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창업가가 묻고 싶은 질문들 - 하버드 MBA 스타트업 수업
토머스 아이젠만 지음, 박영준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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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0- 설립자와 조직 구성원들의 역량이 제한적이고 파트너들의 지원이 일정치 않고 자금이 부족한 회사라면 애초에 기회의 폭을 대폭 줄여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타당한 방법일지 모른다. 예를 들어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은 제품 라인을 간소화하거나, 회사가 습득하기 어려운 과업을 아웃소싱하거나, 특정 지역 및 단일 고객 세그먼트에 초점을 맞춰 영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기회의 범위를 축소할 수 있을 것이다. 퀸시의 경우에는 블라우스, 드레스, 재킷 같은 단일 의류로 제품 라인을 한정함으로써 자원 확보에 따르는 문제를 완화했어야 한다. 보노보스는 바로 이런 전략을 채택해서 오직 한 가지 스타일의 남성용 바지를 원단과 색깔만 바꿔 가며 몇 년에 걸쳐 판매했으며, 그런 뒤에 다양한 스타일과 재료로 아이템을 확장했다.

P160 - 린 스타트업의 선구자들은 설자들에게 '제품을 일찍, 그리고 자주 출시하라'고 조언한다. 다시 말해 고객들의 손에 실제 제품을 쥐여 주고 최대한 빠른 속도로 피드백을 얻어 내라는 것이다. 트라이앵귤레이트 역시 그 일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은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고객의 피드백을 신속히 받아들였으며 회사의 중심축을 신속히 이동했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빨리 실패하라'라는 린 스타트업의 경구를 나름 충실히 실천에 옮겼다.
하지만 트라이앵귤레이트는 MVP를 내놓기 전에 '고객을 발견하라', 즉 잠재 고객들을 대상으로 여러 단계에 걸친 인터뷰를 세심히 수행하라는 린 스타트업의 또 다른 핵심 원칙을 소홀히 했다. 나가라지는 트라이앵귤레이트의 실패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이 중요한 초기 단계를 생략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P224 - 성장세에 놓인 스타트업은 대개 다음 두 가지의 조직적 변화를 겪는다. 첫째, 창업 초기에는 직원들이 여러 기능 부서를 오가며 팔방미인같은 역할을 수행했지만 이제는 각 분야, 가령 마케팅이나 운영에 전문 역량을 갖춘 스페셜리스트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둘째, 자유롭고 유연한 기존의 직원 관리 방식을 공식적인 조직 체계 및 시스템으로 서서히 교체해야 한다. 즉 조직도와 직무 기술서를 작성하고, 인사 고과 체계를 도입하고, 예산 및 기획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등 체계적인 인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창업가들은 이런 변화 속에서 급속도로 증가하는 인적 자원을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P252 - 벤처 투자자 벤 호로위츠가 정의하는 기업 문화는 '상사가 옆에 없을 때 직원들이 어떻게 의사 결정을 하는지'를 의미한다고 한다. 강력한 기업 문화를 보유한 회사의 직원들은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이 닥쳤을 때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그냥 알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중요한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빨리 처리해 달라고 특별 부탁을 받은 직원은 상사와 상의하지 않고도 다른 고객의 주문을 늦게 처리하는 식의 대응 방법을 이미 알고 있는 경우다.

P270 - 2013년 6월, 팹은 1억 6,500만 달러의 벤처 자금을 추가로 투자받았다. 이 회사의 투자 후 기업 가치는 10억 달러를 기록했다. 골드버그는 그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사실 그 시점에서 우리는 이미 실패한 겁니다. 우리가 세운 사업 확장 계획에 따라 이미 추진 중이 대규모의 투자 건들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3억 달러가 필요했어요. 주변 사람들은 유니콘 기업이 된 것을 축하한다고 수없이 전화를 했지만 마음은 전혀 편치 않았습니다. 곧 수렁으로 빠져들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 10억 달러 기업 가치로 1억 6,500만 달러를 투자받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당시 팹의 현금 소진 속도는 매달 1,400만 달러로 최고치를 찍고 있었다. 2013년 10월, 골드버그는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결국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팹은 미국 직원 80퍼센트를 감원하고 임원들도 대부분 내보냈다. 그리고 상품 가짓수도 대폭 축소했다.

