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문학과지성 시인선 313
이정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무의자

나무의자는

날개로 바닥을 짚고 있는

여자다, 나이테마다 새가 갇혀 있다

새 울음소리로 적금을 붓는 여자

피멍의 울대에서 적금을 빼돌리고

대못을 치지 않았는가, 비스듬 걸터앉은

빈 둥우리에서 못대가리가 치민다

울음소리 그득한 통장엔 만기가 없다

낡은 의자 안으로 짐승들이 들이쳤는가

녹물 흥건한 날개로 바닥을 치는 여자

달아날 듯 비껴 앉은 생의 허우대들

그 등짝 절벽만 어둡게 바라보는

나무여자, 새소리마저 잦아드는

 

 

이 시는 단순히 의자를 여자로 표현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주술적인 의지랄까 힘 같은 게 있다. 언령술이라는 게 있는데, 말의 힘 만으로 사물을 다른 어떤 것으로 변하게 만드는 주술 능력을 말한다. 이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사실 강력한 자기 암시가 필요하다. 그는 ㅇ,ㅈ으로 초성이 비슷한 의자와 여자를 한 신세로 만듬으로서 사물과 인간간의 접점을 주었다. 게다가 개인 한 명만이 아니라 보편적 인류로서 말이다. 무슨 판타지같은 이야기이지만 이 시인은 이 시 이전에 어머니의 말씀처럼 이야기해놓은 의자라는 시와 이 나무의자라는 시로 그 과업을 훌륭하게 완수했다. 어머니와 아버지라는, 자칫 가족주의에 매여 있기 쉬운 소재에서 벗어나 그는 철학적이고 샤머니즘적인 근본으로 돌아간 듯하다. 그 지점이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어쩐지 평론에서는 '젊은 시인들은 이런 시를 못써요' 같은 시시한 주제로 이 시집을 아우르고 있다.

 이 시집 안에서 맴돌고만 있는, 시인의 세계에 비해 현저히 레벨이 딸리는 이런 주변 사람들을 보며 다시금 내 수준을 공포에 질려 돌아보게 된다. 아직껏 불교라던가, 특히 화두에 대한 이야기는 내 머리로는 외워도 마음으로는 이해하지 못한 게 참 많다. 이 시에선 불교 사상이 많이 나오는데 특히 오래되고 느린 것들에 대해서 그려내는 듯하다. 그 외에는 도저히 파악못한 시들이 한 세개쯤 된다. 요즘 먹고 마시고 특히 애니메이션을 보느라 공부에 소홀한 게 아닐까 반성해본다. 어른이 되도 공부를 하라더니 30살이 되어도 정말 이 세상에선 아직 마음 속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들이 많다. 경험 부족이 가장 큰 이유같지만. 책 읽는 것만큼은 상당히 자유로운 나로선 일단 나태함과 게으름을 반성하게 된다. 더 열심히 책을 읽고 리뷰를 써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