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전쟁 샘터 외국소설선 1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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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세 생일에 나는 두 가지 일을 했다. 아내의 무덤에 들렀고, 군대에 입대했다.(8쪽)  


  이 소설의 유명한 첫 문장입니다. 영화에서 5분 만에 관객의 시선을 빼앗아야 하듯이, 장르 소설도 초반에 독자에게 흥미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노인의 전쟁』 은 단 첫 문장만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유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노인의 전쟁』은 샘터 외국소설선으로 나온 첫 번째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2002년 작가인 존 스칼지의 개인 블로그에 연재되어 로버트 하인란인에 비견되는 이야기 솜씨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2005년 토어 출판사에서 하드커버 본이 출간되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시대가 변했고, 이제는 개인 블로그에 소설이 연재되어 출판됩니다. 이 소설은 그런 과정을 거쳤으며 그 입소문이 퍼질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흡인력과 재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 번 펼치면 마지막을 읽을 때까지 덮지 못할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주인공은 75세가 되어 우주개척방위군에 자원입대 합니다. 우주개척방위군(CDF)은 75세 이상만 뽑아 주는 ‘이상한 군대’입니다. 이 우주개척방위군에 입대하는 순간 지구에서는 사망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CDF 요원이나 군인이 지구로 돌아오는 일은 없으므로,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무도 모릅니다. 주인공은 즉 막연하게 젊게 해주고 대신 다시는 지구의 땅을 밟을 수 없는 우주 저편으로 자원입대를 하게 합니다. 하지만 75세이면 죽음에 가까운 나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꽤 많은 사람들이 이 위험한 여정에 동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는 지구에 돌아올 수 없다는 점에서 마치 그들은 궤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천국 혹은 다른 세계로 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새로운 육체를 얻고 마치 환생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그런 점 때문에 확실히 죽음 이후의 세계의 은유로 보이기도 하고, 지구에서의 과학은 지금 우리 현실과 비슷하면서 궤도 엘리베이터 위의 ‘우주개척방위군’의 과학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고도화된 점은 마치, 우리가 SF소설을 읽고 높은 과학력을 체험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그 때문에 캐릭터에게 공감이 잘 되고 마치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것처럼 인물에 동화되어 낯선 우주로 진입합니다.

  이 소설은 초반에 이상한 ‘우주개척방위군’의 묘사 즉, 배경 설명에 집중합니다. 온갖 신기한 장치들과 기묘한 일들. 그러면서 교사, 물리학자, 교수, 의사, 주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유쾌한 인물들도 만납니다. 역시 제2의 삶을 살게 되는 부분들은 인상적이며 작품에 더 빠져들게 되는 점입니다. 나에게 75세가 되어서 제2의 삶을 살 수 있다면 과연 어떨 것인가. 지구에서는 그들의 삶을 알 수 없습니다. 즉 우리가 지금 죽음 이후를 짐작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천국에서는 모두 완벽한 젊은 육체를 새로 얻고 즐거운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것일까요?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육체는 주어지지만 환경은 천국이 아닌 지옥이라는 점도 아이러니합니다. 끝없는 외계 종족과의 대결은 흥미진진합니다. 이렇게 젊어진 다음에는 소설은 다른 분위기로 흘러갑니다. 인간의 신체 능력을 뛰어넘은 강인한 신체를 얻게 되는 것은 읽는 독자도 같이 흥분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신체를 이용해 맞닥뜨리는 예측할 수 없는 외계 종족과의 혈투는 우주 전쟁 소설로 급격하게 변하게 합니다. 지혜롭게 대처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탄성을 내지르게 하고, 다양한 외계 종족은 우주의 경이를 보여주며 SF소설의 매력을 극대화 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무겁지 않고 경쾌한 분위기로 흘러갑니다. 전쟁의 참혹함은 그대로지만, 처절하고 암울하게 읽히지는 않습니다. 이는 주인공의 캐릭터가 대체로 밝고 또 유머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초반부터 주인공은 유머를 잘 사용하는데, 이로 인해 글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SF를 좋아하시는 분이나 흥미가 있으신 분은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글입니다. 가볍고 읽기 편하며 정말 놀라운 속도로 읽힙니다. 장르소설을 좋아한다면 올해 출간된 이 『노인의 전쟁』을 놓치면 후회할 것입니다. 블로그에 연재된 소설답게 빠른 속도감으로 페이지가 넘어갑니다. 이야기는 매 장면마다 재치있고 지루한 구석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으로 읽어내릴 수 있는 책입니다. SF, 우주, 전쟁 같은 키워드를 좋아한다면, 기억해 두었다가 읽어보시길. 그리고 또한, SF소설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이런 장르소설을 잘 접하지 않은 독자라도 ‘재미’를 원한다면 이 책을 펼쳐보시길. SF소설이라는 점을 생각할 필요도 없이 이 책은 순수한 재미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한 번 펼치면 그 재미에 빠져서 끝을 볼 때까지 읽을 것이고, 곧 『노인의 전쟁』 후속작인 『유령 여단Ghost Brigade』(2006), 『마지막 콜로니』(Last Colony)(2007) 등이 국내에 어서 빨리 번역작이 나오기를 기다리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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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7-10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읽어봤는데 참 재미있읍니다.『유령 여단Ghost Brigade』(2006), 『마지막 콜로니』(Last Colony)(2007) 등이 국내에 어서 빨리 번역작이 나오기를 기대하지만은 협소한 국내sf소설계의 사정상 과연 가능할지 궁금하네요 ^^;;;


twinpix 2009-07-11 00:31   좋아요 0 | URL
http://mirror.pe.kr/zboard/zboard.php?id=g_free&no=4482 일단 [유령 여단]은 계약되었다고 하니까요. 제가 알라딘에서 [노인의 전쟁]을 구매해서 받은게 2쇄였으니, 초판을 다 소화한 만큼 반응은 괜찮아서 2편도 계약한 것 같아요. 얼른 역자분을 쪼아서 유령 여단이 어서 나오기를 기대해야^^/

