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시스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종건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우선 이 책을 보면 첫번째로 놀라게 되는 건 1000장이 넘는 그 엄청난 두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임스 조이스가 이 책을 쓰는데 들인 시간은 거의 4~5년 남짓, 그리고 소설 속 시간은 단지 6월 16일 하루뿐.
 그리고 두번째로 서문에 쓰여진, 야심에 빛나는 작가의 자신감과 오만함이 충만한 그 한마디.
 "나는『율리시스』 속에 굉장히 많은 수수께끼와 퀴즈를 감추어 두었기에,
 앞으로 수 세기 동안 대학교수들은 내가 뜻하는 바를 거론하기에 분주할 것이다. 이것이 자신의 불멸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다."
 영국의 수많은 교수들이 이 책 때문에 대학 울타리 속에 갖혀 평생을 도서관만 들락거리는 풍경이 그야말로 눈에 선하지 않은가.
 아마도 그들에게 이 책은 애증의 대상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세번째로 그의 풍부한 지식에 놀라게 된다.
 이 책에 있는 것들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성경과 성경에 대한 풍자와 율리시스와 오디세우스와 변신이야기와 블레이크와 밀턴과 테니슨과 셰익스피어의 일생과 햄릿과 스코틀랜드-영국 사이에 끼어있는 아일랜드 역사와 유태인에 관한 온갖 우스갯소리와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사생활과 당시 유명했던 여러 시인과 과학자들과 연극과 아일랜드 민요 등의 온갖 노래를 여러 등장인물들의 무궁한 정신세계와 섞어 책 하나로 정리한 것이다.
 대충 상상이 가는가?
 사실 영문학도 성경도 종교도 슬쩍슬쩍 건드려봤던 본인으로서는 이 책을 보는 데 어느정도 자신감이 있었으나 초반부터 멀리건의 익살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해 기가 팍 죽어버렸다. 그 다음부터는 모르는 것들은 설렁설렁 토막지식을 얻듯 패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번이나 이 책을 때려치울 뻔했다. 특히 그리스어와 라틴어와 독일어와 불어가 짬뽕되어 있는 구절들은 정말... 구약성경처럼 사람들의 족보를 끊임없이 늘어놓는 전개도, 성경을 비판하기 위해 그렇게 쓰여졌다는 의도는 알지만... 이런 시... ㄱ-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은 스티븐과 이글링턴이 셰익스피어 작품에 대해 주먹질 직전까지 논쟁했던 장면이었다.
 여기서 본인은 프랑스에 갔다고 잰채하던 스티븐을 다시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프로이트 옹호자인 본인은 제임스 조이스도 같은 부류에 속한다는 사실을 그 구절에서 얼핏 알게되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사회와 작가의 심리와 가족배경을 토대로 작품을 논해야 작품평이라고 생각하기에, 이글링턴이 호되게 까이는 장면에서 통쾌함을 느꼈음.
 했던 말 또 하면서라도 자기 입장을 밀고 나가야 속이 시원하다는 무식쟁이들은 역시 논리로 쳐부셔야 함.
 비록 그 때문에 스티븐은 아웃사이더가 됐지만.
 아무래도 스티븐은 나와 비슷한 게 아닌가 추측해본다. 옳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 끝까지 지적하고 보거나 아예 만나주지도 않는 사람.
 반면에 소설이 조금 진행되려는 차에 등장하는 블룸은 의심이 많고 시니컬하며 아는 척하기에 도리어 무식함을 숨길 도리가 없는 인물이다.
 태생이 유태인이고 농담도 잘 못하는 성격이라 사람들의 빈축을 사지만 왠지 모를 아웃사이더의 매력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당연히 번역자에게는 경외심을 가지고 있지만 원어로 이 책을 봤을 때 정말로 욕이 '경칠(damn)'이라는 단어밖에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분명 쉐뜨라거나 에프 유 씨 케이나 선오브비치 같은 단어들도 분명 있었을텐데... 아쉬웠다.(응?)
 다른 여자를 보면서 자위하는 블룸이나 기타 온갖 인물들의 성적인 상상들도 욕 못지않게 이 책 속에서 낮뜨겁게 등장한다.
