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스케이트 오늘의 문학 시인선 349
오병훈 지음 / 오늘의문학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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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석

 

세상 어딘가 있을 나의 반쪽

나와 전혀 다른 모습의 여자일거야

우리가 달콤한 사랑에 빠진다면

나의 설탕젤리심장은 N극

그녀의 설탕젤리심장은 S극

내 심장이 사랑의 화살들을 발사하면 그녀의 심장에 날아가 무수히 꽂힐까

그렇담 그녀의 심장이 아프지 않도록

나의 사랑이 그녀 마음을 허전하게 한 심장의 빈 구멍들을 메꾸었으면, 딱 그만큼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의 설탕젤리심장이 사랑의 강력한 자기력선으로 연결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가 하나의 커다란 자석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무례한 질문을 한 남자 분 한 명 페친에서 차단시켜서 좀 감정이 들어가긴 했는데, 정말 이제 연애감정같은 게 없는가 보다. (차단한 인간 좀 까자면, 저리 삐뚤어지고 뒤틀어진 심상 보이면 지가 특이한 인물인 줄 아는 ㅅㄲ 오조억명 봤다. 심지어 남자처럼 보이고 싶은 여성들도 무의식적으로 이런 패턴 따라하던데, 이것도 여성이 담배피는 것처럼 너무 흔해서 식상할 지경. 멋있긴 커녕 왕따같고 찌질해보여 이것들아.)

아니면 너무 화자의 감정이 들어갔다고 해야할까. 공감도 별로 안 되고 부담스럽다는 느낌만 든다. 

 

친구랑 대화를 했는데 넌 여행도 좋아하고 새벽에 일어나는데다가 책 읽거나 하는 등 잠시도 가만히 있는 법을 모르니 차라리 평생 혼자 사는 게 낫지 않겠냐고... 쩝. 아무튼 정말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구절만 줄창 쓰여져 있으니 그쪽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어차피 연애하게 되면 다 돈 타령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젠 그렇게 펑펑 쓰는 것도 아깝고 나야 돈 없음 몇 끼 굶거나 적게 먹음 되지만 내가 남자 한 명 먹여 살리려면 그렇게는 통하지 않을테고. 뭐 그렇다.

아, 그렇다 해도 이 시집이 아주 맘에 안 든다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희곡에 수록까지 되었었다는 별이란 시는 짧으면서도 강렬하고 아름다움까지 느껴졌다. 그리고 여성에게 고백할 때는 카톡할 게 아니라 전화로(이것도 난 영 미덥지만.) 부르라는, 나름 교훈성 있는 시들도 많다.

 

안개

 

그녀를 보면 내 가슴은 너무 뜨거워

그녀가 나의 가슴에 손을 가져대면

그 온도에 소스라치게 놀랄 것 같아

 

그녀와 나 사이에는 안개가 필요해

안개여 나와 그녀 사이에 와주렴

 

만약 그녀가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나의 마음을 향해 걸어온다면

난 가만히 사랑의 노래를 부를래

혹시 내 노래에 그녀가 귀를 기울이면

그녀 향한 나의 마음을 조용히 고백할래

그녀가 나를 만지기 위해 손을 내민다면

그녀의 손을 잡고 나의 가슴에 가져댈래

그녀가 쿵쾅거리는 뜨거운 가슴을 느끼고

그녀 향한 나의 진실한 사랑을 느낀다면

그때 안개야 우리 곁에서 물러나주렴

그녀와 나는 다정한 연인이 될 테니까

 

 

상대방이 먼저 다가오는 걸 좋아하는 타입인가. 그런데 이 시 의외로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듯하다. 특히 남성분들. 

로맨틱 코미디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이란

낭만적이고 웃기는 사랑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낭만적이란 건 현실적이 아니며 환상적이고 공상적인 것

웃기다란 우스꽝스러운 행동이나 남에게 웃음을 주는 것

돈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스가 아마도 로맨틱 코미디의 대가였을 것 같다

돈키호테의 열렬한 구애를 받은 시골처녀는 얼마나 황당하고 얼굴이 뜨거웠을까

돈키호테가 정신 줄을 회복하고 시골처녀 그대로의 모습을 찬양했다면 둘은 어쩌면 뜨겁게 사랑했을지 모른다

그녀에게 돈키호테는 낭만적이고 웃기는 남자였을 테니까

나도 멋진 돈키호테가 되어 아름다운 공주님을 꼭 구하고 싶다

 

 

보고 있는 책이 책인지라 여기서도 노무현 이미지 겹치네 ㅠ 

글을 쓰는 이유 중에서

 

업무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글로 푸는

내 자신이 참 특이한 것 같다

 

보이는 것이 주는 위안과

보이지 않는 것이 주는 위안

화려한 거리, 맛있는 음식, 재미있는 영화

보이는 것이 주는 위안이 강렬하고 순간적이라면

사랑, 우정, 꿈, 희망

보이지 않는 것이 주는 위안은 희미하지만 여운이 길다

 

 

나 자신을 위해 살겠다느니 큰돈을 벌어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하겠다느니 왜 굳이 글 써서 돈을 버는지 다른 일로 더 큰 돈을 벌 수는 없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뒤죽박죽인 시이지만.. 이 정도까지는 공감한다. 글을 쓰는 건 돈을 그닥 낭비하지 않고도 상황을 정리하고 자신을 돌아볼 수도 있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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