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 괜찮아 보이지만 괜찮지 않은 사회 이야기
오찬호 지음 / 북트리거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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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마치 심사 위원처럼 지수 씨의 육아를 평가하려 했고, 그럴 때마다 지수 씨의 스트레스는 커져 갔다. 따져 봤자 돌아오는 대답은 "부모가 이런 말도 못 해?"라는 한탄과 한숨뿐이었다.

(...) 지수 씨는 초등학교 때까지 여러 이유로 회초리를 맞았다. '사랑의 회초리'라고 하지만, 그건 때리는 사람의 입장일 뿐이다.

 

 

 

보통 난 마이너라 인기 있는, 그것도 책 많이 찍는 사람을 싫어한다(...) 제대로 사유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학자는 아무래도 다른 기준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이 분의 다른 저서는 어떤지 모르지만, 이 분 정말 사람 빡치게 하는 걸 잘 하시는 듯 ㅋㅋ 글을 못 써서가 아니라, 인권에 관한 예시 하나하나가 다 암덩어리다. 분노가 에너지인 나에게는 이 책을 읽는 게 괴롭기도 했지만, 반면 일상의 발언에 영감을 불어넣어주고 힘을 불어넣어주는 요소가 되는 듯하다. 괜히 유명하신 분은 아니구나.

 

근데 정말 이제는 인정해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복권에 당첨되던, 존버했던 주식이 오르던, 무슨 일이 있어 돈을 왕창 벌게 되던 간에 내 주변 사람들이 못 살면 결국 그들이 열등감을 표출하게 되고 그럼 나도 잘 못 살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앞으로 사회는 점점 더 못 살게 될 것이고 경제가 좋아지긴 지극히 힘들 것이며 내가 인간관계와 재력 모두에 성공할 확률은 아주 낮을 것이다. 난 이런 생각을 하면 차라리 안심이 된다. 특히 나는 로또에 1원도 당첨된 적 없고 문제를 풀 때 찍으면 다 틀렸으므로 운을 바라며 눈에 핏줄을 세울 필요도 없다. 사실 포기하면 정말 편하다. 주식 오르는 걸 기대하며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 때 소비되는 지구력을 다른 데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쓰여진 글 중에서 한 가지 납득이 안 가는 주장이 있다. 공무원의 생활이 안정적이지 못하면 부정부패가 만연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입게 된다고 한다. 근데 대부분의 문제는 공무원의 계급차가 너무 심하다는 데에 있다. 사람들은 이제 9급 공무원은 그냥 '공뭔'이라 부른다. 야근은 거의 일상이고, 죽어라 공부한 것에 비해 (연금을 빼면) 돈도 별로 못 번다. 그러나 사람이 연금만을 위해 사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런데 내가 본 대부분의 하급 공무원들은 지금 이런 상태에 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이들은 우리가 기사에서 보는 것과 같은 범죄들을 서슴없이 저지른다. 계급의식을 근본적으로 타파하지 않으면 부정부패의 근절은 불가능하다.

 

 

남성이 여성에게 하는 혐오 표현과 행동을 여성이 남성에게 그대로 보여주는 '미러링'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여성의 몸을 몰래 찍어 죄책감 없이 공유하는 남성들의 나쁜 문화를 비판한다면서 남성 누드모델을 몰래 찍어 인터넷에 퍼뜨리는 식이다. 이는 따져 볼 것도 없이 '범죄'다. 하지만 이런 사건을 근거로 삼아 페미니즘 전체에 결정적인 하자가 있다고 해석해도 될까?

 

 

 

그리고 킬라킬이 페미니즘 애니라는 해석이 나돌던데 난 거기서 사회주의는 느꼈어도 페미니즘을 느낀 적은 없음. 그러고 보면 페미는 공산당이라 주장하는 부류도 있었지. 그냥 지 맘에 안 들면 아무나 다 적폐래.

 

페미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최근 반가운 소식을 봤다. 확실히 최근 유곽에서 일어난 이야기가 돋보이긴 했지만 이전에도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서 계속 등장하긴 했었다. 은혼에서는 뭐 일상이었고.

최근 귀칼 2기에서 유곽이 나와 논란이 잠시 있었다던데 내용은 둘째치고 일본에서 귀칼 극장판에 등장하는 전차의 여성전용칸 여부가 거론되는 건 상당히 의외다. 물론 하와와가 주작을 쳤을 수도 있다는 건 인정함.

최근에 유곽나온 애니 중 유명한 게 던만추 2기인데, 그 때만 해도 이런 말 나온 적이 없었음. 근데 던만추 2기가 82년생 김지영 수출되기 전인가 수출중인가에 나왔었다. 만약 이거 쓴 사람이 하와와여도 '페미니스트가 이런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걸 상정하고 나온 거니까. (한남 하와와면 뭐.. 일본어 좀 한다고 기어나오지 말고 유튜브서 먹방이나 찍길 바람.) 그런 걸 보면 확실히 한국 페미니즘이 일본에 역수출된 게 맞는 듯. 뭔가 자부심을 느낀다?

