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EBS CLASS ⓔ
강신주 지음 / EBS BOOKS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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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지수라는 사자성어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며 깨끗한 거울, 맑은 물 이라는 이 사자성어가 무슨 뜻인가 나도 궁금했던 것 같다. 어렴풋이 그런 기억이 있다. 이 사자성어는 무언가 더 설명이 필요한데, 하던 기분. 그 답을 이제서야 알아냈다.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자성어였다. 너의 마음은 깨끗한 거울인가, 고요한 물인가. 거울은 계속 닦아야 세상을 비출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때가 타 아무것도 비출 수 없지만, 물은 어떤 것이든 비춰내고 무엇이 와도 흔들리는 듯 하나 금세 다시 자기를 회복해 무엇이든 비출 수 있게 된다는 것. 그 모든 고통을 담아내는 지수와 같은 마음. 

명상을 하려고 누워 있다 보면 얻게 되는 지수와 같은 마음. 그러면서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에서 조시마 장로님이 하는 이야기와도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심판자가 되지 말라는, 그 말은 어쩌면 지수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한 시절을 견디게 해주는 것들이 있다. 한 시절 흠뻑 빠져있게 되는 것들. 한때는 김어준의 방송이 그랬고 (지금도 어느 정도 그렇지만) 어느 시절에는 강신주의 강연이 그랬다. 매일 설거지하며 강연을 들었다. 그때는 생생했던 강연이 또 금세 물러나 수처작주 입처개진에 감동받아 주인이 되고자 했던 다짐이 어느새 희미해지고 말았다. 또렷하던 생각들이 흩어져 마음이 어디 있나 돌보지 않고 살았던 것도 같다. 오랜만에 그의 책을 읽으며 '수처작주 입처개진'을 다시 떠올려본다. 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면 서있는 곳마다 모두 참되다는 경지. 


행복한 책이다. 좋았던 구절을 적으며 행복했다. 주인된 채, 몸과 마음이 함께 있어서 였나 보다.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가 있다면 이 책을 줘야 겠다. 애지중지하는 마음, 아끼는 마음으로 가득한 사랑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하는 책도 많지 않을 것 같다. 


차례를 다시 보았다. 모든 것은 무상하고 인생은 고통이 난무하나 나의 고통을 넘어서 인연의 한 줄기를 느끼며 주인된 마음으로 아낄 수 있다면, 눈부처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정리할 수 있을까. 

엄마가 애지중지하는 마음으로 나를 키워 그 마음을 부여잡고 살아가고 있음도 깨우쳤다. 누군가의 애지중지를 이해한다는 것, 그 타들어가는 마음, 책 제목에 따르자면 밥 한 공기의 사랑을 이해한다는 것, 그녀가 고통을 넘어서 만든 밥 한 그릇을 받아먹고 살아온 생, 자중자애하며 아끼는 것들을 마음에 잘 품고 잘 아끼고 살아야지. 


시간이, 세월이 사랑이 아닐까 적어두었는데, 시간과 세월을 지켜보는 힘은 사랑이므로, … 맞는 말인 듯 하다. 


네 녹슬어감을 사랑해 라고 말할 수 있게...



2026 2 19일 목요일


상대방의 기쁨과 나의 기쁨 사이

의 중도! 혹은 상대방의 자유와 나의 자유 사이의 중도! 바로 이것이 진정한 사랑, 즉 아낌의 지혜다.

-p.319


아끼는 대상이 무엇이든 우리는 그것의 행복에 있어 '한 공기의 연'일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중략) 우리는 충분히 쉬어야 한다. 잘 쉬고 맛있는 것을 먹고 잠도 잘 자야 한다. 우리에게는 '한 공기의 연'을 채워야 할 때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p.327


삶은 '잘 살았다' 혹은 '못 살았다' 둘 중 하나일 뿐이다. 잘 살았다면 그냥 계속 그렇게 잘 살면 되고,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들면 제대로 잘 살려고 노력하면 된다. 

