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사려 깊고 과묵하지만 일단 입을 열면 그 누구보다 재밌는 친구

창가 책상에 놓인 그것들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문득

‘아, 참 아름답다’ 느낀 적이 있습니다.

가로와 세로의 이상적인 비율.

저 단호한 직각의 고요와 단정함.

사려 깊은 함구와 믿음직스러운 과묵함.

그러나 일단 입만 열면 그 누구보다 재밌는 걸 알고 있죠.

그중 하나를 집어 들어봅니다.

손안에 들어와 맞춤하게 잡히는 느낌이나

솜처럼 가볍지도, 돌처럼 무겁지도 않은 존재감도 적당합니다.

그것을 넘길 때 내 손가락 끝은

얇은 단면을 쓰다듬으며 내려와, 단 한 장을 가려 쥡니다.

배운 적 없는 그 동작을 손은 어떻게 그렇게 잘하는 걸까요.

어느 밤에는

나의 지문과 종이의 살결이 마찰할 때의 그 느낌,

그 소리까지도 좋아집니다.

그런 순간에는 깨닫게 되죠.

아, 내가 정말 사랑하게 됐구나!

글자들은 줄지어 기어가는 개미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 작고 검은 몸들이 꼬물거리며 나에게 오고 있는 것처럼요.

그러니 좋아하지 않고 배길 수 있나요.

그래서 커트 보니것도 이렇게 썼나봅니다.

“책을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책은 느낌이 아주 좋으니까요.”

- 허은실 『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 P.2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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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했다가 죽이겠다고 했다가 - 양을 치며 배운 인간, 동물, 자연에 관한 경이로운 이야기
악셀 린덴 지음, 김정아 옮김 / 심플라이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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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단골 도서관을 방문하게 되면 으레 신간 코너부터 둘러보는 게 버릇이 되었다무인 도서대여기기 옆에 두 개의 책장이 있는데왼쪽에는 비문학 도서가 있고 오른쪽에는 문학도서가 꽂혀있다대부분 문학도서가 꽂힌 오른쪽 책장만 살펴서 책을 대출해 오는데그날은 왼쪽 책장에 손이 갔다많은 비문학 도서들 사이에 이 책 사랑한다고 했다가 죽이겠다고 했다가의 제목이 눈에 들었고책의 분류에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망설임 없이 빌려왔다.

 

양을 치며 배운 인간동물자연에 관한 경이로운 이야기라는 부제 때문이었을까, 도서관에서는 이 책을 500번으로 분류했다. 기술과학으로 분류되다니정확히는 527번으로농업과 농학으로 분류된 것이었다실제로 목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니까 500번으로 분류되는 것에 의의는 없지만이 책은 결국 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제목인 사랑한다고 했다가 죽이겠다고 했다가는 첫 여름 마지막 일기에 나오는 말인데원문은 이렇다.

 

새 메시지가 올라왔다.

침대에 누워 있는데 양들이 매애 우는 소리가 들려요바로 창문 아래에서 들리네요무슨 일이 있나 나가 보겠습니다어제 카달로그에서 괜찮은 칼을 골랐어요오늘 주문하겠습니다.”

사랑한다고 했다가 죽이겠다고 했다가 한다는 게 이런 건가.

(p.33)

 

옮긴이의 글에 따르면 원제는 양 일기였고좀 더 친절한 제목으로 스웨덴 양치기 아저씨의 좌충우돌 목장 일기’ 같은 것을 생각해보기도 했단다고민 끝에 도발적이면서 염세적인 이 책의 제목이 오히려 정확하다는 판단에 결정했다고 하는데신의 한수였다고 생각한다양을 돌보면서 삶의 충만함을 경험하는 것은 사실이지만그렇게 애지중지 기른 양을 결국 도축하는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것 중 하나는내게 있어 은 상당히 미지의 동물이었다는 것이다단순하게 양치기나 양이 풀을 뜯는 모습과 보더콜리와 목장만을 생각했는데모든 목축이 그렇듯 양을 키우는 것 역시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축사와 울타리를 손 보고양의 건강과 상태를 살피고털을 깎고 도축을 하는 일.

