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한다는 것
최강록 지음 / 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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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집에는 애호박새우찌개(인가 국인가 애매하지만) 냄새가 진동하고 있어. 진동하다라는 말도 웃기지? 요리는 이미 끝냈지만 여전히 냄새가 남아서 여기저기 두드리고 있는 것이니 진동한다는 말은 맞는 건데, 이런 어휘는 누가 생각해낸 걸까?

음식에 대한 책을 얘기하고 싶어서, 음식 얘기를 한 것도 맞아. 보통 음식은 먹기 직전에 하는 게 맛있다는 생각에 주로 아침에 하려 하지만 오늘도 겨우 밥을 먹고 나간 것을 보면, 내일 먹을 국을 전날 만들어놓는 습관은 들이는 게 이롭겠다 싶어서, 오늘은 밤에 내일 아침 국을 끓였어. 엄마는 늘 아침에, 먹기 직전에 요리를 했던 것 같아. 그래서 나도 그게 정석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다음날 먹을 음식을 전날 밤에 하기도 하더라구. 일정이 있는 날은 아침에 분주하게 준비하기보다 전날 음식을 해두고 아침에 먹는 그의 방식이 더 좋아 보여서, 오늘 밤 10시도 넘은 시각 호박과 양파를 썰고 새우젓을 넣고 냉동새우를 해동해 애호박새우찌개를 끓였어. 엄마가 해준 음식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야. 어디서도 사먹을 수 없는 음식이지. 식당에 이런 메뉴는 없으니까. 우연히 백반집에서 이런 국을 만나기도 어렵고 말이야. 꽤 비싼 새우를 백반 국 메뉴로 내지는 않으니까, 해먹지 않으면 절대 먹을 수 없는 음식인 거야. 호박과 새우의 궁합은 누가 알아낸 걸까? 애호박새우찌개는 우리 엄마밖에 만들어주지 않지만, 그가 호박과 새우젓으로 호박지짐 같은 것을 해주곤 했어. 전라도 음식이라면서 말이야. 오랫동안 전라도에는 호박과 새우의 궁합을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고추가루를 넣고 끓여주는 이 찌개는 우리 엄마 말고는 해준 적이 없어. 기막히게 시원한 맛인데 말이야. 

음식이 뭘까, 싶을 때가 있지. 끼니라고도 하는, 매일 먹어야 하는 그 행위에 대해, 오늘 예전에 정리해놓은 글들 속에서 몇몇 마음을 울리는 구절을 발견하고는, 내가 왜 이렇게 먹는 것에 집착하는지 조금은 알게 됐어. 

이런 구절들이야.


"먹은 음식으로 뭘 하는지 가르쳐준다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 수 있어요."

'그리스인 조르바'


"밥을 차려 먹어야 . 혼자서도, 아니면 말고 한명 정도 더 차려줄 수 있을 실력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해. 그래야 세상살이를 할 수 있는 거야." 

-나의 완벽한 무인도


요리라는 것에, 해먹는 음식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20대 중후반이었어. 그전까지는 그냥 배가 고프면 먹고 맛있다 아니면 그냥 넘어간다 였다면 처음으로 음식을 하는 일, 해먹는 일의 귀함에 대해, 누군가의 입속에 들어가는 일의 존귀함에 대해, 그 흔하디 흔한, 한때는 평가절하된 것 같은 그 일에 대해 진지하게 대면한 것은 20대 중후반이었어. 10대에는 엄마가 싸주던 도시락이나 김치가 맛있어도, 그게 뭘 의미하는지 몰랐던 것 같아. 20대 초반에는 자유에 취해 있었고 더는 엄마가 음식을 해주지 않으니 세상에 이렇게 맛없는 것을 먹고 사는 사람도 있구나 놀란 적도 있어. 학교 기숙사 식당에서 먹은 물에 김치를 풀어놓은 국을 먹고 엄마에게 전화해 그런 말도 안 되는 음식이 있다고 얘기했던 것 같아. 그러자 엄마는 딸기잼을 보내줬었지. 그 기억이 아직도 선명해, 코끝이 찡해진다. 그런 사랑이라니, …

이 세상에 사랑이 아니면 누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돈으로 교환해버리는, 물론 그 또한 함부로 할 수 없긴 하지만, 돈이나 숫자 속에 포함될 수 없는 어떤 마음들이 엄마가 보내준 딸기잼 속에 있었어. 아마 모든 음식 속에 있었을 거야. 엄마가 보내준 깎두기나 김치 속에 늘, 나는 그 사랑을 듬뿍 먹고 자라, 다행히 오늘 이렇게 무언가를 써보고 있구나. 

