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07 시스템이 나를 대신하면 행복한가?  


<호모데우스> 마지막 3부는 '호모 사피엔스 지배력을 잃다'라는 소제목대로 과학기술 발전의 이기와 암울을 이야기한다. 대다수 인간은 결국 시스템에 지배 당하고 살까? 나는 지금 지배 당하고 사는 걸까? 부분적으로는 그렇다. 


이세돌 9단이 프로 바둑을 왜 그만두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했던 대답이 생각난다. 


"제가 아는 바둑의 세계는 아름다웠습니다. 그 세계에는 인생이 담겨 있었죠. 인공지능을 상대하는 바둑에는 그런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바둑이 더 이상 재미가 없더군요."


시스템이 나를 대신해 많은 결정을 내려준다면 과연 만족스러울까?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맛보게 되는 달콤함이 있다. 그것이 쾌감 아닌가. 재미 아닌가. 


하라리가 어떤 결말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구글과 페이스북, 그밖의 다른 알고리즘들이 모든 것을 아는 신탁이 되면, 그다음에는 대리인으로 진화하고 마침내 주권으로 진화할 것이다. - P467

머지않아, 당신이 책을 읽는 동안 책도 당신을 읽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읽은 내용의 대부분을 금세 잊을 테지만, 아마존은 하나도 잊지 않을 것이다. - P471

21세기의 신기술들은 이렇게 인본주의 혁명을 뒤집어, 인간에게서 권한을 박탈하고 비인간 알고리즘들의 권한을 강화할 것이다. - P472

시스템은 당신보다 당신을 더 잘 알 것이고 그러므로 중요한 결정의 대부분을 당신 대신 내릴 것이다. 더욱이 당신은 그것에 완벽하게 만족할 것이다. - P474

과학의 발견과 기술 발전이 인류를 쓸모없는 대중과 소규모 엘리트 집단의 업그레이드된 초인간들로 나눈다면, 혹은 모든 권한이 인간에게서 초지능을 지닌 알고리즘으로 넘어간다면 자유주의는 붕괴할 것이다. 이때 어떤 새로운 종교 또는 이념이 이 공백을 메우고, 신과 같은 우리 후손들의 후속 진화를 이끌까? - P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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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07 15: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1세기는 구글과 페이스북 네트워크 속에 같혀 버린 지구인들

[머지않아, 당신이 책을 읽는 동안 책도 당신을 읽을 것이다.]
이미 읽고 있어요 구매 이력 알고리즘 쫘악 꽤뚫고 있어서
담에 내가 뭘 주문할줄 알고
요건 저런 혜택 기간제 이벵으로 카드 긁게 만드는 ㅎㅎ

하라리 ,,,
이분도 구글 페북 없이 못살것 같은뎅 ㅎ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04-07 21:49   좋아요 1 | URL
그죠. 구글 페북 알라딘이 저희집도 다 알잖아요. ㅋㅋ 좀 무섭습니다~~~ㅡㅡ
 
감정의 혼란 - 지성 세계를 향한 열망, 제어되지 않는 사랑의 감정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서정일 옮김 / 녹색광선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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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혼란 이전에 편집의 혼란. 띄어쓰기의 기본을 모르는 편집. 띄어쓰기는 음악의 박자와 같은 것이다. 읽기 호흡 곤란을 일으켰음. 표지만 예쁨 ㅠㅠ 슈테판 츠바이크 첫 입문서, 내게는 저자의 감정 과잉이 불편했다. 먹물 지식인의 자뻑과 거리의 인생에 대한 모욕도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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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4-06 17: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리뷰 감사합니다! 혼란이 느껴집니다 :-)

행복한책읽기 2021-04-06 23:26   좋아요 1 | URL
네에. 1인 출판사라는데 편집에 넘 무신경해 좀 화났어요. 제 취향은 아니지만 원서가 훌륭하고 표지도 예쁘건만. 쩝.

초딩 2021-04-06 23:27   좋아요 0 | URL
ㅜㅜ 아 표지 실물 보고 싶을 정도로 예쁩니다! :-)
 

찰나의 한순간도 길이다

20210405 #시라는별 25 

숭어 
- 안도현 

숭어가 연락도 하지 않고 
뛰어오른다 불쑥불쑥, 숭어는 왜 뛰어오르는가 
이 일없는 저녁바다의 수면 위로 

뛰어오르며 숭어는 
바다가 차갑게 펼쳐놓는 적막의 치맛자락을 짖어보자는 것인가 
저렇게 숭엄한 하늘의 구름장과 노을에다 
수직의 칼금이라도 내보겠다는 것인가 

보이지 않는 바다의 뱃속은 
이 세상처럼 짜고, 끓는 찌개냄비처럼 뜨거울 수도 있겠다 

평평하고 멀리까지 뻗어 눈에 가물가물해야 길인가 
숭어가 뛰어오르는 저, 
저 찰나의 한순간도 찬란하고 서늘한 길이 아닌가 


봄비가 종일 내리는 날, 안도현 시인의 <<간절하게 참 철없이>>를 제3부를 오래 읽었다. 오감을 자극하고 기억을 소환하는 2부 음식 시편이 이 시집의 백미인가 했더니, 웬걸 3부는 더 좋았다. 1부에서 ˝바라보는 일이 직업인˝ ˝저 구름의 독거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고백했던 시인은 3부에서 바라봄의 진수를 보여준다. 시인이 오다가다 만나는 식물들, 나무들, 꽃들, 물고기들 그리고 사람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그네들의 특징을 화폭에 담듯 글자로 그려낸다.

