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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 - 우리가 몰랐던 이 땅의 예수들
조현 지음 / 시작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우리가 몰랐던 이 땅의 예수들, 울림  

  이 책은 이 땅에 예수라고 불릴 사람들의 행적을 차분하고 상세하게 적고 있다. 미처 알지 못했던 수많은 예수들을 보면서 감동하고 역사와 삶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에 기독교가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유지될 수 있었는지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런 이 땅에 예수들이 살아갔기 때문에 지금의 기독교가 이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 기독교 100년에 이렇게 울림을 주는 사람들은 인상적이었다. 또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익히 아는 이름들이 자주 언급되는 것도 재미있었다. 우리 학교 건물에도 이름이 붙어 있는 조만식, 한경직 같은 분들이나 보통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문익환 같은 분도 자주 언급되어서 반가웠다. 또 이 수업을 가르치시는 고진하 교수님도 있었기 때문에 더욱 인상적으로 읽게 되었다. 
   이 책에 등장한 인물들은 정말로 말이 아니라 ‘삶’으로 유언을 남기신 분들이었다. 이 분들의 삶을 이렇게 책으로나마 간접적으로 접하고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었다. 맘몬 숭배와 교권주의, 배타주의로 악명 높은 현재 한국 교회가 어떻게 잘못되었고 또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할지 이 책에서 해답을 발견했다.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 피켓을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이 책을 선물해서 읽게 하고 싶었다. 신앙의 유일성 속에서도 초기 기독교 선구자들은 배타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고 영성적 깊이를 지니면서 동시에 신앙과 민족과 이웃이 화해하는 현실을 만들었다. 이 책은 그런 모습을 세세하게 담고 있다. 읽으면서 과거에는 이렇게 멋진 분들과 훌륭한 기독교인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으며, 지금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하면 한 편으로는 안타깝고 아쉬웠다. 도시를 돌아다닐 때마다 웬만한 백화점보다 더 큰 교회 건물들을 보면 이 책에 등장한 분들이 보실 때 어떤 생각을 하실지 궁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 소개된 분은 동화 작가로 유명한 권정생 선생님이었다. 나는 단지 좋은 동화 작가라고만 알고 있던 분이 이런 삶을 사셨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접하게 되었다. 강렬한 충격이었고 놀람의 연속이었다. 평생 십자가를 짊어진 삶을 산 분. 이 분의 말씀 중에서 “모두가 자기는 잘하고 옳은데, 상대방이 문제라고 한다”고 말한 부분이 너무나 공감이 갔다. 정말로 불화와 고통의 원인이 거기에 있다. 또, “나는 죽어서 가는 천당, 생각하고 싶지 않다. 사는 동안만이라도 서로 따뜻하게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말은 가슴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 정말 맑고 순수하신 분이었다. 유언장조차도 유머가 있으면서 진솔한 느낌이 배어나왔다. 
  

 『울림』(조현, 시작, 2008년 12월)은 저자가 “내 친구이던 ‘그런 사람’ 채희동 목사가 세상을 떠난 후, 한국 기독교 100년에 왜 또 울림을 주는 ‘그런 사람들’이 없었겠는가라는 생각이 《한겨레신문》에 ‘숨은 영성가를 찾아서’란 기획연재를 하게 했다.”(12쪽)고 밝히고 있다. 5~7부에 소개되는 인물들은 그러한 의도에 부합되는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앞서 1~4부에서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본 널리 알려진 이들이 주로 나왔다면, 5~7부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람들을 주로 다루고 있어서 더욱 인상적으로 읽게 되었다. 한국 기독교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수많은 업적을 세운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면서도 경건한 신앙심과 예수를 닮은 생을 살아가면서 자기보다 타인을 생각하는 그들의 모습은 많은 감동을 전해주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결코 알 수 없었던 분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우리 주위에 사람들이기 때문에 위인들처럼 막연하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삶이 피부에 와 닿았다. 내가 닿을 수 없는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아니라, 바로 옆에서 살다간 이웃들을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발자취가 진정으로 가슴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역사에 남은 위대한 사람들보다, 이렇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선지자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기독교가 있는 것이다. 지금도 이런 사람들이 주위에 있지만 잘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현재 한국 기독교의 많은 문제점들이 이들의 삶을 바탕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이들의 삶은 진정 예수의 삶과 닮았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들이 책장 사이마다 깃들어 있었다.  

