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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보겠습니다 - 흔들리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키미앤일이 지음 / 가나출판사 / 2019년 2월
평점 :
저마다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 신작을 기다려온 작가의 책, 믿고 보는 출판사의 책, 드라마 속 주인공이 읽었던 책, 취향 코드가 맞는 인친이 읽었다기에 관심이 간 책, 제목에 눈길이 간 책, 표지가 발길을 사로잡은 책 등등. 이 책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보겠습니다』의 경우 제목과 표지에 마음을 빼앗겨서 찾아 읽게 되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역시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보겠습니다’라는 제목이었다. 부제는 또 어떤가. ‘흔들리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라니. 두 번째는 이국적인 그림체와 색감이었다. 제목과 그림체와 색감의 조화에서 어쩐지 ‘뚝심’이 느껴졌다. 이 책을 읽지 않고는 나 역시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바다를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저는 파도 치는 소리가 너무 좋고, 바닷물결이 일렁이는 모습이 아름다워서 바다를 좋아합니다."라고 이야기해 버리면 그것이 없어졌을 때 바다를 좋아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인지 바다도 바다지만 정말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를 붙인 적이 거의 없다. 실제로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에 이유를 만든 적이 더 많다. 일종의 좋아하기 위한 노력처럼 말이다.
붕어빵에 팥이 없으면 붕어빵이 아닌 것처럼, 이유가 있는 것에 이유가 빠지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것이 싫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모든 것에 이유를 만들지 않으려 한다. 이유가 사라져 버려 사랑하는 것을 사랑할 수 없게 되는 슬픔을 맛보고 싶지 않다.
그게 바다든 사람이든.
(p.104)
이 구절을 읽는데,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에서 완의 대사가 오버랩됐다.
“생각해봤어. 왜 당신이 좋은지. 못 찾았어. 왜 당신이 좋은지, 이유가 없어. 근데 이유가 없어서 사랑인 것 같애. 근데 그게 맞아. 이유가 없는 게. 이유가 있어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이유가 사라지면 그 마음은 변할 거라는 말이잖아. 이유 같은 거 없이 좋아해. 그냥 당신이, 당신이라서.”
이 대사를 좋아했기 때문에 단번에 눈에 들었던 구절인데, 이 구절을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실제로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에 이유를 만든 적이 더 많다. 일종의 좋아하기 위한 노력처럼 말이다.’는 구절 때문이다. 전 직장에 다닐 때 힘들고 지쳐도 이런저런 이유로 다닌다고 입에 달고 살았는데, 돌아보니 그곳을 좋아하기 위해 노력했던 거였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좋아하는 것에 이유를 붙이지 않으며 살고 싶은 동시에, 좋아하지 않는 것에 이유를 만드는 것 역시 달갑게 여기며 살고 싶다.
나는 하고잡이(뭐든 하고 싶어하고 일을 만들어서 하는, 일 욕심이 많은 사람)라 그런지 항상 하고 싶은 게 다양하게 많았다. 하지만 '무엇을 하고 싶다.'라는 것은 그 무언가를 지금은 할 수 없는 상태일 때 더 크게 일어난다. 사람이라는 게 할 수 없으면 더 하고 싶다. (저만 그런 것은 분명 아닐 겁니다.) 그런데 정작 할 수 있을 때가 되면, 또 안 하게 된다. (이건 저만 그럴지도) 정확하게 말하자면 미뤄 버린다. 그러다 또 하기 힘든 시기가 오면, 굳이 꾸역꾸역 하고야 만다. 이건 도대체 무슨 심리일까?
(p.190)
책에서는 등산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었는데, 나는 블로거 ‘해밀’로서의 나를 두고 쓴 글 같았다. 뭐든 하고 싶어하고 일을 만들어서 하는, 일 욕심이 많은 사람. 하고잡이. 수많은 카테고리들은 뭐든 하고 싶어 했고 조금씩은 건드려봤던 과거를 여실히 보여주고, 앞으로도 하고 싶은 포스팅이 백만개쯤 된다. 그런데 할 수 없으면 더 하고 싶고, 할 수 있게 되면 세상 미루다가 마감일에야 겨우 하는 청개구리가 나다. 이 리뷰 역시 마감일을 앞두고 쓰고 있으니 말 다했다. 이 구절이 담긴 산문의 제목 또한 ‘청개구리 심보’인데, 세상에 이런 청개구리가 최소 둘은 있다는 걸 깨달았던 구절이었다. 정말 무슨 심리일까?
좋아하는 것이 생업이 되어버린 우리의 이야기(60쪽), 작은 상점에서 선물을 샀는데 정성스럽게 포장을 해주던 것을 보고 포장에 대한 생각과 개념이 완전히 바뀌게 된 이야기(63쪽),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 대한 감상(132쪽)등 리뷰에 담고 싶은 공감 가는 이야기가 많았다.
이쯤에서 내가 가장 애정하는 구절을 소개해야겠다.
상상을 현실로 만든다는 것은 사실 간단하다.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상상했던 것들을 조금씩 실천하면 된다.
사실 말이야 쉽지. 실천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참 많다. 그중에서 가장 큰 것은 단언컨대 '돈'이나 '상황' 같은 녀석들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가장 큰 방해꾼이다. 그러니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당신도 시작하면 어떻게든, 된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우유부단하고 찌질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의 상상들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작은 것부터 조금씩 열심을 더해 실천에 옮기고 있다.
(p.188-189)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주인공 월터 미티도 그랬다. 자의였든 타의였든 간에 그는 폐간을 앞둔 ‘라이프’지의 마지막 호 표지 사진을 찾기 위해 떠났고,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스케일이 좀 다르긴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보겠습니다!”라는 나의 상상 역시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조금씩 실천하자고, 다시금 다짐한다. ‘해밀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끝판왕 빌런은 다름 아닌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작은 것부터 조금씩 열심히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