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투 런 Born to Run - 신비의 원시부족이 가르쳐준 행복의 비밀
크리스토퍼 맥두걸 지음, 민영진 옮김 / 페이퍼로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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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달리기 책을 또 한 권 읽었다. 이전에 '뛰는 사람'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이번에는 관심사보다는 추천 때문이었는데, 읽다 보니 재밌어서 끝까지 다 봤다. 

달리기는 이제 잘 하지 않게 됐다. 예전에 30분 달리기를 할 수 있게 된 뒤 다시 하지 않게 됐지만, 여전히 좋은 기억이다. 대신 요새는 수영을 한다. 수영이나 달리기처럼 몸을 움직이는 일. 

책에는 다양한 달리기 주자들이 등장한다. 달리기만 하면 무릎 등의 통증으로 힘들던 저자가 달리기에 특화된 부족과 그들의 친구인 카바요 블랑코를 찾아나서 그들끼리의 달리기 대회를 함께하는 내용이다. 라라무리, 찾아보니 라라무리이나 언어가 달라 침략자들에게 의해 타라우마라족이라 불리는 이 부족은 계속 달릴 수 있는 무한한 체력을 갖추고 있다. 과연 어떻게 가능할까, 추적하다 보면 지금 시대의 달리기, 운동화를 신고 달려야 한다는 강박 자체가 이미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들은 타이어를 바닥에 댄 샌들을 신고 하루종일 달리면서도 전혀 지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우리 인류는 오래 달리기를 통해 살아남았음을, 아마 진화에 과정에 두 발로 서게 된 것 역시 이 능력을 위해서였음이 밝혀진다. 나이키가 만든 쿠션 신발의 불편한 진실(결국 자본 증식을 위해서만 설계된)도 마주하게 된다. 

재밌는 것은 달리기 능력에 중요한 점은 사랑이라는 것이다. 인류가 협동하며 달리며 사냥했듯 달리기 역시 그런 정신적인 능력이 육체에 영향을 미친다. 

정신과 육체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 사실을 잊고 지내던 중…

수영할 때도 몸을 움직이며 느끼는 행복감이 있다. 결국 우리는 모두 물속에서 나온 동물이라는 사실을 깨우치게 되는 것이다. 

오늘은 런데이 1일차 프로그램이나마 하며 잠시나마 달려야지.

달리기의 엔도르핀.



2026 3 18일 수요일


즐거움과 결의는 보통 상반된 감정이다. 그런데 타라우마라족은 두 감정을 동시에, 그것도 넘치도록 느끼고 있었다. - P133

이것이 바로 타라우마라족의 진짜 비밀이었다. 그들은 달릴 때의 좋은 느낌을 잊지 않았다. 달리기가 인류 최초의 순수 예술이며 창조적 활동의 근원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인류는 장거리 달리기를 통해 살아남아 번성하고 이 행성 전체에 퍼졌다.

우리는 달리도록 태어났다. 달리기 때문에 태어났다. 우리는 모두 달리는 사람들이었다. 타라우마라족은 그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 P135

지혜의 여신에게 심장을 주어야 한다. 그녀에게 사랑과 관심을 주어라. 그러면 부의 여신이 질투가 나서 여러분을 따라올 것이다. - P138

소외되면 자유가 생긴다. - P139

"트레일과 싸우지 마. 트레일에 몸을 맡겨." - P159

그는 피로가 무서워 물러서기보다는 피로를 끌어안았다. 피로를 없애려고 하지 않았다. 어떤 것에 달인이 된다는 것은 더 이상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 P178

미워하지 않고도 싸워 이길 수 있었다. 어떤 것을 진짜 정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사랑하는 것이다.
- P179