  책의 후기에서 저자는 “구한말의 선각자들이 기독교를 ‘선택’한 이유는 기독교 자체보다 그 시대와 사회, 기존 종교의 실상에서 찾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외세에게 나라를 잃지 않았고, 전쟁의 참화에 빠지지 않아 안정되었고, 기존 종교들이 제 구실을 감당했다면 기독교 그리도 빨리 이 땅에 착근하기는 어려웠으리라.”(311)고 말한다. 그러는 한 편 선각자들은 국민의식을 바로 세워줄 새로운 정신과 사상으로 기독교를 선택했다. 또한 기득권으로부터 소외된 지역부터 개신교가 널리 퍼졌고, 기독교와 상당히 가까운 교리의 틀을 갖춘 동학이 사회변혁운동으로서 이미 한차례 전국을 휩쓴 덕분에 기독교가 보다 더 쉽게 스며들 수 있었다. 

  “나라를 잃고 이런 고난을 받는 근본 원인이 일제나 외부에 있기보다는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알아야 한다.”(313쪽)는 기독교인 도산 안창호의 말은 간디보다 10년 먼저 민족을 깨워야 한다는 점을 자각하고 그 방법 중 하나로 기독교를 내세웠다.

  한국 기독교는 이제 물신주의와 성공주의에서 벗어나 사람을 평안하게 하고 화해시키고 행복하게 만드는 영성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이제 교회가 불열과 갈등의 늪에서 벗어나 모두를 하나로 묶는 구심체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문화와 문화, 종교와 종교 간의 반목과 갈등이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는 현대에 한국의 기독교는 회통과 화해의 문명으로서 세계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다.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 이 땅에서 태어나 이 땅을 위해 죽어간 선구자들. 그들이 보인 예수님의 사랑이 한국 기독교의 희망이다.

  이 책의 선각자들이 전하는 ‘울림’이 희망의 밀알이 되어 우리 가슴에 심어지길 바란다.(316쪽) 

  316쪽 마지막 세 문단이 이 책의 의미와 가치를 정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선각자들의 모습은 한국 기독교 100년 역사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앞으로 한국 기독교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서 신학적이 찬반이나 논리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이 책은 신학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선각자들의 삶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가 보고 느껴야 할 것은 예수를 닮은 이들의 삶과 행적이다. 실천으로 기독교 문화를 새롭게 하고 개혁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관용과 배려가 가득한 헌신하는 삶을 살아간 우리 조상들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읽을 만한 책이다. 기독교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역사와 인물들을 보고 알 수 있는 기회이며, 또한 삶의 목적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스물 네 명의 선각자들의 삶을 읽으면서 감탄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고 감동하기도 하고 때론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도 하면서 인상 깊게 읽었다. 평소에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분들을 마치 눈앞에 보듯이 알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고, 뜻 깊은 독서였다. 어떤 책은 때론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 책은 읽는 사람마다 삶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들고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좋은 책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아직도 가슴에서 울림이 멎지 않고 있다. 이 울림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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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패러독스 - 시간이란 무엇인가
필립 짐바르도.존 보이드 지음, 오정아 옮김 / 미디어윌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타임 패러독스


  ― 시간관을 심리학으로 바라보기


  사람들은 누구나 각자 자신만의 시간관을 갖고 있다. 또한, 사회도 그렇고 국가도 그렇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흔히 다른 나라보다 더 ‘빨리 빨리’가 습관화 된 나라라고 한다. 그에 반해 멕시코나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는 여유가 넘친다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한다. 과연 이런 시간관의 차이는 왜 오는 것이고, 여기에 따라 무슨 현상들이 일어나는가.

  타임 패러독스. 이 책은 바로 이런 시간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은 시간관을 소재로 잡고 있다. ‘시간’ 자체를 탐구한다기보다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시간관’이 그 사람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분석하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 바꿔나가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 많은 기대를 품는 것은 금물이다. 이 책이 시간의 본질을 밝히고 시간에 대해서 모든 걸 파헤쳐놓지는 못한다. 이 책은 단지 시간을 심리학적으로 어떻게 바라보고 개인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대해야 할지 다루고 있다. 이건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지극히 당연한 소리만 늘어놓았기 때문에 읽고 나서 허탈할 수도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주는 책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리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유용한 독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연구 사례들은 무척 흥미롭고, 심리학과 시간이 결합되는 부분들은 또한 재미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시작은 죽음으로 생이 끝난다는 기본적인 전제부터 시작하고 있다. 시간의 유한성을 통해서 우리가 가져야 할 올바른 시간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은 충만한 삶을 사는 방법, 다시 말해 당신에게 할당된 해, 달, 시간, 분, 초를 알뜰하게 사용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인 우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시간을 사용하는지 관찰하며 일생을 보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우리가 해온 연구로 최대한의 혜택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38쪽)


  이 책은 심리적 시간관에 관한 과학적 연구를 적은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획기적인 시간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평소에 알고는 있었어도 명확하게 규정지어서 알고 있지 못한 사실들을 과학적으로 접근해보게 되는 기회를 맞게 된다. 평소에 그냥 별 생각 없었던 자신의 시간관을 돌아보게 만들고 거기서 파생되는 타임 패러독스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시간관을 크게 여섯 가지로 구분한다.


