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인 필사 - 천천히 쓰며 나의 마음을 키우는
김종연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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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필름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맞춤하게 필사할 책은 물론 적당한 필기구에 노트까지 준비해야 하는 필사는 부지런하지도, 그렇다고 꾸준하지도 않은 탓에 꿈도 꾸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적인 필사>는 필사를 시작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번잡스러운 준비물을 단숨에 해결해 줍니다.

시인이 골라낸 다섯 가지 테마의 일흔아홉 편의 문장은 잠깐의 시간을 할애해 언제 어디서나 필기구만 있다면 필사를 가능하게 합니다.
왼쪽에는 필사할 시가 있고 오른쪽에는 필사할 수 있는 공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전문이 수록된 시도 있고 일부를 발췌해 놓은 시도 있지만 한 편 한 편이 필사하기에 적당한 길이라 이제 막 필사를 시작하는 독자에게도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발췌된 시의 원문을 찾아 읽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시인의 시는 물론 낯선 시인의 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사철 제본으로 펼침에 구애가 없어 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필사할 때 불편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필사 노트를 끝까지 채워야 한다는 부담과 무엇을 필사하느냐의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주는 필사책입니다.
어디에서나 잠깐의 짬을 내 ‘천천히 쓰며 나의 마음을 키우는’ 필사책 <시적인 필사>는 부담감이 없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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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호더
프리다 맥파든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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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밝은세상 출판사에서 보내주셨습니다.>

얼마 전까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케이시는 가까운 이웃이라고 해봐야 8백 미터 떨어진 곳에 사는 ‘리‘뿐인 외딴 오두막에서 홀로 살고 있다.
폭풍이 예고되면서 지붕에서는 널조각이 계속 떨어지고 큰 나무는 곧 지붕 위로 쓰러질 듯 휘청거리자, 집주인에게 지붕을 수리해 달라고 요구하지만 무시한다.

정전을 대비해 양초를 준비하던 케이시는 창밖에 서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창백한 얼굴을 보고 두려움에 떨며 누구인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창고로 향한다.
그곳에는 옷과 손이 온통 피범벅인 열두 살 남짓한 작은 체구의 아이가 칼을 쥐고 있다.
케이시는 칼로 위협하는 아이를 집으로 들이고 음식을 챙겨주지만,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는 아이에게 침대를 내주기까지 한다.

소설은 폭풍우가 몰아치면서 전화와 전기가 모두 끊긴 외딴 오두막에 피투성이 아이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현재의 이야기와 엘라라는 아이의 과거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외부와의 연결이 차단된 오두막 안에서는 살의가 느껴지는 아이의 인질이 되어버린 케이시에게 닥쳐올 위험의 크기가 어떤 모습일지 짐작할 수 없어 조마조마하다.

거기다 오두막에 찾아온 아이인 ‘엘리너’와 너무나 닮은 듯한 엘라의 이야기는 우리가 뉴스에서 보아오던 학대받은 아이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가슴이 아파져 온다.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고 집안을 쓰레기와 필요 없는 물건들로 채우는 엄마는 엘라를 전혀 돌보지 않고 학대한다.

학교 선생님도 이웃 사람들 누구도 엘라의 사정을 살피지 않고 아이가 겪는 어려움을 알아채지 못한다.
단 한 명 엘라의 쓰레기 집을 보고도 엘라의 잘못이라고 탓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엘라를 봐주는 친구 앤턴만이 곁을 지켜준다.

과연 엘리너는 무슨 사연으로 폭풍우 치는 날 피범벅이 돼 외딴집을 찾아왔으며 현재의 엘라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소설을 읽는 내내 궁금하다.
썩은 복숭아와 불타오르는 집, 피가 배어 나오는 배낭을 멘 아이의 뒷모습이 그려진 표지 그림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된 후 더욱 공포스럽게 느껴진다.

어른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가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상상을 초월하고 그 결과 아이들의 참혹한 삶이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닌 까닭에 더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처음 읽은 작가의 소설은 시간을 잊을 만큼 몰입감 있게 읽었고 깜짝 놀랄 반전은 아니었지만 흥미를 반감시키지는 않았다.