 

양 말고 다른 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다예컨대 개를 키우는 사람은 개 한 마리 한 마리에게 애착을 느끼는 것 같은데 양을 키우는 나는 그렇지 않다양을 키우는 생활 전체에 애착을 느낄 뿐이다.

일이라는 생각으로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정해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한다양을 키우는 생활은 항상 양에 신경 써야 한다는 점에서 취미 생활과 다르다. 1년 365일 양에게 해 줘야 할 일이 있고만약에 대비해 하루 24시간 양들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

헌신이라면 헌신인데 대가가 뭐냐고 물으면 잘 모르겠다양고기양털그보다는 헌신하는 삶 그 자체가 대가라고 하는 편이 맞겠다어떻게 하면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을까 같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삶을 꽉꽉 채워 주는 녀석들이 200미터 앞 방목장에 살고 있다되새김질에 여념이 없는 녀석들꽉 찬 게 뭐고 덜 찬 게 뭔지 전혀 모르는 녀석들이다.

(p.91-92)

 

양을 키우는 것은 결국 일이라는 생각으로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정해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한다는 표현이 인상 깊었다그래서 헌신하는 삶 그 자체가 대가라고 하는 편이 맞겠다는 것도이렇게 하루하루 양 치는 이야기를 끄적거리는 것도 어쩌면 되새김질이라며큰 변화도 없고 별 재미도 없고 눈부신 장면도 없고 신바람 나는 순간도 없지만 글도 재미없게 써야 할까하고 자문하기도 한다여기서 재미란 빵빵 터지는 유머는 아니지만문학을 가르치는 강사이자 공부하는 연구자로 살았다는 전적답게 글이 맛깔났다양 떼 사이를 오가며 탈출한 양이 없는지 세고양들과 함께 나이 드는 것을 통감하고때로는 양에게 책임감과 애정을 느끼며 당혹스러워한 나날들이 쓰인 일기가 이렇게 흥미진진할 수 있다니이게 재미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사실 나는 신용카드 한 장으로 모든 일상사를 해결할 수 있는 이 편리하고 풍요로운 생활이 언젠가 끝장나기를 남몰래 바라고 있다.

이 땅과 이 풀과 이 양은 까마득한 옛날부터 인간의 현실이었다내가 가진 것이 이 땅과 이 풀과 이 양뿐이었다면도축과 육식은 윤리니 지속 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이니 하는 것과 아무 상관 없는그저 생존의 방편이었을 것이다햇빛과 바람과 물과 흙과 동식물과 약간의 울타리로 이루어진 유기적 세상이 세상을 건드릴 수 있는 존재는 하나님뿐이었을 것이다아니하나님이라도 건드리지 못했을 것이다.

(p.198)

    

앞서 채식주의자로 살아온 이야기가 나오는데양을 키우는 생활을 하게 되며 갖게 된 생각을 풀어낸 이 부분도 신선했다그가 어떻게 양을 키워왔는지 읽어왔기 때문일까하나님이라도 건드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에 매달리지 않기 위해 애쓰며 살고 있다왜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다.

정신 건강을 회복하려는 사람에게는 논리적으로 타당한 방향인 것 같다예측 불가능한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매달리다 보면 나의 자아감과 자존감은 점점 취약해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

물론 내가 논리적으로 타당한 사람이 되기 위해 이렇게 사는 건 아니다내가 이렇게 사는 건 어쩌면 그저 다른 사람들과 잘 소통하지 못하는 성격이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런 내 단단한 마음의 벽에 작은 틈이 생긴 것은 양의 개체 수도 훨씬 적고 경험도 없었던 2년 전이었다전기 공사 때문이었나기술자 두 명이 일하러 온 날이었다두 사람은 아침 일찍 도착해 이미 축사 뒤편에서 작업 중이었고나는 애들이 등교한 뒤에야 두 사람이 작업하는 곳으로 내려갔다.