P450 - 절약하라! 자원이 부족한 창업가은 검소하게 회사를 운영해야 하며, 더 적은 자원을 투입해서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른 이론의 여지가 없이 지당한 말입니다. 그러나 조직 구성원들의 기술이 부족해서 시장에 지속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없다면, 스타트업은 회사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지닌 인력을 새로 채용해야 합니다. 만일 그 후보자가 높은 급여를 요구할 경우, 평소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밴 검소한 창업가는 "그런 사람 없이도 우리끼리 해낼 수 이 있어" 라고 포기하기 십상입니다. 이는 '나쁜 동료들'의 리스크를 높이는 길입니다.

P452 - 놀랍게도 제 편지를 받은 제자 중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가 그 일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조직을 구축하고, 사업체를 세운 일을 매우 자랑스러워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으며, 한 회사의 총괄 관리자로서 조직의 모든 분야를 책임지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했습니다. 만일 그들이 특정 기업의 일개 직원이었다면 이런 수준의 책임을 경험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들 중 몇 명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저는 먼 훗날 제 손자에게 할아버지가 옛날 닷컴 열풍이 불었을 때 투자은행 같은 곳에서 편히 일하며 길옆에 비켜서서 구경만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창업가 여러분, 여러분도 이 책을 일독했다면 성공의 길에 안착할 준비가 돼 있을 것입니다. 창업이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놀라운 여정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때로 빠르게 생각하고, 동시에 느리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당신이 애초에 스타트업이라는 자동차의 운전석에 앉기로 한 이유를 망각해서는 안 됩니다. 세상은 당신 같은 창업가들이 등장해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우리 사회의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혁신을 이끌어 내기를 기대합니다. 모두 멋진 회사를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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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카페들 - 생존 중인 카페 열두 곳에 던지는 질문
조재호 지음 / 연필과머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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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4- 저는 매장을 확장하면서 노무사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세무사가 서비스 개념으로 4대보험 신고나 직원 급여관리 등 노무 업무를 대신 봐줬는데, 직원이 5명 이상인 업장에서는 노무사가 따로 있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법 개정이 잦은 분야라 모르면 놓치는 혜택도 많고, 세무사가 노무사만큼 꼼꼼하게 다 챙겨주진 못하기 때문입니다. 근로 계약서도 노무사가 써 주는 건 확실히 디테일이 다르더라고요.

P409 - 오디오 시스템도 간과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사용할 생각에 곳곳에 스피커 선을 미리 설치해 놓지 않았는데, 음향에 조예가 깊은 손님들이 블루투스 스피커로는 사운드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셨습니다. 조언해 주신 대로 직접 배선 공사를 해서 유선 스피커로 바꿨더니 확실히 소리가 다른 게 느껴지더군요. 그 차이를 미리 알았더라면 공사할 때 스피커 선까지 배관 처리해서 더욱 깔끔하게 마무리했을 텐데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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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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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0 - 그렇다면 부자와 빈자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오해는 왜 그토록 바뀌기 어려운 것일까?
내 생각에 인간에게는 이분법적 사고를 추구하는 강력하고 극적인 본능이 있는 것 같다. 어떤 대상을 뚜렷이 구별되는 두 집단으로 나누려는 본능인데, 두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라고는 실체 없는 간극 뿐이다. 우리는 이분법을 좋아한다. 좋은 것과 나쁜 것, 영웅과 악인, 우리 나라와 다른 나라. 세상을 뚜렷이 구별되는 양측으로 나누는 것은 간단하고 직관적일 뿐 아니라, 충돌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극적이다. 우리는 별다른 생각 없이 항상 그런 구분을 한다.

P107 - 나아지지만 나쁘다. 현 수준(예: 나쁘다)과 변화의 방향(예: 좋아진다)을 구별하는 연습을 하라. 상황은 나아지는 동시에 나쁠 수도 있다는 확신을 가져라.

P131- 극빈층에 갇힌 세대가 오히려 다음 세대 인구를 더 증가시킬 것이다. 세계적으로 삶이 나아진 부모는 자녀를 더 적게 낳는 쪽을 선택했다. 이런 변화는 전 세계에서 일어났다. 아동 사망률을 낮추지 않고 이런 변화가 일어난 곳은 없었다.

P183- 크기 본능의 두 가지 측면은 부정 본능과 더불어 세상의 발전을 체계적으로 과소평가하게 만든다. 세계 인구와 관련한 여러 비율 중에 기본 욕구를 충족하며 사는 사람의 비율을 물으면, 대부분 일관되게 약 20%라는 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정답은 80%, 나아가 90%에 가깝다. 예방접종을 받는 아이의 비율은 80%, 전기를 공급받는 비율은 85%다. 초등학교를 나온 여자아이의 비율은 90%다. 그러나 자선단체와 언론이 자극적으로 보이는 숫자를 고통받는 개인의 모습과 함께 끊임없이 보여주다 보니 사람들은 왜곡된 시각으로 세계를 인식하고, 다른 모든 비율과 발전을 체계적으로 과소평가한다.

