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그가 토해내는 배설물같은 말을 주위의 미생물 같은 동료들이 능숙하게 분해해 유기물로 만들어주지요.
쓰지: 동료가 미생물인가요? 멋진 비유네요. 그렇다면 베텔은 비옥한 토양이겠군요.
무카이야치: 네, 자기 안의 어려움을 모두의 힘을 빌려 분해해서 유기물로 만들어나가는 사람과 사람의 연결, 베텔에서는 그것을 중시합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병으로 잃고 아버지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환경 속에서 자란 시모노의 내면에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라는 삶의 장애물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모노는 그로부터 자립하기 시작하지요. 그는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그로부터 방해받고 있다고 말합니다. "사실은 방어막이 없는 게 좋아요. 저는 지금 곤란합니다" 하고요. - P220
그저 함께 있으면서 토해진 것을 시간을 들여 천천히 분해해 나갑니다. 해결이 아닌 분해이지요. 이 또한 ‘함께 머리를 감싸 쥐고 고민하는 것‘의 한 형태라고 느꼈습니다. 분해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함께할 수 있습니다. ‘책 이야기 나누는 저녁‘에서도 통상적인 독서 모임에 비하면 훨씬 긴시간을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끼리 보내는데, 그 시간 동안함께 머리를 감싸 쥐고 고민하다 보면 분해의 전 단계 정도까지는 분명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 ‘함께 생각하는 것‘은즉 ‘함께 머리를 감싸 쥐고 고민하는 것‘입니다. 그로써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지만 아주 풍요로운 무언가가 싹틀지도모릅니다. 저는 그런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습니다. - P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