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제국
로버트 융크 지음 / 따님 / 1995년 10월
평점 :
절판


국제 응용체계분석의 헬가 노보트니는 다음과 같이 추측한다. "핵 발전소에 대한 반대의 뿌리는 심화되어 가는 경제적, 정치적 집중 현상에서 이득을 얻는 자들에 대한 저항에 있다. 이 저항은 거대 국가와 거대 과학과 공동으로 일을 하는 대기업을 향한 것이다. 그것은 그러한 발전 앞에서 스스로 무기력하고 보잘것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저항인 것이다."- p. 125

 

 

 

어제 오후 3시에 시청광장에서 이런 행사를 했었다.

잠깐 가서 둘러보았었는데, 경찰들의 진압도 별로 없이 편안하게 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많이 와서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본의아니게 계속 미루고 미루다가 후쿠시마 원자시설 사고 후 1주년 되서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다. 겉표지고 속내용이고 굉장히 오래된 책 티가 팍팍 나서 뭐라고 말하기가 약간 조심스럽다.

 일단 저자는 원자력을 반대하는 이유들을 열거했는데, 대략 간추리자면 이렇다. 기억나는 대로 그냥 써보겠다.

 

 첫째, 원자력 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건강에 매우 심각한 위험을 받으며, 그들은 노조를 만들어 투쟁할 수 없다. (기계가 계속 돌아가야 모든 사람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기 때문에.)

 둘째, 방사능이라는 새로운 힘을 내세워, 기득권자들이 권력을 쟁취하려 한다. (예를 들어 원자력 시설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사람들을 지켜내는 대신, 기득권자들은 99%의 서민들을 전면적으로 통제하려 들 것이다.)

 셋째, 원자폭탄은 의외로 쉽게 만들 수 있으며,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 정도의 위력이 아닐지라도 상당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만일 그 기밀들이 누출된다면 원자력 시설을 기반으로 테러나 사보타지 등이 흔하게 일어날 수도 있다. (일본에서도 원자폭탄을 제조하기 위해 원자력 시설을 제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인은 생각한다.)

 넷째, 방사능은 수백년 수천년동안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 그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할 과학자들은 전쟁놀이마냥 시나리오나 짜고 있다. 그리고 그 시나리오가 현실에 그대로 적용될지에 대한 보장은 없다.

 

 이어서 저자 로버트 융크는 과학자들이 서서히 원자력 시설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원자력 시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인류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영리하게도 저자는 자신이 모은 자료 중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사항들은 언급하지 않고 숨기고 있는데, 이 말의 근거도 그 중 하나에 포함되는 것으로 짐작된다. 만일 이 말이 실제라면, 정말 무시무시한 계획이 아닐 수 없다. 과학과 기술, 그리고 심리학을 통틀어서 그들은 핵발전소를 세우기 위해서 무슨 짓이라도 하고 만다. 과연 이것이 단순히 국가의 경제를 살리고 전기에너지를 끌어오기 위해서일까? 아무리 원자력 시설이 전기에너지를 대량으로 생산해 낼 수 있다고 하지만, (미국에선) 핵발전소에 반대하는 사람을 소리소문없이 없애고 미래 인류의 미래를 희생시켜가면서까지 꼭 원자력 시설을 세워야 하는가? 이렇게까지 귀찮은 일들을 무릅써가며 원자력 시설을 세우는 데엔 무언가 중요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정치적인 문제로 파고들어 어느 정도 이 고민을 해소해주는 책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원자력 시설은 기득권자들의 이득과 서민들의 통제를 위한 시설이라는 것이다.

 

 

자료는 2012년 1월에 플레이포럼이라는 사이트에 올려진 자료이다.

........... 사진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유출되는 것도 문제지만 이웃나라 중국에서 유출되는 것도 문제이다.

 

 이 책을 보기 전에, 본인은 막연히 원자력 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의 자연이 망가지기 때문에 탈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녹색당에서 이 의제를 당연히 맡아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했었고.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일단 100% 전쟁에도 무너지지 않고 천년만년 안전하다면 당연히 원자력 시설을 찬성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과학자들이 모두 늙어 죽어버린 다음에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을 누구한테 지도록 해야 할까? 만일 과학자들이 가족도 없다면?) 그리고 위험이 0.01%라도 존재한다면, 당연히 영향력은 엄청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조심'할 수밖에 없다. 그 일들에 대해 잘 안다고 나서는 전문가들과 정치가들에 의해 '모든 위험한 일들'이 통제된다. 우리는 우리의 목줄을 틀어잡고 있는 자들의 위협에 찍소리 못하고 굴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일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는 시설이 지금, 위의 사진에서처럼 온 사방에 존재한다.