뚱딴지 2009-10-12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직 안나왔구나....노인과전쟁 빌려서 다 읽고 유령여단 나와있는줄 알고
서점가려했는데....추~~~~욱 쳐지는 이느낌....
근데 노인과전쟁 조만간에 영화화 되지 않을까요?

samtoh 2011-07-11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노인의 전쟁에 별점을 5개나! 역시 재미있는 SF소설답네요 ^^
이번에 <마지막 행성>이 출간이 됬다는거! 알고 계시죠?
꼭 읽어보세요~ 이 전편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답니다 ㅎㅎ

twinpix 2011-07-11 21:00   좋아요 0 | URL
[마지막 행성] 사서 읽었습니다. ^^ 재미있게 읽었어요.
 
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 Nobless Club 13
탁목조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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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상소설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줍니다. 새로운 종족과 법칙으로 움직이는 세계. 우리는 결코 가볼 수 없는 전혀 다른 세계를 글자를 통해 읽을 수 있습니다. 거기에서 오는 재미와 감동, 또 경이는 환상소설의 매력일 것입니다.

  노블레스클럽의 열세 번째 소설 『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는 바로 이 새로운 세계관이 돋보히는 작품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 창조한 세계는 아니지만, 패턴화된 국내 장르 판타지와는 차별화된 낯선 세계관을 만들었습니다. 이 세계관을 주인공인 무르무르족의 스포러와 탐험하는 것이 이 소설을 읽어나가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낯선 세계관의 매력

  환상소설은 세계관의 매력이 큰 특징입니다. 특히 다른 장르들보다 세계관 자체가 주인공으로 부각되기도 합니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 많은 환상소설들이 그 세계관의 매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고 많은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주제를 세계관으로도 전달할 수 있는 장르인 것이지요. 이 작품도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환상소설은 지구로 비유될 수 있는 ‘가이아’ 같은 무대를 배경으로 삼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가이아는 이상향으로만 남아있고 일곱 개의 달 중에서 마지막 보이지 않고 잊혀져버린 달을 배경으로 삼았습니다. 이런 점부터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과연 일곱 번째 잊혀진 달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 것인가. 이 세계관에 대한 비밀이 풀려나갈 수록 새로운 의문이 샘솟습니다. 다른 달들을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일곱 개의 달에 사는 생명체들이 원하는 궁극적인 ‘가이아’의 모습이란. 그리고 신이 이렇게 세상을 창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독특한 세계 설정으로 인해 이 작품은 다양한 의문이 들게 합니다. 이로 인해 독자는 계속 흥미를 가집니다.

  성장하는 캐릭터의 재미

  이 소설의 주인공은 무르무르 족의 ‘스포러’입니다. 역시 소설의 주인공 답게 평범한 무르무르 족과는 다른 특이한 존재입니다. 이는 처음 아버지인 고돈이 어떤 종족인지 알 수 없는 여성을 아내로 맞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출생의 비밀인 것이지요.

  이 소설의 한 축이 세계관에 있다면, 다른 한축은 주인공인 ‘스포러’와 그 일당들의 우정과 성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령들과 수많은 괴물들이 살고 있는 음울한 일곱 번째 달을 무대로 재주 많고 호기심이 많은 스포러는 여행을 통해 능력을 개발하고 세계의 비밀을 향해 다가갑니다. 이 소설은 낯선 세계관을 제시하면서 다양한 종족들을 선보이는데 이런 종족들의 특징들도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너무 많은 종족이 나와서 혼란스러운 감도 있지만 캐릭터들은 꽤 개성이 잘 만들어져서 주요 인물들을 헷갈리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다 익숙지 않지만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세계관을 알아가면서 이야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아쉬운 점들  


  낯선 세계관을 보는 재미와 캐릭터들이 이끌어가는 힘도 괜찮았습니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함께 있었습니다. 일곱 번째 달의 세계관은 금세 그 모습을 드러낸 다음에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하고 금세 질리게 됩니다. 결국 전체적인 세계관을 기대하는 장치로만 작동할 뿐입니다. 조금 더 이 일곱 번째 달만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이 단권 안에서 처리되었으면 작품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이건 엔딩과 이 작품의 전체 틀에서 오는 문제점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소설은 결국 마지막에 감동이 오기보다는 프롤로그를 본 느낌이 강합니다. 이 단권 안에서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고 독자에게 충족감을 주기 보다는 이제 막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맛만 보여준 느낌입니다. 즉, 이 작품 내에서 서브 플롯이 부족했으며 스토리가 지나치게 단순하게 흐른 감이 있어 보입니다. 조금 더 복잡한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주인공의 신비가 이 이야기에서는 전혀 밝혀질 수가 없는 구조상 필연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캐릭터들은 개성있게 잘 그려진 편이지만 전체적으로 어수룩한 느낌이 든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물론 세계관에 걸맞는 점이기도 하고, 지능이 낮을 필요들이 있지만 그래도 획일화된 느낌이었습니다. 현자조차도 전혀 현자다운 느낌이 나지 않았고 전부 어린애 같다는 점은 작가의 의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소설의 배경 세계관에 걸맞지 않게 유치한 느낌이 많이 납니다. 물론, 세계관 자체가 워낙 암울하고 무겁기 때문에 그걸 풀어주고 전환시켜주는 효과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캐릭터들의 대사가 모두 비슷해 보이고 나이가 어린 말투라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다음 작품에서는 이런 느낌을 털 수 있는 것을 작가가 고심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투나 호흡, 어휘, 대사의 길이 등에 따라 대사의 분위기가 다양하게 분화되는 법입니다. 이 소설에서는 그런 차이가 전혀 없이 마치 한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모든 대사가 처리된 느낌이 있습니다. 다른 작품들도 접해보고 분석을 하면서 십대의 느낌에서 벗어난 대사들이 조금은 등장해야 작품 전체적으로 반복되고 지루한 느낌을 덜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구성이 지나치게 단순한 감이 있습니다. 여행의 패턴이 비슷하고 스포러의 성장도 단계적이고 지나치게 쉬우며 위기가 약합니다. 읽는 내내 스포러가 죽을 것 같은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는 앞에서 말한 대사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지나치게 명랑하기 때문이기도 할 테지만, 구성이 계속 여행, 싸움 등의 같은 패턴의 반복으로 독자를 지루하게 하고 별다른 위기를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중간에 나오는 전쟁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설명으로 넘아가는 느낌입니다. 괴물들도 크기만 커지고 조금 더 까다로웠다 수준이지 신선한 느낌을 주거나 전투 방법이 획기적이지도 않습니다. 마치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것 같은 파티 구성에다가 적절하게 레벨업을 하면서 상황에 맞는 몬스터들을 협력해서 처리하는 느낌이라 김이 빠집니다. 조금 더 주인공을 괴롭히고 긴장감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가볍게 읽기에는 전반적으로 좋았지만, 가끔씩 무거운 중압감을 조성할 필요도 있어 보였습니다. 그럴 배경은 충분했는데, 전혀 활용이 안 되어서 어떻게 보면 참혹하며 지옥 같은 세계가 거의 드러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독자들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읽게 되고요.

