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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변주곡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7월
평점 :
지난
에세이가 책의 제목처럼 밤 열한시에 읽기 좋은 책이었다면,
고백하건대
이 책은 자정을 넘겨서 세시나 네시 즈음에 읽기 좋은 에세이였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랬다.
작가의
전작 『생각이
나서』를 참
좋아해서 출간되는 책들을 꾸준히 챙겨 읽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집중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문제라 생각한다.
작가의
감성이 변했다기 보다는 책을 읽는 내 감성이 변한 것일 수도 있으니까.
내가
좋아했던 부분은 이런 부분이다.
남자와
여자가 헤어지게 되면,
여자는
남자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아버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자들은 다르게 말한다.
나는 그
여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p.15)
이상한
일이다.
사랑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은 창밖으로 흘러나오는 불빛을 바라보며 단단하고 부서지지 않는 사랑과 평화를 집 안에 가둬두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창밖을 내다보면서,
바람
불고 햇살이 비치는 거리를 그리워한다.
(p.17)
우리는
서로 이해한다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소중한 것을 공유한다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쉽게 헤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같은 시간 속에 살며,
같은
생각을 하며,
같은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우리가
사랑한 것은 각자가 만들어낸 허상.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던 게 아니라,
점점
멀어지고 있던 거였다.
(p.269)
‘대답
없음도 대답이다’라던
잊지 못할 구절처럼,
그게
그렇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문장으로 생각해 본 적 없는 심리를 문장으로 표현한 그녀의 글들을 참 좋아했다.
아쉽게도
이 책에는 그런 글보다는 좀 더 몽환적인 글이 많아서 읽기 어려웠던 것 같다.
지난
책들로 그녀의 감성을 좋아했던 나였기에 이 책을 읽는 것을 어려워한 것도,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힘겹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글의 다양하다면,
반응도
다양한 법이니까.
위에
좋아하는 구절을 모아봤지만,
사실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이 구절이다.
약간
변명 같지만 ‘그때’만 쓸
수 있는 글도 있다고,
그건
그것대로 의미가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나쁘지 않다고 믿는 수밖에 없다.
그때의
글이 지금의 내 성에 차지 않아도,
뭐 별로
상관없지 않나,
지금도
흘러가는 인생,
이다.
(중략)
이제와서
족해도 부족해도,
언젠가
존재했던 마음이고 기억이다.
그러니
그건 그것대로 소중히,
작은
그릇에 담아 선반 위에 올려두어도 괜찮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의 힘으로 인해 여전히 흘러가는 인생,
이다.
(p.308-311 그리고
남은 이야기 중에서)
이
구절을 구절대로 공감한 동시에,
이런
생각을 하며 읽었다.
약간
변명 같지만 ‘그때’만 읽을
수 있는 글도 있다고,
그건
그것대로 의미가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나쁘지 않다고 믿는 수밖에 없다.
그때의
글이 내 성에 차지 않아도,
뭐 별로
상관없을 수도 있겠다고.
작가의
말처럼 지금도 흘러가는 인생이며 나는 내일도 또 다른 글을 읽을 테니까.
애석하게도
나와는 맞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겐
아주 잘 맞는 책일 수도 있다.
내게도
그런 책이 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