 '순수한' 책과 콩나무 북카페 남녀회원들이 그런 구절들을 봤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상상해보았다. 참 즐거웠다 ㅋ(?!?!?)
 마지막 페넬로페 장에서 이 성적 구절들은 절정에 치닫는다. 블룸의 아내 몰리의 독백장면은 수다스러운 면을 드러내기 위해 마침표를 찍지 않았으며 스티븐에 대한 망측한 몽상과 생각들은 읽는 사람을 분노케하기 보다는 너무 어이없어서 실소하게 만든다.
 아내도 있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여자에게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는지.
 무튼 제일 어렵고 읽기 힘든 스티븐과 블룸의 만남장면만 제외한다면 그럭저럭 재밌었다. 개인적으로 제임스 조이스의 팬이기도 하니.
 영문학을 접하지 않고 이 책을 한 번이라도 다 읽은 사람이라면, 그 분이야말로 진정한 용자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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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의 성공사례
한중렬 지음 / 해울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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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은 하루만에 일어난 일을 쓰는 소설이 유행인지, 이 소설도 요즘 읽고 있는 소설과 같은 구도로 나간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연상시키는 인물구도랄까.
 사실 내심으론 그 소설을 모티브로 했다는 생각이 든다. 본문에서 셰익스피어를 직접적으로 들먹이는 것도 그렇고.
 아무튼 게이소설 치고는 시와 학문적 지식이 풍부한 소설이다.
 특히 인영이라는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을 창조해낸 작가의 창조관을 칭찬해주고 싶다.
 사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현진X동식의 구도가 매우 좋지만. 무식한 바보 공과 그를 사육하는 수 ㅋㅋ
 솔직히 옥녀천침의 기세로 동식을 날려버리는 대목을 읽을 때는 너무 후련해서 박수치고 싶었음.
 정호라는 캐릭터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우리나라 소설에서는 어지간해선 찾아볼 수 없는 핵심등장인물.
 남자 중매쟁이치고는 상당히 고단수의 수법을 쓰는 인물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정의감이 있는 인물이기도 하고.
 동성애자에게 유달리 호감이 있는 본인은 현실에서 이렇게 탁 까놓는 게이를 만나기 힘들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더욱 소설 속에서만 등장하는 게 아깝단 말이지.
 게이커플학교까지 차린 한중렬씨를 보면 그 자신에게서 따온 캐릭터같기도 하고.
 무튼 한중렬 씨가 설정한 사회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동성커플 메이커 회사가 공식적으로 차려지길 기원해본다.
 수위: 소프트소설이지만 단편 '아르마니를 입은 남자'는 좀 쎄다. 적극적인 철부지 도련님 수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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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도 너무 길다 - 하이쿠 시 모음집
류시화 옮겨엮음 / 이레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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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전에 포켓몬스터 혹은 테니스의 왕자에서 나오는 짤막하게 나오는 재미있는 문장들이 있었다. 팬들이 적어준 하이쿠였다.
 보는 내내 '도대체 저 문장들이 뭘까'하던 본인의 고민이 어이없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5-7-5글자의 짧은 운율을 자랑하며, 한 줄 안에 쭉 요약해놓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운율때문에 3줄로 정리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무심코 책을 들춰보다가 본인은 한 줄의 하이쿠와 '소세키'라는 이름에 내 눈을 의심하며 열광했다.
 일본의 소위 '국민작가'도 하이쿠를 애용하는 정도면 그 인기를 짐작하겠는가.
  

뻐꾸기가 밖에서 부르지만
똥누느라
나갈 수가 없다

 정치인을 정중히(?) 거절한 이 하이쿠는 보는 사람의 마음에 시원함과 경쾌함을 준다.
 그러나 대게 하이쿠는 자연의 미를 찬양하는 데서 돋보이게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본인이 하이쿠 시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이싸 씨의 걸작품들이 실려있어서 매우 좋았다.
 초가집에 같이 사는 빈대 시리즈는 웃음을 지어내면서도 왠지 슬프다는...