내가 두 사람과 이야기를 시작한 바로 그때양들이 갑자기 50미터 전방의 방목장 울타리 너머에서 매애-”하고 울었다두 사람 중 한 명이 감탄했다.

당신을 알아보네요아까 우리가 왔을 때는 아는 척도 안 하더니.”

나에게 관심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왠지 울컥했다.

(p.208-209)

 

양에게는 인간의 모습을 투영할 수 없다. 양과 인간은 전혀 다른 동물이기 때문이다. 내가 양의 습성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든 그들의 습성은 바뀌지 않는다. 그런 양이 하루는 양치기의 단단한 마음의 벽에 작은 틈을 낼 때가 있다. 양치기에게는 늘상 들어온 매애-”였으나 누군가가 그것은 다른 매애-”라고 말해주었고, 양치기는 그렇게 생겨난 작은 틈 역시 열심히 돌보며 살 것이다. 단순해서 오히려 다채롭고 다사다난한 양치는 삶을 계속하면서.


새 메시지가 올라왔다.
"침대에 누워 있는데 양들이 매애 우는 소리가 들려요. 바로 창문 아래에서 들리네요. 무슨 일이 있나 나가 보겠습니다. 아, 어제 카달로그에서 괜찮은 칼을 골랐어요. 오늘 주문하겠습니다."
사랑한다고 했다가 죽이겠다고 했다가 한다는 게 이런 건가. - P33

양 말고 다른 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다. 예컨대 개를 키우는 사람은 개 한 마리 한 마리에게 애착을 느끼는 것 같은데 양을 키우는 나는 그렇지 않다. 양을 키우는 생활 전체에 애착을 느낄 뿐이다.
일이라는 생각으로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정해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한다. 양을 키우는 생활은 항상 양에 신경 써야 한다는 점에서 취미 생활과 다르다. 1년 365일 양에게 해 줘야 할 일이 있고, 만약에 대비해 하루 24시간 양들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
헌신이라면 헌신인데 대가가 뭐냐고 물으면 잘 모르겠다. 양고기? 양털? 그보다는 헌신하는 삶 그 자체가 대가라고 하는 편이 맞겠다. 어떻게 하면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을까 같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삶을 꽉꽉 채워 주는 녀석들이 200미터 앞 방목장에 살고 있다. 되새김질에 여념이 없는 녀석들, 꽉 찬 게 뭐고 덜 찬 게 뭔지 전혀 모르는 녀석들이다. - P91

사실 나는 신용카드 한 장으로 모든 일상사를 해결할 수 있는 이 편리하고 풍요로운 생활이 언젠가 끝장나기를 남몰래 바라고 있다.
이 땅과 이 풀과 이 양은 까마득한 옛날부터 인간의 현실이었다. 내가 가진 것이 이 땅과 이 풀과 이 양뿐이었다면, 도축과 육식은 윤리니 지속 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이니 하는 것과 아무 상관 없는, 그저 생존의 방편이었을 것이다. 햇빛과 바람과 물과 흙과 동식물과 약간의 울타리로 이루어진 유기적 세상, 이 세상을 건드릴 수 있는 존재는 하나님뿐이었을 것이다. 아니, 하나님이라도 건드리지 못했을 것이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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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일은 아니지만 -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자기만의 방
홍화정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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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일이 아니다써온 일기를 책으로 엮기 위해 원고 작업을 하는 것도그렇게 만든 책을 세상에 선보이는 것도무엇보다 일기를 쓰는 일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일기에는 단순히 있었던 일을 기록하기도 하지만외면했던 나를 마주하고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기도 하니까.

 

이 책의 제목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결국 해낸 홍화정 작가님의 4컷의 그림 에세이를 만난 건 지난 2019 서울국제도서전에서였다. 휴머니스트 부스에서 이 책을 보았다. 출간 전 만나볼 수 있는 따끈따끈한 기회였는데구매를 계획했던 책이 아니어서 마음에만 담아두고 돌아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책을 구매할 일이 생겼고망설임 없이 이 책을 골랐다.