 독일은 아예 대표적으로 탈핵을 선언했다. 일본은 원전 52기 가동을 중단시켰고, 지금 2기가 작동하는 중이지만 2기도 안전점검 때문에 조만간 중단시킬 예정이라 한다. '역시나' 미국은 오히려 원자력 시설을 더 가동시킨다고 하여 빈축을 사고 있다. 그런데 이씨 대통령은 지금 왜 원자력 시설을 더 지으려 하는가. 우리는 이 이유에 대해서 파헤치고 반대해야 한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9916<- 우리나라에서 핵과 관련된 기관, 핵찬성 정치인들을 알고 싶다면 이 사이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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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락원 1 - 그랜드북스 189
밀턴 지음, 이경애 옮김 / 일신서적 / 1994년 7월
평점 :
절판


"(...)
의심할 여지도 없이 하느님은 마음을 풀고
불쾌한 기분 돌리시리다. 그 고요한 얼굴에
노여움이 가득 차 아주 엄하게 보이실 때도
빛나는 것은 은총, 은혜, 자비 말고
또 무엇이 있으리요?"
우리의 조상 아담 뉘우치며 이렇게 말하니,
하와도 역시 뉘우친다. 그들은 곧
심판받은 장소로 돌아가 하느님 앞에
공손히 무릎을 꿇고 함께 자기들의 허물을
겸손하게 고백하고 용서를 빌며, 가식이 아닌
슬픔과 온유한 겸손의 표적으로 뉘우치는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눈물로 땅을 적시고
한숨으로 하늘을 채우는 것이었다.- p. 410

 

 일단 별점이 낮은 이유는 결코 존 밀턴이 시를 잘 못 써서가 아니다. 일단 프로테스탄트들의 이론 중에선 근본적으로 '시대를 달리하고, 종교가 다른 한국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이론들이 있다. 기본적인 설명을 하자면, 프로테스탄트들은 남성이 여성의 머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성서의 일들이 있는 그대로 실제로 일어났다고 생각하며, 요한계시록을 너무나 사랑한다. 특히 초기 프로테스탄트들은 규약을 무겁게 적용시킴으로서 예정된 종말을 더 빨리 앞당겨서 일으켜야 하며, 그렇게 함으로서 새로운 세상을 더 빨리 맞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극히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사람으로서 나는 이 이론을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교회를 그만두고 성당을 다니기로 택한 부모님께 정말정말 감사하다.

프로테스탄트들은 자기네가 무슨 에반게리온의 제레인 줄 알았나보다...

 

 아무튼 그는 프로테스탄트가 된 채로 찰스 1세가 처형당하고 제임스 1세가 정권을 잡기까지의 시대를 살았다. 공화정이 들어설 땐 크롬웰을 옹호하는 글을 쓰다가 눈이 멀 정도였다고 하니 그 정성과 집념이 어느 정도인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비록 영국은 다시 왕정 체제로 돌아왔으나, 자신의 한계를 실험했으니 그 동안의 그의 노고가 헛되었다고 할 수는 없겠다. 그 시절의 집념을 <실락원> 집필에 다시 쏟았으니 말이다.

 

 

본인은 수없이 많은 아담과 이브 그림 중에서 이 그림을 제일 좋아한다.

이브가 제일 이쁘다 ㅋ

 

 실락원은 창세기에서 나오는 아담과 이브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뒷배경으로 들어가면 더욱더 복잡하다. 이 세상의 근본적인 창조이야기부터 예수 강림까지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하느님은 예수님을 내세워 갑옷을 입히시고 성령의 힘으로 타락천사들을 지옥으로 떨어뜨린다. 그런 다음 세상을 창조하고 인간을 만드는데, 사탄(혹은 루시퍼)은 그 인간들을 내려다보면서 동경을 느끼는 한편 맹렬한 질투심을 느낀다. 그래서 루시퍼는 뱀의 몸 안에 육화하여 이브를 꼬셔낸다. 이후엔 성경내용대로 진행. (아담이 이브와 같이 지옥으로 떨어지기로 결심하고 사과를 먹는 장면만 다르다.) 하느님은 또 다시 예수님을 내세워 낙원을 성경에서 말한 대로 변화시킨다. 아담은 처음엔 분노하지만 사랑스러운 이브가 잘못을 뉘우치는 것을 보고서는 함께 하느님에게 잘못을 빌기로 한다. 말하자면 내적 성숙을 시작한 것이다. 하느님도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이 자아낸 뉘우침을 어여쁘게 보시지만, 그래도 지식이 생겼으니 다음엔 생명의 과실을 먹고 불로장생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는 낙원을 태워버리기로 결심한다. 천사 우리엘이 내려와서 아담에게 에덴 이후 인간에게 생겨날 일들을 보여준다.