스콧은 경주를 마친 다음에도 결승선을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슬리핑백으로 몸을 감싸고 서 있었다. 다음날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불굴의 의지로 결승선을 향해 달려오는 마지막 주자를 목이 쉬도록 응원하며 그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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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연의 얼굴은 여러 개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삶에 대한 사랑이다. 맹수도, 기생충도 자연의 일부이다. 그것들을 사랑하기는힘들겠지만, 그것들을 현실의 일부로 인정하고 자연의 무한한 발명 재능에 박수를 보내야 하는 것이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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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EBS CLASS ⓔ
강신주 지음 / EBS BOOKS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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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지수라는 사자성어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며 깨끗한 거울, 맑은 물 이라는 이 사자성어가 무슨 뜻인가 나도 궁금했던 것 같다. 어렴풋이 그런 기억이 있다. 이 사자성어는 무언가 더 설명이 필요한데, 하던 기분. 그 답을 이제서야 알아냈다.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자성어였다. 너의 마음은 깨끗한 거울인가, 고요한 물인가. 거울은 계속 닦아야 세상을 비출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때가 타 아무것도 비출 수 없지만, 물은 어떤 것이든 비춰내고 무엇이 와도 흔들리는 듯 하나 금세 다시 자기를 회복해 무엇이든 비출 수 있게 된다는 것. 그 모든 고통을 담아내는 지수와 같은 마음. 

명상을 하려고 누워 있다 보면 얻게 되는 지수와 같은 마음. 그러면서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에서 조시마 장로님이 하는 이야기와도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심판자가 되지 말라는, 그 말은 어쩌면 지수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한 시절을 견디게 해주는 것들이 있다. 한 시절 흠뻑 빠져있게 되는 것들. 한때는 김어준의 방송이 그랬고 (지금도 어느 정도 그렇지만) 어느 시절에는 강신주의 강연이 그랬다. 매일 설거지하며 강연을 들었다. 그때는 생생했던 강연이 또 금세 물러나 수처작주 입처개진에 감동받아 주인이 되고자 했던 다짐이 어느새 희미해지고 말았다. 또렷하던 생각들이 흩어져 마음이 어디 있나 돌보지 않고 살았던 것도 같다. 오랜만에 그의 책을 읽으며 '수처작주 입처개진'을 다시 떠올려본다. 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면 서있는 곳마다 모두 참되다는 경지. 


행복한 책이다. 좋았던 구절을 적으며 행복했다. 주인된 채, 몸과 마음이 함께 있어서 였나 보다.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가 있다면 이 책을 줘야 겠다. 애지중지하는 마음, 아끼는 마음으로 가득한 사랑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하는 책도 많지 않을 것 같다. 


차례를 다시 보았다. 모든 것은 무상하고 인생은 고통이 난무하나 나의 고통을 넘어서 인연의 한 줄기를 느끼며 주인된 마음으로 아낄 수 있다면, 눈부처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정리할 수 있을까. 

엄마가 애지중지하는 마음으로 나를 키워 그 마음을 부여잡고 살아가고 있음도 깨우쳤다. 누군가의 애지중지를 이해한다는 것, 그 타들어가는 마음, 책 제목에 따르자면 밥 한 공기의 사랑을 이해한다는 것, 그녀가 고통을 넘어서 만든 밥 한 그릇을 받아먹고 살아온 생, 자중자애하며 아끼는 것들을 마음에 잘 품고 잘 아끼고 살아야지. 


시간이, 세월이 사랑이 아닐까 적어두었는데, 시간과 세월을 지켜보는 힘은 사랑이므로, … 맞는 말인 듯 하다. 


네 녹슬어감을 사랑해 라고 말할 수 있게...



2026 2 19일 목요일


상대방의 기쁨과 나의 기쁨 사이

의 중도! 혹은 상대방의 자유와 나의 자유 사이의 중도! 바로 이것이 진정한 사랑, 즉 아낌의 지혜다.

-p.319


아끼는 대상이 무엇이든 우리는 그것의 행복에 있어 '한 공기의 연'일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중략) 우리는 충분히 쉬어야 한다. 잘 쉬고 맛있는 것을 먹고 잠도 잘 자야 한다. 우리에게는 '한 공기의 연'을 채워야 할 때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p.327


삶은 '잘 살았다' 혹은 '못 살았다' 둘 중 하나일 뿐이다. 잘 살았다면 그냥 계속 그렇게 잘 살면 되고,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들면 제대로 잘 살려고 노력하면 된다. 

-p.341


이렇게 아끼면서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제대로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p.342




배고픔이든 고독이든 뭐든 타인의 고통이 사무치는 것이 사랑이니까. - P10

사랑은 ‘한 공기의 밥‘과 같은 것이다.

