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bliners (Paperback) Oxford World's Classics 113
Joyce, James / Oxford Univ Pr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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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zing up into the darkness I saw myself as a creature driven and derided by vanity; and my eyes burned with anguish and anger.- <Araby>, p. 24  
   

 겉으로는 지극히 평범하고 잔잔해보이지만 속으로는 엄청난 분노와 자조를 품고 있는 책이다. 그 안에 내제되어 있는 감정의 에너지는 정말로 엄청나서, 사람을 오히려 감동시키게 만든다. 아마도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을 볼때마다 느껴지는 그의 더블린에 대한 애증?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소설 안에서 신나게 더블린과 아일랜드를 비판하고 있으나, 절대 그 안을 떠나지 않는다. 더블린 거리를 마치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나열하는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그 위를 마르고 닳도록 활보했는지를 느낄 수 있다. 아일랜드에서 괜히 <율리시스> 속의 인물들을 '코스프레'하는 축제가 생긴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그는 더블린에서 생길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분노를 지우고 사랑이 넘치는 동네로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뭐 지금은 고인이 되셨으니 그저 추측이 될 수밖에 없겠지만. 
 처음에 이 소설로 수업을 들을 때 무심코 듣고 넘겼던 것들을 하나하나 읽어나갔다. 여전히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많았지만, 오히려 수업에서보다 상황을 상세히 그려낼 수 있었다. 물론 소설에서 진행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역사의 사정을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본인은 다시 읽고 또 읽어도 여전히 제임스 조이스같은 필체가 좋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활짝 핀 꽃보다는 피었다 만 듯한 꽃봉오리가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처럼, 독자에게 전부 다 해설해버리는 필체보다는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묘한 필체가 좋다. 수업을 들었던 직후에 느꼈던 바가 많았는데, 미처 글로 쓰지 못해서 그 때의 감정을 표현할 길이 없다. 그때라면 지금처럼 부랴부랴 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서평을 쓸 필요가 없었을 텐데....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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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사람들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3
제임스 조이스 지음, 진선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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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사업가들에게 이야기하러 나왔으니 사업가 식으로 이야기하겠노라고 했다. 비유를 들어 말한다면 그는 그들의 영적인 회계사이기 때문에 청중 하나하나가 빠짐없이 각자의 장부, 즉 영적 생활의 기록부를 활짝 펴놓고 양심과 정확하게 부합하는지 따져보게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p. 306  
   

  아이고... 예수님이 너 같은 꼴통들 때문에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라고 하시며 친히 성전 앞의 가게들을 뒤엎으신 것이다 -_-;;; 저게 진정한 성직 매매죄 아녀?

 아무튼 '더블린 사람들'은 독자의 사정을 전혀 봐주지 않는 글이다. '율리시즈'보다는 분량으로 보나 문장으로 보나 훨씬 너그러운 글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일랜드 사람이거나 아일랜드의 사정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아니면, 더더군다나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닌 사람이 아니라면 이 글을 읽기 힘들 것이다. 비록 영어영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채로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아무리 적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뒤에 해설에 설명을 실은 것인지, 어떤지는 몰라도 이 번역본에선 설명이 자세하게 되어있지 않다. 예를 들어 'The dead'에 나오는 'country cute'라는 단어는 물론 '시골 촌뜨기 소녀'를 가르키는 말이기도 하지만, 부잣집 남자를 홀려먹으려는 가난한 집의 영악한 소녀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가브리엘의 어머니는 가문과 어울리지 않는 아일랜드 시골 소녀와의 사랑을 반대한 것은 물론, 아들이 '꽃뱀'에게 물리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까지 고려하여 표출한 것이다. 물론 본문에서 이렇게 길고 자세하게 쓰기는 번거롭겠지만, 그래도 밑에 있는 해설에서 설명을 좀 더 길게 쓸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But I also dreamt, which pleased me most,
That you loved me still the same.'


이라는 구절을

'그보다 날 더 기쁘게 하는 꿈이 있었으니,
그것은 그대의 늘 변함없는 사랑이어라.'


라고 번역한 구절이 있는데, 왠지 딱딱해진 느낌이다. 영어로 읽으면 '사랑을 갈구하는' 주인공 여자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읽을 수 있는데, 출판사 번역본을 읽으면 왠지 그 감정이 짠하게 식는다-_-;;; 이래서 문학을 제대로 보려면 원본을 읽어야 하나보다.

 아무튼 몇몇 '영어가 더 이해하기 쉬웠던' 한자단어들만 아니라면 꽤 읽기 쉽다. 본인은 제대로 보지 않고 덮어버렸지만 해설과 작가의 생애에 대한 설명도 꽤 적절하게 담겨있는 듯했다.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먼저 읽기를 추천한다. 그러나 '더블린 사람들'을 제대로 읽고 싶다면, 반드시 원문과 같이 읽어라.

