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그
이소영 지음 / 사계절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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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그—취업 시험을 대부분 가상현실로 보는 이 시대 젊은이들 사이의 은어이자 일반 기업의 취업 리그와 다르게 전 세계 최고의 기업들 몇몇이 만든 취업 리그만을 가르킨다.
슈퍼리그는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상현실 기기로 어디서든 접속해 참가할 수 있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마치 통과의례처럼 여겨진다.”


가진 것도 없고 든든한 ‘백’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서른 살 청년 만주는 스팸택시에게 해킹 당해 가진 재산 모두를 털리고 현재는 별독수리가 미처 먹지 못한 죽은 사람의 뼈 잔해를 치우는 청소 일을 하고 있다.
남은 시간은 죽음을 기다리는 집 ‘마더하우스’에서 봉사하는 댓가로 먹을 것을 얻으며 근근히 살아간다.

청소 일을 하고 있던 어느 날, 거리에 쓰러져 있는 노인을 발견한 만주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마더하우스로 데려간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노인은 만주에게 슈퍼리그에 도전할 것을 제안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신형 가상현실 기기를 건넨다.
슈퍼리그에 10년 동안 도전하다 실패한 만주는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였지만 최신형 기기와 연습용 팩을 갖게 되면서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35년 후가 배경인 시대는 미래를 다룬 대부분의 소설처럼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다.
인간의 죽음은 존중받지 못하고 쓰레기처럼 처리되고 공정하고 공평하다고 말하는 취업 전선은 누구나 슈퍼리그에 참가할 수는 있지만 누가 더 최신형 가상현실 기기를 갖고 있고 좋은 연습용 팩으로 연습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정해진다.

주인공 만주는 겉으로는 공정하지만 시작부터 기울어진 조건의 세상에서 혼자 살면서 노인을 돕고 폐기될 운명의 낡은 로봇을 집으로 가져온다.
옛이야기의 착한 주인공이 복을 받는 것처럼 만주는 기회를 잡게 된다.
그렇지만 노인을 구하고 로봇에게까지 정을 쏟는 그의 성정이지만 변해버린 동생은 외면하기도 한다.

착하지만 그 이상을 뛰어넘지않는 주인공 만주를 보며 지금과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지만 오늘을 사는 취준생 젊은이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천사가 되길 꿈꾼 남자, 그리고 천사가 됐다고 스스로 믿는 남자지만 그가 바라던 진짜 천사로 살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어 소설을 덮고도 마음이 아린다.


<본 도서는 사계절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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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 살인 사건 요다 픽션 Yoda Fiction 6
전건우 지음 / 요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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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남녀 학생 세 명이 연달아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살해된 피해자 모두 신체 일부가 훼손된 채 발견되고 광역수사대는 조민준 팀장을 중심으로 수사에 나선다.

한 편 이슈킹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버 활동을 하는 주성호에게 발신번호표시제한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본인을 단죄자라고 칭하는 남자는 자신이 중학생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고 밝히고 살해된 아이들을 포함 5명이 동급생을 살해한 촉법 소년임을 알린다.

살해된 아이들이 살인을 저지른 촉법 소년임이 알려지자 단죄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여론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수사를 통해 단죄자가 아동을 상대로 한 범죄를 저지르고 20년을 복역한 추종국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조민준은 살해된 아이들이 저지른 살인 사건의 피해자 가족을 찾아 탐문을 시작한다.

살해된 아이들에게 폭행을 당해 죽은 하민의 남은 가족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슈킹의 예고대로 주범격인 박수호가 납치되고 범인은 촉법 소년법을 폐지할 것을 요구한다.

