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때 이야기하는 것들
변승욱 감독, 한석규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한석규가 출연하는 영화 중 망작인 걸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런만큼 한석규의 연기는 안정적이다. 사실 너무 안정적이다. 한석규의 짐이 되는 형 연기가 매우 리얼리티성이 떨어져서다. 그의 연기가 부족한 건 결코 아니다. 장애인 가족을 둔 가족의 어려움은 분명 영화에 나오는 그런 정도가 아니다. 원인을 생각해본다. 한석규가 약사라서 그런걸까? 그것도 아닌 거 같다. 요컨대 스토리가 상황 자체를 심각하게 생각하질 못한다고 할까. 어차피 망하지 않을 거니까... 라고 생각하며 연기에 임한 걸까?

좋게 보자면 가족의 빚을 갚는 여성이 너무나 힘들다는 점을 강조해서가 아닐까? 왜 가족의 수치 같은 존재는 꼭 한 명씩 존재할까? 동생을 둔 나로서는 한번쯤 생각할 만한 주제이긴 하다. 영화에서 한석규랑 즐거웠던 순간은 정말로 짧았다. 그녀의 히스테리는 언제까지고 끊임없이 그녀에게 달라붙는 현실의 무게 때문이었다. 배고프면 사람의 짜증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허무하다 못해 실소가 나오는 이 영화의 엔딩은 잊어버리고 싶다. 일단 당장 여자에게 달라붙어서 모든 걸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며 징징대던 여동생은 결혼했다. 여동생과 똑같은 타입의 남자랑 결혼했으니 그 생활은 분명 순탄치 않으리라. 어쨌던 그녀는 해방되었다. 동생을 잘 돌보라던 어머니는 결국 돌아가시고 한석규도 책임감에서 해방되었다. 그러나 둘은 서로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서로의 가족에게 충실한 행위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의 사랑에 충실하진 못했다. 이 영화는 왜 이런 제목을 지었을까? 현실에도 치열하게 싸우지 못하고 사랑에도 무책임한 인간들의 이야기인걸. 서로 볼장 다 보고 머리 끄댕이 잡고 싸우고 팽개치다 헤어졌다면 모를까. 사랑이 둘만 좋다고 되냐고? 몇몇 사람들은 됩디다. 비겁한 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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