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분 후의 세계 - 20세기 일문학의 발견 11
무라카미 류 지음, 이창종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4월
평점 :
절판


 짧고 강력한 문체. 무라카미 류의 소설 중에서도 가장 유별난 책이었다.
 마약과 섹스, 폭력이 주가 되었던 그의 문체 특징이 은유적인 의미로 줄어들었다.
 자신이 창조한 세계를 이상적으로 담아내기 위해서.
 그러나 그가 만든 세계마저도 그닥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세계만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본적인 파시즘이 가득한 책이랄까. 일본이 다른 국가에 의해 4등분되고 게릴라를 수출하며 온 일본이 전쟁터가 되는 난리는 그닥 좋은 세계라고는 볼 수 없었다.
 게다가 일단 본인은 전쟁에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축에 속하기 때문에.
 아마도 류도 자신의 세계가 파시즘에 기초되었다는 사실에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그는 자신의 이상향에 떨어진 주인공을 무의식적으로 '소름끼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살기 위한 주인공 오다기리의 선택은 읽는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감동하게 만든다. 심지어 이 소설에 약간 이맛살을 찌푸렸던 나마저 살짝 감동했달까.
 순수와 혼혈로 소설을 구분한다면 혼혈 쪽에 속하는 류의 소설체 중에서도, 지극히 일본적인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읽다가 필시 반감을 느끼리라 생각한다만, 일본인이 세상을 보는 관점이라 생각하거나 판타지라 여기고 그냥 훌떡훌떡 넘기시길.
 우리나라 판타지에서도 한국의 세계정복과 관련된 소설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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