아니 솔직히 여성전용차량칸은 무리수라도 72짱이라던가 성희롱한 여캐만 몇이냐 씹덕들아 인정해 그리고 손 좀 씻어.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는 몰래 폐수를 버려 주민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끼친 대기업과 대결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업은 개인의 암 발생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면서 발뺌하지만, 결국 소송에서 지며 엄청난 금액을 배상한다.

 

 

 

 

청소년용 잡지에 쓴 칼럼이라서 그런지 중간중간에 영화를 많이 소개한다. 끝에 질문같은 걸 실어서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확실히 서브컬처 계열을 섞어서 이야기하니 보기엔 상당히 편하다. 머리 안 아프지만 어느 정도 메시지가 담겨 있는 책을 찾는다면 추천한다.

 

강원도의 한 고등학교에 '작가와의 만남' 행사차 방문한 적이 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교장과 차를 마실 시간이 있었는데, 그는 연신 학생들이 '시골에 살아서인지' 기가 많이 죽었다면서 내게 격려를 부탁했다.

 

 

 

ㅋㅋ 아무래도 그렇지 여기는 공무원 아니면 살기가 힘든 곳이니까. 심지어 내가 서울에서 여기로 내려와서 살 때 초창기에 사람들은 내가 공무원하고 결혼해서 살려는 줄 알고 맞선 자리 조성하고 그랬다. 물론 내가 꼴페미인 거 알고 그 자리들 모두가 파탄난 이후로는 다들 그런 헛된 시도를 안 하시지만. 공무원 안 하는 분들은 다들 돈을 못 벌거나 돈을 많이 벌어도 지위가 낮아서 항상 자존감도 어느 정도 떨어져 있고, 무엇보다 공무원하면 하늘인 줄 알음. 심지어 거기 선생이 나보다 지혜가 딸려도 그러더라. 다른 사람들이 그런 걸, 특히 학교에서 직접 봤으니 많이 당황할 수밖에.

 

'남녀의 뇌는 다르게 진화했다.' 2020년 5월 교육부가 이런 주제의 카드 뉴스를 SNS 부모 교육 콘텐츠에 올렸다. 이 카드 뉴스는 '왜 아빠는 엄마처럼 공감을 잘하지 못할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한다. 진화 과정에서 남자와 여자의 뇌가 달라졌다는 내용이었다. 여자의 뇌가 육아를 위해 공감과 의사소통에 유리하도록 진화한 반면에, 남자의 뇌는 생존경쟁을 위해 논리적 이해력이 발달하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남자가 더 똑똑하니 잘났다는 이론을 위해 만들어진 거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한남들 사람이 말하는 걸 안 들어 쳐먹는다'라는 식으로도 읽힐 수 있는데 왜 이런 글에는 역차별이라고 따지지 않을까? 다들 쫄보라서일까?

 

과거처럼 '아빠가 출근할 때', '엄마가 안아줄 때' 뽀뽀하자고 대놓고 노래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달라지지도 않았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가족은 여전히 (무조건 싫은) 아빠, (예쁘고 날씬하기까지 한) 엄마, 그리고 (씩씩한) 남자아이와 (귀여운) 여자아이로 구성되는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노래 자세히 보면 되게 아동성추행을 장려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아버지는 대체 무슨 정상 가족 꼴을 보고 싶은지 나한테 뽀뽀하고 뽀뽀를 거부하면 수염 가득한 볼을 내 볼에 강제로 비비곤 했다. 어머니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질척대는 걸 싫어하는 어머니와 나는 정색을 했지만 아버지는 말을 듣지 않았다. 아버지가 최소한 나에게 그런 일을 하지 않은 건 초등학생 때 성추행을 당한 후였다. 정확히는 내가 당한 직후에 나를 껴안으려 하다가 내가 발작을 일으켰고 어머니가 그런 아버지를 강제로 떼어냈다. 어머니에게 그런 강요를 그만둔 건 아주 최근인데, 술 취해서 어머니에게 함부로 하는 아버지를 내가 떼어내 내동댕이치고 몇 번이나 어머니 자신의 허락없이 들러붙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후였다. 이제 뽀뽀뽀가 얼마나 위험한 곡인지 알겠는가?

 

영미는 예전부터 동물 복지에 관심이 많았다. (...) 2010년에 미국 해양 테마파크 '씨월드'에시 범고래 '틸리쿰'이 공연 도중 22년 경력의 베테랑 조련사를 공격하여 사망하게 했다는 뉴스를 보고 나서다. 다큐멘터리 영화 블랙 피쉬는 틸리쿰이 왜 살인을 저지르게 됐는지를 파헤친다. 유튜브에서도 이 사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로 영미는 유기견 유기묘 센터에서 봉사 활동을 했다. 열악한 환경의 동물원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동물들의 모습을 직접 촬영해 UCC 공모전에 응모한 적도 있다.