  과거부정적 시간관

  과거긍정적 시간관

  현재숙명론적 시간관

  현재쾌락적 시간관

  미래지향적 시간관

  초월적인 미래 지향적 시간관


  또한, 이 책에는 재미있게도 ZPTI(짐바르도 시간관 검사)와 TFTPI 검사를 해보라고 말하는데, 이건 자신의 시간관을 체크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책에 있는 표에 작성한 후 홈페이지에 있는 점수표를 참고하면 되는데 한 번 연필을 들고 해보는 것도 자신의 시간관을 파악하기에 유용할 것이다. 이렇듯 이 책은 평소에 알 수 없는 자신의 시간관을 여러 가지 과학적인 방법으로 체크해볼 수 있다.

  이 책에는 그 다음에는 각 시간관을 갖고 있는 인물들을 통해 예를 들어주는데, 그냥 어렵게 이론만 늘어놓는 게 아니라 이렇게 직접적인 예를 들어서 설명하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훨씬 편하고 읽는데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읽으면서 자신도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여기서는 또 아닌데,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곳곳에서 시간관이 어떻게 반영되는지 깨달을 수 있고, 주위 사람들이 어떤 시간관을 갖고 사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중간 중간에 다양한 인용을 하고 있는데 이런 점들도 책을 재미있게 만드는 분위기를 환기하는 요소이고, 시간에 대해 여러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인용들이기도 해서 재미있다.


  이 세상은(그리고 시간은) 무대이고

  모든 사람은 배우일 뿐이지.

  그들은 등장하고 퇴장해.

  그리고 한 사람이 자신의 생애에 여러 역할을 맡게 되지.

  ― 윌리엄 셰익스피어, 《뜻대로 하세요》 2막 7장(92쪽)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들은 과거를 되풀이할 운명에 처한다.

  ― 조지 산타야나(93쪽)


  태초에 인간을 빚은 그 진흙으로 마지막 인간을 빚어냈고

  마지막으로 수확할 곡식의 씨앗을 이미 뿌렸으니,

  창조의 첫 아침 최후의 심판 날 새벽에 읽게 될

  기록을 이미 쓴 것이다.


  어제, 오늘의 광기가 마련되었고

  내일의 침묵, 승리, 절망도 준비되었으니

  마셔라! 어디서 왔고 왜 왔는지 알지 못하는 인간이여

  마셔라! 어디로 가는지도 왜 가는지도 모르는 인간이여

  ― 오마르 하이얌(99쪽)


  내가 찾고자 한 것을 구하지 못한다면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꿈, 숨결, 덧없는 즐거움의 거품.

  일주일을 울부짓게 하는 일분의 환희를 살 자가 누구인가?

  장난감을 얻고자 영원을 팔자는 또 누구인가?

  달콤한 포도 한 알을 얻고자 포도나무를 죽일 자는 또 누구인가?

  ― 윌리엄 셰익스피어《루크리스의 능욕》(261쪽)


  다행히 자연법칙은 비교적 한결같은 편이라, 우리는 과학적인 방법을 활용해 신뢰할 수 있는 물리적, 심리적 관계를 밝혀내거나 불안정성의 원인을 규명하기도 한다. 심리학파 중에서도 특히 정신분석학과 행동주의는 과거가 우리 삶의 경로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물리법칙이 당구공의 진행 경로를 결정하는 것처럼 말이다.(100쪽)


  이렇게 심리학에 관한 많은 정보들을 읽는 것은 관심이 있던 사람들에게는 매우 재미있을 것이다. 원래 프로이트가 사용한 독일어 단어는 ‘Es'로 영어로는 대명사 ’It'에 해당하는 단어라든가 ‘과거 재구성하기’ 파트에서 일어나지 않은 과거를 기억하게 되는 사례들이 자세하게 소개 되면서 얻는 지식들은 매우 유용하게 읽혔다. 그리고 이런 사례들을 통해 과거가 얼마든지 재구성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면서 과거에 대한 자신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논리를 차분하게 펼치고 있다. 이미 유명한 『루시퍼 이펙트』의 저자가 참여한 책이기 때문에 글은 논리정연하게 적혀 있고 흡인력이 상당히 높다. 이런 책들은 으레 잠이 쏟아지는 책들이 많은데, 이 책은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쉽게 읽히는 터라 빨리 읽을 수 있다. 읽으면서 어려운 용어들이 나와서 이해가 어려운 것도 아니며 누구나 쉽게 읽어내려 갈 수 있게 적혀 있다.(현재도 이슈가 되는 ‘테러’ 같은 것을 예로 들기 때문에 쉽게 더 관심을 갖고 읽게 된다. 중간에 ‘시간과 육체의 건강’ 장에서 ‘식사와 체중’에 관한 일화로 오프라 윈프리가 필 백그로 박사에게 전용기를 보내서 데려온 뒤에 ‘저희가 왜 뚱뚱한지 말씀 좀 해주세요.’라고 물어서 답변하는 일화 같은 것도 상당히 인상적이고 재미있었다.)