🪢형법 제9조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

우리는 촉법소년이 저지른 범죄를 뉴스를 통해 들으면 가해자들의 어린 나이와 범죄의 잔혹성에 혀를 찬다.
그러면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 현 제도에 대한 문제점과 아직 정체성이 제대로 성립되지 않은 아이들의 인신을 무작정 구속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만 제시할 뿐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소설은 범인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경찰과 피해자 유가족이 겪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지 촉법소년제도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않는다.
하지만 소설을 덮을 때쯤이면 제도때문에 죄를 짓고도 반성하지않는 무서운 괴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윤민우가 말한 “그들을 범죄의 궁지로 내몬 건 우리 어른과 사회 시스템 그 자체라고! 이걸 뜯어고치지 않는 한 법을 아무리 수정해도 지슷한 일은 반복될 거야!”라는 말에 동의하면서도 만약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난 일이라면 그 때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 지 자신할 수 없다.
형사미성년자의 의한 강력사건이 일어날 때만 반짝 이슈 몰이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심도있는 토론을 할 시기가 도래한 것 같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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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맣고 커다란 고릴라 - 반대와 반대의 세계 웅진 세계그림책 270
앤서니 브라운 지음, 이훤 옮김 / 웅진주니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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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은 초등아들이 사용하던 영어이름 ‘앤서니’를 작가의 이름에서 따올 만큼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엄마가 하는 일의 소중함과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했던 #돼지책 을 시작으로 고릴라가 등장하는 작가의 그림책은 거의 다 봐 온 듯합니다.

이번에 출간된 새로운 그림책 역시 표지 그림만으로도 작가의 이름을 알 수 있는 특색있는 고릴라 그림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커다란 고릴라와 자그마한 아기 원숭이가 그려진 표지에는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제목과 ‘반대와 반대의 세계’라는 의미심장한 부제가 함께 합니다.



🦍우리는 모두 나이 들어요.
아주아주 어릴 때도 있었지만요.
가끔 슬픔이 몰아치지만,
행복해서 웃음이 새어 나올 때도 있어요.



‘반대’라고 하면 누구나 부정적인 느낌을 먼저 받게 됩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반대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과 반대가 있기에 사회가 발전한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아주아주 어릴 때는 움직임도 활발하고 활기차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움직임도 둔해지고 늙어갑니다.
하지만 나이든 어른이 되면 세상의 변화에 흔들리지않는 평안한 마음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무거움과 가벼움이라는 반대되는 단어를 물건의 무게가 아닌 마음의 무게를 그림을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른들도 단번에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의 다른 쓰임을 등장하는 동물의 표정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반대되는 단어의 의미가 아닌 삶에 대해 논하는 그림책은 혼자라고 느끼는 누군가에게 주변을 둘러보라고 말하고 인생에서 커다랗게 보이던 것들이 어느 순간 자그맣게 보이기도 한다는 걸 알려줍니다.
그리고 반대의 반대가 갖는 진짜 의미를 알려줍니다.

커다란 판형의 그림책은 다음 장에는 어떤 반대되는 단어를 어떻게 설명할 지 궁금하게 합니다.
세세하게 그려진 동물들의 털과 표정을 보면 오늘의 무거운 마음이 내일은 가벼워질거라는 믿음을 얻게 되고 혼자라고 생각했던 내 삶에 소중한 이들이 함께 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너무 짧아 아쉬운 그림책을 오래 오래 여러 번 봐도 새롭고 행복했습니다.

<본 도서는 웅진주니어에서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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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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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상태로 아버지와 이혼한 엄마는 어린 오타루를 데리고 무작정 집을 나와 거리를 헤매다 사이비 종교 집단에 들어가게 된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와타루는 사이비 종교 시설에 살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학교에서 무자비한 폭력과 극심한 괴롭힘에 시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전학 온 아오토와 친해지면서 신비한 분위기의 그의 가족들과도 어울리게 되고 가족들이 특별한 능력이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엄마는 동생 마리나가 태어나고도 여전히 무기력한 상태로 종교 시설에 의탁하며 마리나를 신의 자식이라 여기며 이용하려는 종교인들을 무작정 믿고 따른다.
엄마는 모든 것을 교주의 뜻에 따르다 마리나에게 큰 위험이 닥치고 와타루는 아오토네 가족에게 마리나를 부탁하게 된다.
그 사건으로 사이비 종교 단체는 해체되고 엄마와도 헤어지게 된 와타루는 성인이 되고도 특별히 교류하는 친구도 가족도 없이 혼자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길에 우연히 ‘가오’라는 남자를 도와주게 되고 가오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오타루에게 접근해 친절을 베푼다.
오타루가 일하고 있는 반찬가게가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장사를 접게 되자 가오는 미지의 바이러스를 이용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오타루에게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한다.
함께 일하게 된 오타루는 가오의 회사에서 22년 전에 헤어진 동생 마리나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사회에는 어두운 면이 분명 존재하지만 눈감으면 보이지않는 것처럼 고개를 돌렸던 이야기들을 미스터리로 풀어낸 작가의 소설 속에는 가난한 사람들과 폭력에 노출돼 학대받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판타지 미스터리라는 지금까지 번역된 작가의 작품과는 다른 생소한 장르에 놀라며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까 궁금했는데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