 

  다음 달을 기대하며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습니다. 그 이유는 이 다음 이야기가 정말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소설은 정말 주인공이 평탄하게 성장하고 새로운 모험의 시작을 알리는 것 외에는 별 다른 이야기 거리가 없습니다. 대부분 수수께끼로 남았고 이 권 내에서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이 작품만 놓고 볼 때 큰 단점이고 아쉬움이지만, 앞으로 시리즈가 나온다고 전제를 한다면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입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적절한 순간에 멋진 연출과 놀라운 내용으로 풀려나간다면 이 작품 전체는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는 수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세계는 이제 막 열렸을 뿐입니다. 환상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이렇게 우리나라에 또다른 세계가 열린 것이 기쁘고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이런 노력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겠지요. 노블레스클럽이 아니면, 이런 새로운 세계를 우리는 더 이상 접하지 못했을 지도 모릅니다. 앞으로도 노블레스클럽이 선전해서 더 많은 세계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세계관 역시 모든 이야기가 쏟아져 나와 세계관의 비밀들을 낱낱이 읽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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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드라의 그물 Nobless Club 12
문형진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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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블레스클럽 열두 번째로 출간 된 문형진 작가의 『인드라의 그물』입니다. 이 작품은 일단 노블레스클럽에서 처음으로 신인 작가의 투고작을 출간한 경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많은 기대를 하고 읽게 되었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보통의 판타지 소설과는 다른 세계관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점이 특히 이 소설의 흥미를 끄는 요소이자,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페이지를 넘기면 목차 다음에 ‘≪화엄경≫ 제이십사장 십인품’이 인용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무심코 넘겼던 이 부분이 나중에 다시 읽을 때는 이 소설의 중요한 핵심을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먼저 눈에 띄는 점은 ‘모뎀’입니다. 우리가 지금 인터넷을 할 때 ‘모뎀’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이지만, 이 세계에서 ‘모뎀’은 새와 유사합니다. ‘모뎀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11쪽) 같은 문장으로 바로 다른 세계라는 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 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 세계에서는 또한 단말기를 통해 우리 세계의 인터넷 같은 ‘인드라망’에 연결시켜 줍니다. 이런 설정들이 새로운 의미를 파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색다른 세계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설정 중 하나는 ‘강림 현상’이었습니다. 하나의 장치로 존재하는데, 마치 인터넷을 하다가 렉이 걸린 것처럼 화면이 깨지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메시지들이 가득 채우다가 예언 같은 ‘계시’가 뜨기도 합니다. 신화 속 예언이나 계시가 인터넷 상에서 ‘강림현상’으로 나타난다는 설정은 기발하고 매력적입니다. 프롤로그에서 이런 강림현상 끝에 ‘정각당 뒤편의 숲에 나타난 우차이슈라바스를 잡아라.’(15쪽)라는 예언이 나타나고 교와 여의는 예언에 따라 움직이면서 목이 뚫린 아기를 발견합니다. 놀랍게도 아기는 살아있었고 치료를 하고 데려가는 동안 아기는 점점 커져 스무 살 가량이 됩니다. 아이의 이름은 하얀 말에게 죽을 뻔했기 때문에 교가 ‘백마’라는 뜻을 가진 편경에 나온 단어인 ‘칼키’라고 짓죠.

  프롤로그가 끝난 후, 1장부터는 시점이 바뀌어서 ‘칼키’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칼키는 백치와도 같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낯선 세계관을 설명하기에 아주 편합니다. 1인칭인 시점도 독자를 쉽게 끌어들이고 이야기에 몰입시키는데 효과적이죠. 프롤로그는 갑작스런 상황들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면 1장은 흥미로운 내용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캐릭터들의 매력을 드러내고 세계관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조금씩 진행시켜나갑니다. 독자를 압도하는 전개는 아니지만 서서히 세계를 선보이면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지금까지 어디서도 읽지 못했던 낯선 세계관과 새로운 캐릭터들의 조화가 재미있었습니다.