사랑은 지나야 절실해지나, 

나는 이제 좀 철이 들었나

라기엔 여전히 철이 안 든 것도 같지만

음식 얘기라니, 최강록 셰프의 책은 한 권 사볼까 고민했었어. 그간 요리 경연 프로그램을 찾아보며 그에게 반했으니 책 한 권은 사도 되는 게 아닐까 싶다가도, 

당분간 책은 사지 말아야지 싶어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어.


성인이 된 후 매일 같은 밥을 먹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음식을 전공한

유리 이야기나 

자신의 음식을 먹을 사람이 없다면 어떨지 걱정하는 그의 이야기,

우리가 쉽게 먹는 그 식당의 음식이 얼마나 힘들게 만들어지는가

또 하나하나의 재료들은 얼마나 귀한 것인가

심지어 중국산이라며 막 말하는 그 재료조차도 땅에서 시작해 누군가의 손길을 거쳐 여기 닿기까지

그렇게 해서 누군가의 배를 불리고 삶을 살게 하고

심지어 기쁨까지 준다면


한때는 인스타그램에 음식 사진을 올리곤 했던

요리라는 인간만이 하는 행위

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졌어.

최강록 셰프는 보여지는 모습만큼이나 진솔한 사람이었고

한창 음식하는 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나는

미디어에서는 잘 들을 수 없던 이야기를 열심히 귀담아 끝까지 들었어. 

식당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유튜브까지 하게 된 경위 등을 들으며

더욱 호감이 가게 되어

다행인 책이야.



2026 7 8일 수요일

2026 7 8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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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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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단순한다. 2100년이 넘은 시대, 한국 과천 인근으로 보이는 곳, 로봇이 맡게 된 경마장의 기수 콜리가 한때는 에이스였던, 그러나 발목 연골을 다 써 달릴 수 없는 말 투데이를 달릴 수 있게 하는 이야기. 그 사이에는 경마장 인근에서 닭요리 집을 운영 중인 보경, 은혜, 연재의 집에서 연재에 의해 하체를 다시 움직이게 되며 그 가정사에 얽혀 드는 이야기. 

이를 통해 생명이 없는 콜리가 생명이 있는 것들을 살리고 살아있음에 대해 전하는 이야기.

울었는데, 삶 자체가 연속되는 퀴즈처럼 느껴진다는 말이, 맞기도 해서 였고, 삶을 희구하는 로봇 때문이었을까, 희생을 당연이 여기는, 당신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는 그 마음(?) 때문이었을까.

작가가 왜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지는 보지 않았는데, 

어떤 아름다운 음을 들은 기분

마음이 없는 것 같기도 한 존재로부터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기분

이었다. 


2026 7 8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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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와 농부의 달력
안철환 지음 / 소나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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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놨지만 결국 헛갈리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백로가 지났고 상강이 오려는 같다. 이것도 노트를 보고 확인해보며 알았다.

때는 재미있고, 간지나 60갑자 등도 이해할 있어 좋았다.

농사를 짓거나 한다면 계속 떠들어보아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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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라는 우주
더글라스 탈라미 지음, 김숲 옮김 / 가지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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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친해지다 보면 참나무는 어떤 나무의 종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걸 알게 되기까지 나는 40년이 걸렸다. 조금 더 일찍 아는 사람도 있고 영영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참나무의 종류가 무엇인가는 어쩌면 중요하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그저 나무가 있다는 관심, 아무 말도 하지 않기에 딱히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나 실은 나무가 이루고 있는 세계에 대해 아는 두 번째 걸음 정도가 아닐까. 첫번째 걸음은 소나무나 몇몇 나무의 이름을 알기, 그 다음은 세상에 참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는 없다는 것, 참나무속에 속하는 나무들을 부르는 집합명사를 참나무라고 부른다는 것.

