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덕혜옹주 (개정판)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7월
평점 :
최근 개봉한 영화 "덕혜옹주" 의 관심으로 다시금 재조명 받고 있는 소설판 덕혜옹주를 읽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역사 왜곡이 심하여 졸작이라는 아주 혹독한 평가도 받는 작품이다. 영화의 후기를 보면 덕혜옹주란 인물을 아에 창작하다시피 하여 그야말로 역사 왜곡이라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없던 영웅조차 만들어 믿어야하는 민족의 정당성을 주장해야하는가? 역사는 진실이다. 객관적이어야 한다. 우리의 것이라고 미화 되어서는 안되는 성질의 것 중 하나다. 좋은 것을 뽐내고 지켜나가는 일이 아닌 없었던 것을 있었던 것처럼 만들어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덕혜옹주"는 감독과 제작진이 만들어낸 감정팔이의 상업 영화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미사여구를 붙여 정당성을 주장한다고 해도 역사를 모르는 이들에게 잘못된 사실로 혼란을 주어서는 안된다.
소설 덕혜옹주는 왜곡이라기엔 담담하게 지나간다. 굳이 과장해서 멋내지 않고 없었던 일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물론, 사실을 근거로 한 픽션임을 작가는 서두에 밝힌다. 덕혜옹주라는 인물이 있었고 역사적 사건들에 의해서 뼈대가 만들어지고 그 안의 내용물은 작가가 픽션으로 채운다. 역사속에서 잊혀져간 조선의 마지막 황녀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미화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이 미화가 싫지 않다. 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 속 덕혜의 자긍심은 독자로 하여금 감탄하게 한다. 소학교 시절 이지메를 견디는 당당한 모습이며, 어느때고 위엄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은 작은 체구에서 뿜어낸다고 믿기 힘든 당당함이다. 실제 덕혜옹주가 그런 태도를 보였는지 소학교에서 이지메가 있었는지 있었다고 하여도 덕혜옹주의 마음은 어땠는지 역사적으로도 기록이 적고,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알 수 는 없다. 덕혜옹주는 볼모로 일본에 끌려가 일본의 마음대로 휘둘린 삶을 살았던 불쌍한 인물은 맞다. 우리 민족이 일본의 식민지배속에 치욕의 시간을 살아온 것 또한 맞다. 그렇기에 우리는 믿고 싶은 것이다. 일본에 끌려간 의친왕, 영친왕, 그리고 덕혜옹주 등 우리 민족의 혈통이 그들 앞에서 당당했었고 또 위엄 있었다고 말이다.
이것은 왜곡이 아니다. 미화라고 표현했지만 믿음에 가깝다. 우리는 당당했고 또 굴복하지 않았다. 비록 시대에 잊혀졌고 소수 기억하는 자들에게 알려졌으며 상업 영화로 인해 왜곡되었지만, 덕혜는 실존했고 또한 당당했다 믿고 싶다.
"모든 일이 봄날의 꿈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구나. 모든 것은 사라짐으로써 덧없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