  자칫 제목만 보면 어려운 소설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읽기 편하게 쓰여졌고, 불교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해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세계관은 낯설지만 난해하지 않고 단번에 이해가 가능하게 만들어졌고, 캐릭터들은 친숙하고 개성이 살아있어 쉽게 매력을 느끼고 작품을 읽게 됩니다.

  이 소설의 주요 플롯은 주인공의 정체와 이 세계관의 비밀에 관한 것입니다. 캐릭터가 중심인 캐릭터 소설도 아니고 모험이 펼쳐지기보다는 교가 납치되고 구하기 위한 칼키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세계에 비밀에 접근하게 됩니다. 지루하지 않고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과 얽힌 이야기들이 펼쳐지면서 꽤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는 소설입니다.

  앞에서 말한 설정들 말고도 이 세계의 모습들은 매우 흥미롭고 재미를 주는 요소입니다. 국내 판타지 소설들이 이렇듯 기존에 나온 세계관을 답습하지 않고, 각자 새로운 세계관을 만드는 작업이 많아져야 하겠죠. 노블레스클럽은 대여점 위주가 아닌 서점 시장을 지향하는 고급 환상문학 브랜드이기 때문에, 판에 박힌 세계관이 아니라 색다른 세계관의 소설들이 많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노력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정형화된 판타지 소설 독자들도 이런 새로운 시도의 판타지 소설들을 접하고 읽어나가면 새로운 재미를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 책이 장점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앞서 나온 많은 리뷰들에서도 지적하듯이 캐릭터들이 직접 대사로 모든 것을 풀어내고 다급하게 결말로 치닫는 모습은 초반부에 가졌던 기대감 만큼 큰 실망으로 다가옵니다. 소설은 말하기가 아니라 보여주기이며, 캐릭터들의 대사로 안이하게 풀기 보다는 상황으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마지막에 마치 연극무대처럼 나란히 서서 대사를 주고받는 씬은 그래서 많이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량이 더 길어서 천천히 엔딩을 맺어야 했다는 의견도 있고 전체적으로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마지막에는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책을 다 읽고 충만감을 느끼는 동시에 감동이 밀려오고 여운이 남기보다는 당황스럽고 맥이 빠지며 아쉬움이 밀려왔다고 할까요. 그러나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작가의 첫작품이기 때문에 아쉬움은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이야기였고 상당히 몰입해서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신인이라고 볼 수 없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 글이었습니다. 자연스러운 문장과 캐릭터들과 이야기들이 구성의 아쉬움을 어느 정도 해소해 주고 있습니다. ‘인드라의 그물’은 불가에서 세상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의 비유로 흔히 쓰인다고 하지요. 노블레스클럽 또는 『인드라의 그물』은 한 구슬이 바뀌면 다른 구슬의 모습도 바뀌는 것처럼 계속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발전해나갈 것입니다. 지금과 또다른 모습으로 선보일 노블레스클럽의 신작들과 문형진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며 부족한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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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 후 너는 죽는다 밀리언셀러 클럽 9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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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리언셀러클럽 99번째라는 인상적인 번호로 출간된 다카노 가즈아키의 단편집입니다. 단편들이 각기 다른 내용들을 다루고 있지만 서로 조금씩 연관이 있기 때문에 연작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데뷔작인 『13계단』으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했으며 국내에도 밀리언셀러클럽 29번째로 출간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밀리언셀러클럽을 대표하는 책 중에 하나가 되었죠.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아주 흥미를 자극했습니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니. 과연 무슨 내용일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면서도 이 책은 무심코 들린 서점에서 바로 구입해서 근처 카페에 가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곧 상당히 재미있는 이야기로 인해 순식간에 읽어나가게 되었습니다. 흡인력이 있고 무엇보다도 소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13계단』을 읽었을 때는 철저히 현실만 이야기하는 추리작가였는데, 이 작품은 독특하게도 추리와 초능력을 결합한 작품입니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는 심리학 전공인 ‘야마하 케이시’라는 남자가 ‘하라다 미오’라는 여성에게 당신은 6시간 후 죽는다고 말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야마하 케이시’는 가끔 사람의 미래를 볼 수 있는 초능력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예지’를 할 수 있는 거죠. 처음에 ‘하라다 미오’는 믿지 않지만 친구가 약속을 잊어서 바람을 맞게 된다는 것까지 맞아떨어지자 놀라서 케이시의 말을 듣기로 합니다. 그리고 케이시가 본 미래의 영상에서 손목시계가 12시를 가리킬 때 죽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진행됩니다. 6시간 후 죽게 되는 자신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 누가, 왜, 죽이게 되는 두 사람은 함께 추리를 하게 됩니다.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니라 초능력이 결합되면서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추리가 어렵거나 생각한 것 이상의 반전을 이끌어내지는 않습니다. 미리 생각해본 이야기 중에 하나의 결말로 맺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으면서 읽게 되는 글이었습니다. 미오의 캐릭터가 살아있어서 응원하며 읽게 되고 감정 이입도 잘 된 편이었으며 구성이나 추리도 무난했기 때문입니다.

