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울프 (구) 문지 스펙트럼 11
작자 미상, 이동일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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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명한 사람은 이세상의 모든 재물이-지금 이세상 도처에서 벽이 바람에 부딪치고, 하얀 서리에 덮인 채 서 있으며, 집들이 폭풍우로 허물어지고 있는 것같이-황폐하게 되면 얼마나 끔찍하겠는가를 깨달아야 하느니라. - p. 339~340

 
   

  일단 책이 겉모양부터 누렇게 뜬 것이 매우 고전적인 맛이 있다. 오른쪽에 베오울프를 원문 그대로 올린 것도 신기하지만, 역자가 번역을 하면서도 (원문)란에 시를 문자 그대로 번역한 결과를 올려준 게 가장 흥미로웠다. 딱 하나 마이너스 요소가 있다면 시를 산문처럼 그냥 쭉 열거해서 올렸다는 것 정도? 게르만 신화 특유의 잔인성으로 인해 장면 곳곳에서 피가 많이 튀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세상사를 대화체로서 제법 현실감있게 썼기 때문에 세련된 면이 있다. 예를 들자면 이 구절. 그런데 아무리 수도승이 필사했다고 하지만 걸핏하면 하느님 운운하는 구절은 좀 많이 불편하다. 분명 그 시절 게르만 민족들은 베오울프 이야기를 할 때 자기네 신들의 이름으로 기도했을 텐데.

 무엇보다도 이 놈들 영웅이라면서 왜 이렇게 돈을 밝히는지... 황금이 쌓여있는 용의 보물창고를 보고 죽겠다는 베오울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순간 정신이 아연해졌다. 자신이 죽은 이유가 자신의 백성 중 한 사람이 저 금을 탐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책에서는 베오울프가 죽은 이후 상황이 많이 안 좋아졌음을 '방랑자' 등의 시를 붙임으로서 표현하고 있다. 앞에서 한창 잘나가는 용사의 이야기를 읽고 난 후에 이 <방랑자>라는 시를 읽으니, 허무함과 씁쓸함이 더 고조되는 것 같다. 방패와 투구의 장식에서 드러나는 애니미즘이라던가, 소소한 데에서 게르만의 전통적인 풍습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리고 괴물보다 무서운 것이 사람이라는 교훈을 여기서 다시 한 번 되새겼다.

 베오울프와 관련된 책으로는 <그란델>이라는 이름의 심리적 소설과 동일한 제목의 소설이 또 한 권 있는데, 원본을 읽었으니 다른 책들도 좀 더 읽기가 쉬워지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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