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무엇을 배우나, 소위 인테리층 나리들은 어떻게 살아가나. 누구보다도 나는 이때까지 무엇을 배웠으며 무엇으로 입고 무엇으로 먹고 이렇게 살아왔나.
저들의 피와 땀을 사정없이 긁어모아 먹고 입고 살아온 내가 아니냐! 우리들이 배운다는 것은, 아니 배웠다는 것은 저들의 노동력을 좀더 착취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더냐!
돌 한 개 만져보지 못한 나, 흙 한 줌 쥐어보지 못한 나는 돌의 굳음을 모르고 흙의 보드라움을 모르는 나는, 아니 이 차안에 있는 우리들은 이렇게 평안히 이렇게 호사스럽게 차안에 앉아 모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가 있지 않은가.
차라리 이 붓대를 꺾어버리자. 내가 쓴다는 것은 무엇이었느냐. 나는 이때껏 배운 것이 그런 것이었기 때문에 내 붓끝에 씌어지는 것은 모두가 이런 종류에서 좁쌀 한 알만큼, 아니 실오라기만큼 그만큼도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저 한판에 박은 듯하였다.
학생들이여, 그대들의 연한 손길, 그 보드라운 흰 살결에 태양의 뜨거움과 돌의 굳음을 맛보지 않겠는가. - P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