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여성학
김태선 외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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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원고)는 국립대 화학과의 기기 담당 유급조교이고, B(피고 1)는 같은 과 교수로서 사실상 A에 대하여 지휘 감독관계에 있었다. (...) A는 불쾌하고 곤혹스러운 느낌이 들어 이와 같은 성적 언동을 거부하거나 피해오다가 재임용에서 탈락한 뒤, B와 B의 사용자인 대한민국(피고 2)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대한민국에 대하여는 B에 대한 사용자로서 불법행위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함과 동시에, A의 사용자로서 고용계약상의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도 함께 청구하였다.

 

  

은혼에서 나온 대사이다. 물론 저 성희롱을 당한 카구라라는 캐릭터가 보통 남자 이상의 체력을 가진 괴력의 인물이라 저 말을 할 남자를 한 주먹에 때려눕히고(...) 히지타카라는 인물은 "방금 그건 정말로 잘못된 말이다"라고 말하긴 하지만, 일본은 저 정도의 여성차별 정도는 흔하게 당하고 산다고 은혼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요새 우리나라 남자들이 일본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는데, 타고난 성별을 이유로 심한 말들을 일상적으로 들으며 자라는 사람들이 어떤 심성을 가지고 있을지 한 번 생각해볼 만한 일일 것이다. 중국인이 술병으로 우리나라 사람을 쳐서 화제가 되었는데, 그들은 화가 나면 술병을 가지고 싸우는 게 흔한 나라에서 태어난 것이다.

 아기가 태어나기 위해선 남자의 정자가 필요하긴 하지만 여자는 난자와 자궁과 기타 수많은 것을 제공해야한다. 게다가 뱃속에 품을 때는 많은 것들을 포기하기도 하고. 물론 임산부를 배려해줘야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임산부는 임산부이기 이전에 100% 여성이다. 그러니 여성에 대한 배려는 임산부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여성들이 아이를 낳기를 싫어하는 건 나라의 기본이 되먹지 않아서다. 무엇보다 요즘은 아무리 가난해도 피씨방에 가서 인터넷 검색만 하면 피임법이야 쉽사리 찾을 수 있는데, 어떤 높으신 목사님은 가난하면 가난할수록 아이를 많이 낳는다는 망언을 했다고 했다. 더욱 아이를 낳기 싫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누구나 콘돔을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만 19세 이하는 콘돔을 살 수가 없다. 즉 미성년자는 피임을 할 수가 없다. (질외사정은 제대로 된 피임법이 아니다.) 더욱 소름끼치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책이 그렇게 어려웠던 건 아니었다. 심지어 처음 부분에서는 왠지 한국말이 서툴렀는데 마치 아주머니들이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듯해서 소박하고 정겨운 면도 있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고 특히 성매매 선불금에 대한 개념에서 좀 어려움을 느꼈다. 정리를 해보면 이렇다.

 다수: 불법이지만 선금을 준 업주가 불법을 더 크게 저질렀다는 등등의 이유로 선금을 지급한 것 자체를 말도 안 되는 민법상 거래로 보고 업주의 사기죄로 봄.

 소수: 업주나 점원이나 애초에 둘다 불법을 저질렀으므로 반반씩 내라 혹은 점원이 선금 받고 이상한 데다가 돈 쓰면 점원의 사기죄 성립으로 봄.

 팟캐스트 방송에서 몸 파는 일도 정신을 파는 일처럼 마지못해 하는 일이니 직장으로 생각하고 불법화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데 상당히 불편한 말이다.

 일단 첫번째로 성매매는 몸과 마음의 소모가 극도로 심한 극한직업이다. 솔직히 보수가 많을 수밖에 없는 직종. 애초에 다른 어떤 직종하고 그 수고를 비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두번째로 중개인에게 선불금을 받고 일하기 때문에 여러 트러블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합법화에 대한 의견이 개진된다면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한 합법화가 되어야 한다. 현재는 선불금이 불법이기 때문에 재판에 올라가면 선불금에 대한 개념 자체가 사라지고, 받은 사람의 차지가 된다. 여기서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해서 책을 읽는 데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업주는 점원이 금방 도망가는 거 잡아야 하니 돈으로 묶으려고 선불금 하고, 점원은 사채위기 직전에 선불금을 잡고, 여가부 왈 "선불금은 안 갚아도 되는거니 알아서들 해결해라."라고 한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런데 탤런트 엄태웅을 성폭행으로 고소한 사람이 선불금을 세 곳에서 떼먹었다는 이유로 구속된 상태였다고 한다. 번 마더퍼커 번!!! 아니 차라리 힘이 없다고 솔직히 말을 해 선불금을 사기죄로 때려서 다 해결되면 조폭과 용역이 왜 있는데?!?!

 성매매를 좋아서 하던 마지못해 하던 합법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에 두드러지고 있다. 애초에 강제로 성매매를 하고 있는 여성을 도우려면 성매매 불법화를 할게 아니라 보호시설과 교육수준이 발전해야 한다.

 이 책처럼 페미니즘의 종류에 대해 요점을 쏙쏙 뽑아 정리하는 경우가 정말 드물다. 요새 페미니즘이 갑자기 관심을 끌기 시작하니 완전 에세이에 가까운 책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한다.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페미니즘에 대해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책이다. 그러나 양성평등에 대한 이야기는 기대하지 마라. 유기동물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가 수두룩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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