P220 - 사진에서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소는 종교나 문화, 국가가 아니라 소득이라는 점이다. 국가는 달라도 소득수준이 같으면 삶이 놀랍도록 닮았고, 국가는 같아도 소득수준이 다르면 삶의 방식이 천차만별임을 보여주는 사진으로 책 전체를 채울 수도 있다.

P255 - 더딘 변화는 불변이 아니다. 사회와 문화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사소하고 더뎌 보이는 변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축적된다. 연간 1% 성장은 더뎌 보이지만 70년간 축적되면 2배 성장이 되고, 연간 2% 성장은 35년 뒤 2배 성장이 되며, 연간 3% 성장은 24년 뒤 2배 성장이 된다.

P355 - 우리는 아이들에게 사실에 근거한 사고의 기 틀을 가르치고, 사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법을 훈련시켜야 한다.
-나라마다 건강과 소득수준이 다르고, 대부분의 나라가 중간 수준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
-내 나라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고, 그것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가르쳐야 한다.
-내 나라가 지금까지 발전해온 과정을 소득수준 변화와 함께 이해하고, 그 지식을 이용해 오늘날 다른 나라의 삶도 이해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사람들의 소득수준이 올라가고 거의 모든 것이 개선되고 있음을 가르쳐야 한다.
-과거에는 삶이 어떠했는지 가르쳐, 발전이 없었다고 오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세상에는 나쁜 일도 일어나지만 점점 개선되는 것도 많다는 생각을 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문화적, 종교적 고정관념은 세계를 이해하는 데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
-뉴스를 소비하는 법, 스트레스를 받거나 절망하지 않고 극적인 이야기를 알아보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사람들이 흔히 수치로 어떻게 속임수를 쓰는지 가르쳐야 한다.
-세계는 계속 변화해서 살아가는 내내 지식과 세계관을 꾸준히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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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 호스피스 의사가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깨달은 삶의 의미
레이첼 클라크 지음, 박미경 옮김 / 메이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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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7-오늘날 자행되는 심폐 소생술, 즉 CPR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잔인한 과정이다. 말기 심부전처럼 회복 불가능한 질병으로 죽어 가는 환자들에게 애초에 시행하면 안 되는 처치였다. 건강한 환자들에게도 흉부 압박과 전기 충격은 흔히 실패로 끝난다. 병원 안에서 심정지에 빠진 사람들 다섯 명 중 한 명만 살아서 병원을 나간다. 병원 밖에서 심정지에 빠진 환자들의 소생 가능성은 훨씬 더 낮아서 열 명 중 한 명만 살아 남는다. 물론 생사의 기로에 선 환자에게 CPR은 시도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심장이 정지된 시간 동안 산소 부족이 장기화되면 환자는 살아나더라도 영구적으로 뇌 손상을 입게 될 위험이 있다.

P129-풋내기 의학도로서 병동을 돌아다니기 시작한 후에도, CPR을 받은 환자들이 실제로 살아서 병원을 나서는 경우가 얼마나 드문지, 또 의학 드라마가 생존 가능성을 얼마나 터무니없게 과장했는지 아무도 알려 주지 않았다. 심지어 드라마에서 CPR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묘사하여 대중의 인식을 왜곡시키는 이른바 '텔레비전 효과'를 증명한 연구 결과도 있었는데, 이런 텔레비전 효과는 비단 일반인뿐 아니라 나 같은 초보 의사들에게도 나타났음이 분명했다.

P144-나이가 많이 들어서 입원한 환자가 완치되어 나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들은 대부분 늙고 쇠약해서 서서히 죽음의 길로 접어든다. 의학은 그들을 좀체 구할 수 없다. 그게 당신 잘못은 아니다. 의과 대학에선 언급을 회피하지만, 그게 인간의 본질이자 냉혹한 운명이다.

P166-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생체 검사 결과 기다리다 드디어 오늘 전문의에게 소식을 들었다. 6월에 처음 진단 받았을 때 내 골수에는 미성숙 세포가 1퍼센트밖에 없었다. 이젠 그게 50퍼센트로 늘어났다. 내 몸은 완전히 점령당했다. 화요일 저녁까지만 해도 어디서 눈썹 왁싱을 할지 고민했는데, 금요일이 되자 가까운 장래엔 눈썹 왁싱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의사가 화학 요법 치료와 탈모 증상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현실이 그런걸 어쩌랴. 2주 뒤엔 내 몸에 남아 있는 털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골수도 없을 것이다. 화학 요법 치료로 하나씩, 하나씩 나자빠질 테니까.