 성서를 좀 보신 분이 역주를 단 듯하다. 정말 세심하고 꼼꼼하게 성서의 구절들을 달아주셔서 이 책을 다 읽는데 엄청난 시간이 들었다. 덕분에 성서를 다시 한 번 제대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어떤 번역판을 기초로 했는지 모르겠는데, 한자가 너무 많아서 읽기가 매우 어렵고 짜증이 났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애초에 영어성서를 잠시 읽었던 이유도, 한글 성서는 너무 한자가 많은데다 어처구니없는 오역을 해서 읽기가 싫었기 때문이었다. 요번에 새번역성경이라는 것이 따로 출판되었고, 우리말로 성경을 번역하는 운동이 많아졌다고 하는데, 얼마나 달라졌을지 지켜보겠다.

 일단 결론을 짓자면, 이 책을 읽고 '인간답다'는 말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존 밀턴은 아담에게 감정이입을 하여, 이브를 대표하는 여성들을 증오하며 인간의 죄악을 보며 '후손을 낳지 말았을 것을...' 따위의 후회를 한다. 자기가 뭔데 멋대로 우리를 낳을까 낳지 말까 따위의 고민을 할까?라는 생각이 맨 처음에 들었지만.. 뭐 어쩌겠는가. 인간은 신의 의도를 모르는 존재인 것을.

 그런데 좀 우스운 것은 밀턴이 타락천사 루시퍼에게도 감정이입을 했다는 점이다. 그는 천사들이 '쫓겨나고 소외당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하게 했지만, 1장에서부터 '하느님의 빛에서 지옥의 어둠 속으로' 쫓겨난 루시퍼의 일그러진 분노를 섬세하게 그려내었다. 그리고 당시 순수했던 아담과 이브보다 훨씬 더 복합적인, 애증이라는 감정을 드러낸다. 이는 사랑과 친절만을 드러내는 천사들에게는 거의 보여지지 않았던 감정이었다. 덕분에 내 눈에는 루시퍼의 모습만 선명하게 보였다. 악마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람들을 홀린다는 현상이 이런 것일까?

 

 

그러나 밀턴은 끝까지 인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으려 노력한다.

대부분의 아담과 이브는 이렇게 처참한 상태로 쫓겨나지만,

실락원에서 아담과 이브는....

 

에덴 이후의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서로 손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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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판 란마 1/2 15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10~15권 사이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단연 13~14권이다. 예전에는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 장면 다음으로 좋아하던 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더더욱 좋아하게 된 부분이다. 란마는 여자들의 속옷을 훔치는 핫포사이를 응징하려다가 필살기를 먹고 힘이 약해지게 된다. 그 전 부분인 11권에서는 아카네가 특수한 국수를 먹고 힘이 세지는 장면이 나와서 더 재미있었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이 5권 사이에서는 왠일인지 란마가 엄청 당하고 산다(웃음). 원래 란마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 재미를 느끼는 만화라지만 여기선 조금 불쌍하다는 마음까지 든다. 일단 세진 아카네의 이야기부터 시작하겠다.

 11권에서 아카네는 핫포사이가 만든 강력국수를 먹고 강해진다. 그리고 치료제를 먹음으로서 그 힘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속만 썩이는 란마도 이길 수 있고 자신의 연적인 샴푸도 이길 수 있는데 왜 그 힘을 포기하려 하겠는가. 그러나 노력도 하지 않고 우연히 얻는 힘에는 부작용이 반드시 따르는 법. 강력 국수는 먹고서 시간이 지날 경우 얼굴에서 수염이 난다. 란마는 강제로 그 약을 먹이려고 했지만 결국 아카네의 얼굴엔 수염이 나 버린 뒤였다. 어쩔꼬 ㅠㅠ 란마는 그 모습을 신나게 비웃지만 더 이상 군소리하지 않고 순순히 아카네에게 약을 준다. 여기서는 어느 정도 관대하게 보이기도 했다. 잠시 동안은...