  「시간의 마법사」는 앞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케이시의 ‘예지’가 주된 소재로 사용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에도 케이시는 등장하고 조력자로도 나오지만 그 역할은 미비하고 실질적인 이야기는 주인공인 미쿠가 어렸을 적 자신을 만나게 되는 ‘시간이동’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소재나 플롯은 어떻게 보면 진부하고 평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자신을 만난다는 소재는 장르 쪽에서 많이 다루어지기도 했고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전하는 메시지는 진정성을 가지고 있고 젊은이들에게 공감이 가는 내용이라 의미가 있습니다. 아직 방황하는 시절, 꿈은 이루지 못한 상태이고, 미래는 막막하기만 한 절망적인 상황. 지금 현재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십대라면 충분히 공감이 갈만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가슴이 아릿하기까지 한 암울한 상황에서 미쿠는 아홉 살의 자신과 실제로 마주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일어나는 미쿠의 변화와 이야기의 진행은 역시 예상이 가면서도 재미있습니다. 그건 아마도 긍정의 힘 때문이겠지요.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날」은 역시 흥미로운 제목입니다. 과연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날이 있을까? 도대체 왜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것일까? 잘 지은 제목이라고 할까요. 제목부터 이 이야기를 얼른 읽어버리게 만듭니다.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한 번도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보지 못한 ‘미아’는 어느 날 예언자라고 친구가 연결시켜 준 ‘야마하 케이시’를 만납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이번 수요일.” “그날만큼은, 사랑에 빠지면 안 돼.”(141쪽)라는 말을 듣습니다. 예상밖의 경고.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운명처럼 수요일에 미아는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처음에는 이야기의 전모를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읽어갈 수록 하나로 귀결되는 전말에 전율하면서 읽어가게 됩니다. 그러나 예상가는 파국을 맞이하게 되면서도 이 단편집은 항상 따스한 감성, 긍정적인 이야기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가슴이 따스해지고 재미있습니다.

  「돌 하우스 댄스」는 고사카 미호라는 댄서 지망생의 이야기입니다. 이렇듯 이 작품에는 이미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꿈을 실현 사람들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마법사」에서 극작가를 꿈꾸는 플롯라이터 ‘미쿠’나, 제대로 된 사랑을 못해본 여대생 ‘미아’, 프로 댄서를 꿈꾸는 ‘고사카 미호’ 등 대부분 이십 대의 방황하고 좌절하거나 불안정한 사람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추리와 초능력이라는 소재의 결합에서 오는 신선한 재미 외에도 본질적으로 이 소설들이 빛나는 것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불안정한 이십대의 아름다운 모습에 있습니다. 그네들이 각각 신기한 일들을 겪고 성장의 계기가 되는 것입니다. 이 단편집은 즉, 성장소설의 감동과 재미도 더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스럽게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돌 하우스 댄스」 역시 이런 구성이 돋보입니다. ‘스가와라 사요코’가 만든 ‘돌 하우스 뮤지엄’과 교차되는 이야기 방식인데, 오직 단 한 사람만을 위해서 돌 하우스 뮤지엄을 만들었다는 설정 자체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두 사람은 아무 인연도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케이시의 할머니인 ‘스가와라 사요코’는 자신이 본 미래의 ‘고사카 미호’를 위해 ‘돌 하우스 뮤지엄’을 만든다. 자신은 실제로 만날 수 없더라도 자신의 감상을, 격려를, 시공을 넘어서 전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정말이지 한없이 따스하고 근사한 이야기였습니다. 이 소설집은 이렇게 추리나 초능력이 주된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감동이 있기에 재미있으며 인상적이었습니다.

  「3시간 후 나는 죽는다」. 제목부터 역시 또 전율이 오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단편입니다. 첫 번째로 이야기를 시작했던 ‘야마하 케이시’와 ‘하라다 미오’의 이야기입니다. 5년 후, 미오가 케이시를 그리워하며 재회의 가능성이 높은 일자리에서 무작정 일을 시작합니다. 마치, 로맨틱 영화의 설정 같죠. 이 두 사람의 마음이 교차되는 것이 앞의 단편보다 더 흥미롭게 작품을 읽게 하는 요소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플롯도 더 복잡해지고 예측이 어렵습니다. 케이시는 이번에는 자신이 3시간 후에 죽는다는 예지를 하게 됩니다. 이번에도 두 사람은 힘을 합쳐서 미래를 바꿔야 합니다. 운명에 저항한다는 소재는 또한 매력적이지요. 초능력이 결합되면서 이 책은 다른 추리소설들과 많이 차별화되었습니다. 도무지 어떤 방식으로 해결이 날지 알 수 없게 진행되면서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3시간 후 나는 죽는다」는 이 단편집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손색이 없었습니다. 가장 많은 분량을 자랑하면서 역시 놀라운 흡인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갔습니다. 다 읽고 나서는 벌써 여섯 편의 단편을 다 읽어버렸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낄 정도로 말입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신선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평소에 추리소설을 읽지 않더라도 환상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초능력’이 나오는 이 책 역시 재미있게 읽을 것입니다. 즉, 다양한 독자층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책입니다.

  이 책에는 충격적인 반전이나 강렬한 소재로 채워져 있지 않습니다. 즉, 본격적인 추리소설을 기대하고 읽어서는 안 됩니다. 이 책의 매력은 ‘초능력’이라는 소재와의 결합, 정감이 가고 캐릭터들. 공감이 가는 주인공들의 삶에 있습니다. 피부에 와 닿는 주인공들의 심리들, 그러면서도 끝내 희망을 향해 긍정의 힘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신기한 이야기 속에서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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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 - 고진하의 우파니샤드 기행
고진하 글.사진 / 비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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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들의 땅, 인간의 나라

        ― 책장 속에 느껴지는 살아있는 인도의 숨결!




