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스폐셜 <간서치열전>에서, 간서치 수한의 대사.

다섯오에 덕덕에 황제후.

오덕후에 머물지 않고, 책벌레들 사이에서 백덕후로 불린다며

으쓱해하던 수한의 모습이 그저 귀여워 보였던 건, 나 역시 오덕후여서 그랬을까.

덕 중의 덕, 백덕후 앞에서 난 그저 한낱 오덕후였다는 걸 깨달았다.

책에 있어서만큼은 백덕후까진 아니어도, 십덕후 정도는 하고 싶다.

물론 간서치로 그치면 안 될 것이고, 지금의 내 독서편력으로는 간서치도 사치지만😢

​그래도 꿈은 크게. 크게 꾸자.

와우북페스티벌에서 책을 쓸어온 것으로 올해 책 구매는 그만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황정은 작가님 장편 소설 출간 소식에 이어 김연수 작가님 산문집까지... 허허...

구매를 안 할 수가 있나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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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람은 누구나 자기 경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연애가 불행하게 끝난 사람에게는 세상의 모든 연애가 다 쓰라리고 애달프게 여겨지듯이 건강한 사람은 아픈 사람을,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사람을, 상처를 주는 사람은 상처를 받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겪은 것, 내가 본 것, 내가 들은 것만이 나를 이루는 세상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때로 불가피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프랑스의 유명한 정신과 의사 프랑수아즈 돌토는"다른 사람에게 투사해버린 것들을 자신의 내면에서 다시 찾는 순간 성장한다"고 했을 것이다.


 

 

 

- 양창순,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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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등 일상의 소중한 것들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정희재의 에세이. 이해인 수녀는 정희재 저자의 글에 대해 "지극히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이 비범한 빛깔을 띤 축제가 되는 기쁨을 맛보게 하며, 바빠서 잠시 밀쳐 둔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성찰하게 하는 아름답고 고요한 힘이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책 또한 인생의 변화를 바란다면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꿔보길 권하는 책들과 다르다. 해야 할 생각은 많지만 잡념만 분주할 때, 또는 일상에 떠밀려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때, 이럴 땐 일단 '몸'을 움직여 자신의 좌표를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책에는 저자가 연필의 철학적인 생애와 삶을 연결시켜 풀어내는 이야기들과 친구도 가족도 함께해줄 수 없는 고독의 순간이 올 때마다 연필 덕분에 버텨낸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

 

프롤로그 연필을 사랑하는 이유

제1장 가야 할 길이 멀어서 연필을 마련하다

연필 한 자루에 경전 한 권
시간을 건너는 소녀
연필로 기억하고 회복하기
침대 위 연필 한 자루
빈틈이 도착했다, 쓴다
잔잔한 침잠, 고요한 공감의 소리
《굶주림》과 몽당연필 한 자루
연필의 가장 극적인 쓰임새

제2장 마음을 내려놓으려 연필을 들다

처음 뵙겠습니다, 연필이나 한 자루 깎을까요?
연필 깎기 입사식
한밤의 연필 테라피
연필 실종사건
1부터 300까지 쓰면서 알아차리기
하마터면 연필을 놓을 뻔했다
내 인생의 책받침
연필을 입에 물기만 해도 행복해진다?

제3장 인생도 연필처럼 다듬을 수 있다면

연필 깎아달라고 엄마를 불렀네
연필로 뗏목 만들기
텅 빈 방 안에 라디오
전무후무한 이 순간을 위한 낙서
연필 소믈리에의 연필 선물하기
당신의 왼손
지우개로 싹싹 지우고 싶을 때
손을 귀에 댔더니
흑연 향기 바람에 휘날리고

제4장 미치지 않은 사람은 깊은 정이 없다

연필수집가를 위한 변명
작은 사치에 빠져드는 시대
동네 문방구점을 순례하다
좌절한 사람들의 연필깎이
연필을 사랑하면 우체국에 갈 일이 많아진다
백퍼센트 연필을 만나는 일
연필은 의외로 힘이 세다
예술가의 연필을 품은 숲
사랑하는 사람 속에는 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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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갔다가 표지에 이끌려 구경하게 된 책.

알고보니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의 정희재 작가님 신작이었다.

블로그에서 꾸준히 하시던 연필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

 

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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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변주곡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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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에세이가 책의 제목처럼 밤 열한시에 읽기 좋은 책이었다면, 고백하건대 이 책은 자정을 넘겨서 세시나 네시 즈음에 읽기 좋은 에세이였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랬다. 작가의 전작 생각이 나서를 참 좋아해서 출간되는 책들을 꾸준히 챙겨 읽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집중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문제라 생각한다. 작가의 감성이 변했다기 보다는 책을 읽는 내 감성이 변한 것일 수도 있으니까.

 

내가 좋아했던 부분은 이런 부분이다.

