비를 가동한다고 외치는 모습에서는 확장적 진보가 아닌 퇴보가 보여진다. 수출입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는 확장적 경제 생태계를 지향할지 모르나 이마저도 중국의 부상으로 위기에 봉착한 상황. 정부가 창조경제랍시고 저자의 제로 투 원 정신을 우리나라에 주입시키려고 시도 중인데, 돌아가는 모양을 보니, 기존의 대기업들에게 각 지역을 분배해 주는 역할로 보이는 창조경제혁신센터만 몇 군데에 설치해놓고 그 성과를 여기저기 알리고 다닌다. 마치 그런 센터를 세우면 수직적 진보가 저절로 이루어질 것처럼 행동하는데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어디서부터 꼬여버린 것일까. 잘못된 정책? 잘못된 리더? 잘못된 교육? 잘못된 세계 경제?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상태로는 결코 좋아질 수 없을 것 같다.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지는 않는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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