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아름답다 우리시대 현대시조 100인선 42
이한성 지음 / 태학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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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른 고목과 식은 재에 대해 오래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세월이 지나면 몸은 마른 고목이 되고, 마음은 식은 재가 되는 법이다. 지금의 나는 지난 겨울의 내가 아니고 어제의 나도 아니다. 나는 나날이 변해 가는 사람이다. - p. 21

 

 

표지가 제법 이쁘게 나왔다. 그대로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포스터로 써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 글을 쓰신 때가 가을이라서 그런가, 위 인상적인 글귀에서도 그렇듯이 분위기가 대게 서정적이고 우수적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이라는 단어 자체가 굉장히 이상적으로 느껴졌다. 즉 피부에 그렇게 와닿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보아하니 유럽에서는 꽤 오랫동안 정착된 개념인가보다. 하지만 결국엔 쇼핑으로 한꺼번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고,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때 그 물건들을 다 쓰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날이 끝나서 그 기념으로 거하게 파티를 연다면, 오히려 소비를 더 많이 하게 되는 결과만 초래하는 게 아닌가?

 그러나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체험해본 사람들의 글을 들여다보니, 좋은 점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본인을 포함하여, 사람들은 길거리를 다니다보면 군것질을 하게 되는 것이 예사이다. 아주 작정하고 결심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정말 무심하게 예상치 않은 먹거리나 물건을 충동구매하는 경우가 생긴다.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정해놓으니 군것질을 잘 안하게 되어 살도 빠지게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들을 정도이니, 의외로 효과가 큰가보다.

 두번째로, 쇼핑을 안 하기 때문에 차를 타고 대형마트로 갈 필요가 없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월마트 비슷한 대형마트의 개념이 들어온지 꽤 시간이 지났고, 정말 미국 사람처럼 차를 타고 대형마트를 들락거리며 장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사지 않는 날이 오기 전에 집에 미리 준비해둔 먹거리 혹은 물품들이 있기 때문에, 근무가 끝나면 바로 집으로 향해서 쉬면 된다. 연료비도 줄어들고 더불어 차에서 뿜는 매연을 조금 줄였으므로 친환경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볼 때, 사람들은 이 날을 계기로 자신의 소비정도를 돌아보게 되는가보다. 사실 필요한 물건들만 구입해놓고 체계적으로 아껴쓴다면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자꾸만 좋지 않은 신호같다는 생각이 든다. 본인은 자취때문에 그날그날 필요한 먹을거리를 규칙적으로 구입하고 있으므로 특별하게 날을 정할 여유는 없다. 하지만 나의 소비능력이 어느 정도에 왔는지를 잠깐이나마 돌아보게 되었다. 현재는 안주거리로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직접 과자를 사거나 빵을 구입하지 않는다. 반찬은 항상 채소로 한 가지 메뉴만을 산다. 점심은 항상 요구르트 한 개와 치즈 두 장, 바나나 한 개이다. 이렇게 정해놓고 실천하니 그래도 돈을 체계적으로 쓰는 것이 아닌가 나름 속으로 자부해본다. 하지만 물건 자체는 아예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어서 안타깝다... 내가 분실한 물건들은 얼마나 재활용되었을까? 확신할 수 없다. 무언가를 분실하지 않는 연습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니 앞길이 캄캄하다...

 

 

 자칭 녹색당 자원활동가라는 인간이 물건을 흘리고 다녀서 절약실천을 하기 힘들다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긴 하다.

 그렇지만 미숙한 모습은 노력해서 극복하면 끝나는 법! 

 

아이들 소비교육 ▼

 

 

마트가자고 조를 땐?

 

- 다른 놀이로 관심 돌리기
- 4대 질문: 왜 갖고 싶은가? 같은 물건이 집에 없는가? 얼마나 필요하다 느끼는가? 다른 것으로 대신할 순 없는가?
- 유사한 것은 차이점 물어보기
- 거절 혹은 지연만족 제기

 

보는 대로 사달라 할 땐?

 

- 마트에 가기로 한 목적 스스로 생각하게 하기
- 이목을 집중시키려 함: 단호하게 마트 벗어나기

 

돈을 줘야 하는가 아니면 물건을 줘야 하는가?