예전에 비해 아이들을 폭력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아동보호 절차가 많아졌다고는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여전히 어딘가에서 진행되고 있을 가정폭력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방법은 어른들의 관심임을 다시 한번 느끼며 소설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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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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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열림원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괴담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좋아하는데 그냥 괴담도 아니고 커피 괴담에 작가가 ‘온다 리쿠‘라니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받아 본 책의 표지 그림은 자세히 보니 더 기괴하고 자꾸만 손이 가는 벨벳 코팅된 표지마저 섬뜩하게 느껴진다.

외과의사, 검사, 작곡가, 음악 프로듀서로 일하는 사십 대 중년 남자 넷이 교토, 요코하마, 도쿄, 고베의 운치 있는 찻집이나 카페, 술집 등을 찾아다니며 각자 알고 있는 괴담을 이야기한다.
특별한 형식일 필요도 없고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여도 상관없고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도 상관없이 자유롭게 하는 괴담 자리가 펼쳐진다.

처음은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오노에가 작곡 작업에 영감을 얻고 싶어 부른 기획으로 시작된 모임은 골목골목에 자리한 노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괴담 자리는 회차를 더 해 가면서 검사인 구로다가 맡고 있는 사건을 실마리를 찾아주기도 하고 오노에의 음악 작업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네 명의 남자는 모두 다 모일 때도 있고 한두 명이 뒤늦게 도착하기도 하고 빠지기도 하지만 언제나 ”커피 괴담에 잘 오셨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시작한다.
더운 여름은 물론 추운 겨울의 도심을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일없이 중년의 남자 넷이 어슬렁거리며 카페를 찾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지만 그들이 들려주는 괴담은 현실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기에 오싹하다.

오래된 카페에 친한 친구끼리 허물없이 앉아 그때그때 생각나는 괴담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운치 있어 그런 모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들이 들려주는 괴담에는 원한에 사무친 무서운 귀신도, 요괴나 괴물도 등장하지 않지만 생각할수록 뒷골을 얼얼하게 하는 맛이 있다.

특히나 소설 속 등장하는 ’’괴담‘들은 거의 실화이다. 다소 각색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이거나 내가 경험한 이야기이다. 지어낸 이야기는 손꼽을 정도밖에 없고, 그것도 실제 일어난 사건에서 힌트를 얻었다.’ (p322)고 한다.
거기다 괴담을 나누는 찻집 역시 실제로 존재하는 가게이다.

괴담을 읽다 보면 작가를 ‘노스텔지어의 마술사‘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게 된다.
중년 남자들의 이야기 속에서 느껴지는 향수와 그리움, 그리고 오래된 카페가 주는 아늑함에 당장에라도 그 자리에 함께하고 싶어진다.
정 안된다면 급한 대로 가까이 사는 친구를 불러 커피 한 잔 마시며 수다라도 떨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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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게임
마야 유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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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 내 친구의 서재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표지에 그려진 순한 고양이 그림, 거기에 왠지 오싹한 띠지의 문구 “천벌, 내려줄까?”, 그리고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운 <신 게임>이라는 제목까지 어떤 소설일지 궁금하다.
본격미스터리대상 2회 수상한 작가의 최고 문제작으로 국내 초역된 소설은 단숨에 읽을 만큼 몰입감이 뛰어나다.

초등학교 4학년 요시오는 아빠가 경찰인 평범한 초등학생으로 동네 아이들과 산속에 있는 마귀할멈 집이라 불리는 폐가를 아지트로 삼아 탐정단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을에서는 연속해서 길고양이가 잔혹하게 학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지만, 범인의 정체는 오리무중이다.

어느 날 요시오는 보름 전 전학해 온 스즈키와 화장실 청소를 하게 되고 어디서 전학 왔냐는 요시오의 질문에 자신은 신이라는 엉뚱한 대답을 듣게 된다.
요시오는 도시에서 유행하는 게임 정도로 생각하고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다 고양이 학살범의 이름을 듣게 된다.

스즈키가 신이라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요시오는 탐정단원들에게는 다른 사람이 목격했다는 말로 얼버무리며 범인을 지목하지만, 범행 증거를 찾을 수 없었던 아이들은 증거를 조작할 계획을 세운다.
한편, 스즈키는 자신이 범인에게 천벌을 내려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요시오는 다음 주가 돼도 범인이 붙잡히지 않으면 천벌을 내려 달라고 부탁한다.