 

표지에 담긴 저 귀여운데 울고 있는 하트들은 어떤 의미일까 싶었는데프롤로그에서 그림일기에 대한 사연이 소개되었다.

 

책이 된 원고는 2016년부터 2019년 1월 1일까지 쓴 일기에서 가져온 이야기들인데이 시기에 작가님은 서울 생활을 접고 10년 만에 아빠와 함께 연고도 없는 낯선 지방에서 살게 되었다고 한다심리 상담을 받으며 신경정신과 약을 먹기 시작했고그 어느 때보다 깊은 우울과 무기력감에 허우적거리며 나를 세상에서 가장 좋아도 했다가 치가 떨리게 혐오하기도 하면서 여기저기 찢고 꿰맨 자국이 많이 남은 시기였다고.

침대 밖으로 나가지 못하면서죽어가는 벌레처럼 울면서도 어째 거의 매일 손바닥만 한 노트에 일기는 썼다고이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하며 아무런 기대도 없이 쓴 일기가 이렇게 책으로 묶여 나오니어쩐지 일기장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그래서인지 일기에는 작가님의 주위를 맴도는 하트들이 자주 등장한다그래서 이 일기들이 멋있었다일기라는 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취하고마음에 들지 않은 이야기들은 얼마든지 버릴 수 있는 것 아닌가타인의 일기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일기에는 그래왔기 때문이다혼란스럽고 뜻대로 되지 않는 미운 마음을 들여다보고 기록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을 계속해서 해 나가는 일책이 된 일기는 하루아침에 책이 된 것이 아님을 다시금 깨달았다.

   


 

제일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조금씩 조금씩이라는 일기였다작가님은 수에 정말 취약해서수치화 되는 모든 것에 전혀 감을 잡지 못한다고그림을 그리는 데 정확히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도 모른 채 프리랜서가 되니시간이 부족해 새벽까지 작업을 했고 순식간에 생활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고처음으로 작업하는 시간을 재어보니 모든 일이 본인이 예상한 시간의 3-4배가 더 걸렸다고작업에 들어가기 전 준비하는 시간을 간과하기도 했었고본인의 단점과 쉬는 시간 그리고 다양한 변수를 감안하지 못한 탓도 있었다고그래서 요즘은 일하기 전이 일이 어느 정도 걸릴지 가늠해보는데 그때마다 기가 차서 웃음이 난다고알게 되었다고 바로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조금씩 조금씩 고쳐나가고 있다고.

 

이 내용이 담긴 그림일기가 정말 귀여웠고(내 이야기 같아서 정곡이 찔렸다는 건 비밀이다), 이 그림일기에 덧붙은 글에서 배운 것이 있어서 마음이 갔다.

 

조각을 모으는 시간을 간과해왔던 것 같다.

조각을 모으는 일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딱히 뭐라 설명하기도 힘드니까.

그래서 늘 딴짓했다라거나 놀았다’, ‘아무것도 못 했다라고 말해왔는데

요즘은 그 조각을 모으지 않으면 이야기를 쓰고 그릴 재료가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할 말이 없어졌달까몇 번의 경험과 깨달음을 통해 이제는 조금 확신하듯 말할 수 있다.

딴짓하거나 놀고 있는 게 아니라 조각을 모으고 있다고그리고 이것도 알게 되었다.

조각은 모으기만 하면 안 된다는 걸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은 이상

모은 조각에 먼지가 쌓이기 전에 뭐든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을.

-2018. 11. 08.

(p.41)

 

맞다조각은 모으기만 해선 안 된다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은 아니다그러나 평생 그리하며 살고 싶다고 마음먹은 이상작가님의 말마따나 모은 조각에 먼지가 쌓이기 전에 뭐든 만들어내자고 일기장에 옮겨 썼다.

