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 대한민국이 선택한 역사 이야기
설민석 지음, 최준석 그림 / 세계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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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렵지 않고 깊게 파고들지 않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조선의 왕들을 개별적으로 다루어 우리가 대부분 잘 알고 있는 세종부터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문종 등등 다양한 사실들을 알게 한다.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하여 사실 기반이었고 중간중간 그림이 들어가 재미적 요소도 있었다.




이 책은 큰 서점을 가면 몇 주 째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다. 역사서가 1위에 있다는 것이 일단 놀라웠고, 몇 주 째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또 한 번 놀랐다. 물론 설민석이라는 저자의 파워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책 내용이 좋지 못하면 금방 내려왔을 것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의 눈높이를 정확히 잡아낸 저자의 역량이 돋 보이는 것 같다. 조선왕조실록은 그 양이 어찌나 방대한지 평생을 읽어도 어렵다고 한다. 그렇게 많고 많은 역사적 사실들 중에서 어떤 내용을 골라서 지금 이 시대의 독자들에게 전달하는지 잡아내는 능력. 그것이 저자에게 있었기에 사랑받고 있다. 




근데, 조선왕조실록에 대한 책으로 내가 이 책보다 더 추천하고 싶은 책은 박시백 화백의 ‘조선왕조실록’이다. 20권의 만화책으로 조선왕조실록의 내용을 그대로 그림으로 구현한 만화이다. 개인적으로 과거 이영복의 ‘먼나라 이웃나라’에 버금가는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책이라고 생각한다. 만화지만 역사적 사실로 꽉꽉 채워져 있고 재미있으나 웬만한 일반 책보다 더 교육적이다. 왕들의 성격에 따라 곤룡포의 색을 미세하게 다르게 칠한 디테일을 본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중, 고등학교 입학 선물 혹은 대학교 입학 선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박시백 화백은 조선왕조실록의 내용을 축약하지 않고 최대한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하였다. 그래서 모든 흐름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어서 매우 좋은 만화다.



2.




설민석이라는 사람, 대단하다. 역사 공부를 외면하는 이 나라에 역사 열풍을 일으켰다. 각종 케이블 방송에서 찰지게 강의를 하더니 국내 최고 인기프로그램 ‘무한도전’에 까지 출연할 정도이니 전국민을 상대로 역사 강의를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가 두각을 나타내기 이전에도 많은 스타 역사 강사가 있었을텐데 어째서 설민석이 국내 최고의 역사 강사로 우뚝 설 수 있었을까? 외모적 힘? 특출한 강의 능력? 나는 콘텐츠의 힘이 있었다고 본다. 그가 이렇게 방송에 나오기 이전에 스타 강사로 이미 이름을 날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도 그는 칠판에 그래픽을 더해 입체적 효과로 수강생들의 집중도를 끌어올렸다. 그러다가 새로운 콘텐츠로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한다. 바로 영화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짧게 설명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한 것이다. ‘밀정’의 황옥은 누구인가, ‘암살’에서 나온 역사적 인물들은 누구인가 등등 영화를 관함한 사람들이 궁금해 할 만한 포인트를 잡아 내 재치있게 설명했다. 사람들의 관심도가 올라갔고 방송에서도 찾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대국민 강의가 시작되었다. 


역사라는 지루할 법한 과목을 콘텐츠로 만들어 성공시킨 것이다. 재미없다고만 생각되는 역사를 활용하여 콘텐츠화 시켜 특화를 시킨 사람, 설민석을 단순히 역사 강사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를 보면서 시대에 뒤쳐진 것은 없고, 모든 것은 활용하기 나름이라고 다시금 깨닫는다. 



