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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노래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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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편(偏)’이 심한 나는, 음악 역시 챙겨 듣는 음악만 듣곤 한다. Original Sound Track, 줄여서 OST라 부르는 음악이 그것이다. 내 생애 첫 MP3플레이어였던 코원의 F1을 구매해서 기기에 처음 넣었던 노래 역시 OST였다. 컴퓨터 하면서 무한 반복해 듣는 OST였지만 좋아라하는 OST를 기기에 넣어 어디서든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가슴 벅차고 신났더랬다. 하루는, 장르와 관계없이 드라마, 영화 등 작품에 쓰인 음악이라면 ‘닥치고’ 좋아하는 OST를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건지 생각해봤다. 아마도 그건, 음악을 들으면서 그 작품, 다시 말해 음악과 함께 접하는 ‘이야기’가 좋아서 나는 OST를 이렇게나 좋아하는구나, 라는 결론을 내렸다. 작품 속 캐릭터, 혹은 이야기를 떠올리며 OST를 들으면 음악은 내게, 좀 더 입체적이고 깊이 있게 들렸으니까. 이렇게 음악을 듣는 나에 반해, 소설 뿐 아니라 수필에서도 매력이 묻어나는 우리의 흑임자 (cf.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 김중혁 작가님의 이번 에세이 『모든 게 노래』에 담긴 노래들은 전부 김중혁 작가님의 일상에서 재생 된 노래들이다.

 

유명 소설가 K1, K2와 남쪽으로 꽃을 맞으러 가는 차 안에서 함께 들었던 장사익씨 버전의 <봄날은 간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글 쓰는 재능을 물려주신, 취미삼아 노래 교실에 다니는 어머니가 좋아하는 김연자의 노래 <10분 내로>, 음악을 듣는 데 있어 스킵을 멈추게 만든 듀란듀란의 데뷔 앨범, 앨범 제목을 들었을 때 마치 전쟁 때 잃어버린 기분이었던 그룹 얄개들의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 독자에게 받은 선물인 ‘Afternoon’의 첫 앨범 《남쪽섬으로부터》중 <해변의 아침> 등등.

 

각각의 사연들을 떠올리면 사연과 함께 한 노래가 떠오르고, 노래를 떠올리면 그 노래와 함께 한 사연이 떠오르는 노래들. 그래서인지 『모든 게 노래』를 읽고 있으면, 내 인생에서 재생된 노래들이 떠오른다. 럼블피쉬의 <한 사람을 위한 마음>으로 기억되는 생애 첫 아르바이트였던 공장 아르바이트, 좋아했던 보이 그룹의 멤버 미니홈피 뮤직 플레이어 리스트에 있어서 듣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좋아하는 가수로 손에 꼽게 된 Ra.D(라디)의 노래들, 하나뿐인 친척 언니 결혼식에서 형부가 부른 SG워너비의 <내 사람>, 여러 코드가 잘 맞아 절친한 친구와의 사이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코드 ‘성발라’ 성시경의 노래들, 중학생 시절 18번이었던 Daylight(데이라이트)의 <Daylight> 등등. 때로는 폭풍 공감하고, 때로는 키득거리고, 때로는 좋은 경험이 되는 『모든 게 노래』 속에 실린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OST 위주로 음악을 듣는 나지만, 내게도 인생의 21번, 93번, 137번 트랙 쯤 되는 노래들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글을 쓰려고 떠올리지 않아도, 내 인생 구석구석 어딘가에 숨어있는 노래들을 말이다.

 

재밌게 챙겨 읽었던 씨네 21 속 칼럼, ‘김중혁의 No Music No Life’와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에 실린 글들이 한데 묶여 나온 이 책은 크게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장으로 묶여있다.

 

음악에 대한 글을 쓰다 보면 이상하게 계절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된다. 음악과 계절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계절은 음악의 스피커가 되어 소리를 더 잘 들리게 하고, 음악은 계절의 공기가 되어 향기를 더 잘 맡을 수 있도록 해준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태풍이 몰아치면 늘 듣던 음악이 다르게 들린다. (p.53)

 

캐롤은 언제 들어도 캐롤이지만, 눈 내리는 겨울에 들어야 제 맛인 것처럼 음악과 계절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벚꽃 흩날리는 봄에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듣고, 무더운 여름에 히사이시 조의 <Summer>를 듣고, 낙엽지는 가을에는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를 듣고, 눈이 소복히 쌓인 겨울에는 박효신의 <눈의 꽃>을 듣는 나로서는 반가운 구성이었다.

 

소설가 김중혁의 감성을 완성해준 뮤지션들에 대한 오마주이고, 때로는 고뇌하는 청춘에 대한 위로이며, 때로는 한 소설가의 문학 생활에 대한 지론이자, 때로는 소중한 일상에 바치는 연가인 『모든 게 노래』속 글들을 읽다 보면 정말이지, 인생에 있어 희로애락 무엇이든 노래가 될 수 있고, 그래서 ‘모든 게 노래’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을 견뎌내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는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견딘다. 시간의 속도를 더디게 만들기 위해 필름 속에다, 컴퓨터 속에다 풍경을 담는다. 우리는 소설을 쓰고 읽으며 시간을 견딘다. 소설 속에 거대한 시간을 담아 시간의 처음과 끝을 파악하려 애쓰고, 시간을 되돌리고 빨리 흐르게도 하며 시간의 민낯을 보려 애쓴다. 우리는 영화를 보며 시간을 견딘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의 모습과 순식간에 지나가는 시간의 속도를 화면 속에서 보며 우리의 시간을 잊는다. 그렇게 견딘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견딘다. 아니, 이 말은 조금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뛰어넘는 방법을 배운다. 시간을 가뿐히 뛰어넘어 다른 시간과 공간에 가닿는 방법을 배운다. 그렇게 시간을 견딘다. 음악이야말로 가장 짜릿한 마법이다. (p.229)

 

위 구절은 내가 이 책을 소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구절이다. ‘시간’에 관심이 많고, ‘음악’을 좋아하는 작가 김중혁이 전하는, 시간을 견디는 가장 짜릿한 마법인 ‘음악’을 설명하는 데에는 이만한 글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뛰어넘는 방법을 배우고, 시간을 가뿐히 뛰어넘어 다른 시간과 공간에 가닿는 방법을 배우고, 그렇게 시간을 견뎌왔고 또 견뎌낼테니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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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13-11-29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해밀 2013-11-30 01:5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