 

- 돈으로 직접 사게 하는 게 바람직
- 용돈: 물건 결정, 수량, 예산세우기

 

새 것만 보면 사달라 할 땐

 

- 미리 약속 정해놓기
- 경제교육 선행

 

나잇대에 따른 교육차이?

 

- 유아: 물건 가격 알려주기
: 돈은 무엇인가? 왜 필요한가? 어떻게 쓰는가?
: 소비와 저축의 기본개념을 알리는 놀이
- 초등학교: 용돈=규칙 알리기(규모, 사용처 등)
: 은행통장, 용돈기입장, 현금의 소중함 느끼게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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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 -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
김난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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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 한 사람이 그대의 커다란 바다다.

 

 친구가 이 책을 쓰레기라고 평가했는데,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았지만 간단히 요약해서 요점은 이것이었다. "우리 십대, 이십대가 대체 왜 아파야 하는가? 청춘은 무조건 힘들고 아프게 겪어야 하는가?" 본인도 그 것에 찬성한다. 앞으로 이런 제목의 책이 나와서는 안 된다. 
 게다가 그의 주장에 기초한 실험들과 이론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그가 나름대로 겪은 세계도 너무나 좁아서 가슴이 미어질 정도다. 그의 인생을 찬찬히 살펴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그는 공부밖에 한 것이 없다. 아르바이트도 그 쉽다는 과외밖에 한 것이 없다. 게다가 그가 제시하는 온갖 실제 예시들조차 서울대에 다닐 여유가 있는 부유한 '서울대'학생들 뿐이다. 교육장으로 삼자면 세상이 가장 혹독하고도 광활한 곳이다. 그런데 왜 교육의 장소를 대학의 범위로 축소시키는가? 왜 우리의 사정을 그토록 '잘 알고 있다는' 그가 '꼰대처럼' 청춘의 세상을 대학이라는 감옥 속에 가두는가?

 그리고 일이 사람이 할 수 있는 전부인 것 마냥, 그가 말하는 모든 조언의 궁극적인 목표는 '취업'이다. 엄마의 '엄'자에도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한다. 자신의 '일'도 하지 못하고 자식에게 모든 것을 희생하는 엄마의 마음씨 때문이란다. 한숨만 나올 뿐이다. 왜 엄마, 아니 '전업주부'는 자식에게 희생만 해야 하는가? 취미를 배우면서, 사회에 봉사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도 있다. 차라리 그런 예시를 들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뻔했다. 자식을 '제약'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어떻게 감히 엄마의 '희생'에 눈물겹다고 말할 수 있는가? 잡초없이 꽃만 자라는 세상, 그 곳의 기계적이고 뒤섞인 향기는 그저 역겹기만 할 뿐이다.

 청춘이 아픈 이유는 이 책에서도 밝혔듯이, 꼰대와 그 꼰대가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꽉 막힌 세상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사회에 대한 모든 질문에 묵묵부답이다. 본인은 그의 강연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는 아이에게 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 '이 것은 신자유주의 때문이란다'라는 말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왜일까? 책을 어느 정도 들춰보니 자신이 쓴 글을 홍보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조선일보에 연재도 하고 있다고 한다. 얼씨구. 일명 지식인이라고 하는 사람이 조선일보에 글연재를 하고 있으니 사회와 정치에 대해 얼마나 눈치가 없고 무식한지 그 수준을 알 만하다. 게다가 누군가가 진정성의 정치성에 대해 물어보니, 잠시 카메라를 꺼달라 요청하고는 대략 이렇게 말하더라. "어떤 국회의원님도 저를 밀어준다고 하셨는데, 전 정치할 생각이 없습니다. 트랜드로서 그 말을 거론했을 뿐입니다." 말은 청산유수다. 근데 카메라 켜고 당당히 이야기해보시란 말이다.  

 만일 당신이 보편적 복지를 꿈꾸고 있다면, 30대 40대가 되어도 부유층과 빈곤층이 친구관계를 유지하는 사회를 꿈꾼다면. 이런 책이 세상으로 수출되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난 이 책이 매우 부끄럽다. 국제적 망신이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수준을 그만큼 반영하기 때문에.