출처

1.베스트셀러 매대

http://dhsovhs3.tistory.com/111

2.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http://hulog.co.kr/category/%EB%B0%95%EC%8B%9C%EB%B0%B1%EC%9D%98%20%EC%A1%B0%EC%84%A0%EC%99%95%EC%A1%B0%EC%8B%A4%EB%A1%9D/2015%20%EB%B0%95%EC%8B%9C%EB%B0%B1%EC%9D%98%20%EC%A1%B0%EC%A1%B0%EB%A1%9D

3.설민석 강의장면

https://www.youtube.com/watch?v=PFXSqRWVx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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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알랭 드 보통.존 암스트롱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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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의 책은 부드럽고 섬세하다. 어려운 주제도 어렵지 않게 느긋하게 풀어내고 사람의 마음과 연관 지어서 나긋나긋 말한다. 문장이 강하지 않고 보듬어주듯이 말해 지친 이들에게 힘을 주는 듯 하다. 그래서 하루 종일 지쳐 있는 한국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책 역시 미술 작품을 우리의 영혼, 마음과 연관 지어 조곤조곤 이야기한 책이다. 미술을 감상하는 방법론으로 시작하는데, 예술은 다음 7가지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1. 나쁜 기억의 교정책, 2. 희망의 조달자, 3. 슬픔을 존엄화 하는 원천, 4. 균형추, 5. 자기 이해로 이끄는 길잡이, 6. 경험을 확장시키는 길잡이, 7. 감각을 깨우는 도구. 등등. 이렇게 기능에 대해서 알고 나의 미술관 방문기를 돌이켜 보니 난 항상 ‘희망의 조달자’ 로써의 예술만 편향적으로 바라본 것 같다. 슬픔을 표현한 작품에서는 공감하기 힘들어했고, 추상화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등, 내가 좋아하고 내가 원하는 그림만 바라본 것 같아 반성하게 된다.




그의 생각 중에 놀라운 점은 미술관에서의 기념품점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우리는 기념품점에서 기억에 남는 작품이 새겨진 컵이나 볼펜을 살까 하지만 그 무지막지한 가격에 이내 내려놓는다. 하지만 알랭 드 보통은 그 일상용품에 담긴 예술적 가치를 이야기한다. 반 고흐의 작품이 그려진 컵을 구매함으로써 우리는 예술을 일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그래서 기념품점은 예술의 일상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확장해야 할 공간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우리는 단순히 명화 그림이 프린팅 되었다고 값이 3,4배로 뛰는 머그 컵을 욕하지만 사실 그 컵의 가치는 그보다 더 클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20대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던 네덜란드 반 고흐 미술관을 다녀오면서 머그컵을 사왔었다. 반 고흐의 자화상이 그려진 컵은 그의 눈동자까지 세세히 그려 넣어 커피를 마실 때마다 그와 눈이 마주친다. 그래서 매일매일 그를 생각할 수 있었는데, 알랭 드 보통이 말한 바로 그 예술의 일상화를 나는 운 좋게 경험하고 있던 것이었다. 게다가 아몬드 나무를 그린 반 고흐 작품이 프린팅 된 우산마저 가지고 있으니… 너무 과도한 일상화인 듯 하다… 그래도 그 효과는 참 좋다. 컵과 우산을 볼 때마다 그림을 떠올리며 그 때의 감상을 다시금 회상할 수 있으니 예술이 살아 숨쉰다. 앞으로도 더욱 구입해서 가방, 휴대폰 케이스 등등으로 확장시켜 나가야겠다… 


-인상깊은 구절


p.145 – 예술은 마음의 단점을 교정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시간에 구속된 동물이라는 사실을 그리 잘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우리가 정말 어디로 가고 있고, 얼마가 지나야 거기에 닿을지 알지 못하고,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 곧잘 잊는다. ……... 예술가에게 가치 있는 프로젝트는 선구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예술은 우리의 허약한 상상력을 지탱해준다.


-> 평소에 미술에 아주 미약하게 관심이 있었고 유화를 사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이 구절을 읽고 더 구매하고 싶어 졌다. 유화의 그 거친 물감의 흔적은 사진이나 인터넷 화면에서는 느낄 수 없다. 유화를 보면 뭔가 입체적이고 나의 허약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래서 요즘 마음에 드는 명화를 찾고 있다. 명화를 직접 그려서 판매하는 업체가 있어서 거기서 사면 될 듯 하다. 난관을 극복하는 그림으로 거친 파도를 뚫고 가는 배 그림과 죽음을 표현한 그림이 일단 낙점이다. 두 작품을 매일같이 보면서 고난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죽음이 항상 곁에 있다는 냉철한 현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아직 나의 상상력을 가득 채우는 그림을 만나지 못해 찾고 있을 따름이다.