시마다 몸에 새기고 싶은 시구들로 가득하다. 할 수만 있다면 모조리 암기하고 싶지만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하지 않는가. 오늘은 이 시구만 기억하겠다.

숭어가 뛰어오르는 저,
저 찰나의 한순간도 찬란하고 서늘한 길이 아닌가. 

숭어는 왜 뛰어오르나. 우리가 숭어가 아닌 다음에야 그 까닭을 어찌 알까.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유에 대한 답이 아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치맛자락˝ 같은 차갑고 적막한 바다 위로, 구름과 노을이 어우러진 ˝숭엄한 하늘˝ 위로 ˝수직의 칼금˝을 긋기라도 할 듯
뛰어오르는 숭어이다. 문을 박차고 나오듯 물 밖으로 튀어올랐다. 시인이 묻는다. 왜 그러니? 물속이 짜니? 물속이 뜨겁니? 짜서 따갑고 끓어 아프니? 시인의 눈은 우리 대다수의 눈이 보지 못하는 숭어의 내밀한 세계, 물속 다툼과 고통에 천착한다. 어쩌면 숭어는 숱한 몸부림 끝에 시리디 시린 바닷물을 뚫고 올라 왔을지 모른다. 그렇기에 그 ˝찰나의 한순간˝이 눈이 부시게 ˝찬란하고 서늘한 길˝이 아니겠는가.

우리 모두의 길도 그렇다. 순간순간이 모여 길을 이룬다. 어떤 길은 선명하고, 어떤 길은 흐릿하고, 어떤 길은 가려지고, 어떤 길은 지워진다. 시인은 가려지고 지워진 길에 다시 길을 내어 보여주는 자가 아닐까.

봄비가 땅을 적시듯 시들이 나를 적셨다. 시적 감성이 풀처럼 자라리. 

문학동네가 1985년에 나온 시인의 첫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 개정판을 출간했다. 안도현의 문장들 <<고백>>이 모악에서 4월에 출간된다. 다음은 안도현 시인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모든 문장은 후회와 반성의 흔적이다. 고쳐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문장들을 골라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한 권의 책을 낸다. 겨우 4년 글 쓴 것 같은데 40년이라니! 이 책에 실린 사진은 한승훈(@kookok789)이 포착한 것들이다. 그의 아름다운 사진은 넋 놓고 보기 좋다.˝ (https://t.co/K8gOA7H5hQ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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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05 09: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찰나의 한순간도 찬란하고 서늘한 길이 아닌가]
비를 머금은 꽃과 풀들 생명의 푸릇하고 싱그러운 향기가 느껴지네요.
마지막 사진
나뭇가지에 움튼 싹에 맺힌 빗방울!

행복한 책읽기님의 사진은
찰나의 생명의 숨소리까지 포착 하셨네요. ^.^

행복한책읽기 2021-04-05 21:05   좋아요 1 | URL
히히 숨소리 들리심. 역쉬!!!^^

청아 2021-04-05 09: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숭어도 숭어지만 ‘구름의 독거‘....아 너무 멋진 표현입니다! 아래 사진들도 하나하나 감성돋네요~😊

행복한책읽기 2021-04-05 21:06   좋아요 1 | URL
그죠. 하여 요즘은 구름 볼 때마다 구름의 독거를 떠올립니다^^

새파랑 2021-04-05 10: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숭어를 보고 저런 시구로 표현하는 시인은 정말 대단하네요. 그리고 행복한책읽기님의 시적 감성은 더 대단~!!

행복한책읽기 2021-04-05 21:07   좋아요 2 | URL
시인들이 잠들어 있던 감성을 깨워주고 있어요. 지는 봄 만난 개구리마냥 폴짝폴짝 뜁니다용^^

syo 2021-04-05 10: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간절하게 참 철없이>는 뭐랄까, 거대한 하나의 식당이어서, 누구라도 자기 취향에 맞는 음식 하나 정도는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시집이었죠?