한 공기의 사랑이다. 그의 고통을 완화시켜주는 ‘한 공기‘의 사랑을 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 P11

애지중지하는 마음은 그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것, 한마디로 그를 내 뜻대로 부리지 않겠다는 마음이다. - P11

고통에 직면하고 그것을 완화시키는 방법을 배운 사람, 그런 사람이 <고쳐 쓰는 묘비>에서 김선우 시인이 말한 "삶의 완성자"가 아닐까. - P23

웃음과 행복은 자신으로부터가 아니라 외부로부터, 정확히 말해 나와 타자와의 관계로부터 가능하다는 사실을. - P24

고통을 느끼는 것, 그래서 그 고통을 어떻게든 완화시키려 하는 것, 그것이 자비다. - P26

수단과 목적이 일치하지 않으면 ‘노동‘이고, 반대로 수단과 목적이 일치되면 ‘놀이‘라는 것이다. - P65

영원하지 않으니 불꽃은 이내 꺼질 것이다. 그러니 더 소중하고 더 집중해야 한다. - P69

무상을 직면한다는 것!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것이다.
- P72

벚꽃을 본다는 것, 그것은 벚꽃이 품고 있는 무상을 본다는 것이다. - P73

무상을 느끼지 않고 우리 마음에서 어떻게 사랑이 싹틀 수 있을까. 바로 이것이 싯다르타의 마지막 가르침 ‘제행무상‘이 가진 힘이다.
벚꽃의 무상을 본 사람은 자신의 무상도 동시에 본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 P78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그 무상을 얼핏 보거나 흐릿하게 보는 게 아닐까.
- P79

순간적이라고 믿는 우리의 선택이나 행동이 사실 ‘영원한‘ 선택과 행동이라고 이야기한다.
- P85

우리 삶은 영원한 것도 아니고 순간적인 것도 아닌, 다시 말해 영원과 찰나 그 중간 어디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 P99

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 아무리 바깥에서 저잣거리에서 비루해졌다 할지라도, 바로 그곳에서 우리는 아름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넘어진 곳에서 일어나야 하는 존재다.
- P102

살아가면서 인간은 비루함을 벗어던질 수는 없지만, 그 비루함에서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 P103

타자와 연결되면서 거듭 새로운 나로 탄생한다는 이야기이니까. 우리는 세상과 무관한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타자와의 접촉을 통해 매번 새롭게 맺히는 이슬과도 같다.
- P103

나와 대상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사랑의 대상이 되느냐, 아니면 관조의 대상이 되느냐가 문제다.
- P112

결국 나 자신을 포함한 모든 존재는 ‘영원과 불멸이라는 한 극단‘과 ‘순간과 찰나라는 또 다른 극단‘ 사이 어딘가에 존재한다. 바로 이것이 싯다르타가 말한 중도의 의미다.
- P114

그러므로 중도의 길, 사랑의 길, 자비의 길에 들어서려면 균형 잡기가 필수다. 자전거를 탈 때처럼 영원 쪽으로 넘어지려 할 때는 순간 쪽으로 핸들을 틀고, 순간 쪽으로 기울어지려 할 때는 영원 쪽으로 핸들을 트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 P132

마음을 고요하게 하려는 이유는 세상을 냉담하게 관조하는 ‘명경‘이 아니라 세상의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파문이 일어나는 민감한 ‘지수‘처럼 마음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 P139

시인은 고요한 물과 같다. 그러니 돌이나 나무토막이나 쇳덩어리 등이 던져졌을 때, 고요한 물은 충격을 받지만 그 충격을 해소하며 자기 표면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무거운 것은 가라앉히고 가벼운 것은 흘려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 P144

세계는 ‘없음‘이 아니라 ‘있음‘으로 충만하다는 사실이다. (중략) ‘없음‘의 경험은 어떤 대상이나 어떤 사건에 대한 기억이나 기대가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 P150

수행이, 공부가, 성숙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그때부터는 세상이 아프게 다가온다. (중략) 성숙하면 자신이 강해지고 자신이 많은 것을 가지게 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아끼게 되고 사랑하게 되고 아파하게 된다.
- P176

사물들이 다른 것에 의존하여 존재하는 것을 공(空)이라 부른다.
- P192

새로운 인연을 만들려면 우리는 과거의 인연을 펼쳐 보여줘야 한다. 동시에 이렇게 펼쳐진 주름을 싫어하지도, 조롱하지도, 비웃지도 않는 따뜻한 타자도 필요하다. 주름의 펼침, 그것은 나와 타자 사이의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한 기적이다.
- P203

