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생태 2012.2 - Vol.55
자연과생태 편집부 엮음 / 자연과생태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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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영양학자 쾨브닉이 생식을 하는 지원자 5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엄격한 생식을 하는 여성의 50%는 생리가 중단됐고, 10%는 생리불순을 겪었다. 남자의 경우 성욕이 줄어든다.- p. 63

 

 자연과 생태에서 상당히 우리의 생활과 밀집되어 있는 코너가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김준의 갯살림> 코너에서는 갯벌에서 나는 음식거리들이 속속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번에는 감태라는 것이 등장했는데, 해물을 싫어하는 본인조차 맛이 어떤지 궁금할 정도이다. 그리고 <현장 탐방>에서는 탐조 등 환경과 더불어 휴가를 떠나려는 사람들에게 알맞은 장소들을 소개해준다. 이번에는 강화갯벌센터라는 곳이 등장했다. 강화갯벌 및 저어새 번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갯벌 체험을 보류하고 있다는 사무국장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진심이 전달되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이들보다 더욱 우리의 생활에 밀접하다고 생각된 게 <자연과 문화>라는 코너였다. 대략 생식이 과하면 우리의 몸에 좋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아마도 이 프로그램이 TV에 나와서 그 기사를 쓴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그녀를 '개념생식녀'라고 칭하며 신문기사에조차 '방법은 과한 것 같으나 살도 빠지고 몸에 좋은 듯하다.'라고 실렸다. 남자친구에게 대략 설명을 하고 이 기사를 보여주니, 그의 반응은 이랬다. "그냥 언제까지 그러고 버틸 수 있나 지켜보라 그래요. 다음에 TV에 무사히 등장할 수 있을까?"

 일단 본인도 건강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사정이 있어서 부엌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집에선 반찬으로 양파만 놓고 먹는다. 하루에 한두끼를 '반생식'으로 먹는 편이다. 글쎄, 확실히 얼굴에 살이 많이 빠졌고, 살이 찌더라도 배로는 살이 가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아침식단만 짰다가 저녁식단까지 늘렸는데, 그 이후부터 이상하게 얼굴에 트러블이 심하게 생겼고, 현재는 팔이 가렵더니 빨간 반점이 생겼다.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주요 요인은 아마 양파를 집중적으로 먹어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두번째로, 효소가 분해되지 않아서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큰 것(!)이 나오지 않으면 불안해지기 때문에 이렇게 되면 보통 사람들은 소화가 잘 되는 것들을 곁들여서 먹거나, 물을 많이 마시는 방식으로 대처하게 된다. 그러면 음식물이 소화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로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될 경우 사람의 몸에 꼭 필요한 영양분들이 부족해져 십중팔구 몸에 문제가 생긴다. 일단 단백질이 부족해서 머리가 많이 빠지게 되며, 피부결도 푸석푸석해진다. 아무리 피부에 좋은 식품들로 대체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몸이 무너지는 현상에 대처하려면 결국엔 돈을 써야 한다. 결국 돈을 적게 쓰면서 생식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는 건 거짓말이다. 요즘 채소도 어마어마하게 비싸지는 형국이다. 차라리 헬스장을 가서 운동을 하는 편이 더 싸게 먹힌다.

 

 

여성으로서 주위에 이런 사람들만 있으면 뭔가, 소외감이 생겨야 할 것 같은 분위기이다.

전 그냥 보통 체형 ㅇㅅㅇ... (사실 복부비만 위기)

 

 어차피 날씬한 배에 쭉쭉빵빵한 가슴은 외국여성이 되거나, 아예 선천적으로 타고나야 얻을 수 있다. 그냥 자신의 키에 맞는 몸무게만 유지하고 싶다면 차라리 세 끼 밥을 꼭꼭 씹어먹고, 운동을 하루에 한 시간 정도 꼬박꼬박 하는 편이 낫다고 나는 생각한다. 정 그런 몸매를 얻고 싶으면 돈 들여서 성형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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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2012.02.07 - 961호
위클리경향 편집부 엮음 / 경향신문사(잡지)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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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아오 이걸 쓸까말까 고민하다가 이제야 후기를 쓴다. 별 요약할 필요도 없는 것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일단 평가를 별표 2개만 달은 이유를 이야기 하겠다. 진원책 변호사가 인터뷰를 나왔는데, 하시는 이야기가 너무 거슬린다고 해야 되나...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자유회의를 홍보하려는 의도가 너무 명백히 드러난다. 그리고 시대가 언젠데 자식을 공부시킨 아버지 어머니들의 정신을 이야기하고 있어? 세계가 전부 다 가난해져서 그런다고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애들이 공부밖에 모르는 까막눈으로 전락해서 지금 난리인데. 둘째로, 겉보기에는 세상에 분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정작 내용은 태평한 잡소리이다. 물론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진보와 제대로 된 보수가 없다는 그의 말은 맞다. 하지만 명백히 사상은 좌파가 아닌데도 주위 사람들의 '아첨'때문에 진원책 변호사님은 자신을 좌파로 착각해버린 듯하다. (게다가 제대로 된 보수가 없어서 보수를 '택했다고?' 사상을 개인이 그렇게 쉽게 '선택'할 수 있다는 의식 자체가 나로서는 매우 의심스럽다.)