-p.341


이렇게 아끼면서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제대로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p.342




배고픔이든 고독이든 뭐든 타인의 고통이 사무치는 것이 사랑이니까. - P10

사랑은 ‘한 공기의 밥‘과 같은 것이다.

한 공기의 사랑이다. 그의 고통을 완화시켜주는 ‘한 공기‘의 사랑을 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 P11

애지중지하는 마음은 그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것, 한마디로 그를 내 뜻대로 부리지 않겠다는 마음이다. - P11

고통에 직면하고 그것을 완화시키는 방법을 배운 사람, 그런 사람이 <고쳐 쓰는 묘비>에서 김선우 시인이 말한 "삶의 완성자"가 아닐까. - P23

웃음과 행복은 자신으로부터가 아니라 외부로부터, 정확히 말해 나와 타자와의 관계로부터 가능하다는 사실을. - P24

고통을 느끼는 것, 그래서 그 고통을 어떻게든 완화시키려 하는 것, 그것이 자비다. - P26

수단과 목적이 일치하지 않으면 ‘노동‘이고, 반대로 수단과 목적이 일치되면 ‘놀이‘라는 것이다. - P65

영원하지 않으니 불꽃은 이내 꺼질 것이다. 그러니 더 소중하고 더 집중해야 한다. - P69

무상을 직면한다는 것!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것이다.
- P72

벚꽃을 본다는 것, 그것은 벚꽃이 품고 있는 무상을 본다는 것이다. - P73

무상을 느끼지 않고 우리 마음에서 어떻게 사랑이 싹틀 수 있을까. 바로 이것이 싯다르타의 마지막 가르침 ‘제행무상‘이 가진 힘이다.
벚꽃의 무상을 본 사람은 자신의 무상도 동시에 본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 P78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그 무상을 얼핏 보거나 흐릿하게 보는 게 아닐까.
- P79

순간적이라고 믿는 우리의 선택이나 행동이 사실 ‘영원한‘ 선택과 행동이라고 이야기한다.
- P85

우리 삶은 영원한 것도 아니고 순간적인 것도 아닌, 다시 말해 영원과 찰나 그 중간 어디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 P99

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 아무리 바깥에서 저잣거리에서 비루해졌다 할지라도, 바로 그곳에서 우리는 아름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넘어진 곳에서 일어나야 하는 존재다.
- P102

살아가면서 인간은 비루함을 벗어던질 수는 없지만, 그 비루함에서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 P103

타자와 연결되면서 거듭 새로운 나로 탄생한다는 이야기이니까. 우리는 세상과 무관한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타자와의 접촉을 통해 매번 새롭게 맺히는 이슬과도 같다.
- P103

나와 대상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사랑의 대상이 되느냐, 아니면 관조의 대상이 되느냐가 문제다.
- P112

결국 나 자신을 포함한 모든 존재는 ‘영원과 불멸이라는 한 극단‘과 ‘순간과 찰나라는 또 다른 극단‘ 사이 어딘가에 존재한다. 바로 이것이 싯다르타가 말한 중도의 의미다.
- P114

그러므로 중도의 길, 사랑의 길, 자비의 길에 들어서려면 균형 잡기가 필수다. 자전거를 탈 때처럼 영원 쪽으로 넘어지려 할 때는 순간 쪽으로 핸들을 틀고, 순간 쪽으로 기울어지려 할 때는 영원 쪽으로 핸들을 트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 P132

마음을 고요하게 하려는 이유는 세상을 냉담하게 관조하는 ‘명경‘이 아니라 세상의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파문이 일어나는 민감한 ‘지수‘처럼 마음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 P139

시인은 고요한 물과 같다. 그러니 돌이나 나무토막이나 쇳덩어리 등이 던져졌을 때, 고요한 물은 충격을 받지만 그 충격을 해소하며 자기 표면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무거운 것은 가라앉히고 가벼운 것은 흘려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 P144

세계는 ‘없음‘이 아니라 ‘있음‘으로 충만하다는 사실이다. (중략) ‘없음‘의 경험은 어떤 대상이나 어떤 사건에 대한 기억이나 기대가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 P150