 p.232 – 예술에 대한 진정한 열망은 그 필요성을 줄이는 데 있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예술이 다루는 가치, 즉 아름다움, 의미의 깊이, 좋은 관계, 자연의 감상, 덧없는 인생에 대한 인식, 공감, 자비 등에 냉담해져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는 예술이 나타내는 이상들을 흡수한 뒤, 아무리 우아하고 의도적이어도 단지 상징적으로 밖에 드러내지 못하는 가치들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의 궁극적 목표는 예술작품이 조금 덜 필요해지는 세계를 건설하는 것이어야 한다. 


-> 예술은 좋은 것이기에 끝없이 확장하고 퍼져야 한다고 생각 했었는데, 큰 가르침을 얻는다. 예술의 궁극적 목표는 예술이 결국 덜 필요한 세상이라니…얼핏 모순 같다. 하지만 예술은 우리의 부족한 점, 우리가 꿈꾸는 것을 표현하기 때문에 현실이 만족스럽고 꿈꾸는 것을 이룰 수 있다면 예술의 역할은 줄어들 것이긴 하다. 다만 우리 인간은 항상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욕심이 많기 때문에 예술의 중요성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예술의 궁극적 목표를 미약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출처

1.아트샵 사진

http://www.thedahl.org/gift-shop.html

2.반고흐 머그

https://www.vangoghmuseumshop.com/en/tablew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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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06 1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 고흐 미술관에 직접 가보셨군요. 부럽습니다. ^^

윙헤드 2017-02-06 22:52   좋아요 0 | URL
다녀오기는 했지만 인상깊었던 고흐 그림은 오히려 다른 미술관에 있었답니다ㅜㅜㅋㅋㅋ cyrus님도 그림에 조예가 깊으신거 같은데 기회되시면 꼭 가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원래는....예술의 전당 '오르세 미술관'전을 보러 가려했다. 그런데 당일 예매한 표는 다음날 부터 입장할 수 있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에 당황하다가 마치 이걸 보러 왔다는 듯이 들어간 '르 코르뷔지에'전. 사실 바로 전날에 친구가 언급했던 건축가였다. 현대 건축의 아버지이며 아파트라는 개념을 창조한 사람. 그래서 '르 코르뷔지에'에 대한 완전 기초적인 정보를 가지고 감상하였다. 




1.

한마디로 천재인 사람이다. 물론 예술의 전당에 전시하는 사람치고 예술적 천재가 아닌 사람이 있겠냐마는....이 사람은 현대 3대 혁신을 이끈 사람으로 추앙받는다. 포드가 생산의 혁신, 빌 게이츠가 정보의 혁신을 이끌었다면 르 코르뷔지에는 주거의 혁신을 이루어냈다고 한다. 대단하다. 세계대전 이후로 일자리를 찾아 사람들이 도시로 밀려오자 주거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기존 건축 체제로는 한계가 있던 찰나, 그가 아파트 개념을 주창하며 현대 건축으로의 변혁을 주도했다. 물론 기존 건축가들과 예술가들의 엄청난 비난이 있었다고 한다. 투박한 건축물이 전혀 아름답지 않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사람의 편안한 생활을 위한 완벽한 기준을 제시하여 주거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사람이 살기에 적당한 크기의 집은 어느정도일까 라고 항상 생각했던 그는 '모듈러'라는 기준을 만들어냈다. 183cm의 사람이 팔을 위로 뻗었을때 나오는 길이 230cm를 생활의 기준으로 삼았는데 이것이 적당한지 물어본 아인슈타인에게 극찬을 받을 정도로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 여기서 우리가 흔히 부르는 '4평의 기적'이 탄생한 것이다. 내가 딱 183cm이기에 모듈러에 최적화된 사람이라 그냥 기분이 좋았다. 