 

 

근데 수염이 고양이처럼 나서 그런가 귀엽다!!!

 

 13권에서는 반대로 란마가 힘을 잃어버린다. 핫포사이에게 필살기를 당해 힘이 약해지자 이때까지 란마에게 맞고 살았던 사람들이 떼거지로 몰려들어 집단구타를 한다. 전에는 한 주먹감도 안 되었던 사람들까지 자신을 막 대하니 얼마나 열받을까;; (그러니 사람은 평소에 행실을 똑바로 해야 한다.) 결국 그는 샴푸의 할머니가 충고한 바에 따라 비룡승천파를 배우기로 한다. 상대방이 흥분해 열기를 발하는 가운데 냉정함을 유지해서 돌풍을 일으키는 기술이라고 한다. 터무니없지만 왠지 납득되는 느낌?! 아무튼 란마는 아카네를 이용하여(...) 료가를 열받게 만든 다음 비룡승천파를 일으키는 데 성공한다. 연습에서 성공한 그는 자신있게 핫포사이에게 도전하는데, 여차저차하여 아카네가 회오리바람에 말려들게 된다.

 

 

핫포사이의 필살기를 풀 수 있는 그림이 다 찢어졌지만, 란마는 그래도 아카네를 구해내려고 노력한다.  

 

 란마가 남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곤란에 처한 아카네를 구해내려고 한 적은 많다. 하지만 본인은 유달리 이 부분이 좀 색다르다고 생각했다. 격투가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힘이 없어진다면 치명적이다. 설령 여자로 살 수밖에 없더라도 란마는 힘이 어느 정도는 세다. 하지만 핫포사이의 말대로 여자인 상태에서 힘이 없다면, 미인계를 써도 결국 치욕적인 일을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란마에게 힘이 약해진다는 것은 여자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보다도 더 치명적일 수 있다. 그 유일한 방법이 찢어져 사방으로 흩날리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란마는 실의에서 벗어나 아카네를 지키는 데에만 자신의 남은 힘을 다 쏟은 것이다.

 사실 만화를 쭉 보신 분은 감을 잡겠지만 란마는 힘으로 아카네를 차지하려 하지 않는다. 예쁘지 않는 계집애라고 흠은 잡을 지언정 료가처럼 흥분해서 사람의 뼈를 분쇄할 듯이 껴안으려 하지도 않는다. 두 여자를 사이에 놓고 갈등할지언정 검도선배처럼 두 여자를 다 차지하려 하지도 않는다. 사랑을 얻으려면 힘으로 끌고가지도 말고, 욕심을 부리지도 말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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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섬과 검은 한
데릭 월코트 / 문학사상사 / 1992년 12월
평점 :
절판


 

나름 우표에 나올 정도로 엄청나게 유명한 사람인데, 우리나라엔 아는 사람이 없는가보다.

작가 이름을 검색해봐도 어떤 책도 뜨지 않아서 아무 관련도 없는 책을 표지로 올려본다... 흑흑.

이게 다 인터파크가 책을 올려주지 않는 탓임. 

 

 데렉 월코트는 영국계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라고 한다. 책에 나온 사진을 보니 우표에서 그려진 것보다도 잘생겼다. 미중년이라고 일컬어도 좋을 듯? 따라다니는 여자들이 많았는지, 시에서 간간히 등장하는 여자의 몸에 대한 세세한 묘사들이 보통이 아니다. 이것이 남부의 시인가, 생각될 정도로. 그렇지만 그의 시를 선정적이라고 간단히 꼬집어 말할 수도 없다. 그의 시세계의 폭이 얼마나 넓은지 나로서는 감이 잡히질 않는다. 어떨 땐 놀랄만큼 바다가 섬세하게 묘사된 서정시가 등장하질 않나, 갑자기 사랑에 관한 애절한 시가 등장한다. 그리고 주로 등장하는 것은 사회비판과 관련된 시이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도 간간히, 한탄하듯이 묘사하고는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메로스>라고 번역된 (호메로스겠지...)시를 썼다고 하는데 또 검색이 안된다. 우리 학교 도서관에서도 이 책과 <행복한 나그네> 외엔 기록이 없었는데? 이건 그냥 찾기를 포기하란 소리인가 ㅠㅠ 새삼 우리나라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에 대해 얼마나 무지할지 짐작이 간다. 노벨문학상을 탄 작가들의 책도 제대로 대우해주지 못하는 주제에 무슨 떡고물이 떨어지길 바라는가. 그냥 한숨만 나올 뿐이죠.