마을 아이들끼리 어른들 몰래 탐정단 활동을 하는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한 소설은 아이들이 극복하기 어려운 잔혹한 살인 사건으로 이어진다.
거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전학생은 스스로 신이라 말하며 살인 사건의 범인에게 천벌을 내리겠다고 하고 그 천벌의 대상이 상상할 수 없는 인물이라 모든 것이 어리둥절하다.

소설을 읽는 동안 요시오가 스즈키의 정체를 의심하듯이 과연 그가 어떤 존재인지 끝없이 궁금해하며 범인을 추리하게 된다.
만약 스즈키가 신이라면 천벌을 내린 존재가 사건의 범인이 맞겠지만, 아니라면 그들의 죽음을 설명할 수 없게 된다.

탐정 소설을 읽으며 마지막 진범을 찾아내는 장면은 오로지 작가의 몫으로 독자는 감히 다른 진범을 의심할 수 없다.
하지만 <신 게임>은 스즈키를 신이라고 믿느냐 믿지 않느냐에 따라 살인 사건의 범인이 달라질 수 있다.

누가 범인이어도 작가의 첫 의도대로 어린이에게 읽기를 권할 만큼 말끔하지 않은 소설이지만 신이라는 존재가 등장해 악인을 벌한다는 이야기는 새롭고 재미있다.
2026년에 출간될 속편 <안녕, 신>에서는 스즈키의 진짜 정체가 밝혀질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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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베첸토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레산드로 바리코 지음, 최정윤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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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비채 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노베첸토>는 1인극을 위한 모놀로그로 트럼펫 연주자인 ’팀 투니‘가 들려주는 천재 피아니스트 ’노베첸토‘에 대한 이야기다.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을 오가는 물 위의 작은 도시, 버지니아 호에서 태어나 한 번도 배에서 내린 적없는 노베첸토는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승객들이 모두 내린 뒤 나이 든 선원 ‘대니 부드먼’이 일등석 연회장 피아노 위에 놓인 레몬 상자 안에서 발견한 아이는 “대니 부드먼 T.D. 레몬 노베첸토”를 이름을 얻고 대니 부드먼의 보호 아래 배에서 생활한다.
대니 부드먼은 8년 2달 11일을 노베첸토와 함께하다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 한복판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대니의 죽음 뒤에도 여전히 버지니아 호에서 살던 노베첸토는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위대한 피아니스트로 자유로운 연주를 하며 살게 된다.
세월이 흘러 위대한 피아니스트인 ’젤리 롤 모턴’과 겨루기도 하고 배를 떠날 기회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노베첸토는 배와 함께 마지막 운명을 맞이한다.

100페이지가 안 되는 이야기는 한정된 공간인 배 위에서 누구보다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었던 노베첸토에 일생을 그리고 있다.
그에게 배는 고향이고 삶의 터전이고 세상에 전부인 곳이었기에 성공이 보장되었음에도 배에 머무는 선택을 한다.

“난 이 배에서 태어났어. 여기에도 세상은 지나가.
단, 매번 2000명 만큼의 세상이지. 여기에도 욕망이 있어.
뱃머리와 선미 사이에서나 가능한 것. 그 이상은 아니지만.
유한한 건반으로 행복을 연주했어.
난 이렇게 사는 법을 배웠어. 내게 육지는 너무나 큰 배야.
어마어마하게 긴 여행이야.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자야.
너무나 강렬한 향기야. 내가 연주할 수 없는 음악이야.
날 용서해. 난 내려가지 않을 거야. 다시 돌아가게 내버려둬.
제발.” (p78)

그의 외침을 반복해 읽으며 그가 어떤 마음으로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 했는지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인간의 마음을 가장 극대화한 인물 ‘노베첸토‘에게 배는 삶의 전부고 고향이었고 자신을 거두어준 ‘대니 부드먼‘과의 기억이 있는 곳이니 단순한 배가 아니었을 것이다.

두렵고 알 수 없는 세상보다는 88개의 유한한 건반 위 음악을 선택했던 남자, “노베첸토”는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로도 제작되었고, 연극으로도 올려진 작품이다.
평범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서야 할 자리를 알았던 노베첸토의 삶을 보며 매일 흔들리는 삶을 사는 나야말로 배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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