 

 

 

근데 정말 왜 고기를 먹음 동물 복지를 주장하지 말라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살아있을 때 스트레스 안 받은 고기가 좀 더 건강하고 맛있지 않을까? 그리고 채식을 하는 사람들 모임은 좀 꺼려지는 구석이 있다. 자신도 인간인데 동족을 필요 이상으로 싫어함 중2중2해;

 

난민 논쟁이 한창일 때, 한 언론에서는 이들이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온 것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두고 마치 심각한 문제라도 되는 양 보도했다.

 

 

 

난민은 핸드폰 사용하면 안 되냐 완전 웃기네 ㅋㅋ 요샌 아무리 사람들이 돈이 없어도 핸드폰은 다 있더만.

 

페이스북, 트위터의 본사가 있고, 세계 최고의 반도체 및 IT 기업이 입주한 실리콘밸리로도 유명하다. (...) 국내에도 잘 알려진 NBA 스타 스테판 커리의 소속 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연고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지역 최고의 볼거리는 아마 'poop patrol'이 아닐까 한다. 직역하면 '똥 경찰'인데, 이들은 개나 고양이의 똥이 아니라 사람의 배변을 치운다.

 

 

 

노숙자 때문이라는데, 사실 공중화장실이 많았으면 그런 일도 잘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처럼 군데군데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

 

"인류 역사상 이를 막을 방법은 아직 없었다." 유시민 작가는 TV 프로그램 알아 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서 부동산 문제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부동산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현상에 대한 아쉬움이 드러난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의 주변 지인들은 조금 다르게 받아들였다. "거봐. 아무리 통제하려고 해도 집값 오르는 건 못 막는다니까. 돈 냄새 맡고 움직이는 건 사람 본능인데, 그걸 국가가 어쩌겠어?"

 

 

 

어쨌던간에 지금 부동산과 주식은 민감한 주제인데 무슨 그쪽 전문 유튜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 같이 땅을 균등하게 나누잔 것도 아니고 왜 그런 프로그램에서 그런 주제를 꺼내는지 의문이다. 아니 작가라며 글을 쓰시라고..

 

학교에 인권 따위는 없던 시절이었다. 불시에 가방을 털털 터는 소지품 검사를 받은 적이 있는데, 나는 만화책 한 권이 나왔다는 이유로 많이도 맞았다. 때린 교사가 징계 받았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근데 내가 신포도가 아니고 정말 선생님 안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게, 몇몇 빼고 대부분의 선생은 자기네들이 박정희 등의 정권과 다를 바가 없다는 걸 못 느끼던 듯하다. 예전에 군인인가 경찰인가가 소지품 검사하다 오렌지 로드의 마도카 포스터가 나와서 뺏기고 일제 작품을 본다며 곤봉으로 맞았다는 1세대 덕후 얘길 본 적 있는 듯도 한데.

아무튼 요즘엔 돈을 많이 버는 대신 꼰대들에게 산 채로 벗겨먹어지는 굴욕을 당하느냐 아님 돈을 적게 버는 대신 맘대로 사느냐의 기로에 놓인 듯한데 솔직히 말하자면 후자가 좋다. 벌어먹을 게 더 이상 없으면 뒤지면 되지 뭐. 내 인성에 내 스스로가 거짓말하기 싫고 선천적으로 그게 역겨워서 못 버팀.

 

1964년, 뉴욕타임스는 아파트 앞에서 여성이 살해당하는 동안 38명의 주민이 아무도 돕지 않았다는 기사를 보도한다. (...) 하지만 놀랍게도 모든 게 가짜 뉴스였다. (...) 뉴욕타임스는 52년 만에 오보를 인정하는 사과 기사를 실었다.

"The media do not tell people what to think, but tell them what to think about."

 

 

 

엌ㅋㅋ 나 이거 설득의 심리학인가 거기서 보고 믿고 있었는데 ㅠ 여러분 이거 가짜래요 충격.

 

이 글을 쓰는 동안, 불과 22세 나이의 철인 3종 경기 선수가 가해자를 처벌해 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죽음을 선택했다. 체육계의 고질적인 폭력 사태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하지만 그동안 이를 모른 척한 건 우리들이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영웅이라 호칭하고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면서 좋아했던 이들은 우리들이다. 이 말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너무 과한 게 문제다. 인내 끝에 열매가 있다는 말이 지나치게 떠돌아다니면, 인내라는 고상한 포장지 안에 숨은 추악한 폭력을 들춰낼 수 없다.

 

 

 

 

근데 솔직히 타이거 우즈의 나이키 모자 가격과 그걸 만든 제3세계 국가 공돌이 공순이 아이들 임금을 비교해보면, 그냥 스포츠 1도 관심없는 사람들은 신경 끄고 살 수 있게 테레비에 방영 안 되었으면 좋겠다 싶다. 전에도 이야기했듯이 테레비 프로그램들 자체가 없어졌음 싶은 사람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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