 이런 게 보수라면 난 아무래도 보수가 아닌 듯.

 

 

500자 넘길려고 시간을 낭비했다 으아아 그러나 책 살 돈 200원은 나오겠지!<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문성근 씨도 나왔는데 이 사람이 그나마 괜찮았다. 전태일 영화와 부러진 화살 영화까지 촬영한 배우인 듯. 최근에 그가 나오는 기사들을 보면 진보진영을 통합하는 것 때문에 고생하는 듯한데, 후회없이 앞으로 계속 가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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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좋아 너무 좋아 정말 사랑해
마이조 오타로 지음, 전장호.이승진 옮김 / 향연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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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있다면 상대를 상처받게 해도 되나?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원하는 걸 원할 뿐이다.- p. 227

 

 마이조 오타로는 신비주의 소설을 쓰는 작가이다. 그래서 일본의 작가상이란 작가상은 모조리 휩쓸었는데도 수상식에 얼굴 하나 비친 적도 없다. 아예 존재 자체가 공개된 적이 없다. 작품의 무게를 지키기 위해서라나? 그래서 이쪽 계열에서는 유명한 작가가 가명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아무튼, 여러모로 대단한 상상력을 가진 작가이다. 일단 무식하게 많이 쓴다. 그래서 이 사람의 작품은 복불복이라고 한다. 상당히 문학적인 소설도 나오긴 하지만 무턱대고 집었다간 라노베 타입의 소설을 집을 수도 있고, 보자마자 눈을 버릴 수 있는 소설도 나온다.

 

 

지금은 아무래도 수입이 중단되었거나 자체중단된 듯하다.

무튼 <더 홀 인 마이 브레인>이 실려있는 파우스트 잡지. 

 

 대체로 이런 타입의 소설가가 일본에선 인기인가보다. 훗... 그래서 나도 누가 뭣도 모르고 추천해준 사토 유야 책을 집어들었다가 엿먹은 기억이 있지. 주인공이 개.새.끼 역할을 너무 리얼하게 해준 덕분에 열받아서 책을 북북 찢어버릴 뻔했다. (실제로 그렇게 하진 못하지만.) 지금까지도 사토 유야 소설이라면 질색이다. 여태까지 집어들은 적도 없다. 니시오 이신? 이런 C에 발라먹을 놈 바케모노가타리 그만 쓰고 신본격 마법소녀 리스카나 완결하란 말이다. 무튼 뭐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본인은 이제 이런 신비주의 소설타입이면 빠이빠이다. 환상소설과 범죄소설을 매우 좋아하는 본인에게는 유별난 일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어쩌겠는가. 싫은 건 싫은 거다. 그래서 유일하게 관심이 있는 일본 신비주의 작가는 마이조 오타로 뿐이다.

 일단 앞에 <좋아 좋아~>가 등장하고 뒤에 <더 홀~>이 딸려있는 식이다. 하지만 난 후자가 더 마음에 든달까. 왠지 모르게 <좋아 좋아~>는 고전 문학 속으로 들어가려는 티가 너무 나고, <더 홀~>이 정말 작가의 방식대로 진지하게(?) 쓴 티가 난다. 일단 순서가 있으니 <좋아 좋아~>부터 소개하겠다. 이 소설은 여성을 여태 뮤즈로 희생해온 남자들의 고백 타임이다. 주인공은 그 놈의 체면 때문에 끝까지 '죽지 말아줘'라는 말도 못하고 여자친구를 하늘로 보내버리고 만다. 본인도 그 것을 알고 있으며 내부에서 계속 자책하고, 고민하고 있다. 그 고민들이 의도치 않게 그의 소설에 들어가버리게 되는데, 그는 그것을 '기도'라고 칭한다. 음... 적당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여자친구가 직접적으로 소설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주인공은 자취만을 담았으니까. 그가 쓴 소설로 보여지는 단상들이 언뜻언뜻 본소설에 끼어드는데, 작가인 주인공의 생각이 폭발적으로 무르익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야말로 소설 속의 소설의 성장과정. 뭐라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간단히 설명하려 노력해도 가이드북 한 권이 완성되리라 생각한다. 말 그대로 여성을 뮤즈로 만들어버리는 남자들의 전통적인 과정이다. 책을 봐야 알 수 있으니 여러 말은 생략하겠다.