 

 

 

 

 

물론 사람은 평생 공부하면서 살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공부'가 정말 자기 인생에 있어서 도움이 되는지,

자신의 즐거움을 포기하면서까지 해야 하는지는 본인이 생각해야 할 문제다.

 

 

 

P.S 혹시나, 혹시나 이걸 유머로 썼는가 해서 덤으로 이 말을 남겨본다. '해봐서 아는데'는 유머로 사용해선 안된다. 모르면서 안다고 하는 사람을 은근히 비꼬는 단어란 말이다. 제발, 유머도 좀 정확히 알고서 쓰라고!!!

 

요약본 ▼

 

 

어떤 길로 가야 하는가?

 

- 직업선택의 십계

: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을 가라.

: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 사회적 존경 같은 것을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 한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 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이 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 성공이란?=최선의 나 자신이 되는 곳

: 부모가 하라고 해서 안정적인가?

=스마트폰으로 통화만 하는가, 앱을 깔면 폭발이라도 하나?->가라.

: 나라는 ‘브랜드’ 쌓기=고객이 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장점 (단점을 보완함)

: 어떤 마지막 직장을 갖는가?=불안을 이기는 자기확신 필요

->나에 대한 성찰(답을 맞추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한 게 아니다.)

- 선망으로 상대의 성취를 인정하고 열등감을 극복하라.

- 취업: 일단 출발하는 기차에 올라타라, 창업시엔 더 급하다. (업무경험쌓기)

 

경험을 쌓아올려라.

 

-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는 종이배 인생: 씨(스펙)와 날(경험)->무늬

- 적어라: 유머감각, 경영전략

- 선택 이후에 무엇을 했느냐가 중요: 성장을 어떻게 하는가?

ex/ 멘토와의 대화, 독서, 나 자신을 만나는 여행

 

너의 현재에 충실하라.

 

- 마시멜로 실험->15년 후 SAT 시험점수: 쾌락을 미래로 지연시켜라.

->포기할 것: 버릇이 든 행동, 다른 대안이 없어 하는 행동, 다른 사람 때문에 하는 행동

- 지금의 행복은 미래의 당신으로부터 가져온 것이다.: 성찰->중요한 일을 하라.

ex/ 아직 재태크 시작하지 마라. 그 시간에 내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해라.

- 감정은 육체의 버릇: 객관화, 오늘 해결하라, 자학금지

- 행복은 유동적 상태: 상대적 꿈을 계속 꾸라

 

조급하지 말라. 꾸준히 하라.

 

- 인생시계: 24살=아침 6시 12분->이른 나이도 아니고 늦은 나이도 아니다.

- 나만의 전성기를 준비하라.: 실패, 불안->성장

- 목표의식을 확고히 작고 구체적으로, 생산적 방법을 기르고, 성실히 실천하라.

: 하루에 한 시간씩 꾸준히 일 년을 해라.

- 목표가 벅차면 줄을 놓아라.

 

대인관계를 중요시해라.

 

- 대안별 처리: 한 사람이 그대의 커다란 바다

: 영혼을 기댈 수 있는 자, 최선의 상대와 자기를 만들 수 있는 자 하나를 몸바쳐 사랑하라.

- 일상 속에서 입장바꾸기 연습

 

대학에서 얻어야 할 것

 

- 커다란 지식, 커다란 책임, 커다란 꿈

 

글쓰기 실력을 늘리는 법

 

: 시 외우기

: 유명한 작가의 글을 옮겨 적기

: 좋은 글쓰기 관련 책과 기사 메모 

요약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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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의 희생자
외젠 이오네스코 지음, 박형섭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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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난 밤에, 혼자가 될 거야. 진창에...- p. 53

 

 매우 짧은 내용이지만, 간만에 생각이 많아지는 책을 빌리게 되었다.