  인도에 가고 싶었다. 신화가 살아 숨 쉬는 신비한 땅에 닿고 싶었다. 언젠가 스스로 훌쩍 어디론가 떠나게 된다면 그 나라는 인도일 것이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그 날이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생이 끝나기 전까지 한 번은 나는 인도의 땅을 밟고 서 있을 것이다. 갠지스 강에 발을 적시고, 금빛 모래를 들이마시고, 아이들의 손바닥에 돈을 쥐어줄 것이다. 누구나 살면서 여백을 하나 남겨두는 법이다. 나의 여백은 인도였고,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처음 『신들의 땅, 인간의 나라』(비채)라는 제목을 봤을 때부터 나는 거부할 없는 운명의 이끌림을 느꼈다. 책장이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듯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대신, 독서를 벗삼아 살아왔다. 독서는 나에게 가보지 않은 곳을 경험하게 해주는 매개체였다. 이번에는 이 책이 내가 동경하는 신들의 땅으로 나를 인도했다. 나는 시공을 뛰어넘어 화자의 뒤에서 인도를 엿보았다.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이곳 역시 지구가 맞는 걸까.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앞으로도 확신하지 못할 것이다. 이 책에서 인도는 내가 여태껏 살아오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몸을 드러내고 있었다. 인도를 바라보면서 나는 내 자신을 보고 있었다. 한 번도 직시해보지 않은 내 안을 들여다보았다.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 안에 있는 신에 대해서, 내가 신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이 책은 단순한 인도 기행문이 아니었다. 인도의 종교와 철학, 신비주의적 영성철학은 나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시간을 갖게 했다. 감격스러운 문장 하나마다 가슴에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나는 인도에 가보지 않았으면서도 인도를 경험했다.

  처음 들어본 『우파니샤드』는 인도 5천년 지혜가 담긴 경전이다. 이 책은 ‘우파니샤드 기행’이라고 이름이 붙은 순례였고, 나는 이 책을 통해 인도의 땅을 밟으며 ‘우피니샤드’의 가르침을 조금 체득할 수 있었다. 완전한 이해는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첫발을 내딛을 수는 있었다. 길은 끝이 없을 것이니 조급한 마음은 들지 않는다.




  물에 씻긴 고운 얼굴들, 해에 씻긴 지구의 혼들!

  나는 그들처럼 찬 바닷물에 몸을 담글 엄두는 못 내고 물가에 쭈그리고 앉아 손과 발을 씻으며 여기 또한 우주 어머니의 자궁이구나, 사원이구나 하는 생각에 사무쳤다. 범신론자는 아니지만, 때로 영혼의 기갈에 시달릴 때면 저 대자연을 신성이 깃든 사원으로 여기고 그 품에 안기곤 했다. 그래, 저 물의 사원, 저 해의 사원에 더러워진 몸과 혼을 자주 내어맡기지 않는다면 나를 비롯한 이 지구별의 혼들이 어찌 해맑아질 수 있겠는가.(22쪽)




  책장을 넘기면 정갈한 문체가 눈을 맑게 하는 기분이 든다. 고르고 고른 어휘들과 잘 정제된 문장들이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풍경의 느낌까지 그대로 전달하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마치, 여행기라기보다는 공들여 쓴 산문이나 시처럼 읽히는 아름다운 문장 때문에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잠에 들 시간이 지났음에도 도저히 책장을 덮을 수도 없었다. 소설이 아닌 여행기가 이토록 강렬한 흡인력을 가진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나는 결국 밤을 지새며 책 한 권을 한 번에 읽어 내렸다. 다 읽고 나서는 내용이 더 있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까지 들었다.




  작은 사당에도 사당지기가 있어 꽃과 돈을 지니고 나와 엎드리는 순례자들을 맞이하여 그들의 소원을 신에게 빌어주었다. 저들은 신앞에 무엇을 비는 것일까. 사당 앞에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남루해 보이는 옷차림의 아낙들도 모두 손에 붉은 꽃이나 황금색 꽃을 들고 있었다. 자기들의 생이 꽃처럼 피어나기를 갈구하는 것일까.(29쪽)




  마지막 문장처럼 이 책은 곳곳에 울림을 주는 문장들이 가득했다. 계속 몰입했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여행지에서 깊은 공감과 감동을 함께 느꼈다.




  철학적 성격이 강한 불교가 포교를 위해 금붙이를 불상으로 만들고 보살을 신격화하였듯이, 힌두교는 우파니샤드 철학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형상이 있는 인격신을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따라서 브라흐만이라는 추상적인 신은 창조의 신 브라흐마, 유지의 신 비슈누, 파괴의 신 시바로 인격화되기에 이른 것이다. 물론 이 세신은 각자의 역할을 맡고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나이다. 즉 유일신 브라흐만으로 귀일하는 것이다.(31쪽)




  이 책에서는 이렇듯 인도 신화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겸하고 있다. 나는 인도 신화에 대한 관심만 있었을 뿐, 그 실상에 대해서는 무지하였기 때문에 이 책이 아주 유용하였다. 힌두교에서도 궁극적으로는 유일신으로 귀일한다는 사실 자체도 놀라운 이야기였다. 이 책은 또한 ‘우파니샤드’의 우화가 곳곳에 배치되어서 이해를 돕고 있다. 이 책은 직접 사람들이 사는 인간들의 땅, 인도를 밟으면서 한 편으로는 삼억 삼천 만의 신과 여신들이 거하는 신들의 나라를 방문하고 있다. 인도의 실체에 대한 묘사와 동시에 우파니샤드의 내용을 같이 언급하면서 영적인 지식 전달에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은 어렵고 난해할 수 있는 우파니샤드를 친절하게 풀어 해석하고 있는 책이다.




