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슨, 인간의 사고를 시작하다 - Man vs. Machine
스티븐 베이커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      왓슨에 대하여

제목은 대담하게 인간의 사고를 시작한 왓슨이라고 내보였지만 내용을 다 읽어보니, 인간의 사고라기 보다는 연산 능력의 천재인 것만 같은 기분이다. 미국의 제퍼디라는 게임이 단순한 사실이나, 계산을 요하는 문제뿐만이 아니라, 넌센스, 언어유희와 같은 카테고리도 있기 때문에 컴퓨터가 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는데, 왓슨은 이런 걱정과 우려를 뒤로 한 채, 제퍼디 최고의 승부사들을 상대로 압승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버저를 누르는 타고난 스피드와 적절한 베팅으로 우승을 거머쥔 왓슨을 우리는 과연 인간의 사고를 한다고 인정할 수 있을까?

왓슨은 제퍼디라는 게임을 위해서 만들어진 컴퓨터다. 주변 사물을 인지할 수도, 움직이지도 못하고, 문제를 푸는 것에만 출중하다. 그렇다고 문제를 다 잘 푸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 인물이나 과학적 사실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엄청난 실력을 보이지만 넌센스나 언어유희 파트에서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인간 상대자들에게 점수를 빼앗긴다. , 인간처럼 모든 문제에 있어서 다 잘 푼 것은 아니고 그것이 자신 있는 문제에 빠르고 정확하게 대답했기에 우승을 거머쥔 것이었다.

문제만 잘 푸는 컴퓨터는 인간이 아니라고 말하고 보니, 그럼 어디까지가 인간인가라는 의문에 쌓인다. 일단 외관은 문제가 아니다. 사지가 없는 사람들도 우리는 인간이라고 하니깐. 그렇다면 인지능력?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인데 이 책에는 인지 과정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모자와 아내를 구분하지 못하는 남자와 미국의 어떤 항공을 묻는 문제에 캐나다의 토론토 공항을 잘못 답한 왓슨은 큰 차이가 있는 것일까? 우리는 모자와 아내를 착각한 남자를 정신질환에 걸렸다고 말하지만 왓슨은 기계라고 말한다. 지금은 기계가 기계처럼 생겼기 때문에 모두가 별다른 이견없이 로봇과 인간을 구별할 수 있지만, 인공 피부가 개발되고, 사람과 같은 목소리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인간형 로봇에 씌운다면, 우리는 로봇을 로봇이라고 대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감정을 느낀다면 인간 사회에 왠지 큰 위기가 올 것만 같다.

-      인간의 경이로움에 대하여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인간이라는 경이로움이 새삼스레 느껴진다. 컴퓨터 공학자들, 인지과학자들 등등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왓슨이라는 인간의 사고를 따라하는 기계를 만들었는데, 모두들 왓슨이 어린이 보다도 그 능력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 최고의 기술로 이루어진 기계도 평범한 어린이에 비해 도 안되는 것이다. 우리는 최신기술에 열광하고 슈퍼컴퓨터의 나날이 발전하는 연산능력에 감탄한다. 세계의 슈퍼컴퓨터 순위에 우리나라 것이 뒤로 한참 밀려 있다며 질책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세계 최고의 컴퓨터를 찾고 있다면 자신의 머리를 지목하면 되는 간단한 진실을 깨달았다. 인간 한명 한명의 머리가 모두 슈퍼컴퓨터라고 칭하기도 미안할 정도로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이루고 있는 이 사회, 여러가지 추상적인 개념들, 철학들, 그리고 사랑. 이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 고등의 작업이고, 경이로운 결과물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슈퍼컴퓨터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인간을 따라하고 싶어하는 자들은 있기 마련이고, 그들이 슈퍼컴퓨터를 계속 발전시켜 우리 사회에 도움을 준다면 고마울 일이다. 그렇다고 나같은 일반인들이 그런 최신기술에 위축되어, ‘나는 기계보다도 못한 사람이구나라고 한탄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럴 시간에 소설을 읽고, 사랑을 해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누리는 것이 더 소중하다고 본다. 인간인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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