 그래도 복원된 구절들이 새로 실려 있던게 읽을만은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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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산 2
가오싱젠 지음, 이상해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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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기한 것은 물고기는 잡으면 잡을수록 점점 더 드물어지는데, 사람은 죽이면 죽일수록 점점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 반대라면 훨씬 더 좋을 텐데 말이다.- p. 256  
   

 결국 끝까지 몰아서 보았다. 점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현실과 거리가 멀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뭐 처음부터 주인공의 인격이 분열되서 등장하긴 했지만 이건 점점 갈수록 혼돈에 빠지는 기분이다. 아침에 산을 올라갈 때는 또렷한 의식이 있었겠지만, 유달리 밤은 빨리 찾아오고 나뭇가지에 할퀴어지면서 더듬더듬 하산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갑자기 우리가 헤메였던 주인공의 인생이, 문화혁명당시 중국이,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깨어진다. 분명한 결말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허무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의 글 속에서 '허무'와 '무'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본인은 이 책을 읽고서도 아직도 그 차이를 모르겠다. 영혼의 산은 어쩌면 우리의 삶 속에, 우리 자신의 마음 속에 그 길이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책도 <지와 사랑> 종류에 속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본인은 이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누군가를 선하고 누군가를 악하다고 정해놓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역사가 흘러가는 방식을 흘러가듯이 표현해놓았을 뿐이다. 해석없이 편하게 읽을수록 더욱 속썩임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1권 후기를 썼을 때 여러 문학적 지식이 있는 분들의 글로 인해 가오 싱젠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았다. 그는 번역가, 이론가, 희곡작가, 소설가, 시인이자 중국 전통의 묵화를 그리는 화가라고 한다. 스웨덴 학술원에서는 그를 일컬어 '중국 소설과 희곡에 새로운 길을 연 독창적인 언어'를 쓰는 예술가라고 한다. 모더니즘의 신봉자라고는 하지만 소설은 지극히 동양적이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중국 역사상 가장 지독한 시절을 겪어온 그의 깊은 경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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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이야기 -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애니 레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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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모든 위험한 물질에 대한 근본적인 진실은 한 구절로 간단하게 말할 수 있다. "독을 집어넣으면 독이 나온다." p. 157  
   

  여태까지 책씨에서 받은 책 중 제일 재미있고 인상깊은 책이었다. 남친과 이 책을 같이 읽고서 한나절동안 논쟁을 했다. 본인이 가장 관심깊게 본 항목은 컴퓨터의 생산과정, PVC 생산과 유통반대, 그리고 쓰레기 제로운동이었다. 굉장히 직설적이고 알기 쉽게 물건이 쓰레기가 되는 과정을 낱낱이 늘어놓는다. 뭐 글쓴이 자신은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쓰려 노력을 했으나, 내용 자체가 읽는 사람의 속을 매우 거북하게 만들어놓는 책이다. 각오하고 읽으시길. 기업을 집요하게 추적한 경험을 쓰거나 참여했던 운동에 대해서 진술하기도 하지만 글쓴이 본인의 주변 이야기도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특히 딸 하나를 둔 어머니로서, 남자친구를 둔 여자친구로서 어떻게 물건을 현명하게 친환경적으로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이 고민한 티가 느껴진다. 이 책을 읽고 동영상을 보고 무언가를 결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그만큼 살기 좋아질 것이다.
 

 P.S 여기서부턴 책씨에 올릴 내용이고 이제부터 독하게 까대기 시작이다.