  그렇다. 우리는 우리 내면에 신성의 불꽃이 타오른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그 신성의 불꽃을 외면하고 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39쪽)




  때론 어떤 문장은 마음에 큰 위안이 되기도 했다. 우리 내면에 신성의 불꽃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위의 문장은 위로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비록 고난과 역경 속에 있을지라도 우리는 모두 신이며, 내면에는 신성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책을 통한 깨달음이 다시 삶을 진실되게 살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인도 캘커타의 한 식물원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보리수나무를 본 적이 있었는데, 한 그루의 보리수나무가 이룬 수역이 무려 500미터를 넘었다. 멀리서 보면 수천 그루의 나무들이 이룬 숲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오직 한 그루 어머니 기둥에서 뻗어 나온 기근들이 수많은 뿌리를 내려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나는 한 뿌리에서 비롯한 거대한 숲을 보며 우리 인간 종족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었다. 이 지구별 위의 인간들은 모두 대지모신이라는 한 어머니의 자식들이라는!(50쪽)




  읽다보면 밑줄을 그어야 할 문장들을 자주 마주쳤다. ‘지구별’이라는 표현은 참으로 정겨운 것 같았다. 인도라는 단어와 지구별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다. 우리는 그렇게 지구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삶아 비루할 지라도 수 천 수 억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모두 한 어머니의 자식들이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닷새쯤 먹을 수 있는 쌀과 감자가 있답니다. 아내는 매일 아침 숲에서 땔깜을 구해다가 차를 끓여 줍니다. 아내가 끓여주는 차는 아주 맛있습니다. 그걸로 나는 만족합니다.”

  적어도 카틱에게서는 욕망의 갈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소유에 얽매이지 않는 영혼의 자유로움과 소박하고 절제된 삶의 향기가 피어나왔다.(56쪽)




  인도 사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문장이었다. 현대 사회는 속도 경쟁에 빠져 있다. 누가 더 지치고 고된가를 경쟁하는 것처럼. 하지만 인도에는 알 수 없는 여유가 넘친다. 신들의 나라이기 때문일까. 욕망과 소유가 느껴지지 않는 인도는 평화로운 인상이다.




  브라흐만은 인간의 지성이 묘사하는 속성조차 초월해 있는 존재인 것이다.

  기독교 신비가인 마이스터 엑카르트의 통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가 하느님을 가리켜 무엇이라고 말하든 간에, 그것은 하느님이 아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가리켜 말한 것은 하느님이 아니다. 우리의 하느님을 가리켜 말하지 않은 것, 그것이 하느님이다.(66쪽)




  신은 인간의 인지를 벗어난 존재인 것은 틀림없다. 다만, 인간은 믿기 위해서 인격신을 만들고 지성을 묘사한다. 그러나 우리와는 전혀 다른 존재이다. 이 부분에서는 우피냐사드에서 묘사하는 브라흐만의 이런 속성과 기독교 신비가가 말한 통찰이 유사하다고 말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로움. 다른 종교를 존중하면서 또한 기독교에 대한 교리와 합일시키기도 하는 모습은 감탄스러웠다.




  아트만은 이처럼 속박이 없고, 고통이 없고, 소멸하지 않고, 얽매임이 없는 참 자유의 근원이요 불멸의 신성이다. 그런데 이런 불멸의 신성이 인간 속에 내재한다는 것이다. 우파니샤드에서 신은 초월하지 않고 내재한다.(83쪽)




  이런 문장들 역시 위안이 되었다. ‘불멸의 신성’이 인간 속에 내재되어 있다고 단언하는 문장들은 참으로 근사하지 않은가. 아트만에 대한 앎을 통해 자신도 신처럼 고귀한 존재임을 자각하게 된다는 말이 얼마나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주던지. 평범한 존재에서 깨달은 존재로 바뀌는 순간, 삶은 더 이상 행과 불행, 삶과 죽음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이 책은 이렇게 자기 안으로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 그리하여 ‘참자아’의 실현, 곧 삶의 완성에 이르도록 돕는다. 단순히 인도 여행기라고 책을 펼쳤다면, 놀랍고도 신비로운 이야기의 향연 속에 정신을 못 차릴 것이다.




  그렇다. 내가 이미 바다와 하나라는 자각이 뚜렷하다면, 우리에게 덧붙여지는 이름들이란 하찮은 것이다. 우리는 ‘이름 붙일 수 없는 큰 물건’이기 때문이다. 아트만, 브라흐만은 이름 붙일 없는 큰 물건에 편의상 붙여진 이름일 뿐이다. 알라니 야훼니 하는 이름들도 마찬가지이다. 종교들이 부르는 신의 이름들이 각기 다르지만, 또 그 이름과 그 형태에 집착하여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지만 바다에 당도하면 그런 강들이 지니는 이름은 소멸되고 만다. 제도로서의 종교는 영원한 것이 아니고, 그 종교가 부르는 신의 이름도 형상도 영원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상의 한 형식일 뿐이다. 우리가 지구별에 머무는 동안에만 필요한 형식일 뿐이라는 말이다.(114쪽)




  열린 마음으로 본 종교의 모습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신은 인간을, 세상을, 우주를 초월한 분이다. 시간과 공간 너머에 계신 분이 인간이 만든 작은 이름과 형식에 얽매이실 리가 없다. 따라서 거대한 바다이며 우리는 이미 그 바다와 하나라는 자각은 놀라운 깨달음이다. 그야말로 우리는 이미 신 속에 있고 또한 신이 내재되어 있으며 앞으로 신에게 귀속된다는 뜻이니까. 기독교가 교파끼리 싸우고, 종교들끼리 다툼이 일어나는 것들이 이런 문장을 보면 모두 하찮게 느껴진다. 중요한 것은 인간들의 다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종교에 대한 시선을 넓게 만든다.




  우리가 마야의 주문에 걸려들지 않고 진정한 자유를 누리려면 세상이 환영임을 깨닫는 동시에 그 환영의 세상 또한 브라흐만의 일부임을 깨달아야 한다. 더 나아가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브라흐만을 궁극적 근거로 하고 있음도 알아야 한다.(128쪽)




  이 책에서는 다양한 지식을 알려준다. 세상이 환영이라고 지칭하는 ‘마야’ 같은 단어도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또한 ‘매트릭스’를 떠올리게 하는 이 ‘환영의 세상’ 또한 브라흐만의 일부라는 깨달음, 앞에서 말한 바다라는 깨달음은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만든다.