 언제나 매우 훌륭한 번역을 선보이시는 류시화 씨는 참 닮고싶은 분이다. 그녀의 시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간혹 이렇게 짧은 시들을 보다보면 문득 시를 쓰고 싶어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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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콤플렉스 - 사이코 북스 01
로버트 M. 영 지음, 이정은 옮김 / 이제이북스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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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줄 감상평: 보통 여자아이들이 혈액형or별자리 점보기 좋아하는 것처럼 본인도 프로이트 이론을 좋아한다고 하는 난 마이너인가요.
 싸이코북스가 심리학자들의 논문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각인시켜주는 책이었다.
 문체도 딱딱해서 일반인은 거의 알아들을 수 없게 써있고, 저자가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인지 자신의 상담사례는 써놓지 않았다.
 다시 말해 상담사례는 적혀있지 않고, 철저히 이론에 치중했다는 뜻이다.
 심리학 관련 논문을 쓰는 사람들이 참고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이 책에서 나오는 프로이트와 클라인의 차이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게임이 가능한 필드는 같지만 규칙이 다르다는 것이다.
 프로이트가 훨씬 철저한 편이다. 구강기와 항문기 등 각각의 선수(특성)들이 어느 필드(연령)에 달려야 할지 일일히 정해놓았다.
 반면에 클라인은 이 책에 나온 말 그대로 잡탕 느낌? 이 간단한 말을 엄청 어렵게 풀어놓았지만 아무튼 본인은 이 견해에 동의한다.
 그러나 오이디푸스 비극의 시초가 아버지의 '아동학대'에서 시작되었다는 견해는 제법 신선했다.
 게다가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오이디푸스 비극과 연관시키는 장에서는 약간 놀라기도.
 동성애가 병적이라는 선입견이 프로이트에게서 시작된 게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고.
 오이디푸스 이론은 이드에고슈퍼에고보다 더 중요한 프로이트의 이론으로서,
 페미니즘이나 동성애 이론에서조차 결단코 무시할 수 없는 이름이다.
 남성들의 자궁선망 콤플렉스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이디푸스 이론이 더 대단한 발견이라고 생각하는 걸 보면 역시 본인은 정통파인 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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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 박태원 단편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15
박태원 지음, 천정환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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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이 자주 다니는 도서관에서 책을 검색하니 전자책도서관에 이 책만 덩그라니 꽂혀져(?) 있었다.
 다시 말해 종이에 쓰여져 있는 책은 전시해놓지 않았다는 소리이다.
 전자기기엔 관심이 없어 당연히 전자책과도 인연이 없던 나는 결국 이렇게 전자책을 새로 접하게 되었다.
 단편집이 아니라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라는 단편 하나만 쓰여져 있었고,
 당연히 분량도 짧아서 딴 짓도 해가면서 뜨문뜨문 읽었다. 결국 한시간만에 완독했다.
 "그는 결코 고독을 사랑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이 구절이 가장 인상에 깊었다. 자세한 이유도 쓰여져 있지만 길기 때문에 생략.
 말 그대로 소설가가 직업인 구보씨의 하루를 그린 책이다.
 과거 애인에 대한 회상과 자신의 상상이 겹쳐져서 그려지긴 하지만 책은 그의 유년시절이나 대학시절 등을 꼬치꼬치 따지는 타입이 아니다.
 과거 약했던 자신과 성욕까지도 숨김없이 드러내는 그의 문체는 차라리 깔끔하기까지 했다.
 아무리 밖에서 자잘한 상처를 입더라도 하루를 마감하는 날이 되면 이상하게 내일을 꿈꾸게되는, 착하게 살겠다는 다짐마저도.
 비판적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면도 있지만, 우리나라 소설답게 상당히 정답고 훈훈했다고나 할까.
 고등학교 시절 ebs에서 강의들으면서 보던 단편이었으나,
 역시 쓰잘데기없는 평론 안 듣고 직접 읽는 것하고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솔직히 나도 오늘은 할 일이 없는 날이라서, 구보씨의 말에(특히 고독!) 적극 공감하면서 책을 읽었다 ㅋ
 한편으로는 '독신남자들의 삶에 공감해서 어쩌겠다는 거냐' 싶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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