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

   

 

-며칠 전부터 생각나서 쳐다보고 있었는데 

오늘은 정말 눈이 푹푹 나리고 

그래서 버스는 잘 가지 않는다.  

이런 날은 집구석에서 렛미인이나 보고 시집이나 보며 쳐박혀 있어야 제 격인데 

나는 눈 구경하러 나와서 

그가 왜 전화를 받지 않을까 잠깐 생각하다가 

또 삶을 궁구하고 늘 울기 직전인 채 누구나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다가는

집에 가서는 책장에 당나귀 그림이나 그려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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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2-28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석에 관한 신간 두권을 훑어만 보았는데 선뜻 마음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눈이 오니 출근길 걱정만 되는것이 어른이 되었나봅니다.

kangda 2009-12-30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근길 걱정을 안 하는 철 없는 어른으로 사는 게 나은 걸까요 출근길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서글픈 어른으로 사는 게 나은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