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 문학과지성 시인선 302
김명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근본 모르는 망종들처럼
우루루 쿠당탕 한밤의 집중 호우로 몰려들어
열댓 가구 옹기종기 마을 깡그리
부숴놓고 떠나간 자리, 막돼먹은 저 홍수가
절개지의 사태 멋대로 끌고 와서
문전옥답까지 온통 자갈밭으로 갈아엎은 건
순리도 치수도 모르는 어느 호래자식
산의 큰 뿌리 마구 잘라댄 난개발 탓이리

 

 

  

엄마와 가볍게 다투었다. 잘 생각해보면 나는 돈이 없으니 긴축 정책을 쓰니 집안에 줄 돈을 배분하는 시간이 늦추어진다는 내용으로, 엄마는 돈 얘기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굉장히 '섭섭하게' 느껴진다는 내용으로 싸운 것 같다. 결국 엄마의 승리로 용돈을 받자마자 집안에 줄 돈을 어떻게든 떼어내기로 했다. 나는 직장에서 일하는 동료 직원들에게 주스를 사주느냐 박카스를 사주느냐 하는 문제가 결정되었다. 결국 이번 달에도 또 직원들에게 박카스를 사주게 되고, 난 다시 있는대로 욕을 먹겠지. 3년간 똑같은 내용으로 한 소리만 계속 들으니 차라리 엄마에게 바가지 긁히는 것보단 되려 정겹게 들린다. 

 전반적으로 환경오염이 극심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끼치는 피해에 대해선 걱정이 심하지만 이 시인은 청년들이 겪는 이런 '사소한' 고민에 대해선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꽃이 바닥으로 떨어지듯이 한 번 나락으로 떨어져봐야 인생을 안다는데 마치 빚이 있어야 파이팅을 하고 가난해야 아이를 씀풍씀풍 낳는다는 요즘 노인들의 망발이 떠오른다. 내가 가난한 시절에 좋아진다고 생각하는 게 딱 한 가지 있는데, 바로 사람들이 부당한 일에 민감해지고 항의를 할 줄 안다는 점이다. 한 시에서 그는 봄에 꽃이 피는게 길러준 자연에 대한 빚잔치고, 벌나비가 찾아드는게 마치 유곽의 장면 같다고 한다. 솔직히 아무리 이해하려 해봐도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비유가 너무 천박하다. 무조건 야한 단어를 쓰면 서정주나 마광수처럼 잘 쓰게 될 줄 아나 보지? 이 시를 쓴 시인도 미친 것 같지만 이 시를 제일 좋은 시라고 제일 처음 추천하는 평론가도 그렇고 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하는 팟캐스트 방송도 다 미친 것 같다. 요즘 문인들이 포켓몬고 등의 유행에 대해, 어린 것들의 덕질 문화에 대해 이유없는 반항을 해대는 걸 보면서 글 쓰는 사람이라 해서 다들 올바르게 살진 않는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되었다. 물론 인간에겐 누구에게나 단점이 있다. 하지만 자신들이 좋아한다는 시집에 어떤 시가 들어있는지도 모르고 당연히 그에 대한 솔직한 비판을 제기할 줄도 모르면서, 힘없고 유명하지 않다고 사람을 무시하는 자세는 글러먹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국내의 문학이 잘 팔리지 않는다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게, 독자들을 무시하는데 그들의 작품이 잘 팔릴까? 아니, 그리고 자신이 하노이 국민이라도 되어 봤나, 가해자 우리나라를 용서하는지 아닌지 어떻게 아나? 대우에서 라운지를 세운 게 우리나라를 하노이가 용서해준 증거라고? 다들 돈 벌고 살려고 굴욕적인 일을 버티고 사는 거지, 오버가 너무 심하시다.

 아무튼 강은교의 시와는 다르게 보기 싫은 시집이었다. 전에 내가 좋아하는 어떤 시인이 나이가 든 뒤 새로 낸 시집을 보고서도 오만 정이 다 떨어졌었는데... 나이가 들고 나면 그렇게 젊은 사람들에게 훈계를 하고 싶은가 보다. 자신이 젊은 시절 어떻게 살았는가를 좀 진실에 입각해서 생각했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