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귀신은 없어. 하지만 여기엔"-봉자가 제 머릿속을 가리켰다-"여긴 귀신의 집이야." 봉자가 샘의 손을 꼭 쥐었다 놓고는 멋없이 화제를 바꿨다. "이제너도 운전을 배울 때가 됐지." - P499

"다이달로스, 나는 말이죠. 가장 친밀한 관계는 상대에게 아주많은 비밀과 사생활을 허하는 관계라는 걸 알게 됐어요." - P564

"결혼하자는 건가요?"
"거기에 꼭 이름을 붙일 필요는 없어요." 다이달로스가 말했다. "당신이 이름을 붙이고 싶다면 이름을 붙여도 되고."
"그럼 그건 무슨 뜻이 되는 걸까요?"
"멈추지 않고 계속 하는 아주 긴 바둑을 의미하죠." - P566

"제일 중요한 건 같이 놀고 싶은 사람을 찾는 거거든." - P567

"편의성이 그결정의 한 요인이 되지는 않았으면 해요." - P569

"나의 오른손은 길 잃은 아이죠. 왼손은 신이고." - P578

보고 싶어, 세이다. 나는 네 삶과 연결되고 싶어... 그건 과거에 나도 해본 잘못이야. 아픔을 혼자서 견디는 건 순정함 따위가 아니야. - P581

나는 우리 모두가 솔직하기를, 또 서로를 존중하기를 기대합니다. - P598

세이디는 비범해지기 위해 스스로를 의지의 힘으로 밀어붙였다. 일반적으로 예술은 행복한 사람들에 의해 성취되지 않는다. - P605

세이디는 진실을 알고 싶기보다는 게임을 계속 하고싶었다. 세이디는 샘이 자신을 속였다고 했지만 사실을 말하자면세이디 자신이 스스로를 속였다. - P606

세이디가 앤트를 저지했다. "그건 네 안의 게이머야, 어떻게하면 그 레벨을 깰 수 있는지 알아내려 애쓰는. 내 머리도 그런 식으로 나를 배반해. 어쨌든 그때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어, 앤트, 그건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어." - P609

나오미는 연필로 스케치한 인물화였고, 어느 시점에 이르면 풀 3D 캐릭터가 될 것이다. - P611

"나도 사랑해요. 할아버지." 살면서 대체로 샘은 사랑한다는 말을 입 밖에 내기가 어려웠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 따위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젠 그 게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로 보였다.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는가? 일단 누군가를 사랑하면, 듣기 지겨워질 때까지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한다. 그 말이 의미가 닳을 때까지 사랑한다고 말한다. 안 그럴 이유가 있는가? 당연히, 젠장, 사랑한다고 말한다. - P615

"아무리 세상이 엿같아도 거기엔 반드시 놀이와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 P619

"걔네들은 서로 친구야. 걔네들에겐 삶이 있어!" 세이디가 말했다.
샘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맞아. 나도 걔네들 얘기 들은 적 있어. 걔네들은 규칙적으로 수면을 취하고,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을 가공의 세계 때문에 괴로워하며 살진 않는다며." - P628

"다는 아니지. 난 너한테 아주 많은 걸 숨겼으니까." 샘이 말했다.
"왜?"
"너한테 특정한 이미지로 보이고 싶어서였을 거야." - P630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후로 부쩍 나이든 느낌이었지만, 그날 밤 세이디는 자신이 전혀 늙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나이가 들었다면 아직도 이렇게까지 많이 틀릴 리가 없었고, 늙기도 전에 스스로 늙었다고 하는 것 역시 미성숙의 한 반증이었다. - P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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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은 스물일곱 살이고 콧수염도 길렀지만, 병원에서 만난꼬마애가 보일 때마다 세이디는 하릴없이 약해지고 물러졌다. 이 남자를 미워하는 건 쉬웠다. 이 남자의 겉면 아래 존재하는 그 꼬마 남자애를 미워하는 건 어려웠다. 둘이 이야기하는 지금 샘의 어조는 쿨하고 무심하지만 미간이 살짝 패었다. 더 쓴 약을 먹어야 한다는 말에 불평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결심한 아이처럼 입이꽉 다물렀다. - P412

"완벽하니까, 마을 길들이는 건 건실한 직업이야. 그 문장이 뜻하는 바는, 생이 의미를 갖기 위해 꼭 신이나 왕이 될 필요없다는 거지." - P414

"넌 지적 허영이 지나쳐, 세이디."
"넌 재수없는 아첨꾼이야." - P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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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생은 끊임없이 다다르는 것이다. 지나야 할 또다른문이 어김없이 있다. (물론, 더이상 없을 때까지.)
세이디는 또하나의 문을 지났다.
그나저나 문이란 건 뭐지?
출입구, 라고 세이디는 생각했다. 포털. 다른 세계의 가능성. 문을 지나며 이전보다 더 나은 자신을 재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 - P368

"이건 실패와인내에 대한 이야기고, 장인의 수련과 예술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지." -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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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가 네게 준 조용한 시간을 기회로 삼아야지. 너한테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생각해. - P353

강박적으로 상처를 핥고 보듬기. 이 표현의 역설적 쓰임이 참 이상하다고 세이디는 생각했다. 상처를 핥으면 덧나기만 할 뿐이다. 안 그런가? 입은 박테리아의 온상지다. 하지만 인간은 제 참상과 주검의 맛에 쉽게 중독되기 마련이다.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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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플 때 세상은 늘 시리도록 아름답게 보였다. 일상에 참여하지 못하고 혼자 외로울 때에만 살아 있다는 것이얼마나 사랑스러운 것인지 알아차리기 일쑤였다. - P298

아픈 게 사람 됨됨이의 실패라도 되나, 싸우라니. 아무리 열심히 싸운들 질병은 이길 수 있는 놈이 아니었고, 고통이란 놈은 일단 먹이를 손아귀에 넣고 나면 무한 변신이 가능했다. - P299

"마구 파먹고, 또 파먹히고 있지." 마크스가 말했다.
"도브 이후로 난 그쪽으론 완전히 손뗐어." 세이디가 말했다.
"네가 왜 그렇게 얘기하는지 이해는 하는데, 그래도 아직 파고들기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 마크스가 으르렁거리며 앙무는 시늉을 하더니 세이디의 볼에 가볍게 키스했다. - P309

실패를 온몸에 뒤집어쓴 느낌이었고, 그게 딴사람들 눈에 보이고 냄새가 날 거라고 확신했다. 실패는 재를 뒤집어쓴 것과 같았다. 다만 실패는 피부만 덮지 않는다. 그것은 콧속에 입안에, 폐 속에, 세포 속에 들어가 세이디의 일부가 되었다. 앞으로 영원히 제거할 수 없을 것이다. - 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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