 <더 홀~>은 그 뒤에 등장한다. 가토 히데아키라는 인물은 머리에 드릴이 박혀버리는 사고를 당한 이후, 머릿 속의 체널이 바뀌어버린다. 체널 속 '자신'은 앞에서 나왔던 '마코토'라는 이름의 중학생 남자아이. 하지만 앞에서 나온 인물하고는 전혀 다른 성격이다. 앞에서 나온 마코토는 꿈 속에서 여자아이를 찾는 남자아이였지만, <더 홀~>에서는 세계를 지키는 소년 '마코토'이다. 엄청나게 짜증나는 자기우월자에, 여자친구를 실컷 이용해먹는 파렴치한, 게다가 쾌락에 너무나 쉽게 무너지는 한심한 인간이다. 자신의 머리 구멍에다가 무언가를 계속 박아주기를 바라면서, 그것으로서 자신이 여성성을 가진 양 착각하고 있다. 

 

 

남자들이란 정말 여자가 박는 데에만 만족하는 줄 안단 말이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히데아키조차 또 다른 자신의 사고방식에 염증이 난 상태이다. 언젠가는 쵸후 타워를 통째로 마코토의 머리에 박아버려서 마코토에게 안식을 주리라 다짐하면서 결말이 나는데, 난 정말 전적으로 히데아키가 그래줬으면 하는 바이다. 뭐 그래봤자 결국엔 자기자학으로밖에 끝나지 않을 테지만.

 친구에겐 다정하게 대해야 한다, 죽어가는 여자친구에겐 무조건 사과하고 양보해야 한다, 장례식에선 무례하게 시체를 끌어안음으로서 진행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 우애란, 사랑이란,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왜 자신에게 충실하게 행동하지 못할까? 그럴 상황이 아닌데, 마음껏 감정을 분출해도 상관없을텐데, 끊임없이 끊임없이 주인공들은 남을 의식하는 행동들을 한다. 그래도 첫번째 주인공은 소설을 씀으로서 그럭저럭 자신의 죄의식을 소화하고 있지만, 두번째 주인공은 결국 자기합리화에 빠져 또 다른 자신과 여자친구를 희생해가면서 세상을 구하고 만다. 자기 자신도 구원하지 못하면서 세상을 구원한다니, 바보같은 녀석이다.

 이래서 사회를 올바르게 하기 전에 자기 집정리부터 잘하라는 말이 있나보다. 그런데 자기 집정리를 잘한다고 해서 정말로 사회를 올바로 할 수 있을까? 여러모로 생각할 게 많아지게 만드는 책이다. 골치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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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섬과 검은 한
데릭 월코트 / 문학사상사 / 199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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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름 우표에 나올 정도로 엄청나게 유명한 사람인데, 우리나라엔 아는 사람이 없는가보다.

작가 이름을 검색해봐도 어떤 책도 뜨지 않아서 아무 관련도 없는 책을 표지로 올려본다... 흑흑.

이게 다 인터파크가 책을 올려주지 않는 탓임. 

 

 데렉 월코트는 영국계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라고 한다. 책에 나온 사진을 보니 우표에서 그려진 것보다도 잘생겼다. 미중년이라고 일컬어도 좋을 듯? 따라다니는 여자들이 많았는지, 시에서 간간히 등장하는 여자의 몸에 대한 세세한 묘사들이 보통이 아니다. 이것이 남부의 시인가, 생각될 정도로. 그렇지만 그의 시를 선정적이라고 간단히 꼬집어 말할 수도 없다. 그의 시세계의 폭이 얼마나 넓은지 나로서는 감이 잡히질 않는다. 어떨 땐 놀랄만큼 바다가 섬세하게 묘사된 서정시가 등장하질 않나, 갑자기 사랑에 관한 애절한 시가 등장한다. 그리고 주로 등장하는 것은 사회비판과 관련된 시이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도 간간히, 한탄하듯이 묘사하고는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메로스>라고 번역된 (호메로스겠지...)시를 썼다고 하는데 또 검색이 안된다. 우리 학교 도서관에서도 이 책과 <행복한 나그네> 외엔 기록이 없었는데? 이건 그냥 찾기를 포기하란 소리인가 ㅠㅠ 새삼 우리나라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에 대해 얼마나 무지할지 짐작이 간다. 노벨문학상을 탄 작가들의 책도 제대로 대우해주지 못하는 주제에 무슨 떡고물이 떨어지길 바라는가. 그냥 한숨만 나올 뿐이죠.