  그러나 그러한 변화가 우리 속에 진정한 주인으로 살던 ‘아트만’을 어쩌지는 못한다. 육신이 지상에서 소멸된다 해도 아트만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트만은 영원불변의 실재이기 때문이다. 우리 육신이 소멸되는 그날 우리의 주인으로 있던 소우주의 실재인 아트만은 대우주의 실재인 브라흐만으로 귀일할 뿐인 것이다. 영원히 지속되는 불멸의 영혼인 아트만이 곧 ‘나’의 본래 모습이라는 자각이 있다면 나는 불멸 그 자체인 것이다.(155쪽)




  누구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거나, 존재의 소멸에 대한 두려움이거나,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이거나의 차이는 있을 지라도. 이 책에서는 아트만, 자신의 ‘참자아’를 직시하고 깨달음을 얻으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죽음 또한 없다고 말하고 있다. ‘죽음 없음’의 자각. ‘불멸.’ 놀라우면서도 매혹적인 내용이다.




  근원에 대한 망각은 사람과 신의 간극을 넓힐 뿐이다. 이 간극을 좁히고 신과 ‘사이 없는 사이’가 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들숨날숨을 쉴 때마다 이 ‘위대한 구절’을 늘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브라흐만(신)이다.”(223쪽)




  우파니샤드에서 ‘가장 위대한 구절’로 불리는 이 가르침은 앞에서 나온 이야기들과 일맥상통한다. 우리가 신과 분리될 수 없는 존재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간명한 가르침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덮고 다른 모든 건 다 잊어도 이 위대한 구절 하나만 기억한다면 제대로 ‘으뜸 된 가르침’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아트만을 자기 존재의 뿌리로 아는 사람은 자기의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아트만과 자신을 동일시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자유의지로 자기의 운명을 바꿔나갈 수 있다. 인간의 운명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다. 인간의 운명은 오늘의 행위 또는 생각 여하에 따라 바뀔 수 있다.(246쪽)




  자기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은 낙관적으로 읽힌다. 그 다음 문장에서 물론 이런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자기 운명을 바꿀 수 없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여기서 제시되는 예로 ‘예수’가 있다. 이렇게 곳곳에 기독교와 연관시키는 내용들은 놀랍고 흥미로웠다.

  

  너는 신성(아트만)을 품고 있는 존재이니 네 본성을 자극하고, 아름답고 풍요로운 가을날을 살 듯 생의 부요를 누리라는 것이다. 세상에 집착하지도 말고 세상을 등지지도 말고 너의 다르마(의무)에 충실하며 모두가 원하는 검처럼 빛나는 생을 살라는 가르침이다.(250쪽)




  이 책에서 계속 반복하는 ‘아트만’은 책을 덮고 나서도 잊히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인 단어가 되었다. 좋은 문장들이 많았다. 우파니샤드에서 나온 문장들은 물론 내용과 재미 모두 가지고 있었으며 해설하는 문장 역시 친절하고 확실하게 내용 이해를 도왔다.




  만일 나와 나 자신을 가르는 심연을 건널 수 없다면 달까지 여행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발견을 위한 모든 탐색들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없다면 다른 모든 것은 무용지물일 뿐만 아니라 재앙이 될 것이다.

  토머스 머튼(284쪽)




  ‘나는 누구인가?’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다. 이 책에서는 ‘유한한 것들과의 동일시’는 진정한 행복을 발견할 수 없다고 말한다. 물질적 자아가 아닌 불멸의 자아를 발견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불멸의 자아’를 깨닫는 순간 덧없는 삶의 고통에서 해방된다는 것이다. 이 불멸의 자아는 곧 우리 속에 거하는 신(브라흐만)을 가리킨다고 한다.




  반딧불이는 폭풍에도 빛을 잃지 않는다.




  이 비유는 우리의 마음 공부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아주 명료하게 일깨워 준다. 우리의 인생 여정에서 말로 비유되는 욕망(혹은 감각)을 잘 다스리지 못할 때 우리는 삶의 방향을 잃고 샛길로 빠지고 만다. 그러나 여기서 잠시 주목할 것은 요가가 우리에게 욕망을 없애라고 주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294쪽)




  글을 읽을 때마다 마음의 평안을 되찾았다. 예전에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라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반딧불이는 폭풍에도 빛을 잃지 않는다.’도 비슷한 뜻의 문장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도에 대해서 몰랐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고, ‘으뜸의 가르침’인 종교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보면 닫혀 있는 종교가 아니라 모든 종교가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얼마나 좁은 사고로 종교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알았고, 커다란 틀에서 모두 하나라는 사실을 느꼈다. 어떤 책은 한 번 읽고 다시는 안 읽는 책이 있는가 하면, 어떤 책은 자주 들쳐보게 되는 책이 있다. 이 책은 후자가 될 것이다. 마음에 와 닿았던 문장들에 밑줄을 치고, 힘이 들 때마다 위안이 되는 문장들을 찾아보게 될 것 같다. ‘모든 인간이 던지는 종국적인 질문은 ’나‘라는 존재로 향하게 되어 있다’고 한 시집의 뒤편에 적혀 있었다. 이 책은 그 종국적인 질문을 무시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고 있는 글이다. 인도 곳곳을 빤히 들여다보고 때로는 비스듬하게 쳐다보고 다시 우리에게 ‘나’를 보라고 말하는 것이다. 숨이 턱 막히는 구절도 있고, 왜 이런 것을 몰랐지, 라고 생각되는 구절도 있었다. 흐트러진 마음에 위안으로 다가오는 위로의 말도 있었고, 흥분과 희열에 찬 메시지도 있었다. 우리는 강이란 이름을 버리고 바다를 봐야 하고,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며 진정 모두가 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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