지금은 산에 많은 참나무가 신갈나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종종 신갈나무 투쟁기를 읽어봐야지 싶었는데 이 책을 선물 받아, 먼저 읽게 됐다. 

한 그루 참나무와 그에 얽힌 생태-새나 벌레들이라는 하나의 생태계-를 알려주는 책이다. 북미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우리와는 조금은 다른 환경일 수 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다. 

예전에 어떤 아이가 벌레는 어떤 일을 하냐고 내게 물었다. 자연의 분해자라는 것을 잘 설명하지는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답을 조금 더 얻었다. 

참나무는 900년 정도를 산다고 한다. 

최근에는 다큐멘터리 '환상의 버섯'을 봤다.  그동안 생각하지 않았던 나무들의 네트워크에 대해 좀 더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숲에 가서 보는 것들이 훨씬 신비롭다. 어쩌면 그들이야말로 지구의 지배자가 아닐까. 생태계의 연결성이라는 것을 잊고 인간이라는 하나의 존재로 사는 데 익숙해져 인간이 만들어놓은 것들 속에 함몰되기 십상이었는데, 좀 더 시야를 넓히면 이는 참 아둔한 생각이 아닌가 싶다.

과학은 자연의 원리를 찾아가는 학문인가 하는 생각도 해봤다. 


2026 6 9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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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보이네 - 김창완 첫 산문집 30주년 개정증보판
김창완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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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처럼 한국의 가수가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면 나는 김창완이 그 주인공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장이 과거형으로 끝나는 이유는 이 생각이 오래된 것이기 때문이다. 

김창완이라고 부르지만 알고 보니 그는 우리 엄마와 한 살 차이가 나는 어머니 시대의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나의 이십대를 함께 한 가수였다. 첫 사랑이 끝날 무렵 사무쳤던 '회상'이나 '너의 의미', 스무 살 노래방에서 부르곤 하던 '나 어떡해', 태구 오빠가 알려줘 백 번도 넘게 듣고 그가 세상을 떠난 뒤 힘들 때면 눈물 흘리며 들었던 '무지개'까지 그의 노래는 나의 이십 대에서 삼십 대까지 질풍노도의 주제가들이었다. 

책을 더는 사지 말자고 결심했던 무렵 그의 책을 알라딘 메인페이지에서 보고 주저하다가 그래도 김창완이니까 하고 샀으나 다 읽지는 못했다. 그러던 차 친구로부터 김창완밴드 콘서트가 열린다는 정보를 듣고 콘서트에 가기 전 다시 책을 빼들었다. 마침 그는 콘서트 중 책에 있는 '내 노래'라는 시를 읊어주기도 했다. 

오랜만에 공연에 다녀온 셈이다. 가끔 클래식 공연을 가긴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콘서트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2-30대가 된 듯 방방 뛰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실제 목소리로 들었던 내가 좋아하던 그 많은 노래들, 70이 넘은 그가 부르는, 20대에 썼다는 '청춘'은 또 얼마나 마음을 후벼파던지.


좋았던 구절들을 적다 보니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이런 노래들을 부를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절을 살아갈 뿐이나 흘러가버린 시간에는 경의를, 서랍 하나 장만해 통증은 넣어두고 어느 날 꺼내보면 추억이 되어 향기가 서리고 별이 되어 빛나고 있으니...

그의 음악을 들었던 날은 삶이 문득 다시 선물처럼 생생해졌었다. 삶을 다시 자신에게 선물하라는 그의 주문처럼.