자유란 별 것 아니다. 몸이 있으면 마음도 같이 있고, 마음이 있으면 몸도 같이 있는 것이다.
- P233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야 주인으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략) 사랑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주려는 의지니까.
- P240

이익과 이해의 관계가 아니라 애정과 사랑의 관계라면 우리가 감당해야 할 의무가 하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정직‘이다. 한마디로 말해 자신의 ‘본래면목‘을 있는 그대로 상대방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 P242

사랑하는 관계라면 자신이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상대방에게 그대로 표현해야 한다.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이자 사랑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의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고, 반대로 타인이 원하는 것에 복종하지도 않아야 한다. 이 두 가지 준칙 사이에서 유지되는 것이 바로 사랑이 아닌가. - P243

멈출 수 있어야, 혹은 그만둘 수 있어야 자유다. 멈출 수 있는 사람만이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 있고, 관계를 단절할 수 있는 사람만이 자기 뜻대로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중략) 멈출 수 있는 자유를 가슴에 품을 때, 그가 누구이든 상대방은 우리를 사랑하지는 않더라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 P244

‘당신에게 기쁨과 쾌활함을 주는 관계가 있다면 그것을 목숨을 걸고 지속하고, 당신을 슬프게 하거나 우울하게 하는 관계가 있다면 목숨을 걸고 끊어버려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사람이 바로 주인이다. - P246

몸과 마음 사이의 거리가 점점 줄어들면 우리는 주인으로서의 삶을 영위하게 되는 것이고, 반대로 몸과 마음 사이의 거리가 점점 벌어지면 주인이 아니라 노예의 삶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 P249

주인으로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면 마음이 가는 곳에 몸이 가고 몸이 가는 곳에 마음도 갈 것이다.
- P250

‘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면, 서 있는 곳마다 모두 참되다‘라는 뜻이다. 주인이 된다는 것, 그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 P250

주인이 된 자는 대부분 몸과 마음이 일치하는 삶을 영위한다.
- P251

사랑은 행동으로 증명되어야 할 그 무엇, 반드시 몸으로 드러나야만 하는 그 무엇이다.
- P275

현실에서는 타인에 대한 사랑과 자기에 대한 사랑이 항상 뒤죽박죽 뒤섞여 있다.
- P281

매번 발화할 때마다 상대방의 고통을 덜어 내게로 가져오겠다는 사랑의 각오를 다질 수 있게 해주는 표현, 아울러 자신의 사랑이 타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표현은 없을까. (중략) 바로 ‘아낀다‘는 말이다.
- P284

아낌은 그 사람 대신, 혹은 그 사람을 위해 기꺼이 감당하는 수고와 노동, 즉 사랑을 증명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 P288

중생들의 고통을 네 것으로 가져오고, 중생들의 수고를 네 것으로 가져오라. 바로 그것이 자비이고 보시다.
- P297

애지중지하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 P301

상대방이 나를 무시하지 않고 부처처럼 존중하니 나는 상대방의 눈에서 내 눈부처를 보고, 나도 상대방을 부처처럼 존중하니 상대방도 내 눈에서 자신의 눈부처를 본다.
- P311

꽃잎들을 열반에 드는 부처로 보는 순간, 그 한 장 한 장의 꽃잎들이 하나하나의 눈동자가 되어 시인의 모습을 비춰주었던 것이다.
- P313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를 자유롭게 한다는 의미이자, 그가 "노!"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을 긍정한다는 의미다.
-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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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산책 말들의 흐름 4
한정원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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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병진이가 좋다며 소개했던 것 같다. 도서관에서 빌렸으나 몇 페이지 읽지 못하고 가져다줬다. 너무 감상적인데, 생각했었다. 

학교에 작가와 같은 이름을 가진 언니가 있었다. 그 언니가 이 책의 저자라고 했다. 문득 사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보니 그 언니는 아닌 것 같다. 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예쁘고 귀여운 언니였는데, 그 언니가 이런 책을 썼다니 하며 한동안 두근거렸는데, 작가 얼굴이 그 사람이 아니다. 아무리 세월이 흘렀더라도, 그 언니는 아니라 조금은 아쉬웠다. 그 사람이 소록도에 가거나 이런 글을 썼다면 더 좋을 것 같았던 이유는 뭘까. 

