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라! 인권 OTL - 대한민국의 인권을 보는 여섯 개의 시선
한겨레21 편집부 엮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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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한나X당 위원님들이 신경 쓸 날도 지났다고 생각되고, 빨갱이 취급할 때도 지났다. 게다가 광범위하다 못해 무식한 체포사건으로 인해 오히려 신문과 방송에 널리 알려져 사람들의 오해마저 풀렸으니 당당히 말할 수 있겠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홍대클럽과 술로 밤을 지새우는, 혹은 과제와 레포트 ‘짜집기‘하러 인터넷을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밤을 지새울 무렵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깡으로 간 것인지 모르겠지만 본인은 그 사실에 대해서도 결코 후회하지 않았고,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한X라당 위원님들은 학생들의 성적이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청문회에서까지 거론하면서 진지하게 걱정하시던데, 죄송하게도 난 집회에 참가한 이후 대학에서 장학금을 연속 두 번 타갔다. 게다가 시세에 대해서 꽤나 냉철한 판단을 자랑하는 남자친구까지 잡았다. 남자친구는 이명박 대통령 씨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만나지 못했을 것이니 감사하라고 하더라. 감사까지는 싫지만 4대강 파헤치느라 고생이 많다고 말해주고 싶다.

 각설하고, 촛불시위를 할 때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나 내가 가장 분노했던 건 라면과 도시락으로 빈속을 채우며 하루 종일 멀거니 우리들을 바라보던 전경들도 아닌, 내 주위에 있는 무신경한 인간들이었다. 사람들이 나름대로 열심히 만든 홍보물을 가득 지고 한 장씩 건넬 때 버리거나 한 술 더 떠 ‘이런 걸 왜 내 앞에 들이미느냐, 같이 잡혀가라고 시위하는 거냐’ 라고 말하며 눈앞에서 힐로 짓밟고 지나가는 아줌마들. 대통령이 다 알아서 할 테니 쓸데없는 모임에 나가지 말고 공부해서 학점이나 열심히 따라고 말하는 교수님들. 교통에 피해가 되지 않느냐며 ‘최소한 다른 사람에게 피해는 끼치지 말아야지, 저게 무슨 짓이람’ 이라고 말하며 쇼핑 나가는 친구들.

 집회에 나가는 다른 사람들이 충고하더라. 그들도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으니 뭐라고 하지 말자고. 그냥 “우리끼리 우리의 의사를 전하면” 된다고. 우리끼리 있는데 텔레파시를 보내자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의사를 전할 수 있느냐, 라는 질문은 차마 던질 수 없었다. 사실 그로 인해 내 인간관계도 많이 바뀌었다. 집회에 나가지 않은 후부터 친구들과 다시금 어울리기 시작했지만, 끝내 관계가 끝나버린 친구들도 생긴 것이다.‘나만 아니면 돼’라는 더할 나위 없이 솔직한 의견은 나에게 공포로 느껴졌다.

 각설하고, 이 책은 최근에 인권을 주장하기 시작한 촛불집회 시위를 포함해 장애인 인권과 말기 암 환자의 인권 등 인권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짜깁기 되었다. 심지어 지금까지 살면서 느끼지 못했던 내 무심함도 낱낱이 드러나는 이야기들이 나와서 살짝 찔렸다. 경비아저씨에게 택배 좀 맡겨달라고 칭얼거리던 자취 초기 시절이 떠올랐던 것이다. 확실히 그들이 내내 다리 펼 데도 없는 조그마한 아파트 안 경비실에 종일 박혀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주민들이 분리수거하지 않고 내팽개친 쓰레기들을 정리해야 하는, 주민들의 택배를 맡아 놓고 이제나 저제나 찾으러 오기를 기다리는 임무 외의 고통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진상’고객들과 인권을 억압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의해 고통 받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얼마나 좋은 서비스를 베풀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최근 인권이라는 주제에 빠져 관련 책을 열심히 읽기 시작한 이유도 나름 서빙업에 종사하면서 종사자들의 불편을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역지사지라고 해야 할까.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예절 교육 외에 이만한 교육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교통 혼잡과 러시아워도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하니, 인권이란 참으로 무궁무진한 세계이다.

 내용은 책을 직접 봐야 알 수 있고 내가 일일이 그 내용을 거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쯤에서 생략하려 한다. 책 뒤편에 쓰여진 평론 글 중에서 ‘이권과 인권의 경계조절’에 대한 구절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종종 어른들은 돈으로 사람의 모든 가치가 평가되는 세상에 살면서 '이런 게 사회다’라고 말하곤 한다. 나도 이미 어른이지만, 그 말은 결코 쓰지 않는 어른으로 성장하고 살아가려 한다. 자신의 이권 때문에 남의 인권이 무너진다는 사실은 모르는가? 나의 무지와 행동으로 나가지 못하는 망설임이 다른 사람에게 민폐라는 사실을 정녕 모른단 말인가? 80년대만 해도 의자에 앉아서 계산하는 마트 계산원을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산업화 시대에 일하지 않고 학교에 다니는 6~8세 중산층 혹은 저소득층 아동을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그 사람들은 가만히 있다가 그런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할 참인가?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얻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그들이 오히려 사회를 모르고 있는 건 아닌가?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건 우리의 시대일 뿐이다. 다음 세대는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야하며, 그래야 우리가 일생을 사람답게 살고, 인간 고유의 삶의 가치를 지닌 채 포유류의 삶을 벗어날 수 있다.
 심지어 내 후손따위 낳지 않더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사람인 이명박 대통령 씨가 쥐박이라고 불렸던 그 치욕과 불명예를 한X라당은 기억하는가? 잃어버린 10년 타령은 집어치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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