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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재소소 ㅣ 아침달 시집 42
김동균 지음 / 아침달 / 2024년 9월
평점 :
다 읽은 뒤 시 몇 편을 다시 읽었다. 밤에 잠자기 전 읽다가 좋다고 접어놓은 시와 목차에 체크해둔 시. 역시 현대, 도시구나, 싶다. 직장인의 시, 도시의 시라고 시집에 써뒀다. 서울에 살고 서울에서 일하니, 이런 시를 쓰는구나 싶었다. 시에는 푸드트럭도 나오고 꾀꼬리도 나온다. 해설을 읽다 보니 금붕어도 여러 마리 나오는데, 다시 보니 금붕어는 시 이야기이구나 싶기도 했다. 뻐끔거리는 금붕어, 시,
현대문명이 만들어놓은 이미지와 실재 사이의 허공 거기서 헤매고 일하는
자만이 쓸 수 있는 시. 견과류나 케이크나 빵처럼 현대가 호명하는 것들,
(그런 의미에서 시집 표지 디자인을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에서 시를 쓴다는 것
시는 아마 다른 높이의 음조
평시와는 다른 회사와도 다른
다른 음조로 세상에 대해 얘기해보기,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하지 않는다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니 금붕어와 비슷한 것도 같지만, 비어있는 거기에 대해…
함께 시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하던 그런 풍경이 절로 떠오른다. 그들끼리만의 시, 몇몇들끼리만의 시, 세상과 하등 관계 없는 듯도 한, 그러나 세상과 깊이 관계 맺은, 그런 데를 짚어낸 느낌
그곳을 그리며 그리는…
그런 데서 시를 같이 얘기하던 때가 있었지…
내 얘기가 남에게 가닿으면
공명하면 그게 시, 예술
말벗
꾀꼬리가 나타난다. 꿈에 나타난다. 여름밤에 나타나고 꾀꼬리는 ‘호이호‘하고 운다. 가끔은 ‘히요‘하고 지붕 위에서 운다. 꾀꼬리가 나타나서 여름을 몰고 다녔고 꿈밖으로 날아갔고 꾀꼬리 때문에 말벗도 생겼다. 잔치가 열린다. 잔칫집에는 꾀꼬리가 안 보인다. 떡도 없고 노래도 없는 잔칫집에 남아서 퉁퉁 불은 국수를 먹는다. 국물만 찰방이는 그릇에 고개를 묻고 꾀꼬리 생각을 한다. 말벗이 내 옆으로 와서 중얼거린다. 나귀가 있었지. ‘히요‘하고 울던 그것이 여름을 죄다 싣고 갔었지. ‘호이호‘하면서 울기도 하냐니까 고개를 끄덕인다. 꿈같은 건 없는 것 같다 말하고선 갑자기 울기 시작한다. 그러나 우리게는 지켜보는 눈이 있다. 비스듬히 열린 문이 있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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