  이 책은 과거를 다룬 다음에는 현재를 그리고 현재를 다룬 다음에는 미래를 다루고 있다. 각각의 시간대마다 자신이 어떤 시간관을 가지면 좋을지 조언을 해준다. 현재를 살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말해주기도 하고 과거부정적과 과거긍정적의 차이점을 알려준다. 특히 미래지향적인 삶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는 아프리카에 위치한 나라, 가나의 축구팀을 예로 들면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축구를 좋아하면서도 몰랐던 사실들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고 더욱 이해가 편하면서 책에 빠져들었다.

  이 책은 그렇다고 어느 한 시간관이 절대적 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는 않다. 각각의 시간관은 장단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한 사람이 매 순간을 단 한가지의 시간관을 갖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때그때 적절한 시간관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시간관들을 구분하고 항상 긍정적이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명확한 언어로 규정짓고 이해를 돕는 책이다. 이 책은 이런 것들을 오랜 연구를 통해 분석하고 제시하는 책인 것이지, 사람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이 주목적인 자기계발류와는 다르다. 그런 책을 통해서는 알 수 없는 과학적 근거와 사례들을 확인하고 이해를 돕는 책이 바로 이 책, 『타임 패러독스』인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시간관을 분석하고 제시함으로써 때론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치우쳐져 있는 사람들에게 균형 잡힌 새로운 시간관을 일러주는 책이다. 어디나 균형이 중요한 법이다. 그러나 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일단 어떤 시간관들이 있고, 어떤 식으로 자신이 받아들이고 적용하고 있는지 새롭게 깨달을 필요가 있다. 이 책은 테스트를 통해서 자신의 시간관을 직접 파악하게 만들고, 또한 각각의 시간관의 장단점을 분석해서 이제는 각 상황마다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이런 시간관이 올바로 잡히는 순간, 우리는 자아실현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의 시간에 대한 태도뿐 아니라 그러한 태도와 관련해 발생하는 행동들도 바뀔 수 있다고 낙관한다.(402쪽)


  단순히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혹은 삶의 방향을 제시받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그런 건 널려 있는 자기계발류 책들을 참고하는 게 훨씬 좋다. 지금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갑자기 시간 활용을 잘 하게 될 자신은 없고, 새로운 내가 될 수도 없다. 물론 잘못된 시간관을 경계하게 되고 미래지향적 시간관을 의식적으로 추구하게 되는 효과는 발휘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저자들도 자신들의 연구를 소개하고 그런 조언과 가이드 역할까지 할 것을 생각했을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책이 제시하는 방식이나 하는 이야기는 요약하면 굉장히 단순한 이야기들이고 긍정적인 태도와 올바른 시간관을 갖자는 이야기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단어만 봐도 알 수 있다. 과거부정적인 시간관은 버리고 미래지향적인 시간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소리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 시간관을 나누는 방식과 어떻게 바꿔나가야 하는지, 또 균형을 잡아야 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 속에 담겨 있다. 그런 이야기를 가기 전에 심리학적으로 시간에 대해 접근하고 사례들을 소개하고 여러 연구들을 언급하면서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이야기들이 이 책의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고 어떤 조사 방법과 사례들이 있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은 적격일 것이다. 시간에 관해서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책이 많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 책은 최근에 나온 책이며 읽기에 수월하고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시간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해보고 싶다면, 또 ‘시간관’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분석하고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은 무척 재미있는 책일 것이다. 시간에 관해서 심리학적으로 생각할 기회가 될 것이며, 인간은 시간의 가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것이 목표 달성과 행복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결국 삶의 의미까지 닿게 된다.


  사람은 마음먹는 만큼 행복하다.