 한 부부가 살고 있는 집에 어느 경찰관이 집으로 들어온다. 그는 부부의 집에서 예전에 세들었던 말로란 사람을 찾으러 경비에게 갔으나 허탕을 쳐서 옆에 있는 이 집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매우 강압적인 성격의 경찰관이 이 집으로 들어와 나약한 성격의 남자 슈베르에게 말로를 찾으라 협박하면서 전개는 급격히 흘러간다. 슈베르는 결국 마지못해 시키는대로 의식의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처음엔 다소 프로이트적인 설정이 돋보였다. 사랑받지도 못하고 버려진 자신에 대한 연민, 부모와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과거의 온갖 고행을 다시 겪은 슈베르는 해탈의 경지에 다다랐으나 다시 지상으로 추락하게 되었다. 경찰관의 명령에 따라 말로란 사람을 찾아야 하는 게 그의 지상에서의 의무였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말로라는 사람을 기억해내야 하는 일 때문에 하늘에 올라가서 할 수도 있었던, 어쩌면 슈베르에게 더욱 필요했을지도 모를 일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결국엔 경찰관은 살을 포동포동 찌워서 날아가지 못하도록 슈베르에게 빵을 억지로 먹인다. 그리고 그가 거부하려는 몸짓을 보이면 폭력을 행사한다. 

 슈베르는 사랑을 받지 못한다. 그에겐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자기 주변의 사람이 잘 되면 그를 다시 땅바닥으로 끌어내리려고 하는 못된 심보가 있게 마련이다. 

 

 왜 '말로'를 찾으려고 하는지에 대한 뒷배경은 끝내 등장하지 않는다. 어쩌면 경찰관도 '말로'라는 사람을 찾으라는 명령만 받았지, 왜 찾아야 하는지는 신경도 쓰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결국 명백한 결과도 모르는 목적으로 인해 수단이 쓸데없이 장황해지고, 잔혹해졌다. 그런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누군가를 죽이거나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의무는 무엇일까? 고작 폭력이란 말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의 의문을 제기해본다. 세상에는 수많은 의무가 있다. 대한민국 고등학생이라면 대학교에 합격해야 할 의무,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에 가야 할 의무 등등. 그것이 잘못되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조차 프로그램에 맞춰서 행동한다. 사람들이 전부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진채 행동한다는 시나리오는 애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사실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고 시위를 할 경우, 법을 어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들이 잡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들조차 '의무의 희생자'라고 한다. 그들은 사람들을 단속하기 위해 24시간 근무를 서야하고, 길바닥에서 자야하며, 맛없는 도시락을 꾸역꾸역 먹어야 한다. 거대하게 보자면 전쟁이 그렇다. (부수적으로 자기네들의 잔인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도 있겠지만,) 미국은 환경대체에너지로 충당할 수도 있었던 이라크 석유를 뽑아가기 위해서 엄청난 전쟁을 벌이고 이라크의 민간인들을 수없이 죽였다. 그렇다면, 이 '의무'란 것은 대체 언제부터 모든 사람들을 속박하고 희생자로 만들 만큼 거대해진 것일까? 몇몇 극단적인 진보주의자들의 시각에서 보자면, '의무'는 위에서 99%의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1%의 부호들이 만든 쇠울타리이다. 하지만 그 부호들마저 피해자라는 설정이 가능한가? 아니면 그것은 공기 중에 나돌며 숨쉴 때마다 우리 뇌를 틀어막는 하나의 비생명체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 질문은 연극대본에서 답이 지정되 있는 것이 아니다. 부조리극은 그저 물음표를 제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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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단 하나뿐인 이야기
나딘 고디머 엮음, 이소영.정혜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견디기 힘들었던 모든 일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새로운 시작을 위해 우리를 준비시켰다. 언젠가는 승리하지 않겠는가?- 내 인생 단 하나뿐인 이야기 중 아들의 죽음 p. 294

 

 일단 이 책을 네이버에 검색하면 8점의 양호한 점수가 나온다. 그리고 좀 더 자세한 정보를 보기 위해 클릭하면 책소개가 나온다.

 "이 책은 1991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나딘 고디머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글을 모은 것이며, 수익금을 남아프리카 공화국 에이즈 구호 단체에 기부했다. 한국어판의 수익금은 대한에이즈예방협회에 기부된다."