둔내에서 여기로 오는 기차에서, 집으로 오는 버스에서 읽었다. 형광펜으로 줄을 치다 보니 점점 많은 문장에 줄을 치게 됐다. 

아름다움에 대해 

행복에 대해 

노래에 대해 

오랜만에 생각했다. 인터넷이 주는 대로, SNS가 주는 대로 생각하는 데 익숙해지던 와중 오랜만에 생각이란 것을 했다. 행동을 바꾸는 생각, 행동을 바꾸는 문장


바다에는 모래보다 소금보다, 비밀의 밀도가 높을 것이다. 

-p.78


이런 문장들로 이루어진 책을 쓴 사람이라면 행복하겠다는 생각


마음 하나로 빚어낸 


때로 스스로가 너무 사치스러운 인간은 아닌가, 다들 돈벌이를 하느라 하고 싶지 않아도 그걸 하느라 바쁜데 그것을 거의 포기하고 있는 나라는 인간의 잉여스러움에 부끄럽던 차, 이 책을 보니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다들 열심히 가고 있는 거기 당도하고자 하지 않음이 나쁘거나 방종한 것은 아니라고 다른 데 도달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고 도달하지 않고 그저 여기저기 둘러보거나 하며 살 수도 있는 게 아닌가, 삶에 정답은 없으니 


문장을 꼭 끌어안고 잠들고 싶은, 


나는 질문으로 세상을 살지 않고 있나?


여기 있는 책을 다 읽고 싶은 마음、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때 읽지 않아 다시 리스트를 만드는 일이 결국 쓸데없이 시간만 쓰고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지만

그래도 리스트를 만들어 하나하나 읽어보고 싶은 



2026 1 21일 수요일




내가 보는 것이 결국 나의 내면을 만든다. 내 몸, 내 걸음걸이, 내 눈빛을 빚는다. - P25

가슴속에 노래를 간직하고 있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의 차이였을 것이다. - P32

행복은 그녀나 나에게 있지 않고 그녀와 나 사이에, 얽힌 우리의 손 위에 가만히 내려와 있었다. - P32

그렇게 생각할 때, 나와 생각 사이에 또 행복 같은 것이 있었다. - P33

가지지 못한 것이 많고 훼손되기만 했다고 여겨지는 생에서도, 노래를 부르기로 선택하면 그 가슴에는 노래가 산다. 노래는 긍정적인 사람에게 깃드는 것이라기 보다는, 필요하여 자꾸 불러들이는 사람에게 스며드는 것이다. - P34

나의 최선과 당신의 최선이 마주하면, 나의 최선과 나의 최선이 마주하면, 우리는 더는 ‘행복‘에 기댈 필요가 없다.
- P35

기쁘고 슬플 것이나 다만 노래하자고.
- P35

숫자 11의 생김새를 골똘히 보면, 나무 두 그루 모양이다. 잎을 다 떨구고 빈 가지만으로 서 있는 만추의 나무. 그 잎들은 바람을 타고 멀리 가기도 하겠지만, 대개는 나무 바로 밑 둥치로 떨어져 모인다.
- P39

나와 아저씨들은 끝까지 서로의 신상에 관해서는 몰랐지만, 아랑곳 않고 곁을 내주었다. 집 앞 담벼락과 트럭 밑처럼, 거기 둥근 밥그릇처럼, 질박한 공간을 당당히 차지하도록 허락했다. 우리는 구석에서 사는 사람들이었다. 구석의 목소리는 곧 꺼질 불씨처럼 위태로워서, 구석끼리 자꾸 말을 시켜 되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우월함을 드러내는 연민이 아니라,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있어 바치는 아부가 아니라, 나에게도 있고 타인에게도 있는 외로움의 가능성을 보살피려는 마음이 있어 우리는 작은 원을 그렸다. - P55

점점 뜨거워지고 따가워질 울음이다. 매미는 자신의 마지막을 알아서 더 애태우는 것일까, 몰라서 열중할 수 있는 것일까. - P59

사랑은 불처럼 일어서는 마음이었고, 이별은 불 때문에 끝내 사그라드는 마음이었다. 남자는 보이지 않는 불꽃을 보여주려고 조바심을 냈지만, 여자는 이미 검은 재와 흰 연기의 시간에 도착해 있었다. - P60