부모의 이혼, 사이비 종교에 빠진 엄마와 그 시설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처지에도 태어난 동생을 위해 어떤 위험도 감수해 가는 오타루의 어린 시절은 판타지가 아닌 너무나 처절한 현실이라 다음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
거기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연상시키는 바이러스가 동토에 땅에서 전달됐다는 설정은 우리 인간이 자연을 이대로 이용해도 되는 지 반성하게 된다.

소설을 읽는 내내 진짜 가족의 의미와 긴 세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 수 없었던 아오토의 사연이 짐작하기 어려운 고통으로 전해진다.
띠지의 “마지막 5페이지, 당신은 반드시 눈물을 흘릴 것이다.”라는 문구가 거짓이 아님을 확인하며 와타루의 평안한 앞날을 응원하게 된다.
새로운 작품을 읽을 때마다 박수를 보내게 되는 작가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도서는 블루홀식스 출판사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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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설 :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는 - 에이플랫 장르소설 앤솔러지
김봉석 외 지음 / 에이플랫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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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명의 작가가 한 가지 키워드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앤솔로지는 흔히 종합선물세트라는 말로 표현되는 소설집으로 다양한 장르의 글을 읽을 수는 장점이 있다.
모두 6명의 작가가 ‘요괴’라는 키워드만으로 형식에 구분없이 각자의 스타일로 자유롭게 써내려간 ‘요괴사설’은 제목만큼이나 괴기스럽고 공포스러운 이야기 6편이 들어있다.

첫 번째 위래 작가의 <무시소리 이야기>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인공이 소설가라는 사실과 그에게 글감을 제공하는 김치교자가 트친이라는 이유로 더 현실감있게 느껴진다.
거기다 소개된 3편의 이야기 역시 누군가가 경험한 이야기를 전해 듣는 기분이라 더 오싹하다.

비티 작가의 <도깨비불>은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처음부터 고전을 읽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하지만 마지막 진실은 어두운 숲길에서 도깨비를 만나는 것보다 더 크게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전혜진 작가의 <나의 제이드 선생님:득옥 이야기>는 아침 드라마급 막장으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역시 인간이 맞는 것 같다.

김봉석 작가의 <호숫가의 집>은 뉴스에 나오는 사건들을 재구성해 놓은 듯한 이야기다.
홍락훈 작가의 <그렘린 시스템>은 투자자의 예상과 다른 널뛰기 등락을 하던 주식과 코인의 비밀을 알아버린 느낌이다.
역시 음모론은 언제나 재미있지만 그만큼 뒷맛이 씁쓸하다.

다른 작품으로도 여러번 만났던 배명은 작가의 <문신>은 여성이라는 약자에게 사랑이라는 탈을 쓰고 가하는 남자의 폭력과 그들의 최후가 너무 끔찍하다.
왜 피해자인 여자에게 그런 선택을 하게 했는지 마음이 아프다.
지금도 세상에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에게 문신을 새기려는 자가 있을지니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닐 것이다.

봤다는 사람은 많지만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요괴보다 더 악독한 인간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호러.공포소설이 무서운 이유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속에 현실을 녹이고 있기때문이다.
흉기를 들고 덤비는 사람보다는 차라리 머리를 풀어헤친 처녀 귀신을 만나는 게 더 나은 세상이니 소설 속 가장 무서운 존재 역시 내 주위에 있음직한 사람 이야기다.
공포.호러 소설을 읽기엔 가장 적당한 계절은 여름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가을에 읽는 공포는 서늘한 날씨만큼 오싹해서 좋았다.


<도서는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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