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4 대산세계문학총서 24
오승은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하하! 사부님, 몸이 한가롭기를 바라신다면 어려울 게 뭐 있습니까? 공덕을 이루신 뒤에 '모든 인연이 끝나고 모든 법이 공으로 돌아가고 나면', 그 때에는 가만히 계셔도 자연스럽게 한가로운 몸이 되실 게 아닙니까?- p. 58

 

 

서유기는 개그요소가 충만한 전개에 풍부한 도교지식,

그리고 걸핏하면 벌어지는 요괴와의 싸움이 쏠쏠한 재미가 있어 동양의 여러 군데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해왔다.

그러나 일본은 너무 미화시켰고, 중국에선 섹드립만 충만했던 것으로 기억함...

본인은 우리나라의 날아라 슈퍼보드가 그나마 가장 리메이크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2기에 여자를 집어넣은 게 흠.

 

 아무튼 이번 4권에서는 산중에 요괴가 없었는지 계속 신들의 부하들이 요괴로 변신해서 등장한다. 급기야 세번째 등장(청북사자던가?)에서는 손행자가 막 짜증부리는데 그 기분 뭔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세번째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던 것도 사실이다. 어떤 왕이 나라를 통치하고 있었는데 가뭄이 들어 고심하던 찰나, 신통한 도사(=요괴=청북사자)가 등장하여 비를 내리게 한다. 삽시간에 그와 엄청나게 친해졌던 왕은 어느날 그와 같이 호수를 거닐고 있었는데, 그 도사가 왕을 호수에 빠뜨리고 왕으로 변장하여 나라를 다스린 것이다. 본색이 보살 밑에서 도를 왠만큼 닦은 닦은 청북사자라 왕보다도 더 정치를 잘 펴는데, 그래도 3년동안 우물 밑에서 갖혀살았던 왕이 귀신이 되어 삼장 일행에게 사정하니 그들은 또 못본척 할 수가 없어 도와준다. 그런데 알고보면 왕이 그런 벌을 받았던 '끔찍한' 이유가 있었다. 이전에 보살이 변장하여 왕에게 나라를 잘 다스리라 충고하였더니 물에 빠뜨려 죽을 때까지 3일간 내버려두었던 것이다. 왕은 내심 찔리는 데가 있었는지 복귀하자마자 삼장 일행에게 당장 왕자리를 내놓겠다고 했지만 그럴 마음이 딱히 없었던 삼장 일행은 왕 자리를 거절한다.

 게다가 왕이 정치를 잘하면 백성들이 심기가 편해질 것인데, 왕궁과 가까운 절은 삼장 일행을 매우 차갑게 대한다. 게다가 왕의 아들은 자신들을 도와주기로 한 삼장 일행에게 대뜸 신경질부터 부리질 않나. 그 왕의 덕성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능히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죽음을 무릅쓰고 왕이 되었으니 삼장일행이 다녀간 다음부터는 정치를 잘 하겠지 싶으면서도 씁쓸함을 떨칠 수 없었다.

 책에선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펼쳐놓고 있었기에 본인이 굳이 사족을 붙여서 이야기를 설명한다. 요괴하고 싸우는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이렇게 사회비판적이고 심히 오묘한 이야기도 있다.

 다음엔 홍해아와 우마왕이 등장한다. 우마왕이 손행자와 마왕시절 알고지냈던 사이였기에 그들의 싸움이야기는 좀 지지부진하게 길어지는 점이 있다. 그러나 이번엔 반드시 10권까지 완주하고 말겠다고 다짐한 게 있으니 다 읽어보겠다. 왠지 다 읽은 후에도 다시 재탕하게 될 것만 같다.

 

김정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