뜨거운 존재들이 견디고 있는 것은 ‘지금‘이라는 시간이다.
- P61

혹시 나에게는 불 대신 빛이 있을지. 불을 지를 수는 없지만 당신을 환하게 비출 수는 있을지. 은은하게 나의 사랑을 연명해나갈 수도 있을지. - P61

바다에는 모래보다 소금보다, 비밀의 밀도가 높을 것이다.
- P78

그래서 나는 바다 곁에서 살기를 바라고 있다. 걸어서 바다에 닿을 수 있는 크지 않은 집에서, 가능한 아는 사람들 없이 혼자 혹은 둘이서, 변함없이 덧없이 사랑하면서. - P79

선명함을 잃을 때 모든 존재는 쓸쓸함을 얻는다. - P121

여기에 잘못 온 것 같은데, 그렇다고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 P123

시도 저녁도 어려운 것인데, 어느새 나는 그것에 기대서만 간신히 살아간다. 뚜렷하고 익숙하며 사라지지 않는 것은 이 세계 어디에도 없음을 알게 되어서이다.
- P124

세상과의 결속에서 틈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나의 내면이 나의 존재와 끊어지지 않으려 분투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인지 영영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계속 시도해보겠다는 의지 같은 것. - P125

창문에는 이름과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같은 것도 붙고, 눈이나 돌멩이로 위장한 진심도 스쳐간다. 그것은 숨겨져 있다가, 어두워진 창이 바깥 풍경을 지우고 내 얼굴을 비추면 그 위로 슬그머니 상을 겹친다.
그러니 나에게도 파로흐자드에게도 창문이 필요했던 이유는, 그것이 상상이고 이해이며 꼭 한 번은 거울이 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앞에서는 그저 침묵할 수밖에 없는.
- P132

산책의 마지막 기쁨은 돌아가는 길을 얼마나 순순히, 서두르지 않고 걷느냐에 달려 있다.
- P155

말이 맥락에서 일탈할 때, 말 속의 희비극이 돌연 짙어지는 것을 느낀다. - P156

걷다가 죽어가는 벌게 곁에 있어주고, 창을 내다보는 개에게 인사하고, 고양이의 코딱지를 파주며 탕진하는 시간이 나는 부끄럽지 않다. 그 시간의 나는 진짜 ‘나‘와 가장 일치한다. 또한 자연이나 스치는 타인과도 순간이나마 일치한다. 그 일치에 나의 희망이 있다. 부조리하고 적대적인 세계에서 그러한 겹침마저 없다면, 매 순간 훼손되는 존재를 어떻게 바라보고 견딜까
-방안에 있을 때 세계는 내 이해를 넘어선다. 그러나 걸을 때 세계는 언덕 서너 개와 구름 한 점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윌러스 스티븐즈, <사물의 표면에 대하여>)
- P157

한 사람을 오래 응시할 수 있으려면 마음이 단출하고도 단단해야 할 거예요. - P167

누구를 기다릴 때면 그 잠잠한 시선을 떠올리며 자세를 가다듬습니다. 펄럭이지 말자, 다짐하면서요. - P167

삶에서 그만한 사랑이 찾아오는 때는 단 한 번이라는 것, 어쩌면 그것도요. - P168

"같이 걸어요."
모든 시작이 이런 말이면 어떨까요. 같이 걷자는 말. - P169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이야기했지요. 나무가 보이면 나무를, 벽이 보이면 벽을, 사람이 보이면 사람을.
- P170

그건 하나의 마음을 평생 가져가는
- P170

오래 바라보니, 그건 그대로 기도가 되었어요. 제 기도는 늘 질문이고요.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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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하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18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영원히 당신은 나의 마음속에 깊은 상처로 남을 것이고, 나 역시 당신의 마음속에 똑같은 상처로 남을 테니까요. (까쩨리나 이바노브나)
- P1336

어쩌면 그것은 거짓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순간만은 진실이었다. 그리고 그들도 자신의 말을 절대적으로 믿었다.
- P1337

서로 못된 성격을 가지고 있기는 마찬가지죠! 모두 못된 인간들이에요! 그러니 누가 누굴 용서한단 말이죠?
- P1338

이렇게 큰 바위 옆에서 우의를 나누던 일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최소한 이 순간만은 착하고 훌륭한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마음속에서는 비웃지 못할 겁니다. 또한 아름다운 이 추억이 우리를 커다란 악으로부터 지켜 줄 겁니다. - P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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