 무튼 그의 시가 그렇게 감명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외국의 토속적인 색깔이 상당히 짙어서 잠시 지중해를 여행하고 온 것 같은 느낌은 난다. 이 시 속에서 배를 타고 모험을 떠나는 기분이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중앙아메리카로 가시는 분들은 이 책을 챙겨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시각뿐만이 아니라 오감으로 바다를 설명하는 능력 하나만큼은 뛰어난 것 같으니. <바다는 역사다>라는 훌륭한 시를 하나 건져서 매우 뿌듯하다. 무리해서라도 전문을 올릴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바다는 역사다 ▼

 

 

 

 순교자들이여, 그대들의 기념비는 어디 있는가, 그대들의 싸움은?

그대들의 종족이 지닌 기억은 어디 있는가?

회색의 지하 납골당에 계신 여러분. 바다, 바다가

그들을 가두었나니. 바다는 역사다.

 

처음엔 기름이 떠올랐다.

혼돈처럼 무거운,

그리고서 터널 끝의 빛처럼

 

범선의 등불,

그게 창세기였다.

그러자 통조림된 울음이 있었다.

그 똥과 그 신음이, 즉

 

출애급.

뼈와 뼈가 산호로 땜질되고

상어 그림자의 축복으로 덮인

모자이크.

 

그것이 십계명을 담은 상자였다.

그리고 나서 해저에 비친 햇빛의

 잡아 당기는 철사줄에서

 

바빌론 노예 시절의 애처로운 하프가 연주됐다.

마치 익사한 여인들 시체 위에 놓인 쇠고랑처럼

하얀 보배조개같이.

 

그리고 저것들은 솔로몬의 아가인

상아 팔찌였다.

그러나 대해는 역사를 찾느라

 

계속 빈 책장만 넘기고 있었다.

그리고서 닻처럼 무거운 눈을 지닌

사나이들이 오더니 무덤 없이 가라앉았다.

 

소를 통째로 구어 먹고서

야자나무 잎처럼 검게 탄 갈비뼈를 바닥에 남긴 산적들,

그리고 나서 거품이 일고, 높은 바다의 성난

 

아가리가 포트 로이얼을 집어삼켰으니,

그게 요나였다.

그러나 그대들의 부활은 어디 있는가.

 

나리, 그건 바다의 모래 속에 갇혀 있습니다.

저 앞 해벽의 요동치는 선반 넘어,

전함이 침몰해 버린 곳에.

 

이 물안경아, 난 널 그곳으로 안내하련다.

저 밑 오묘한 바다 밑으로

줄줄이 돋은 산호의 숲을 지나서

 

부채꼴 산호의 괴기스런 창들을 지나

비늘이 딱딱한 물고기가 줄마노의 눈빛을 하고

눈을 껌벅이며 대머리 여왕처럼 그의 보석의 무게에 눌려 있는 데로.

 

따개비들이 돌처럼 곰보가 된

이들 궁륭의 동굴들은

우리들의 성당이다.

 

그리고 태풍 앞의 용광로,

고모라, 풍차에 돌 가루, 옥수수 가루로

갈아진 뼈들,

 

그리고 그게 애가였다.

그게 다름아닌 애가였다.

그건 역사가 아니었다.

 

그리고 나서 강의 메마른 입술 위의 거품처럼,

뭇 마을의 갈색 갈대가 나와서

도시를 덮고 또 쑥대밭으로 바꾸어 버렸다.

 

그리고 저녁엔 난쟁이들의 합창,

그리고 그들 위에는 첨탑들이

하나님의 옆구리에 창질을 하고

 

그분의 아들이 자리를 잡자, 그게 신약성서였다.

 

그리고 나서 백인 자매들의 파도의

전진에 맞추어 손뼉을 치며 왔다.

그리고 그게 노예 해방이었다. ㅡ

 

환희의 축제, 오, 환희의 축제 ㅡ

이는 재빨리 자취를 감추었다.

마치 해초가 햇볕에 마르듯.

 

그러나 그건 역사가 아니었다.

그건 다만 신앙이었다.

그리고 나서 바위마다 깨어져 각자의 나라가 됐다.

 

그리고 나서 파리떼의 회의가 나왔고,

그리고 나서 비서인 해오라기가,

그리고 나서 황소개구리고 투표를 하라고 울부짖었다.