2026 3 18일 수요일


삶이 들려주는 대답은 그 의미가 단 한 번으로 완결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때로 지금까지 해온 일들에 사로잡히기보다 흘려보낼 때, 그때 인생이 알려주는 것들이 있을지도 몰라요.
- P9

뭔가를 꼭 하고 있어야 주인공이 되는 게 아닙니다. 인생은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게 아니니까요. 모두 나에게 돌아올 뿐입니다. - P10

그저 흘러가 버린 모든 시간을 향해 경의를 표하기로 해요.
- P10

삶을 다시 자신에게 선물하세요. - P11

우리는 그저 그 시절을 살아갈 뿐이라고요. - P23

억지로 지우려 드는 대신 통증을 껴안을 수 있는 내성을 기르는 것도 방법이에요. - P24

통증이 마음을 너무 어지럽히면 서랍이라도 하나 장만해서 넣어두시면 좋겠어요. - P24

이별, 괴로움, 심지어 상실이 삶을 완전하게 만들어준다는 걸 깨달았어요. 완벽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그런 마침표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 괴로움도 아픔도 없애려 하지 말고 다 담아두세요. 이것도 내 건데, 그리고 나중에 보면요, 거기서 심지어 향기도 나요. - P25

그래서 사람들은 언젠가 이 순간으로 돌아오고 싶어 할 거라고 기대하는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두려 한다. - P93

너도 이름을 얻기 전부터 이 세상에 있었던 것처럼 이름을 얻기 전의 나무와 이름을 얻기 전의 하늘, 이름을 얻기 전의 어둠과 밝음을 보아야 한다. 달팽이가 부르는 노래는 제목이 없다. 되도록 그런 노래를 불러라. - P97

사실 아이들이 하는 말의 대부분이 거짓말이다. 다만 그것이 악의에 차 있지 않을 뿐이다. - P197

아이들은 어른들의 본질적인 거짓말을 흉내 내고 어른들은 아이들의 거역할 수 없는 진실성을 흉내 낸다. - P198

누렁이는 할멈을, 할멈은 나를, 나는 누렁이의 목숨을 지켜주었다. 혼자서 붙어 있는 목숨은 없었다. 겨울은 곧잘 그런 계절이었다.
- P247

할멈이 허공에 흩어져 버렸다. 누렁이 짖는 소리가 메아리 없이 사라질 때 세상에 경계가 없는 걸 알았다. 이 세상과 저 세상은 한 세상이다. (중략) 갑자기 온 세상이 빈 개밥그릇 같았다. - P248

별빛은 먼저 떠난 모든 이의 오늘의 안부. 이 땅의 모든 생명은 저 땅의 별이다. 올라가 별이 되고 떨어져 내려와 다시 별이 된다. 할멈이 간 곳을 이내 찾았다. 할멈이 간 곳은 내 여섯 살의 봄날이다. 오늘도 별이 빛난다. - P249

무언가가 인생의 발목을 잡을 때는 삶을 돌아보라는 의미인지도 모를 일이구나 싶었습니다. - P253

이제와 돌아보니 지나온 길도 숲이고 앞으로도 온통 숲입니다. - P253

노래에도 주름살이 파인 것 같습니다. 노래 한 자락이 고마워 노래를 부르고 또 부릅니다. 하면 할수록 조금은 더 알게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은 것이 예술인지도, 인생인지도….
- P253

관객의 가슴에 날아가 앉는 줄만 알았던 노래들이 저에게로 돌아오는 나비였다니…. - P257

생명이 깃든 장소로 지어진 집이야말로 아름다운 집이다. - P264

아직도 내게 삶은 제목 없는 노래다. 언제 제목을 지을지…. 언제 간판을 달지…. - P280

사라지는 어떤 것도 설명하는 법이 없다.
지고의 표현인 사라짐은 언제나 홀연할 뿐이다.
- P293

춤은 중력의 불꽃이다. 건축물은 얼어붙은 불꽃이다. - P298

누에가 명주로 집을 짓고, 까치가 나뭇가지로 집을 짓는다면, 사람들은 추억으로 집을 짓는다. - P320

추억은 향기일 뿐이라서, 꽃이 피기 전에는 맡을 수 없다. - P320

감사는 만물에 보내는 나의 갈채입니다.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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