수행이, 공부가, 성숙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그때부터는 세상이 아프게 다가온다. (중략) 성숙하면 자신이 강해지고 자신이 많은 것을 가지게 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아끼게 되고 사랑하게 되고 아파하게 된다.
- P176

사물들이 다른 것에 의존하여 존재하는 것을 공(空)이라 부른다.
- P192

새로운 인연을 만들려면 우리는 과거의 인연을 펼쳐 보여줘야 한다. 동시에 이렇게 펼쳐진 주름을 싫어하지도, 조롱하지도, 비웃지도 않는 따뜻한 타자도 필요하다. 주름의 펼침, 그것은 나와 타자 사이의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한 기적이다.
- P203

자유란 별 것 아니다. 몸이 있으면 마음도 같이 있고, 마음이 있으면 몸도 같이 있는 것이다.
- P233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야 주인으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략) 사랑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주려는 의지니까.
- P240

이익과 이해의 관계가 아니라 애정과 사랑의 관계라면 우리가 감당해야 할 의무가 하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정직‘이다. 한마디로 말해 자신의 ‘본래면목‘을 있는 그대로 상대방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 P242

사랑하는 관계라면 자신이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상대방에게 그대로 표현해야 한다.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이자 사랑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의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고, 반대로 타인이 원하는 것에 복종하지도 않아야 한다. 이 두 가지 준칙 사이에서 유지되는 것이 바로 사랑이 아닌가. - P243

멈출 수 있어야, 혹은 그만둘 수 있어야 자유다. 멈출 수 있는 사람만이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 있고, 관계를 단절할 수 있는 사람만이 자기 뜻대로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중략) 멈출 수 있는 자유를 가슴에 품을 때, 그가 누구이든 상대방은 우리를 사랑하지는 않더라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 P244

‘당신에게 기쁨과 쾌활함을 주는 관계가 있다면 그것을 목숨을 걸고 지속하고, 당신을 슬프게 하거나 우울하게 하는 관계가 있다면 목숨을 걸고 끊어버려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사람이 바로 주인이다. - P246

몸과 마음 사이의 거리가 점점 줄어들면 우리는 주인으로서의 삶을 영위하게 되는 것이고, 반대로 몸과 마음 사이의 거리가 점점 벌어지면 주인이 아니라 노예의 삶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 P249

주인으로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면 마음이 가는 곳에 몸이 가고 몸이 가는 곳에 마음도 갈 것이다.
- P250

‘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면, 서 있는 곳마다 모두 참되다‘라는 뜻이다. 주인이 된다는 것, 그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 P250

주인이 된 자는 대부분 몸과 마음이 일치하는 삶을 영위한다.
- P251

사랑은 행동으로 증명되어야 할 그 무엇, 반드시 몸으로 드러나야만 하는 그 무엇이다.
- P275

현실에서는 타인에 대한 사랑과 자기에 대한 사랑이 항상 뒤죽박죽 뒤섞여 있다.
- P281

매번 발화할 때마다 상대방의 고통을 덜어 내게로 가져오겠다는 사랑의 각오를 다질 수 있게 해주는 표현, 아울러 자신의 사랑이 타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표현은 없을까. (중략) 바로 ‘아낀다‘는 말이다.
- P284

아낌은 그 사람 대신, 혹은 그 사람을 위해 기꺼이 감당하는 수고와 노동, 즉 사랑을 증명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 P288

중생들의 고통을 네 것으로 가져오고, 중생들의 수고를 네 것으로 가져오라. 바로 그것이 자비이고 보시다.
- P297

애지중지하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 P301

상대방이 나를 무시하지 않고 부처처럼 존중하니 나는 상대방의 눈에서 내 눈부처를 보고, 나도 상대방을 부처처럼 존중하니 상대방도 내 눈에서 자신의 눈부처를 본다.
- P311

꽃잎들을 열반에 드는 부처로 보는 순간, 그 한 장 한 장의 꽃잎들이 하나하나의 눈동자가 되어 시인의 모습을 비춰주었던 것이다.
- P313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를 자유롭게 한다는 의미이자, 그가 "노!"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을 긍정한다는 의미다.
-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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