 정말 아름다운 일이 아닌가. 본인은 그저 다른 책들처럼 사람들이 훈훈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풍경을 그려주면서, '아이들아,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단다' 운운하며 마지막엔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를 화려하게 그려놓는 책인 줄만 알았다. 사실 수익금도 에이즈 구호 단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백혈병 아이들을 위한 것인 줄 착각했다. 사실 지금 이 글을 서문에 길게 쓰는 것도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뻔한 것에 대해서 사죄하기 위해서이다. 뭐 어쨌던 그런 내용인 줄 알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보기 위해 쭉 펼쳐보았다.

 첫번째 소설에서는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두번째, 세번째, 네번.. 째...

 

 

 

뭐지 이건 긍정적인 내용은 커녕 꿈도 희망도 미래도 없어.

 

 사실 이 책을 구입하신 분들은 단편들의 제목을 유심히 들여다봤어야 했다. 그리고 나는 이 소설을 빌려준 분이 어떤 취향인지를 파악했어야 했다. 그 분도 사실 나처럼 하드코어 SF물과 고어물을 엄청 좋아하신다... 그래. 이 사람이 장래가 아름다운 소설을 좋아할리 없지. 굳이 단편들이 교훈을 주는 것이라 하면 이런 게 아닐까? '아이들아, 세상은 이렇게 더럽단다. 동년배의 친구가 병으로 인해 죽어가는 다른 친구를 보고 도망가는 노인들, 핸드폰 너머에서 죽어갈지도 모르는 누군가가 연락을 하지만 개의치 않고 섹스를 하는 커플이 있지. 아들의 원수에게 돈을 주고 아들의 시신을 되찾아갈 수밖에 없는 부모들이 있고, 거리에서 태어난 흑인 아이들은 부유한 백인 가정에 팔아치워진 다음 청소년이 되면 총으로 자살하기도 해. 너희가 살아가야 할 곳은 이런 곳이야. 한마디로,'

 

 정말 충격적일 정도로 솔직한 내용들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러나 단지 절망과 어둠만이 이 책 안 단편소설들이 내제되어있는 공통점은 아니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에선 사회적 소수자들이 빠지지 않고 나온다. 혹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의 관점에서 세상을 이야기하며, 보기 좋게 포장되어있는 세상을 사정없이 벗겨내고 그 그로테스크한 표면을 드러낸다.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은 그 병의 속성상 아웃사이더가 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목욕탕에서 머리를 빗다가 에이즈에 걸렸건, 혹은 외국에서 창부들과 놀다가 에이즈에 걸렸건 에이즈 환자는 '환자'이다. 심지어 타액으로 감염되기 때문에 악수쯤으론 전염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정상적인 사람들 사이에서도, 심지어 병원 내 다른 병에 걸린 환자들 사이에서도 아웃사이더가 될 수밖에 없다. 노벨문학상 자리까지 오른 문학가들의 심정을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굳이 내 생각을 표현하자면, 아마도 나딘 고디머를 포함한 이 작가들은 좋았던 나빴던간에 인생은 '단 하나뿐이기에'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

 코끼리를 만지던 장님들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자. 한 장님은 코를 만지고 있고, 또 다른 장님은 귀를 만지고 있다. 이 이야기에서 장님들은 코의 감촉과 귀의 감촉이 각각 코끼리 '전체'에 해당한다며 말다툼을 한다. 하지만 그들이 서로 의견을 통합한다면, 즉 각각 만지고 있는 각 부위의 감촉을 배열한다면 코끼리의 윤곽이 잡혔을 것이다. 이렇게 보자면, 나딘 고디머는 현대 작가들의 단편들을 배열해서 '세상'이라는 큰 윤곽을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것이 어렴풋이 보인 듯하다. 결국, 사회적 소수자이던 사회 부적응자던간에 각각 인생을 경험했고, 세상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차별'과 '패러다임'으로 눌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도 세상이라는 퍼즐의 한 조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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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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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3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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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올빼미가 있어."
"올빼미는 숲의 수호신이고, 뭐든 다 아니까, 우리에게 밤의 지혜를 가져다줄 거야."- p. 217