 

프롤로그에서 이 일기가 어떤 효용이 있을지 아직도 고민이 많다고 하셨지만 내가 작가님의 일기를 통해 배운 것처럼이 책을 읽은 또 다른 이에게도 저마다의 효용이 있는 시간이었을 거라 믿는다무엇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다시금 읽기를 쓰기 시작하였으니더할 나위 없는 효용이지 않을까.

 

너무 잘하는 것보다 다음에도 또 할 수 있을 정도로만 잘하는 것이 더 좋은 듯하다.

완벽해지려고 하지 말고적당히 잘해야 한다.

다음에도 또 할 수 있는 것이 잘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2018. 12. 22.

(p.72)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일기를 계속 쓸 수 있게적당히 일기를 쓰고 있다작가님의 다짐처럼 나 역시 살아감의 아름다움을 쉽게 가려버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p.s. 너무 귀여워서 덧붙이지 않을 수 없었던 그림일기.


조각을 모으는 시간을 간과해왔던 것 같다.
조각을 모으는 일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딱히 뭐라 설명하기도 힘드니까.
그래서 늘 ‘딴짓했다’라거나 ‘놀았다’, ‘아무것도 못 했다’라고 말해왔는데
요즘은 그 조각을 모으지 않으면 이야기를 쓰고 그릴 재료가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할 말이 없어졌달까. 몇 번의 경험과 깨달음을 통해 이제는 조금 확신하듯 말할 수 있다.
딴짓하거나 놀고 있는 게 아니라 조각을 모으고 있다고. 그리고 이것도 알게 되었다.
조각은 모으기만 하면 안 된다는 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은 이상
모은 조각에 먼지가 쌓이기 전에 뭐든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을.

-2018. 11. 08. - P41

너무 잘하는 것보다 다음에도 또 할 수 있을 정도로만 잘하는 것이 더 좋은 듯하다.
완벽해지려고 하지 말고, 적당히 잘해야 한다.
다음에도 또 할 수 있는 것이 잘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2018. 12. 22.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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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위를 둘러보니 나처럼 애들을 학교랑 어린이집에 보내고 온 엄마들이 가득했어요. 강의가 끝나고 질문시간이 됐는데, 어떤 엄마는 자기 아이가 학교에서 권해준 책을 잘 읽지 않는다며 상담을 부탁했고, 또 어떤 사람은 남편과 자주 싸우는데 사랑한다는 말에 그림을 곁들인 편지를 써서 주면 남편 마음이 풀릴까 물었어요. 글쓰기나 그림 그리기에는 관심이 없지만 시어머니에게 책을 만들어드리면 어떨까, 점수를 딸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나온 사람들도 있었고요. 그랬더니 강서빈 작가님이,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쓰고 읽어보세요, 그림을 그려보세요, 이기적이 되세요, 하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아주 부드럽게 말씀하시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왜 손톱 가위를 떠올렸을까. 아이 손톱을 자르는데 아이가 울기 시작했었다. 맨살이 잘렸나 살펴봤지만 아무렇지도 않아서, 나는 화를 좀 냈다. 대체 왜 울어? 뭐가 어쨌다고?

- 윤이형 소설, 작은마음동호회 p.25-26

2019. 0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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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기 좋아하는 그들에 대한 대처법을 조언하건대,
누군가 당신에 대해 비난이 포함된 판단을 내린다면
당신이 알아야 할 점은
첫째, 그건 한 개인의 지극히 주관적 견해일 뿐
그 사람이 솔로몬이나 프로이트는 아니라는 것.
둘째, 그것이 당신을 향한 비난이라면
해야 할 일은 화를 내거나 슬퍼하는 게 아니라
비난의 진실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
그 비난이 진실이라면 안 좋은 점을 고치는 계기로 삼으면 되는 것이고,
그것이 그저 상대 내면의 문제에서 비롯된 거짓이라면
그냥 개가 짖는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것.
셋째, 만약 개가 계속 짖으면?
가만히 듣고 있지 말고, 마땅히 그 책임을 물으시라.

죄명은? 명예훼손 죄? 아니. 소음공해 죄.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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