 

남자와 여자가 헤어지게 되면, 여자는 남자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아버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자들은 다르게 말한다. 나는 그 여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p.15)

 

이상한 일이다. 사랑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은 창밖으로 흘러나오는 불빛을 바라보며 단단하고 부서지지 않는 사랑과 평화를 집 안에 가둬두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창밖을 내다보면서, 바람 불고 햇살이 비치는 거리를 그리워한다. (p.17)

 

우리는 서로 이해한다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소중한 것을 공유한다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쉽게 헤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같은 시간 속에 살며, 같은 생각을 하며, 같은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우리가 사랑한 것은 각자가 만들어낸 허상.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던 게 아니라, 점점 멀어지고 있던 거였다. (p.269)

 

대답 없음도 대답이다라던 잊지 못할 구절처럼, 그게 그렇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문장으로 생각해 본 적 없는 심리를 문장으로 표현한 그녀의 글들을 참 좋아했다. 아쉽게도 이 책에는 그런 글보다는 좀 더 몽환적인 글이 많아서 읽기 어려웠던 것 같다. 지난 책들로 그녀의 감성을 좋아했던 나였기에 이 책을 읽는 것을 어려워한 것도,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힘겹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글의 다양하다면, 반응도 다양한 법이니까.

 

위에 좋아하는 구절을 모아봤지만, 사실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이 구절이다.

 

약간 변명 같지만 그때만 쓸 수 있는 글도 있다고, 그건 그것대로 의미가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나쁘지 않다고 믿는 수밖에 없다. 그때의 글이 지금의 내 성에 차지 않아도, 뭐 별로 상관없지 않나, 지금도 흘러가는 인생, 이다. (중략) 이제와서 족해도 부족해도, 언젠가 존재했던 마음이고 기억이다. 그러니 그건 그것대로 소중히, 작은 그릇에 담아 선반 위에 올려두어도 괜찮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의 힘으로 인해 여전히 흘러가는 인생, 이다. (p.308-311 그리고 남은 이야기 중에서)

 

이 구절을 구절대로 공감한 동시에, 이런 생각을 하며 읽었다. 약간 변명 같지만 그때만 읽을 수 있는 글도 있다고, 그건 그것대로 의미가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나쁘지 않다고 믿는 수밖에 없다. 그때의 글이 내 성에 차지 않아도, 뭐 별로 상관없을 수도 있겠다고. 작가의 말처럼 지금도 흘러가는 인생이며 나는 내일도 또 다른 글을 읽을 테니까. 애석하게도 나와는 맞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겐 아주 잘 맞는 책일 수도 있다. 내게도 그런 책이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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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의 기억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한 사람의 등 뒤엔 천 개의 엇갈린 기억이 존재한다는 문구를 내세운 에쿠니 가오리의 감성 미스터리 등 뒤의 기억은 감성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이 소설에서 중심이 되는 인물 히나코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로 읽힌다. 물론, 히나코의 과거와 히나코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미스터리하게 풀려서 미스터리는 미스터리인데, 에쿠니 가오리의 감성이 더해져서 감성 미스터리라고 부르는 걸까 싶었다.

 

책 소개에서, 이번 소설 역시 그녀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정서를 고수하고 있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소설적 구도는 기존 작품들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고 하는데, 확실히 그랬다. 에쿠니 가오리의 모든 소설을 읽어온 건 아니지만, 보통은 적은 수의 인물이 등장하고 그 인물의 시점에 충실했던 것 같은데 이번 책은 많은 수의 인물의 등장과 시점이 나온다. 인상 깊은 구절을 적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메모를 하며 봤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익숙하진 않았지만,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건 인물들 간의 개연성 덕분이었다. 자칫 집중하기 어려웠던 낯선 구성이 집중력을 살리는 데 큰 몫을 했다.

 

행복했던 기억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히나코를 중심으로,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증오하면서도 그런 어머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마사나오, 과거에 얽매여 히나코 주변을 맴도는 단노 등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얽혀있다는 점이 재밌었다. 여기저기 던져놓은 미스터리들은 끝내 진실이 밝혀지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이들의 관계는 계속해서 얽혀있으므로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 역시 연장선상이겠구나 싶어서 나름대로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어쩌면 이들에겐 꽉 닫힌 결말보다는 이런 열린 결말이 해피엔딩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한 인물을 콕 집어 이야기해보자면, 역시 히나코다. 히나코를 보고 있으면 에쿠니 가오리의 또 다른 소설 하느님의 보트속 요코가 자주 떠올랐다. 한 번 지나간 일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며, 언제나 거기에 있다며, 지나간 일만이 확실하게 우리 거라던 요코 역시 행복했던 기억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히나코와 요코, 두 사람의 공통점이 눈에 밟혔던 건 최근에 읽었던 에세이 속 구절 때문이다.

 

혼자서 고독하게 뭔가를 해내는 일은 멋지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결국 우리를 위로할 것이다. (김연수, 지지 않는다는 말 p.162)

 

히나코를 살게 하는 건, 동생 아메코와의 기억이었고 그 기억이 가상의 여동생을 만들었다. 요코는 딸 소우코와 함께 살아가지만 요코를 살게 하는 건 애석하게도 소우코 아빠와의 기억이었다. 이런 둘을 이해한다기보다는 짠하게 여기는 마음이 더 크다는 게 맞겠지만, 때때로 부럽기도 하다. 한 사람을 살게 할 만큼, 그 사람을 위로한 다른 사람과의 시간이란 대체 어떤 시간일까 싶어서.

 

그러나 글을 여기서 끝내긴 싫다. 히나코도 요코도 혼자인 것 같지만, 결국 혼자가 아니니까. 물리적으론 떨어져있어도 히나코를, 요코를 생각하는 가족이 있지 않은가. 지금껏 두 사람을 살게 한 기억도 좋지만, 그 기억은 이만 내려놓고 이제부터는 자신을 생각해주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갖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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