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 들어야 들리는 것.

아무리 배가 고파도 남의 말을 잘라먹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비좁아도 남의 말 중간에 끼어드는 건 불편합니다.
다 듣고 나서 말해도 그리 급할 것 없는 인생.
길게 말하지 않아도 우리에겐 긴 인생이 남아 있습니다.
진중하게 들어주고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러고서 말을 해도 괜찮을 삶.
듣고 나면 분명히 들리는 것이 있습니다.

- 변종모,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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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 혼자 있을 때 더 자주 내리는 것.

비가 온다. 비는 형태보다 소리가 우선이다. 보이지 않는 검은 밤이지만 눈을 감고서도 느낄 수 있음이 좋다. 너의 모습보다 이상하게 너의 목소리가 먼저였던 날처럼. 너의 모습이 달라져도 달라지지 않을 너의 울림을 기대하는 것처럼.
비오는 날 사람들은 잘 움직이지 않는다. 이미 먼 곳의 누군가를 각자의 마음에서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 변종모,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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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비가 그쳤다가 다시 내리기에 빗소리를 들으며 영화 <제인 에어>를 보았다.

 

 마이클 패스벤더의 로체스터를 보겠다고 동명의 원작 소설 <제인 에어>를 건너뛰고 영화 감상.

 

패시는 여전히 멋있고, 미아도 예뻤고, 영상미도 좋았는데-

원작을 안 읽은 나로서도 느껴지던 영화의 한계는 역시, 인물의 감정선이었다.

 

영화 <은교>를 먼저 보게 되고, 후에 집에 봉인해뒀던 원작 소설 <은교>를 읽은 후에야

 <은교>를 제대로 봤다고 말 할 수 있었던 것처럼.

원작 소설 <헝거 게임>을 먼저 읽고 영화 <헝거 게임>을 보게 되었을 때는,

 영화에서는 생략된 감정선에 대한 아쉬움을

캣니스의 독백을 떠올리는 것으로 대신하며 영화를 봤던 것처럼.

 

뭔가 더 있을 것 같은데- 아쉬웠던 두 사람의 감정선이 궁금해서

이제야 읽고 싶어진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다른 사람들은 2011년작 <제인 에어>를 어떻게 봤나 리뷰를 살펴보니,

원작을 읽고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11년 <제인 에어>는 아쉽고

 2006년작 BBC 제인 에어가 좋다는 평이 많더라.

두 사람의 감정선이 아쉬워서 찾아보려는 거지만

그렇게 <제인 에어>를 원작으로 제대로 읽고, 후에 BBC 제인 에어를 보게 되더라도

미아와 패시의 <제인 에어>는 잊지 못할 것 같다.

누가 뭐래도 나의 첫 '제인 에'어니까.

 

소설 <은교>를 박해일의 이적요와 김고은의 한은교와 김무열의 서지우로 읽었던 것처럼,

소설 <제인 에어> 역시 미아 와시코브스카의 제인과

마이클 패스벤더의 로체스터로 읽게 될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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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도서관에서 빌려온 다섯 권의 책을 반납하고 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배송 받을 때부터 두 권의 무게가 심상치 않다 싶었는데,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가 정말이지 너무 무거워서 오랜만에 무게를 검색해봤다.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은 530g,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는 640g. 두 권의 합이 1170g.

 

우왓ㅋㅋㅋㅋㅋ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는 두 면이 사진일 때도 있고,

적어도 한 면은 사진이 실려있는 에세이였기 때문에 무게를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으나

간만에 문자 그대로의 무게를 실감하는 책이었다.

 

문득 유정님의 <7년의 밤> 무게가 생각나서 검색해보니 690g, <28>은 670g.

웅현님의 <책은 도끼다>는 640g.

하루키의 1Q84 1권은 727g, 2권은 674g, 3권은 825g.........ㅋㅋㅋㅋㅋ

3권은 소장하고 있지 않아서 들어보지 못했는데, 숫자만 봐도 어마어마하다.

 

 

 

 

무게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을 읽고 있는데, 아... 재밌다ㅠ_ㅠ

빨간책방에서 들었던 유정님의 그 목소리가 가끔씩 들려오는 기분도 들고,

작가의 말에서 느껴지던 유정님 특유의 유머가 곳곳에 배어있어서 재밌고.

'안나프루나'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나인>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제 히말라야는 유정님의 환상방황으로 기억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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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샤를드골공항에서 엄마 아빠와 헤어지기 전, 최대한 있는 힘껏 둘을 끌어안았다.

엄마는 곧 울 것 같은 표정이었고, 아빠는 흔들리는 감정을 감추기 위해 먼 곳만 바라보셨다.

나의 근본, 나의 시작, 나의 힘, 나의 아킬레스건, 부디 안녕히.

뾰족하고 못된 내 말들은 모두 잊고, 아주 멋지고 찬란했던 여행이었다고 기억해 주길.

- p.76

 

"억겁의 시간이 가도 기록은 남는다. 기록으로 지식이 이어진다."라는 것을 보여 주는 대영 도서관의 전시실에서 나는 인간이 가진 그 기록하려는 의지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세월을 견딘 누릿한 책들이 뿜어내는 포스가 얼마나 묵직하고 뜨끈한지 느꼈다. 꽤 오래전 보았던 송일곤 감독 영화 <마법사들>의 포스터에는 이런 카피가 적혀 있었다. "기억하는 모든 것은 사랑이 된다."

 

대영 도서관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서 나는 스쳐 가는 일상의 작은 풍경들을 기록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 - 일기나 사진, 녹음, 녹화, 메모나 낙서라도 - 을 더 열심히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대단한 무언가를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억하고 기록하려는 의지를 잃지 않는 것, 그 자체가 삶을 사랑하는 아주 멋진 태도인 것 같다는 생각에. 그러다 보면 내 마음속 어딘가에 묵직하고 뜨끈한 추억의 도서관이 생겨나지 않을지.

 

- p. 103

 

비행기 창문 밖으로 드넓게 펼쳐진 파란 창공을 보는데 미란다 할머니의 또랑또랑한 목소리와 맑은 기운을 품고 있던 눈빛이 어른거렸다. 그래. 미란다 할머니처럼 씩씩하게, 누가 뭐래도 나는 나대로, 귀찮음 따위에 지지 말고, 더 보고 더 알고자 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그렇게.

 

- p.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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