  에이브러햄 링컨


  즐기며 낭비한 시간은 낭비된 것이 아니다

  ─ 버트런드 라셀


  달라이 라마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돈이 더 있어야 하는 게 아닙니다. 크게 성공하거나 이름을 날릴 필요도 없습니다. 완벽한 몸매나 완벽한 애인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는 마음이 있습니다. 마음은 완전한 행복을 얻기 위해 필요한 유일한 도구입니다." 과거를 재구성하고 현재를 해석하고 미래를 건설하는 능력은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도구다. 우리는 그저 그 도구를 사용할 시간만 내면 된다.(340-341쪽)


  이렇듯 책에서는 '행복'에 관해서도 상당히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그리고 그 행복을 가는 길목은 균형 잡힌 시간관이 정신을 유연하게 만들어 장애물들을 돌아가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매일 한 시간씩 다른 모든 일은 덮어두고 파트너와 대화를 나누거나 개를 산책시키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그러한 시간은 어디서 빼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행복해진 시간을 내는 일을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는 점이다.(344쪽)


  과거의 행복: 행복한 추억을 재생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데 시간을 활용하라, 현재의 행복:주의를 기울이는 연습을 하라, 미래의 행복:행복을 추구하라, 변화를 수용하는 법 배우기 : 하루 동안 일탈하라, 행복을 선택하기

  등등 행복에 관해서 좋은 이야기들이 많다. 책에서는 시간은 행복을 발견한 무수히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과거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필요하고 현재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무조건 미래지향적으로 살아서 각박하게 살아야한다는 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니다. 균형 잡힌 시간관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행복의 가치와 시간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최대의 선물은 시간이다. 그 선물을 기꺼이 주고 기꺼이 받자. 온전하게 현재의 순간에 머무르면서 행복을 선택하자.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현재를 즐기고 미래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게 자신을 풀어주자.(350쪽)


  이따금 평생에 걸쳐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중요한 결정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결혼을 한다거나 아이를 갖는다거나 변호사나 예술가, 전기기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한다거나 하는 결정들 말입니다. 행복해지겠다는 굳은 결심 ─ 행복을 가져다주는 요소들에 대해 배우고 더욱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겠다는 ─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행복을 확실한 목표로 삼고 체계적으로 행복을 추구하겠다는 결심을 마음에 새기면 남은 삶은 완전히 바뀔 수 있습니다.

  ─ 달라이 라마(349쪽)


  균형 잡힌 시간관을 갖게 된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행복할 확률이 높다. 최근에 이루어진 영국의 한 연구는 세 개의 긍정적인 시간관 ― 과거긍정적, 미래지향적, 현재쾌락적 시간관 ― 에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고, 과거부정적 시간관과 현재숙명론적 시간관에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으며 균형 잡힌 시간관을 가진 것으로 규정했다.(412쪽)


  우리는 한정된 시간 위에서 살고 있고 벗어날 수 없다. 어차피 벗어날 수 없는 굴레라면, 그 시간에 대해서 오히려 더 파고들어서 자세히 아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껏 자신이 어떤 시간관을 가지고 살아왔고 어떤 문제점들이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고 단순하지만 쉽게 들을 수 없는 조언들과 전략 등을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시간’을 다른 방식으로 인식하고 생각해 볼 기회가 될 것이다. 시간은 곧 우리의 삶 그 자체다. 이 책은 우리의 삶과 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남은 시간, 남은 삶, 남은 인생, 앞으로 즐길 이 모든 순간들에 대해서.


  각 시간관에 관련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보여주긴 했지만, 우리가 무엇보다도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균형 잡힌 시간관을 발달시키면 삶을 더 나은 쪽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적당한 미래지향적 성향과 현재쾌락적 성향, 그리고 충분한 과거긍정적 성향이 섞인 시간관이 우리가 제안하는 가장 이상적인 시간관이다. 상황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각 시간관을 융통성 있게 적용하면 시간을 최대한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중략)

  당신의 시간은 그 어떠한 것보다도 소중하며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소중한 시간을 행복과 목적, 그리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들을 추구하는 데 써야 한다.

  (중략)

