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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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열림원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괴담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좋아하는데 그냥 괴담도 아니고 커피 괴담에 작가가 ‘온다 리쿠‘라니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받아 본 책의 표지 그림은 자세히 보니 더 기괴하고 자꾸만 손이 가는 벨벳 코팅된 표지마저 섬뜩하게 느껴진다.

외과의사, 검사, 작곡가, 음악 프로듀서로 일하는 사십 대 중년 남자 넷이 교토, 요코하마, 도쿄, 고베의 운치 있는 찻집이나 카페, 술집 등을 찾아다니며 각자 알고 있는 괴담을 이야기한다.
특별한 형식일 필요도 없고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여도 상관없고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도 상관없이 자유롭게 하는 괴담 자리가 펼쳐진다.

처음은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오노에가 작곡 작업에 영감을 얻고 싶어 부른 기획으로 시작된 모임은 골목골목에 자리한 노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괴담 자리는 회차를 더 해 가면서 검사인 구로다가 맡고 있는 사건을 실마리를 찾아주기도 하고 오노에의 음악 작업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네 명의 남자는 모두 다 모일 때도 있고 한두 명이 뒤늦게 도착하기도 하고 빠지기도 하지만 언제나 ”커피 괴담에 잘 오셨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시작한다.
더운 여름은 물론 추운 겨울의 도심을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일없이 중년의 남자 넷이 어슬렁거리며 카페를 찾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지만 그들이 들려주는 괴담은 현실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기에 오싹하다.

오래된 카페에 친한 친구끼리 허물없이 앉아 그때그때 생각나는 괴담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운치 있어 그런 모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들이 들려주는 괴담에는 원한에 사무친 무서운 귀신도, 요괴나 괴물도 등장하지 않지만 생각할수록 뒷골을 얼얼하게 하는 맛이 있다.

특히나 소설 속 등장하는 ’’괴담‘들은 거의 실화이다. 다소 각색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이거나 내가 경험한 이야기이다. 지어낸 이야기는 손꼽을 정도밖에 없고, 그것도 실제 일어난 사건에서 힌트를 얻었다.’ (p322)고 한다.
거기다 괴담을 나누는 찻집 역시 실제로 존재하는 가게이다.

괴담을 읽다 보면 작가를 ‘노스텔지어의 마술사‘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게 된다.
중년 남자들의 이야기 속에서 느껴지는 향수와 그리움, 그리고 오래된 카페가 주는 아늑함에 당장에라도 그 자리에 함께하고 싶어진다.
정 안된다면 급한 대로 가까이 사는 친구를 불러 커피 한 잔 마시며 수다라도 떨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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