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335
김선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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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쉰두번째 결혼식의 패랭이꽃  

 

언니랑 결혼할 거야.  

 

여섯 살 지혜는 강보에 싸여 절집 당간지주 밑에 있었다  

 

햇것이 처음 본 당간지주가 아팠는지  

 

재재재 떠들 나이 되어서도 한쪽 눈을 심하게 깜박거렸다  

 

응 결혼하자 우리.  

 

혼이 맺어지는 저물녘엔 여린 것들 우는 소리가 또렷해진다 

 

저 죽으면 패랭이꽃 될 거라 믿은  

 

아픈 지혜는 패랭이꽃이 이쁜 톱날 같아서 무섭다 했다  

 

절집 당간지주 밑에 한 해 걸러 한 번씩 패랭이꽃 핀다  

 

 

지혜가 당간지주 밑에 오기 전부터 그랬다

 

 

  

패랭이꽃하면 역시 카드캡터 사쿠라(체리)에서 주인공 사쿠라의 어머니 나데시코 씨가 생각난다.

그림 왼쪽에 있으신 분인데,

우리 어머니 신혼여행할 때 찍은 사진을 보면 이분과 헤어스타일이 상당히 닮아서 좀 무섭다(...)

 

 카드캡터 사쿠라에서 그녀는 이미 죽은 존재이다. 하지만 사쿠라와 그 가족들이 항상 그녀의 빈 자리를 의식하고 마치 그녀에게 말을 걸듯이 항상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는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특히 마법사는 아닌 것 같으면서도 집안일과 회사일을 아무 불만 없이 척척 해결하는 사쿠라의 아버지 역할이 큰 것처럼 보인다. 듬직하면서도 왠만한 여성보다도 여성미가 철철 넘치는 그의 모습은 카드캡터 사쿠라를 그린 클램프의 그림체 때문만이 아닐 것이다. 사쿠라의 어머니 '나데시코'의 이름을 애절하게 부르는 그는 그녀를 열렬히 숭배함으로서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며, 그녀에 대한 사랑과 그녀의 사랑으로 인해 모든 것을 감싸주는 포근한 사랑에 가득 차 있다.

 (생각할수록 끔찍하지만) 나는 전생에 남성을 끔찍히 싫어하는 남성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김선우의 시는 확실히 환생에 초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그녀는 자신을 동물이나 식물로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며, 심지어 남성으로 자신을 설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이전에 그녀의 시를 읽으면서 하고 싶은 질문은, 굳이 자신을 남성으로 설정해서 '아내'라는 인물을 둘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다. '언니랑 결혼할 거야.' 라고 시작되는 이번 시를 지음으로서 (하필이면 패랭이꽃, 나데시코라는 게 포인트다.) 그녀는 퀴어로 격상하는 데 성공했다.

 그녀는 '빨강'이라는 책을 낼 예정이다. 녹색당에 지대한 관심을 보임으로서 그녀는 사회 현상에 눈을 뜨기 시작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번에 낼 그녀의 책은 산문집이다. 사실 모성이 사회 관습으로 인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나로선 '엄마'라는 단어로 힐링이 가능하다는 김선우 씨(혹은 김선우 씨의 팬들)의 발상이 너무나 불편하다. 아직까지 나는 불모와 무책임의 문학이 너무나 좋다. 30세에 오븐에 머리를 넣고 자살한 실비아 플라스가 너무나 강력히 인식에 남았다. 즉슨, 시대에 좀 많이 뒤쳐진 나조차 이 시집을 읽고선 '시대에 뒤쳐져 있는 사람이네.'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도 인식하고 있는지 녹색당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당원이 되지는 않겠다고 선언했다. 신념을 끝까지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남성들은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88년도가 좋았지 생각하는 인간들에게도 추천한다. 그 시절 즈음이나 혹은 군대 때가 좋았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은 아마 누군가를 괴롭히는 데 한 몫한 가해자거나 방관자가 아닐까? 물론 난 전자나 후자나 똑같이 더럽다고 보지만.

 

 오브ㅡ라ㅡ디 오브ㅡ라ㅡ다 중에서 

 

열 살에 나는 뒤란에서 혀를 깨문 엄마의 입속에

노란 수건을 틀어막으며 소리 질렀죠

죽지ㅡ마ㅡ죽지ㅡ마ㅡ 미쳤어?

오브ㅡ라ㅡ디 오브ㅡ라ㅡ다, 살아서 복수해요

인생은 아직 진행 중이에요

사극 속의 영웅들은 저마다 편을 갈라 전쟁을 하면서

어머니의 복수! 어머니의!라고 외쳐대죠

어머니의 이름으로 더러운 피도 맑은 강이 된다고 설교하죠

어머니들은 더 이상 흘릴 피가 없어 관을 풀어 가시 풀 요람을 짜고

붓다는 슬픔을 피해 보리수 아래 숨었나 봐요

 

열네 살 마이코 중에서

 

...... 네 엄마에게 가서 하라고 해! 오, 엄마, 미안해요, 참을 수 없이 지독한 걸 요구하는 군인에게 대들며 악 쓴 날엔 이가 부러지고 온몸이 멍들었네 멍든 자리마다 쇤 가시풀 독사처럼 똬리 틀어 몸속이 구만리 지옥이었네...... 지옥을 본 이들 중엔 젖가슴만 만지다 가는 군인도 있었지......

 

 

 성추행과 강간을 포함하여 섹스할 때 유독 예의가 똥이어서 여자를 아프게 만드는 상대가 있다. 그럴 땐 '니 엄마한테 가서 이렇게 해봐라'라고 소리질러 주라.

 

 

 

이 참에 한꺼번에 올려보자 싶어 애니판 나데시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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