  우리는 어제 발견한 것에 감사하며 오늘 발견하는 것에 경탄하고 내일 찾게 될 것에 희망을 품으면서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4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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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없는 미래 - 비폭력이 살길이다
마이클 네이글러 지음, 이창희 옮김 / 두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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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없는 미래 - 비폭력이 살길이다』(원제 The Search for a Nonviolent Future, 마이클 네이글러, 이창희, 두레)는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책이다. 이 많은 분량 속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어쩌면 조금은 낯선 단어일지도 모르는 ‘비폭력’이라는 단어다. 우리는 지금 ‘비폭력’이라는 단어보다 ‘폭력’이라는 단어를 훨씬 많이 들어보는 사회에 살고 있다. 21세기에 와서도 전쟁은 사라지지 않고, 분쟁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며, 테러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양성 간의 폭력, 인종 간의 폭력, 이념 간의 폭력 등 우리 주위에 매체가 알리는 소식은 온통 폭력 투성이다. 하지만, 과연 폭력은 당연한 것일까. 그건 어찌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은 그런 모든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폭력’은 결코 인간의 본성이 아니며 그것은 잘못된 지식이라고 주장한다. ‘비폭력’은 얼마든지 훈련 가능한 것이며 수많은 분쟁들을 해결할 수 있는 올바른 방법은 ‘비폭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에서 이런 문장을 읽은 기억이 있다.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 될 수 없다.”라는 문장. 어린 아이가 잘못을 해놓고는 조숙하게 저런 문장을 말하며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이었지만, 유난히 저 문장이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있다. 종종 써먹을만하다 여기고 가슴 깊이 새겨둔 탓도 있겠지만. 어쨌든 간에 저 문장은 진리가 아닐 수 없으며, 지금까지 내 삶에 깊은 영향을 끼쳐왔다. 어떠한 폭력도 정당화 될 수 없으며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어릴 때부터 머릿속에 깊이 박힌 것이다. 때론 폭력이 필요하다고? 전쟁 같은 극한의 상황은 폭력이 불가피하다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여기 이 책을 읽어보라. 『폭력 없는 미래』. 이 책에서는 다양한 실제 사례를 제시하면서 그 모든 의견들을 부정하고 있다. 잘못된 고정관념을 없애기에는 이만큼 좋은 책이 없을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은 미국 쇠고기 문제로 촛불집회가 한창이다. 여기서 특기할만한 사실은 과거처럼 시위가 폭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처음에 이 책을 읽을 마음이 든 것도 바로 이러한 사실 때문이었다. 시민들이 이제는 더 이상 폭력에 의존하지 않는다. 시위도 평화롭게 진행한다. 비폭력. 사람들이 외치는 비폭력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어떠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서 과거 1979년 6. 10 민주 운동 장면을 보았다. 놀랍게도 그 당시에도 사람들은 지금처럼 “비폭력!”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전경들에게 꽃을 꽂아주는 것도 같았고, 전경 무리가 떨어져 나가자 폭력을 가하지 않고 다시 무리에 합류하도록 도와주었다. 나는 거기서 말로 형용하기 힘든 어떤 숭고한 감정을 느꼈다. 그 오래전에도 지금과 똑같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결국, 그때도 ‘비폭력’이라는 단어를 외쳤구나.
  이 책을 읽으면 내가 느낀 그 감정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는지. 그 감정을 무어라 부르는지. 그 감정이 만들어낸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이며, 지금까지 세상을 얼마나 많이 바꿔왔는지 알 수 있다. 폭력이 없는 시위에서 당신도 어떤 감동을 느꼈다면, 이 책을 펼치면 동시대에 일어났던 수많은 사례들을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체계적으로 끊임없이 이러한 질문을 던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쓰여 졌다고 한다. 바로 “우리는 어떤 경우에 폭력을 선택하는가? 그리고 폭력 대신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
  이 책은 비폭력에 대해서 설명함은 물론이고 이 사회에서 인류가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많은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가령, “폭력 장면으로 범벅이 된” 텔레비전을 끈다거나, 명상을 하며 비폭력을 위한 훈련을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이 책은 어떤 사건에 대한 분노가 또 다른 폭력을 만드는 것을 경계한다. 한층 더 떨어진 시점에서 자신의 마음을 되돌아보게 만들고, 사건의 본질을 바라보게 만든다. 한 순간에 분노로 또다시 폭력을 만드는 게 아니라, 폭력의 근원을 없애는 쪽으로 마음이 움직이길 권하고 있는 것이다. 서문에서 작가는 순진한 몽상가 취급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슬프다고 해서 복수를 외치는 것은 아니다.”라는 모토에 찬성하지 않은 사람들은 간혹 9․11 사태에서 내가 가족을 잃었어도 그렇게 말하겠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틀렸다.
  이 책의 서문을 사촌인 칙에게 바친다. 칙은 자신의 아내인 실비카가 9․11 사태가 있던 날 밤 직장이 있던 세계무역센터 1층에서 비틀거리며 걸어 나와 집으로 돌아온 지 얼마 뒤에 심장 발작을 일으켰고, 이어 사망했다.

    2002년 9월 11일 ― 『폭력 없는 미래』, 마이클 네이글러, 두레, 18면


  이 책에서는 특히 주요하게 다뤄지는 인물은 바로 간디이다. 이 책은 간디가 이룬 업적들과 그의 사상들이 적절한 예시들로 다뤄지면서 비폭력 운동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간디는 인류 역사상 비폭력 운동을 가장 크게 전개한 인물이었고, 지금껏 그 상징이 되어왔다. 이 책은 그가 행한 업적과 사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며 비폭력 운동에 어떤 기틀을 세웠는지를 상세히 알 수 있다.