행복한책읽기 2021-04-05 21:09   좋아요 2 | URL
무한 끄덕 중^^ 이 시집 알게해준 syo님께 무한 감솨. 앞으로도 무한 부탁^^

2021-04-05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4-05 21:22   좋아요 3 | URL
어머. 정말요? 저 넙죽 받아도 돼요?? 우와

2021-04-05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간절하게 참 철없이 - 2009 제11회 백석문학상 수상작 창비시선 283
안도현 지음 / 창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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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실린 59편의 시는 버릴 것이 없다는 느낌. 나아갈수록 점증법처럼 점점 좋아졌다.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경외감이 가득하다. 몸에 간직하고 싶은 시구로 넘쳐난다. 간절하게, 외우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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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4-03 19: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읽고 싶어에 추가 했어요~

행복한책읽기 2021-04-03 22:37   좋아요 0 | URL
안도현님 이 시집은 정말 좋네요^^

라로 2021-04-03 20: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님이 좋은 시 올려주세요. 부탁해요~~~. 😍

행복한책읽기 2021-04-03 22:37   좋아요 0 | URL
그럴 거예용~~~^^

붕붕툐툐 2021-04-03 2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라로님 의견에 동감! 일단 읽고 싶은 책에 넣어놓고, 시 한편 소개를 간절히 기다립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4-03 22:39   좋아요 1 | URL
이 시집은 자연과 음식을 노래하는 시들이 많아 붕붕툐툐님도 좋아할 것 같아요^^

초딩 2021-04-03 2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도 라로님 의견 툐툐님 의견에 동감이요
올려주세요~

행복한책읽기 2021-04-03 22:39   좋아요 2 | URL
네네 네네네~~~^^

2021-04-03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4-03 22:41   좋아요 2 | URL
잘못 말했어요. 몸에 새기고 싶은 시구.^^;;;

scott 2021-04-04 00: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행복 한 책읽기님은
알라딘 서재방에 詩 소믈리에 !!
🍹
좋은시
간절하게 부탁합니다 ^ㅎ^

행복한책읽기 2021-04-04 00:00   좋아요 1 | URL
재창. 네네 네네네!!!^^
 

20210403 자아가 없다고??

세상에. 이걸 어디까지 믿어야 하지?

지난 세기 과학자들은 사피엔스의 블랙박스를 열어 그 안에 영혼, 자유의지, ‘자아‘ 같은 것은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안에 있는 것은 다른 모든 실재들과 똑같은 물리적, 화학적 법칙의 지배를 받는 유전자, 호르몬, 뉴런뿐이었다. - P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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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4-03 11: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문가들 말이라도 일단 의심해야하는 증거네요ㅋㅋ 자아, 영혼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란게 과학적으로 정말 있긴한지 의문입니다. 발견했음 그 사람 노벨상 타고 떠들석했을텐데요. 못찾은게 없는건 아닐텐데...🤔

행복한책읽기 2021-04-03 11:45   좋아요 4 | URL
호모데우스 3부는 의심 투성이에요. 저는 신을 믿지 않는데도 자아가 없다는 데는 고개가 갸우뚱해요. 과학의 영역은 넘사벽이고 신비롭고 그러네요. 미미님 비님과 노는 즐건 봄날 주말 되시와요~~~^^

새파랑 2021-04-03 11: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자아가 없다! 는데 동의할수 없네요. 영혼, 자유의지는 그냥 그렇다고 넘어갈수 있지만~

행복한책읽기 2021-04-03 12:35   좋아요 4 | URL
ㅋ 그래서 리처드 도킨스를 비롯한 몇몇 과학자는 자아가 있다고 생각한대요. 이 업계에서도 갑론을박의 주제인 듯요.^^

청아 2021-04-03 16:16   좋아요 3 | URL
책읽기님 덕분에 전혀 몰랐던 이슈를 알게되네요. 이래서 다양하게 읽어야함!👍🧐

scott 2021-04-03 12: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구라쟁이 하라리! 행복한 책읽기님,미미님 말씀에 동감 ^ㅎ^

청아 2021-04-03 16:14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scott님 오늘 넘 웃겨요!!계속빵빵터짐요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04-03 23:50   좋아요 2 | URL
오호. scott님은 자아가 있다에 한 표!!^^

초딩 2021-04-03 20: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요즘 뇌과학 책들이 그렇게 점철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마음도 영혼도 없고 시냅스의 자욱 뿐이라고 ㅜㅜ

행복한책읽기 2021-04-03 23:52   좋아요 1 | URL
좀 그래 보이죠. 일단 눈에 보이는 게 있으니 흥분하는 것 같아요. 전 정말 모르겠지만, 뇌세포를 그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물음표를 던졌음요^^

붕붕툐툐 2021-04-03 20: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너무 맞는 말이야, 끄덕끄덕 이러구 봤는데....ㅋㅋ 오히려 전 자유의지가 없다는 것에 더 충격을 받았더랬죠~~

행복한책읽기 2021-04-03 23:57   좋아요 2 | URL
어머. 읽으셨군요. 저는 메트릭스 생각나더라구요. 거대한 시스템으로 보자면 자유의지는 없는 거군. 그랬거든요^^

han22598 2021-04-04 0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학과 종교의 경계선...매우 모호하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