 무튼 그의 시가 그렇게 감명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외국의 토속적인 색깔이 상당히 짙어서 잠시 지중해를 여행하고 온 것 같은 느낌은 난다. 이 시 속에서 배를 타고 모험을 떠나는 기분이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중앙아메리카로 가시는 분들은 이 책을 챙겨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시각뿐만이 아니라 오감으로 바다를 설명하는 능력 하나만큼은 뛰어난 것 같으니. <바다는 역사다>라는 훌륭한 시를 하나 건져서 매우 뿌듯하다. 무리해서라도 전문을 올릴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바다는 역사다 ▼

 

 

 

 순교자들이여, 그대들의 기념비는 어디 있는가, 그대들의 싸움은?

그대들의 종족이 지닌 기억은 어디 있는가?

회색의 지하 납골당에 계신 여러분. 바다, 바다가

그들을 가두었나니. 바다는 역사다.

 

처음엔 기름이 떠올랐다.

혼돈처럼 무거운,

그리고서 터널 끝의 빛처럼

 

범선의 등불,

그게 창세기였다.

그러자 통조림된 울음이 있었다.

그 똥과 그 신음이, 즉

 

출애급.

뼈와 뼈가 산호로 땜질되고

상어 그림자의 축복으로 덮인

모자이크.

 

그것이 십계명을 담은 상자였다.

그리고 나서 해저에 비친 햇빛의

 잡아 당기는 철사줄에서

 

바빌론 노예 시절의 애처로운 하프가 연주됐다.

마치 익사한 여인들 시체 위에 놓인 쇠고랑처럼

하얀 보배조개같이.

 

그리고 저것들은 솔로몬의 아가인

상아 팔찌였다.

그러나 대해는 역사를 찾느라

 

계속 빈 책장만 넘기고 있었다.

그리고서 닻처럼 무거운 눈을 지닌

사나이들이 오더니 무덤 없이 가라앉았다.

 

소를 통째로 구어 먹고서

야자나무 잎처럼 검게 탄 갈비뼈를 바닥에 남긴 산적들,

그리고 나서 거품이 일고, 높은 바다의 성난

 

아가리가 포트 로이얼을 집어삼켰으니,

그게 요나였다.

그러나 그대들의 부활은 어디 있는가.

 

나리, 그건 바다의 모래 속에 갇혀 있습니다.

저 앞 해벽의 요동치는 선반 넘어,

전함이 침몰해 버린 곳에.

 

이 물안경아, 난 널 그곳으로 안내하련다.

저 밑 오묘한 바다 밑으로

줄줄이 돋은 산호의 숲을 지나서

 

부채꼴 산호의 괴기스런 창들을 지나

비늘이 딱딱한 물고기가 줄마노의 눈빛을 하고

눈을 껌벅이며 대머리 여왕처럼 그의 보석의 무게에 눌려 있는 데로.

 

따개비들이 돌처럼 곰보가 된

이들 궁륭의 동굴들은

우리들의 성당이다.

 

그리고 태풍 앞의 용광로,

고모라, 풍차에 돌 가루, 옥수수 가루로

갈아진 뼈들,

 

그리고 그게 애가였다.

그게 다름아닌 애가였다.

그건 역사가 아니었다.

 

그리고 나서 강의 메마른 입술 위의 거품처럼,

뭇 마을의 갈색 갈대가 나와서

도시를 덮고 또 쑥대밭으로 바꾸어 버렸다.

 

그리고 저녁엔 난쟁이들의 합창,

그리고 그들 위에는 첨탑들이

하나님의 옆구리에 창질을 하고

 

그분의 아들이 자리를 잡자, 그게 신약성서였다.

 

그리고 나서 백인 자매들의 파도의

전진에 맞추어 손뼉을 치며 왔다.

그리고 그게 노예 해방이었다. ㅡ

 

환희의 축제, 오, 환희의 축제 ㅡ

이는 재빨리 자취를 감추었다.

마치 해초가 햇볕에 마르듯.

 

그러나 그건 역사가 아니었다.

그건 다만 신앙이었다.