  분을 삭이며 하룻밤을 지낸 간디는 자신이 겪은 모욕을 개인의 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서 첫 번째 실마리를 찾았다. 오히려 간디는 자신에게 가해진 모욕으로부터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가하는 비인간성, 인종차별주의의 추악함 등을 보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나”라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인간이 서로에게 이럴 수가 있나”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두 번째 실마리는 인간 본성에 관한 간디의 믿음이었다. 이미 그때 간디는 사람들이 진실을 영원히 외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믿고 있었다. ― 『폭력 없는 미래』, 마이클 네이글러, 두레, 122-123면

  폭력으로부터 벗어난 사람은 일종의 특이한 기쁨을 맛보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언급하는 예시 중 하나는 1964년 앨라배마 주의 버밍햄에서 있던 시위 행진이다. 지금 촛불집회처럼 시위 행진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끄는 예시 중 하나였다.

  얼마 후 우리는 어떤 지도자의 말대로 “영혼이 도취된” 상태에 이르렀다. ……경찰과 소방대원도 이것을 느끼기 시작했고 조금씩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나도 나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몰랐다. 그리고 일어나서 경찰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린 돌아서지 않는다. 잘못한 것도 없다. 원하는 것은 자유뿐이다. 이러고 있는 당신들의 기분은 어떤가?” 흑인들은 다시 행진을 시작했고 불 코너(악명 높은 인종차별주의 경찰서장)는 이렇게 외쳤다. “물 대포 쏴!” 소방대원들은 꿈쩍도 안 했다. 서장은 한 번 더 같은 명령을 내렸지만 여전히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소방대원들이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아무튼 흑인들은 저지선을 넘어갔다. ― 『폭력 없는 미래』, 마이클 네이글러, 두레, 125면

  이 다음에 책에서는 정치적은 힘은 흔히 총구에서 나온다고 하지만 이 사건을 보면 총은 모두 경찰 손에 있었지만 힘은 모두 시위대에 있었다고 말한다. 즉, 이런 예시들이 한결 같이 비폭력이 얼마나 강한 힘을 갖고 있으며, 이 힘이 얼마나 다양한 방법으로 모습을 드러내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듯 다양한 사례를 통해 비폭력의 효과를 독자에게 확실히 알리고 있다. 본문 안에서 글쓴이는 비폭력의 효과를 한 마디로 이렇게 요약했다.

  비폭력은 가끔 “효과”가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항상 효과가 있다.
  반면 폭력은 가끔 “효과”가 있고 궁극적으로는 전혀 효과가 없다.


  그리고 6장 건설적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비폭력 단체들의 예를 들고 있다. 이걸 통해서 나는 현재 전세계에 비폭력 운동가들이 얼마나 많고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들을 행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었다. 폭력을 없애는 건 또 다른 폭력이 아니다. 그건 잠시 효과가 있는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으며 폭력을 더욱 늘리는 것이다. 사형 제도가 있다고 해서 범죄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여기서는 중요한 것은 그들을 징계하는 게 아니라 치유하는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앞에서 말했던 텔레비전 시청에 관한 부분도 여기 인용해본다.

  텔레비전은 항상 시청률에 매달린다. 그리고 어떤 사상적 기반에서 통속성이나 폭력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다. “귀사 프로그램의 폭력성 때문에 더 이상 귀사의 채널을 시청하지 않기로 했습니다.”라는 정중한 편지를, 이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광고주들을 ‘참조’로 하여 보내기만 해도 효과가 있다. 더 많이 보낼수록 효과는 더 커진다. 진실에 바탕을 둔 운동이라 해서 곧 성공을 거두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수그러들지도 않는다.
  텔레비전을 비롯한 여러 매체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 건설적인 사업을 시작하는 것보다는 효과가 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식의 거부운동이 실제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상당히 많다. 텔레비전 시청을 그만둔 가족은 서로에 대해 새롭게 깨닫게 되며,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는 것이 훨씬 만족스럽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 『폭력 없는 미래』, 마이클 네이글러, 두레, 295면


  이 책은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일상에서의 말에서도 폭력이 잠재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비유들이 지나치게 폭력적이 될 수 있으며 또한 사물을 인격화 하고 반대로 인간을 사물화해서 인간성을 상실시킨다는 것이다. 시민을 단지 물로 비유하고 게릴라를 물고기로 비유하는 것 등을 예시로 들면서 말이다. 미군이 병사들을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게임을 주로 활용하는 것 역시 비슷한 문제점을 발생시킨다. 사람을 죽이는 것도 마치 게임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수업 시간에 앞에 교수님이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나가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 역시 텔레비전 같은 것을 주로 시청하면서 앞에 있는 교수가 실제 피부에 와닿는 거리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바로 이런 점들은 하나의 진실을 말하고 있다. 폭력 속에서 다른 사람의 인간성이라는 진실은 철저히 거부된다는 점이다.

