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론 - 영화는 육체와 어떤 관계인가?
토마스 엘새서.말테 하게너 지음, 윤종욱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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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시각 경험의 감각적 잠재력을 '상품화'의 목적에서 확장하기 때문에, 체화된 지각이란 '후기'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와 비슷한 것이 된다. 다른 한편 감정이입 이론과 체화 이론으로의 '회귀'가 사진적 이미지와 구분되는 디지털 이미지의 특성이라는 면에서 이데올로기적 귀결과 유물론적 기반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p. 305

 

 

 

  

영화티켓 값이 올라도, 인터넷에서 싸고 손쉽게 영화를 찾을 수 있어도,

꼭 영화관을 가길 고집하는 사람이 있다. (필자도 그 중 하나이다.)

그 이유를 이 책에서는 '육체'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영화를 육체 중심으로 기록한 책으로서, 이 책이 아마 최초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련하여 나온 수많은 이론들을 매우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았다. 물론 영화에 관련해서 유능한 철학자가 이론을 정립한 경우는 그렇게 많진 않지만, 같은 철학자 이름을 내세우면서도 그 때 그 때의 테마에 따라 의견을 다르게 써놓았으니 이름이 반복되어 나온다 해도 지루하진 않을 것이다. 영화에 대해 거론한 현대 철학자 중 하나로서 그 유명한 슬라보예 지젝이 나오니, 지젝과 영화에 관련해서 논문을 쓰고 싶으신 분은 이 책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것 말고도 <라캉과 지젝>이라는 책도 글항아리에서 번역되어 나왔는데, 영화에 관한 지젝의 이론 대부분이 라캉의 이론에 근거한 것이라 하니 이 책에서도 아마 영화철학 이야기가 등장할 것이다. 상당히 흥미있는 이론을 펼치고 있으므로 슬라보예 지젝 팬들도 참고하시면 킬링타임 이상의 재미를 얻으실 듯.

 육체는 창콰 틀, 문, 거울과 얼굴, 눈, 피부, 귀, 뇌로 나뉜다. 상당히 오래된 영화들 이름이 등장하기 때문에 기왕이면 이 책에 나온 영화 전부의 간단한 스토리 정도는 꿰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쉽게 좌절할 필요는 없다. 인터넷 검색이 있지 않은가. 변명을 좀 하자면, 내가 여기 나오는 영화의 스토리를 하나하나 검색하느라 이 책을 읽는데 그렇게 시간이 걸린 것이다(...) 그래도 하나같이 다 재밌어 보이는 이야기들이고, 후반부로 가면 이터널 선샤인이라거나 메멘토 같이 요새 사람들이 익히 들어본 영화 이름도 나오니 그렇게 걱정할 건 없다. 어차피 읽는데 긴 시간이 걸리므로 여유롭게 읽으시길.

 

 

 

  

이제 인상깊은 글귀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결론적으로, 난 이런 영화가 개인적으로 상당히 내키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그 이유를 정확히 꼬집어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중립적인 입장으로 나아가길 원하기 때문에, 이 문장에 대해 그렇게 많은 설명을 할애하지 않는다. 하지만 디지털 영화에서 픽사의 토이스토리만 유일하게 언급한 걸 보면(이분들도 미국 외 다른 나라나 일본같은 데서 3D CG가 급속도로 개발되고 있다는 사실은 알았을 것이다. 사실 2014년도에 이 분들이 낙원추방을 본다면 무슨 말을 하실지 매우 궁금하긴 한데, 그 때에도 아마 언급하진 않을 것 같다.) 이 분들은 틀림없이 최신 영화의 추세에 대해서 그닥 반기지는 않으시는 분들 같다. 이 분들이 현대 영화 중 유일하게 칭찬하시는 건 애니메이션 분야 뿐이다. 이들은 애니메이션이 영화에서 출발했지만, 이젠 영화보다 판타지 측면에서 훨씬 진일보했다고 주장한다.

 이제 인터스텔라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일단 필자는 인터스텔라를 보지 않았지만, 대략 이 유명한 영화와 관련된 정보들은 많이 알고 있다. 일단 이 영화에서는 아버지와 딸의 사랑이라는, 가족주의적 이데올로기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 주인공 둘은 결국 행복해진다. 흥행을 내야 하니 아무래도 그 긴 영화의 엔딩을 '충격적'으로 낼 수는 없으리라. 예를 들어서 주인공인 아버지가 게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면, 사람들은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에 또 하나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가 등장하여 '스토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라고 항의할 것이다. 영화의 기압이 '바뀌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그러나 자신들에게 익숙한 기압 안에 있으면 그 기압을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는 사실 상당히 권력적이며, 현재 디지털 영화는 대게 그 권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무성애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양성애자의 기질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진 지금에도 말이다.

 그리고 이전의 문장이 생략되서 그런데, 유물론이란 마르크스가 말하는 그 유물론이 맞다. 허니버터칩을 들고 아이맥스에 가서 인터스텔라를 보는 게 하늘의 별따기라는 설이 그 유물론적 기반을 아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밀양아리랑이라던가 카트같은 사회참여적 영화들은 상영회만 잘 찾으면 얼마든지 무료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이맥스에서 상영하는 인터스텔라'는 그런 기회를 전혀 제공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매우 상업성에 물들어있는 측면에서 난 겨울왕국도 매우 싫어하는 편인데, 이 책을 보면 알겠지만 음악을 사용하여 히트하는 영화들은 이미 사양산업에 접어들고 있다. 이미 입맛이 깐깐해진 관객들은 영화에 서사성 등 여러가지 복합적인 기준들을 복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요즘 내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낙원추방.

카툰렌더링 기술은 러브라이브같은 데서만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 사람은 오래 살고 봐야 함.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인디영화만 보자는 말은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애니메이션은 급속도로 발달해가는 중이다. 특히 앞에서 말했던 낙원추방이나 이전에 리뷰했던 공각기동대 영화판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본다. (솔직히 픽사의 캐릭터에서 여성의 육체미를 경험한다는 건 무리가 있다.) 그리고 인디영화는 최근 영화이론의 영향을 받아 스스로의 역사를 돌아보고 있다. 앞으로 영화는 더욱더 발전을 거듭할 것이라 생각한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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