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얼간이
체탄 바갓 지음, 정승원 옮김 / 북스퀘어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알 이즈 웰!


                

 이 영화의 배경은 인도로, 성인 세 명이 대학교 시절 학교에 전설을 만들어놓고 잠수를 탄 인물을 찾기 위해 머나먼 길을 떠나는 내용이다. 시대의 풍운아같은 인상의 주인공을 찾아낸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학교의 수재 차투르였다. 그러나 우간다 출신이라서 그런지 아님 워낙 인상이 비호감이라서 그런지, 평범한 회사원으로 근무중인 그를 보면 약간 맥이 빠지기도 하다. 이래서 대학에선 공부보다는 사실 인맥쌓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거...

 맥이 빠지는 사실 하나 더. 최근 어떤 인간이 대졸 이상의 학력을 지닌 인간들은 대부분 좌빨이라 씨부렁댔다고 한다. 안타깝지만 저 좌빨이란 단어를 의식이 깨인 자로 바꾸면 나에겐 공감가는 말이다. 일단 저 세 얼간이들도, 엑스트라들도 모두 다 일종의 서울대같은 먼치킨 학교 출신이었다는 걸 기억하자. 졸업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나 대학수료까진 갈 필요가 있다.

 

 

                

 그저 총장은 꼰대였을 뿐이다. 그리고 추가로 말이 너무 직설적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가 한 마디만 내뱉으면 학생들은 너무나 깊은 상처를 입어 자살한다. 좀 더 살아있었다면 인도에서 드론을 창조해냈을 학생이 프로펠러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자살한다. 세 얼간이 중 한 명도 생활고와 아무리 노력해도 올라가지 않는 점수를 두고 자신을 비관하다 총장 앞에서 자살시도를 한다. 총장이라고 해서 그들을 보면서 안타깝고 속상하지 않았을까. 그는 자신의 아들까지 포함하여 그 나름대로 그들을 격려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는 끝내 이 세대를 이해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점점 더 이해못할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이다. 청년들도 대체 자기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데, 같은 인간인 그라고 해서 무엇을 알겠는가? 사회적 흐름은 점점 거세지고, 모두가 그 시스템에 말려가고 있다. 그 흐름을 억지로 거슬러 올라가, 잠시 세 얼간이를 만난 총장은 그들에게 이렇게 절규한다. 너희가 원하는 게 모두 이루어지진 않을 수도 있어. 그리고 내 머릿속에선 이번 시위에서 다친 인간이 엠뷸런스에 실려가는 순간까지도 가해졌던 물대포가 머릿속에 스친다.

 

 

 

 

 

 

 너무 과한 해피엔딩이 약간 눈에 거슬렸지만, 지금같이 힘든 때엔 이런 터무니없이 긍정적인 영화라도 봐야 속이 좀 트일 것 같다. 그래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 잠든 새벽 2시까지, 일하느라 터질 것 같은 몸을 간신히 추스르고, 이 영화를 끝까지 지켜봤다.

 처음 이 영화를 볼땐 연애스토리에서 상당히 유치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게 백미였다. 너무너무 재밌었다. 나이 먹을수록 점점 감성도 수준도 아이가 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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