 일단 이 여자 논리가 전혀 맞질 않는다. 일단 지금 쓰는 것을 없애지 않고 조금씩 바꾸자고 하긴 하는데, PVC나 유독성물질만큼은 절대로 생산하지 말자고 한다. 맞는 말이긴 한데 PVC는 태우지 않는 한 절대로 유독성물질이 될 수 없다. 휘발성 쓰레기를 PVC 관에 처넣는 미친 짓을 하지 않고서야 물고 빨아도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앞으로 기후가 어떻게 될지 모를 뿐더러 화재위험도 있으니 바꿔야 하긴 하는데, PVC는 수도관에도 쓰인단 말이다. PVC를 없애기 위해 그 모든 것을 바꿀것이냐 하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컴퓨터나 핸드폰같은 건 이미 문화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아이가 사용하지 못하게 금지한다면 우리나라같은 좁은 사회에서는 바로 왕따와 이지메의 시작이다. 물론 그 아이를 받아줄 공동체가 있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그리고 학교에서도 컴퓨터로 교육을 하고 있는 판국인데, 너무 늦게 문제를 제기한 바가 있다. 물론 텔레비전같은 것은 백해무익한 것이니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저자는 무기에 투자하는 돈을 사회의 복지와 환경을 위해 쓰자고 한다. 아하, 또 미국인의 무지하고 안일한 시점이 여기서도 발휘되고 있다. 베트남과 한국이 화해한 것은 매우 특이한 케이스다. 왜냐, 우리는 그 때 모두 미국에 이용당했기 때문이다! '이제 무기를 버렸으니 우리 화해하면서 평화로운 분위기를 조성해보자'라고 말한들 이제와서 무슨 소용이 있으랴. 부시가 그깟 석유석탄 얻으려고 이라크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 마당에! 당신네들이 무기생산을 포기하고 첨단기술의 발달을 놓쳐버리는 즉시 이라크와 중동과 기타 미국에 원한이 있는 온갖 나라들이 들고 일어나서 당신네들을 부숴버리려고 군침을 삼킬 걸? 제 3국가가 무기를 버린다고 해서 너무 좋아하지 마시길. 환경운동때문에 해외를 그렇게 많이 드나드셨다면서 당신네 나라가 얼마나 욕을 먹고 있는지 아직도 충분히 깨닫지 못하고 있군.

 아무튼, 씁쓸한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하자. 그녀는 '미국시민'이라는 죄밖에 없다. 환경에 대한 책임은 분명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존재한다. 이 책을 읽고나서 우리나라에 적용할 게 있다면 적극적으로 적용하자. 일단 본인은 용기에 PVC를 사용하지 않는 'The body shop'을 애용하는 것부터 시작할 생각이다. 조그만 것부터 하나씩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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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산 1
가오싱젠 지음, 이상해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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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늑대가 아니다, 단지 자연 속으로 도피하기 위해 늑대가 되기를 원할 뿐이다, 하지만 나는 도저히 인간이라는 내 겉껍질을 벗어 던지지 못한다. 나는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인간의 피부를 가진 일종의 괴물이다.- p. 293  
   

 시중에서는 절판된 책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상하게 인터파크에선 올려져 있다. 그러면 아직 절판된 책은 아니란 소린지? 다시 재판매될 수도 있어서 남겨놓은 것인지? 조금 어안이 벙벙하다. 아무튼 본인은 이것을 도서관에서 찾아서 보았다.

 내용은 매우 뒤죽박죽이다. 일단 주인공은 단 한 명인 듯한데 '당신'과 '나'로 나뉘어져서 설명된다. 아마 주인공은 과거에 여행을 했던 기억 속의 자신을 '나'라고 설정해놓고, 현재 '그녀'와 같이 영혼의 산을 찾아가는 자신을 '당신'으로 설정해놓지 않았나 싶다. 배경은 중국이다. 문화혁명 이후 참혹하게 부서졌지만, 아직 살아서 꼼틀거리는 소수민족의 삶이 표현되어있다. 그 길이 결코 쉽지는 않다. 주인공은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서 가고, 현지인마저 길을 잃어버리는 산을 부득불 고집을 부려서 올라가고, 몇 달 동안 빨지 않은 바지를 수십번씩 흙탕물로 적셔대는 그 여정에 대해 적나라하게 설명하면서 불평을 늘어놓는다.하지만 '당신'과 '나'는 마을의 풍경에 대해서 세세하게 표현해내며, 독자들의 눈 앞에 장엄한 풍경을 쓱싹 그려내보인다. 이 정도면 여행에 대한 지은이의 애증이 쉽게 파악될만 하다.

 무엇보다도 그는 어느 농촌에서나 외지인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 가장 불만이 많은 것 같았다. 그는 '문명인'이기에 자신의 본성을 쉽사리 드러낼 수가 없다. 같이 여행을 하는 '그녀'와 섹스를 하지만, 사랑에 빠진 상태도 아니다. '당신'과 '그녀'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 둘은 가면을 쉽사리 벗지 않는다. 셀수없이 많은 '이야기'들로 섞여진 당신의 진실과 거짓. 상대방의 진실을 보고 싶어한다고 말하면서도 자기가 듣기 싫은 이야기는 막무가내로 거부하는 그녀. 232쪽에 있는 渦는 '소용돌이'이다. 이 커플의 현재 상황에 딱 어울리는 한자이다. 사실 육체적 관계 말고는 이어질 만한 게 아무 것도 없는 이 둘이 그닥 좋게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남자는 여자의 집착과 속박에 이미 질려있는 상태이기도 하고... 그러나 쉴새없이 쏟아지는 이야기 때문인지, 주인공이 영혼의 산에 도착하길 내심 바라고 있기 때문인지, 이 책에 쉽사리 눈을 뗄 수는 없었다. 2권을 본 다음에 후기를 더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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