 

기발한 생각을 가진 개똥벌레들이

그리고 제트기로 날아다니는 외교관 같은 박쥐들이

그리고 카키옷 입은 경찰관 같은 사마귀가,

 

그리고 재판관 같은 털이 난 쐐기벌레들이,

사건 하나하나를 면밀히 검토하고,

그리고 나서 양치류의 어두운 귓속에,

 

그리고 바닷물이 고인 바위의

간간한 키득임 속에 소리가 있었다.

역사의 메아리 없는 허튼 소리만이.

 

참된 역사는 바햐므로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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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판 란마 1/2 5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아카네가) 시, 싫으면... 이렇게 (키스를) 망설일 필요도 없다고요! - 란마 1/2 8권 中

 본인이 어렸을 때 제일 좋아했던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 편이 8권에서 진행된다. 사심이랄 것도 없이 이 대사는 진짜입니다 ㅋㅋㅋ 단지 주어와 목적어가 빠져있을 뿐이지만... 좋으면 좋다고 말하지 왜 자꾸만 말을 돌리니 란마야 ㅋㅋㅋ 아 무튼 아카네와 란마의 사랑놀이는 언제 봐도 재밌음. 한편으로는 저렇게 뻔하게 좋아하는 티가 다 나는데도 절대 란마를 포기하지 않는 샴푸와 우쿄 등등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무튼 아카네가 서서히 눈에 뜨이기 시작한다. 지금은 약간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

 

 

줄리엣 역할을 했을 때의 텐도 아카네.

왠만한 비주얼은 갖추었는데 잘 꾸미지도 않는 데다가 경쟁자들이 많아서 자꾸만 뒤쳐진다는 설정... 

 

 란마는 아무튼 왠만한 애들은 격투로 늘씬하게 팰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다. 흑장미는 철저한 둔함과 끈기로 란마에게 찰거머리처럼 붙어다닌다. 샴푸는 란마를 꼼짝못하게 하는 미인계 그리고 아카네 정도는 가볍게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우쿄는 일단 란마에게 귀엽다는 소리까지 들었고, 격투도 제법 할 뿐더러 오코노미야끼를 팔면서 살 정도의 생활력이 있다. 그러나 집에서 검도도장을 지켜오면서 살아온 '막내' 아카네에게는 그 중 어느 것도 없다. 아버지들끼리 약혼을 정해버린 정도의 강한 인연이 있지만, 확실히 현대사회에선 본인의 의사가 아닌 약혼관계따위 간략하게 깨져버릴 수 있으니까. 란마가 '이런저런 능력도 없는 주제에!'라고 하면 버럭 화는 내지만 부정하질 않는다... 너도 료가를 포함해서 왠만한 남자들이 졸졸 쫓아다니는 것 같던데 왜 질투작전 한 번 제대로 써보질 못하니ㅠㅠ

 사실 아카네에게 딱히 제대로 된 남자가 꼬이는 것도 아니다. 아카네 자체가 힘이 세다보니 보통 남자로서는 차지하기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녀를 쓰러뜨려서(;;;) 쟁취하려는 사람들이 주위에 천지다. 순수한 남자 료가조차 아카네를 담보로 삼아 '결투에 이긴 사람이 아카네를 차지하기다!' 이런 말이나 하고 있다. 말은 제대로 안하지만, 란마는 여자로서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카네가 싫어하는 일들에 대해서 분명히 알고 있다. (알면서도 본심을 말하지 못하고 능글거리기만 하는 게 문제지만...) 그리고 사람들의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게 바로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 장면이다. 아카네는 오랜만에 여자역할을 맡은 게 기뻐서 제대로 연극을 진행해보려고 하는데 강제로 로미오 역할을 하겠다며 방해하는 남자들만 속출. 란마는 여자가 되어서 줄리엣 2P역할도 하고 남자가 되어서 로미오들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강제로 그녀를 차지하려는 속셈만 있는 늑대들을 두들겨 패주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이 제일 후련했다고 해야 할까. 아카네의 로미오 역할 한 번 해보겠다는 흑심이 없진 않았겠지만.

 

 

아무튼 란마와 이리저리 부대끼면서 아카네는 점점 눈치가 빨라지는 듯.

그리고 점점 강해지는 듯(...) 전투력만 상승하지 말고 귀여움도 좀 상승하라고(....)

 

 

            클릭하면 제 블로그로 이동합니다♥ 이만, 총총.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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