P240-도로시는 며칠 뒤에 사망했다. 결국 에드워드 선생의 예측은 겨우 48시간 빗나갔지만, 그 시간 동안 그의 환자는 참으로 멋진 삶을 살았다. 시간과 세상의 무게 앞에서 우리 삶이 너무나 짧다는 인간 존재의 허무함에도 불구하고, 살아 숨 쉬는 모든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 당신의 남은 인생에도, 심지어 마지막 순간에도 아니 어쩌면 특히 마지막 순간에 당신이 찾아야 할 불꽃 같은 아름다움과 의미가 늘 존재한다.

P242-던모어의 마지막 시집에 실린 '내 인생 줄기가 잘렸다'라는 시는 완화 의료의 정수를 고스란히 보여 준다. 인생의 덧없음을 고통스럽게 의식하지만, 죽어 가는 동안에도 꽃을 피우겠다는 의지가 잘 드러나있다. 시는 대단히 단순하게 끝을 맺는다.
나는 안다. 내가 죽어 간다는 것을.
하지만 잘린 줄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오래도록
꽃을 피워 보는 건 어떨까?

P265-한때는 죽음에 자꾹 노출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삶의 의욕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실상은 정반대였다. 세상을 일찍 하직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 볼 때 나는 참으로 운이 좋았다. 서서히 늘어지는 살과 하나둘 잡히는 주름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친구가 잃어버린 젊음을 한탄하면 맞장구를 쳐 주긴 했지만 좌절할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흰머리와 돋보기 안경을 장수의 선물로 간주했다. 외모에 시간을 낭비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했다. 노화는 권리도 아니고 도전도 아니었다. 피해야 할 것도 아니었다. 노화는 특권이었다.

P354-"레이첼, 아버지가 가셨단다" 나는 가슴을 치면서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부짖고 싶었다. 하지만 충동을 억누르고 얼른 아래층으로 뛰어가 아버지를 껴안앗다. 여전히 온기가 느껴지는 아버지의 뺨에 얼굴을 비볐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생명의 기운을 어떻게든 막아 보려고 온몸으로 아버지를 붙잡았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손깍지를 끼었다. 내 온기를 전해서 단 몇 분이라도 아버지를 곁에 머물게 하고 싶었다.
장의사들이 밤의 유령처럼 서리를 맞으며 달려와 엄숙하게 문을 두드렸다. 검정 양복 차림의 남자들은 이승을 막 떠난 분의 신속한 수송을 위해 정중하고 요령있게 움직였다. 엄마가 그들을 배웅한 뒤 문을 닫았다. 차량에 시동이 걸리고 아버지의 시신을 실은 장의차가 출발했다. 아버지의 흔적이라곤 구겨진 시트에 희미하게 눌린 자국뿐이었다. 우리는 머뭇머뭇 각자의 침실로 돌아가 어둠 속에서 웅크린 채 각자의 비통함 속으로 잠겨 들었다.

P366-"남은 날들은 '왜 나지? 도대체 왜 나야?'라고 따지면서 낭비할 수도 있어.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는, 아니 우리는 태어난 그 순간부터 죽어가고 있어. 하지만 죽음의 문턱을 넘기 전까지는 여전히 살아 있잖아. 그러니까 나는 그저 묵묵히 내 삶을 살아갈 거야."
...죽음의 문턱을 넘기 전까지는 여전히 놀라우리만치 감미로운 순간이 있을 수 있다. 완치는 물 건너갔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랑하고 기뻐하고 함께 지낼 수 있다. 웃고 울고 감탄하고 위로할 수 있다. 더 농축된 상태로 삶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 아버지의 마지막 나날과 마찬가지로, 삶의 마지막을 호스피스에서 보내겠다고 선택한 내 환자들을 위해 나는 죽어 감이 살아감과 공존하도록 열과 성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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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 애플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조용한 천재
린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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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 쿡은 회사가 훌륭한 전략은 물론 '훌륭한 가치관'을 겸비해야 한다고 믿는다. 2017년 말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한 재무보고서에는 애플을 경영하는 쿡의 여섯 가지 핵심 가치가 조용히 피력되었다. 뒤이어 이는 애플의 웹사이트에 사내 열람용으로 게대되었다.
1. 접근가능성: 애플은 접근가능성이 인간의 기본권이며, 모든 사람이 기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2. 교육: 애플은 교육이 인간의 기본권이며, 모든 사람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3. 환경: 애플은 환경에 대한 의무감을 바탕으로 제품의 설계와 제조에 임한다.
4. 포용성과 다양성: 애플은 각기 다른 다양한 팀이 존재해야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5. 프라이버시와 안전: 애플은 프라이버시가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믿는다. 애플의 모든 제품은 처음부터 사람들의 프라이버시와 안전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설계된다.
6. 공급자 책임: 애플은 공급 사슬에 속한 사람들을 교육한 후 그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며 귀중한 환경 자원을 보전하도록 돕는다.