 한 가지 말해둘 게 있다면, 이 소설은 1권부터 완결까지 전부 쌓아놓고 쉴새없이 읽어야 한다. 그래야 작가가 던지는 사소해 보이던 떡밥들이 눈에 확 뜨이고 줄거리가 제대로 이해된다. 이 책은 3권까지 나왔으며, 아직까지 완결이 안 된 상태이다. 1권부터 3권까지 전부 다 묵직한 책들이라서 중간에 스토리를 잊어버린 사람들이 많았다. 내용때문에 빈축을 산 일도 많았고. 일단 아오마메가 자신과는 거의 거리상 접점이 없던 시점에서 덴고의 아이를 얻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기독교인들의 반발을 사리라 생각된다. 뭐 2권부터 아오마메가 그 일을 위해서 덴고한테 한 짓(...)도 평범한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상당히 충격적이라서 적당한 동화판타지로 예측하고 이 책을 펼쳐든 사람들을 떨궈냈겠지. 아무튼 2권에서의 그 영문모를 행위는 바로 아오마메의 임신을 위해서, 다른 시점으로 보면 공기번데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제서야 스토리가 점점 잡혀가는 것 같다. 아오마메가 후카에리의 부친을 살해했으므로 리틀피플은 인간과의 접점이 없어지고 아마도 그 접점을 다시 만들어내기 위해서 도터를 품고있는 마더 아오마메로 추적의 방향을 잡았던 듯하다. 그리고 우시카와를 사용해서 공기번데기를 하나 더 만들고. 말하자면 크리스트와 안티크리스트가 만들어지는 셈인가.. 리틀피플의 시점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공기번데기, 즉 아오마메의 아이가 안티크리스트일지도... 아니 어쩌면 그런 개념 없이 그냥 두 아이를 맞붙게 만드는 게 목적일지도 모른다. 스토리를 이렇게 열거하면 참 재밌어보이긴 하는데, 읽으면서 계속 뒷장을 넘겨보게 되고 왠지 모르게 지루함이 느껴졌던 것은 왜일까. 무라카미 하루키가 '일본식 설교' 말투를 너무 과하게 사용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그저 스릴러에 너무 맛을 들여서 재미없게 느껴졌던 것일까.

 

  

하기사 이 소설 보기 전에 나란 놈은 쿼런틴 2라는 좀비영화를 봤었지.

으아악 뭐라 할 말이 없어

 

 우시카와라는 인물이 갑자기 중요한 인물로 등장해서 적잖게 당황했었다. 이 인물은 덴고와 아오마메를 역으로 추적하여 딱히 1~2권을 보지 않아도 그 전에 있었던 사건들을 떠올려보게 만든다. 또한 굉장히 현실적인 성격에 '달을 한 개밖에 볼 수 없는 사람'으로서 덴고와 아오마메를 이해하는 시각을 표현해낸다. 그가 아무리 집요한 프로라고 해도 결국 두 개의 달을 현실적으로 이해하려는 일반인에 지나지 않았고, 그래서 그는 결국 리틀피플에게 이용당할 수밖에 없었다. 아오마메는 다른 세계를 살아가려는 적응력이 뛰어났고, 덴고는 다른 세계를 보게 되자 매우 당황했으나 상황을 상황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그래서 그 둘은 결국 1Q84, 혹은 고양이 마을에서 만나 또 다른 세계로 이동할 수 있었다.

 뭐 계속 읽어보니 소재가 매우 좋다. 이제 큰 흐름의 시작 부분에 도달한 것일까, 스토리도 점점 안정적으로 흘러가는 듯하다. 자꾸만 소설 안에 있는 복선을 들여다보고 싶어서 4권이 나오면 속절없이 구입할 듯하다. (내 생각에는 덴고 회사의 편집장이 계속 뭔갈 감추고 있는 것 같은데.) 완결 내기 전에 죽지만 마세요 무라카미 하루키님 ㅠㅠ 노르웨이의 숲같이 이상하게 완결내지 마시고...

 

 

 

그래요 사실 저 무라카미 하루키 싫어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이라면 환장하고 지르는 분들도 잘 이해 안되고; 

왜 이 분의 글이 무라카미 류보다 대중성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나마 재미는 있으니까 보고 있는 거지.. 교훈성이 있다고 보지는 않음.

 

 

            클릭하면 제 블로그로 이동합니다♥ 이만, 총총.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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