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도서는 비채 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노베첸토>는 1인극을 위한 모놀로그로 트럼펫 연주자인 ’팀 투니‘가 들려주는 천재 피아니스트 ’노베첸토‘에 대한 이야기다.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을 오가는 물 위의 작은 도시, 버지니아 호에서 태어나 한 번도 배에서 내린 적없는 노베첸토는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다.승객들이 모두 내린 뒤 나이 든 선원 ‘대니 부드먼’이 일등석 연회장 피아노 위에 놓인 레몬 상자 안에서 발견한 아이는 “대니 부드먼 T.D. 레몬 노베첸토”를 이름을 얻고 대니 부드먼의 보호 아래 배에서 생활한다.대니 부드먼은 8년 2달 11일을 노베첸토와 함께하다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 한복판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대니의 죽음 뒤에도 여전히 버지니아 호에서 살던 노베첸토는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위대한 피아니스트로 자유로운 연주를 하며 살게 된다.세월이 흘러 위대한 피아니스트인 ’젤리 롤 모턴’과 겨루기도 하고 배를 떠날 기회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노베첸토는 배와 함께 마지막 운명을 맞이한다.100페이지가 안 되는 이야기는 한정된 공간인 배 위에서 누구보다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었던 노베첸토에 일생을 그리고 있다.그에게 배는 고향이고 삶의 터전이고 세상에 전부인 곳이었기에 성공이 보장되었음에도 배에 머무는 선택을 한다.“난 이 배에서 태어났어. 여기에도 세상은 지나가. 단, 매번 2000명 만큼의 세상이지. 여기에도 욕망이 있어. 뱃머리와 선미 사이에서나 가능한 것. 그 이상은 아니지만. 유한한 건반으로 행복을 연주했어. 난 이렇게 사는 법을 배웠어. 내게 육지는 너무나 큰 배야.어마어마하게 긴 여행이야.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자야.너무나 강렬한 향기야. 내가 연주할 수 없는 음악이야.날 용서해. 난 내려가지 않을 거야. 다시 돌아가게 내버려둬.제발.” (p78)그의 외침을 반복해 읽으며 그가 어떤 마음으로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 했는지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다.변화를 두려워하는 인간의 마음을 가장 극대화한 인물 ‘노베첸토‘에게 배는 삶의 전부고 고향이었고 자신을 거두어준 ‘대니 부드먼‘과의 기억이 있는 곳이니 단순한 배가 아니었을 것이다.두렵고 알 수 없는 세상보다는 88개의 유한한 건반 위 음악을 선택했던 남자, “노베첸토”는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로도 제작되었고, 연극으로도 올려진 작품이다.평범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서야 할 자리를 알았던 노베첸토의 삶을 보며 매일 흔들리는 삶을 사는 나야말로 배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