P120-"그가 말하는 방식 그와 나 둘만 앉은 방안에서 형성된 모종의 케미, 그런 걸 느끼면서 이 사람이라면 함께 일할 수 있겠다는 걸 알았지요. 당시 애플에 쌓여 있던 문제점들을 보며 내가 기여할 부분이 있겠다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그래서 불현듯 '한번 해보자' 이런 마음이 든 겁니다. 그땐 젊은 나이였으니까요. 따지고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나의 직감은 '부딪쳐보라'고 말하고 있었어요. 나는 직감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P331-그가 블룸버그에 기고문을 발표하고 1년이 지났을 무렵, 쿡은 미국의 선도적인 LGBTQ인권단체 HRC가 주최한 제19차 연례 전국 만찬에서 '가시성상'을 수상했다. "팀 쿡은 주목할 만한 리더십으로 애플을 이끌고 있는 선지자입니다...기꺼이 자신의 비밀을 밝힌 그의 용기는 전 세계 수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었을 뿐 아니라, 많은 이의 목숨까지 구했습니다. 그의 모범적인 행위와 평등을 향한 애플의 헌신을 통해 LGBTQ 젊은이들이 자신도 팀 쿡처럼 경이로운 경력을 쌓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게 되었고, 그들을 제약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쿡은 코딩이 전 세계 모든 학생의 필수 도구로, 모든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프랑스 학생이고 10살이라면 나는 영어보다 코딩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영어를 배우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코딩이 그만큼 지구상 70억 인구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데 좋은 언어가 되어준다는 뜻입니다. 내 생각에는 전 세계 모든 공립학교에서 코딩을 필수교과로 지정해야 마땅합니다"

P371-만약 쿡과 애플의 경영진들이 판도를 뒤집을 만한 다음 사업 영역을 검토하고 있다면, 분명 그중에서는 자동차와 건강 관리 분야가 상위 목록을 차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두 분야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산업에 속한다.

P383-스테판 벨링은 어떤 일화 한 토막을 들려주며 잡스의 요구가 얼마나 구체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목재가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난 오크나무가 좋아요'라든가 '단풍나무를 쓰는 게 좋겠어요'라는 식의 요구가 아니었지요. 그는 특정 계절에 벌목한 목재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겨울에 벌목한 것, 그중에서도 1월에 벌목한 것을 쓰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야 수액과 당분이 가장 적은 목재를 얻을 수 있다면서요. 거기에 앉아 있던 연륜 있는 건축가들의 입에서 거의 동시에 '와우!'라는 탄성이 튀어나왔지요.

P406-잡스의 지휘 아래 애플은 항상 진보주의적인 기업이라는 평판을 얻었지만, 그의 실제 행동은 그다지 진보적이지 않았다. 그 시절 애플은 포천이 꼽은 500대 '살인 기계'였다. 세금을 회피했고 눈에 띄는 자선 기부를 전혀 하지 않았으며, 아시아권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독성 화학물질에 중독되게 만들었다. 잡스는 사회에 대한 애플의 기여가 주로 제품 형태로 이루어진다고 믿었고, 비난이 대두된 행동 방식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하지만 쿡이 이끄는 애플은 달랐다. 쿡은 스스로 윤리적인 사람임을 입증했고 그의 가치관은 회사 운영에 필수적인 부분이 되었다. 그는 애플을 비롯한 전체 기술 업계를 '윤리적 개혁'의 길로 이끌고 있다.

P411-쿡은 '잘하면서 동시에 선을 행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격언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기업이란 사람들을 같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말한 바 있다. 쿡은 거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나는 기업이 상업적인 것 만을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 기업은 사람들의 집합일 뿐이다. 사람이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면, 기업 역시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 애플은 쿡의 지휘 아래 세계에서 최초로 1조 달러짜리 기업이 되었지만, 그가 한 일은 그 이상임에 틀림없다. 그는 애플을 더 나은 회사로 만들었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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