그리고 나서 바위마다 깨어져 각자의 나라가 됐다.

 

그리고 나서 파리떼의 회의가 나왔고,

그리고 나서 비서인 해오라기가,

그리고 나서 황소개구리고 투표를 하라고 울부짖었다.

 

기발한 생각을 가진 개똥벌레들이

그리고 제트기로 날아다니는 외교관 같은 박쥐들이

그리고 카키옷 입은 경찰관 같은 사마귀가,

 

그리고 재판관 같은 털이 난 쐐기벌레들이,

사건 하나하나를 면밀히 검토하고,

그리고 나서 양치류의 어두운 귓속에,

 

그리고 바닷물이 고인 바위의

간간한 키득임 속에 소리가 있었다.

역사의 메아리 없는 허튼 소리만이.

 

참된 역사는 바햐므로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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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판 란마 1/2 5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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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카네가) 시, 싫으면... 이렇게 (키스를) 망설일 필요도 없다고요! - 란마 1/2 8권 中

 본인이 어렸을 때 제일 좋아했던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 편이 8권에서 진행된다. 사심이랄 것도 없이 이 대사는 진짜입니다 ㅋㅋㅋ 단지 주어와 목적어가 빠져있을 뿐이지만... 좋으면 좋다고 말하지 왜 자꾸만 말을 돌리니 란마야 ㅋㅋㅋ 아 무튼 아카네와 란마의 사랑놀이는 언제 봐도 재밌음. 한편으로는 저렇게 뻔하게 좋아하는 티가 다 나는데도 절대 란마를 포기하지 않는 샴푸와 우쿄 등등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무튼 아카네가 서서히 눈에 뜨이기 시작한다. 지금은 약간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

 

 

줄리엣 역할을 했을 때의 텐도 아카네.

왠만한 비주얼은 갖추었는데 잘 꾸미지도 않는 데다가 경쟁자들이 많아서 자꾸만 뒤쳐진다는 설정... 

 

 란마는 아무튼 왠만한 애들은 격투로 늘씬하게 팰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다. 흑장미는 철저한 둔함과 끈기로 란마에게 찰거머리처럼 붙어다닌다. 샴푸는 란마를 꼼짝못하게 하는 미인계 그리고 아카네 정도는 가볍게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우쿄는 일단 란마에게 귀엽다는 소리까지 들었고, 격투도 제법 할 뿐더러 오코노미야끼를 팔면서 살 정도의 생활력이 있다. 그러나 집에서 검도도장을 지켜오면서 살아온 '막내' 아카네에게는 그 중 어느 것도 없다. 아버지들끼리 약혼을 정해버린 정도의 강한 인연이 있지만, 확실히 현대사회에선 본인의 의사가 아닌 약혼관계따위 간략하게 깨져버릴 수 있으니까. 란마가 '이런저런 능력도 없는 주제에!'라고 하면 버럭 화는 내지만 부정하질 않는다... 너도 료가를 포함해서 왠만한 남자들이 졸졸 쫓아다니는 것 같던데 왜 질투작전 한 번 제대로 써보질 못하니ㅠㅠ

 사실 아카네에게 딱히 제대로 된 남자가 꼬이는 것도 아니다. 아카네 자체가 힘이 세다보니 보통 남자로서는 차지하기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녀를 쓰러뜨려서(;;;) 쟁취하려는 사람들이 주위에 천지다. 순수한 남자 료가조차 아카네를 담보로 삼아 '결투에 이긴 사람이 아카네를 차지하기다!' 이런 말이나 하고 있다. 말은 제대로 안하지만, 란마는 여자로서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카네가 싫어하는 일들에 대해서 분명히 알고 있다. (알면서도 본심을 말하지 못하고 능글거리기만 하는 게 문제지만...) 그리고 사람들의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게 바로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 장면이다. 아카네는 오랜만에 여자역할을 맡은 게 기뻐서 제대로 연극을 진행해보려고 하는데 강제로 로미오 역할을 하겠다며 방해하는 남자들만 속출. 란마는 여자가 되어서 줄리엣 2P역할도 하고 남자가 되어서 로미오들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강제로 그녀를 차지하려는 속셈만 있는 늑대들을 두들겨 패주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이 제일 후련했다고 해야 할까. 아카네의 로미오 역할 한 번 해보겠다는 흑심이 없진 않았겠지만.

 

 

아무튼 란마와 이리저리 부대끼면서 아카네는 점점 눈치가 빨라지는 듯.

그리고 점점 강해지는 듯(...) 전투력만 상승하지 말고 귀여움도 좀 상승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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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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