그는 현대건축의 5원칙도 만들어냈는데 1.필로티(지면에서 건물을 띄우는 방식), 2.옥상정원(필로티로 생긴 1층의 손실을 옥상정원의 휴식공간으로 만회), 3.자유로운 파사드(철근 콘크리트 방식을 사용하여 어디에든 문과 창을 달 수 있음), 4.자유로운 평면(벽이 하중을 견디지 않아도 되어 연속성과 개방성을 획득), 5. 가로로 긴창(역시 벽이 하중을 견디지 않아도 되어 파노라마식 창이 가능). 이 그것이다. 이는 철근 콘크리트를 대대적으로 활용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전에는 돌로 건물을 쌓아서 벽이 하중을 지탱해야 했고, 그래서 창과 문을 조그맣게 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철근 콘크리트로 하중이 완벽히 분산되어 건물을 공중에 띄워도 되고 벽을 온통 창으로 뒤덮어도 가능했던 것이다. 사실 건축의 ㄱ도 몰랐었는데 이 정도만 알아도 대학교 건축학과 1학년과 한 5분은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운상가가 르 코르뷔지에의 현대건축5원칙을 원용하여 최초로 만들어진 건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모두가 알듯이 아파트 공화국이 되었다. 사실 르 코르뷔지에는 면적의 극히 좁은 면적에 아파트를 집중시키고 나머지는 녹지로 활용하기로 원했다고 한다. 그는 자연을 이해했고, 사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저 극도의 효율만 추구했을 뿐이니...도시공학을 단단히 잘못 이용하고 있다. 미국의 센트럴파크처럼 강제적인 공원이 필요하다. 서울역 고가공원같은 완전 인위적인 것 말고...용산 미군기지 철수 후 공원이면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여유는 줄 수 있을 것이다.




2.

한 예술가를 대상으로 한 전시회는 언제나 신비롭다. 그의 파란만장한 삶이, 몇십년의 삶이 2시간의 관람시간에 응축되어 있다. 처음은 언제나 유년기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말년에는 그의 마지막 작품, 혹은 사진과 함께 시대가 사랑한 예술가라는 칭호가 붙는다. 신비롭다. 유년기와 말년의 작품이 한자리에 있다니 몇십년을 뛰어넘는 연결이다. 우리는 그 속에서 흐름을 보려하지만 예술가는 과연 흐름을 표현하려 했을까. 예술가는 현재의 감정을 분출할 뿐이다. 10대의 드로잉이 80대의 유화를 예측이나 했을까. 우리는 10대와 80대에서 같은 것을 보려하지만 사실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의 인생도 일관되지 못한데 예술가의 인생이 일관되었다고 바라는것이 이상하다. 뭉크는 항상 절규와 같은 절망적인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라는 우리의 흐름. 하지만 그는 찬란한 그림도 그렸고, 행복도 느꼈다. 고흐도 그렇게 어려운 그림을 그렸던 말년에 동생 테오의 자식이 태어나자 가장 행복한 그림 '아몬드 나무'를 그렸다. 우리는 흐름을 보면 안되고 각각의 그림에 담긴 예술가의 감정에 공감해야 한다. 그러면 두 시간 내내 그의 몇십년 인생의 숨결을 같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출처

1.르 코르뷔지에전 포스터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374720

2.빌라 사보아 사진

http://blog.hwenc.co.kr/172

3.세운상가 사진

https://namu.moe/w/%EC%84%B8%EC%9A%B4%EC%83%81%EA%B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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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게 스타일 - 덴마크 사람들의 편안하고 따뜻한 집과 생활
마리 토렐 소더버그 지음, 정여진 옮김 / 위즈덤스타일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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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휘게는 덴마크 용어로 편안함, 안락함을 의미하여 가족, 친구 또는 혼자서 여유롭고 따뜻한 시간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집에서 양초를 켜고 친구와 맛있는 음식을 해먹고, 책을 읽고, 뜨개질을 하고, 핫초콜릿을 먹는 등 일상에 작은 행복을 주는 시간을 전반적으로 의미한다. 이 용어는 몇몇 트렌드 전문가들이 올해 한국의 화두어로 제시했으며 관련 책들도 슬금슬금 출판되고 있다. 그리고 ‘휘게’는 한국에서 인기를 끌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 화두는 자존감, 혼자만의 시간이다. 혼밥족, 혼술족은 이제 일상용어가 되었고,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를 가면 자신을 성찰하는 인문학 책이 그렇게 인기가 많다. 복잡한 사회생활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방증이다.




향초 문화는 한국에서 이미 2년 전에 한 번 붐이 일었고, 현재 진행형이다. 경제가 어려워도 디저트 산업은 여전히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바쁜 일상에 작은 사치, 작은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이다. 대만 카스텔라, 프랑스 마카롱 등 점점 고급스러운 디저트 브랜드가 한국에 들어오고 있는게 이를 말해준다. 셀프 인테리어 시장도 커지며 가성비 높은 가구를 많이 찾고 있고 여러모로 혼자를 위한 생활로 변해가고 있다. 게다가 한국인들은 북유럽 문화에 동경심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인 ‘휘게’라면 확실히 인기가 좋을 것이다.


한국은 지금보다 휘게 문화가 더 필요하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휴식, 여유를 포기, 도태로 인식하고 있다. 모든 어린이들이 개미와 베짱이 우화를 읽으며 컸을 것이고 베짱이보다 개미가 훨씬 낫다는 생각을 가지며 자란다. 학교를 다니면 방학에는 학기중보다 공부를 더하고 직장에서는 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 잠시라도 쉬면 남들보다 뒤쳐지기에 그렇게 모두가 숨이 턱턱 막히며 달린다. 그런데, 그렇게 달렸는데도 집 한 채 사지 못하고 개천에서 용이 나지를 못한다. 그래서 최근 들어 개미에 대한 회의감과 함께 베짱이의 여유로운 삶이 각광받고 있지 않나 싶다. 




YOLO(You Live Only Once)는 전세계 젊은이들의 화두인데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쓰이며 저마다 하고 싶은 일을 현재에 하기 시작한다. 미래가 더 암울해질 것을 알기에. 휘게 문화의 활성화는 이런 변화에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모두가 다이어트를 할 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초콜릿 케이크를 먹는 행복이 결코 죄악이 아님을, 일요일에 정오 넘어 느지막히 일어나 친구들과 파스타를 해먹어도 결코 뒤쳐지는 것이 아니라는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 휘게는 한국 사람들에게 한 숨 돌릴 여유를 줄 수 있다. 



2.

다만 진정한 휘게는 아닌 변형된 모습이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덴마크에서의 휘게는 ‘같이’하는 활동이다. 집 안을 편안히 꾸며 놓아 가족, 친구들이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고 같이 요리해 먹고 같이 이야기를 나눈다. 반면, 한국에서는 철저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위한 휘게다. 혼술, 혼밥은 누구에게도 방해 받고 싶지 않은 의지의 표현으로 관계에 대한 거부를 나타낸다. 아마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은 서로 간에 뭘 하는지 어떤 가치관을 지니는지 신경 쓰지 않는데 비해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너무 신경 쓰기 때문은 아닐까. 타인을 인정하고 배려해주기 위해서는 ‘나에 대한 이해’가 필수일 테니 ‘혼자만의 휘게’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거치면 다른 이들과의 휘게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의 한줌 여유를 주는 휘게 문화를 선도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출처

1.양초킨가족사진

http://buchbaker.tistory.com/829

2.욜로 이미지

http://www.insidefortlauderdale.com/1122/YOLO-makes-the-Banned-List

3.원룸 인테리어

http://jowook.tistory.com/entry/5%ED%8F%89-%EC%9B%90%EB%A3%B8-%EC%85%80%ED%94%84%EC%9D%B8%ED%85%8C%EB%A6%AC%EC%96%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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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
이소이 요시미쓰 지음, 홍성민 옮김 / 펄북스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1.

우리나라에 도서관이나 서점이 많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읽은 책. 일본은 싫지만 얄미울 정도로 잘하는 것들이 많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일본의 동네도서관 형성과 유지와 같은 것 말이다. 부동산회사에서 교육, 문화 사업을 담당하며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50대의 저자, 이소이 씨가 26살의 청년에게 감명을 받아 같이 동네 도서관 사업을 시작하였다. 항상 효율, 하는 일의 의미를 따지던 저자에게 의미 없지만 따뜻하고 인간 중심적 사상을 가진 유이치라는 청년의 생각은 감명 깊었다고 한다. 부친의 낡은 건물에서 도서관을 만든 그들은 차츰, 부동산 회사의 문화공간 설계, 대학과의 연계로 동네도서관의 가치를 곳곳에 퍼트려 나갔다. 도서관은 항상 조용해야 한다는 기존의 인식을 깨고 잦은 토론활동과 강연으로 동네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스스로 이끌어 나가게 만들었다고 하니 풀뿌리 정신의 도서관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부러운 점은 저자를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동네도서관의 비전에 공감하여 도서관 건립을 위해 책장도 같이 만들고 책도 기증하는 등 주체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이라는 강점이 있어 잘 뭉치고 유대감이 단단하다는 내세울 점이 있었는데 사실 요즘엔 일본이나 그 어느 나라보다도 개인주의가 강해진 것 같아 유달리 더 부러웠다. 


우리나라도 책문화와 관련해서 힘쓰는 단체들이 있다. ‘책 읽는 지하철’이라는 시민단체는 매 격주 토요일 오전에 지하철 2호선 어느 역에서 만나 노선을 한 바퀴 돌때까지 책 읽는 플래시몹을 하는 단체이다. ‘북클럽 오리진’이라는 카카오톡의 채널은 지식문화 커뮤니티를 지향하며 여러 저자와의 대화, 토론도 열고 매일 좋은 글귀도 보내준다. 이 외에도 다른 많은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을 텐데 일본의 동네도서관 프로젝트처럼 전국구로 퍼지지 못해 아쉽다. 물론 반드시 전국구로 퍼져야 성공적인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 괜스레 아쉬운 마음이 든다. 




2.

사실 동네도서관은 내가 지향하는 방향은 아니다. 나는 좋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기 때문에 동네도서관처럼 보수가 사실상 없는 일을 벌리고 싶지는 않다. 좋은 소비를 유도하면서 회사 덩치를 키워 일자리도 만들어내고 새로운 좋은 산업을 만들어내면 궁극적으로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저자는 나와 같은 사람을 많이 만났나 보다. 책 말미에 ‘돈도 안되는 걸 왜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고 하니…그의 대답은 ‘즐기는 놀이’였다. 우리는 너무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를 내는 것에 집착하는 데 어른에게도 가끔은 놀 수 있는, 좋은 의미의 빈둥거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동네도서관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구구절절 맞는 소리이다. 목표보다 과정을 즐기고 있다는 그의 방향을 받아들여 대충 실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 




내용 중에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가 참고하기에 대단히 좋다. 미국에서 일반인이었다 토드 볼 씨가 책을 좋아하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책을 공유하고자 했다. 그는 집 앞에 새집 모양의 나무상자를 만들어 누구나 책을 읽고, 가져다 놓고, 기증할 수 있게 했다. 2009년에 시작했는데 지금은 세계 75개 나라에서 2만 곳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거대한 도서관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다. 이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를 통해 이웃과의 커뮤니티가 엄청나게 늘었다고 하니 과연 즐기는 놀이로서 참 좋은 예시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하면 ‘누군가 몽땅 가져가서 중고서점에 팔겠지’, ‘새장 안에 쓰레기만 가득찰 것’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처음에 든 생각이기도 하다) 하지만 해봐야 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2015년 8월에 서울 강북구 50여 곳 소공원에 ‘리틀라이브러리 강북’을 만들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군포와 육군에도 도입이 되는 걸 보니 차츰차츰 늘어나는 것 같다. 나도 우리 동네에 하나 만들어볼까. 책값을 벌자…!!



출처

일본 이소이도서관

http://happylibrary.tistory.com/category/%ED%86%A1%ED%86%A1%20%EB%9D%BC%EC%9D%B4%EB%B8%8C%EB%9F%AC%EB%A6%AC/%EC%B1%85%EC%86%8D%EC%9D%98%20%EB%8F%84%EC%84%9C%EA%B4%80

리틀라이브러리

http://www.reading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5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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