  많은 전쟁에 종군한 바 있는 크리스 헤지스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폭력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여기 관여하는 사람들을 모두 부패시킨다.” 임무를 방기한 혐의로 군법 회의에 회부된 막스 플라우만 중위는 판사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무질서로 질서를 낳을 수는 없다. 선을 얻기 위해 악을 행하는 것은 분명 미친 짓이다.” ― 『폭력 없는 미래』, 마이클 네이글러, 두레, 385면

  인간은 아직 정신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여 지속적인 평화의 조건을 만들고 이를 제도화 하려는 노력을 해 본 적이 없다. 노먼 커즌즈가 말했던 것처럼 “비관주의가 되기에 우리는 아는 것이 너무 적다.” 20세기가 밝기 전까지 인간은 비폭력을 세계에 체계적으로 적용할 방법을 몰랐다. 아니면 그런 방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간디가 이러한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기 위해 살다 갔다. 구자라트의 여성들, 북서쪽 국경지대의 파탄 족, 많은 집단과 무수한 개인들이 삶과 죽음을 통해 이러한 힘이 얼마나 쓸모 있는 것인가 보여주었다. 이제 이 선구자들로부터 배울 때다. 그들의 노고와 고통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바를 다시 한번 이야기하면 이렇다. 우리의 과제는 전쟁을 멈추는 것이라기보다는 비폭력을 시작하는 것이다. ― 『폭력 없는 미래』, 마이클 네이글러, 두레, 395면


  폭력은 우리 편 아니면 적이라고 보는 시점이다. 폭력은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까지 피해를 끼치는 행동이며 궁극적으로 지구까지 피해를 입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폭력은 결코 유전적인 것이 아니며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얼마든지 훈련을 통해 비폭력을 유지할 수 있고 이 힘은 결국 폭력보다 더 많은 것을 이득으로 만든다. 폭력의 세계관은 “획성을 통한 분열”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런 파시즘의 극과 극을 이루는 생각은 헤갤이 명명한 “다양성 속의 통합”이라고 한다. 다양성 속의 통합은 모든 생명체 상호 간의 명령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각 생명체의 독특한 가치를 당연히 인정한다는 것이다. 다양성 속의 통합은 비폭력과 조화를 이룬다.

  세계 인구는 현재 60억이며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양성 속의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인간 하나하나는 무한히 소중하다. 이 기본적인 생각이 오늘날 더 밝아지기는커녕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사형제도의 부활, 안락사, 물질주의, 끔찍한 인권 침해, 아이를 기르는 데 필요한 가족의 와해와 지원 시스템의 붕괴 같은 것들은 모두 우리의 이 기본적인 생각을 망치는 모습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오늘날 폭력을 통제하기 위해 폭력을 쓴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시대에 거쳐 비폭력 옹호자들에게는 생명은 신성하다는 것이 금언으로 되어 있다. 모든 생명의 합이 특정한 하나의 생명보다 더 소중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무한의 합은 결국 무한이니까 말이다. ― 『폭력 없는 미래』, 마이클 네이글러, 두레, 410-411면

  마틴 루터 킹의 설교를 이렇게 바꾸고 싶은 생각이 든다. “비폭력이 틀렸다면 다양성 속의 통합이 틀렸다. 그러면 생명의 신성함이 틀렸고, 문명의 기반이 틀렸다.”
  지금 하는 것처럼 생명의 신성함을 포기한다면, 안락사와 낙태를 허용하고 “범죄자들”을 처형하면 사회가 안전해질 것이라는 편리한 망상을 허용한다면 우리는 문명의 원칙을 저버리는 것이 된다. ― 『폭력 없는 미래』, 마이클 네이글러, 두레, 414면


  이 책에서는 그동안 벌어진 비폭력 운동의 역사를 알 수 있고 거기에 명명된 다양한 명칭들을 알 수 있다. 또한,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비폭력’이 실체가 있는 운동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며 지금 자신도 작은 일 하나부터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덧붙이자면, 이 책을 널리 알리고 싶은 욕구가 든다. 이 책을 우리나라 국민 모두에게 읽힐 수는 없을까. 아니 전 세계 사람들 모두가 읽는다면 과연 세상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그렇다면 정말 책 한 권이 세계를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책을 지금 적어도 이 리뷰를 읽는 사람이라도 꼭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다고 바란다. 나아가서는 지금 촛불집회에 나서는 사람들과 전경들, 경찰청장과 국회의원들 그리고 대통령까지 읽기를 소망한다.
  물론 읽은 사람들은 허황된 점들이 많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생각이 도무지 바뀌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인류가 나아갈 길은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먼 미래에 인류가 버튼 몇 개를 누르고 자멸하는 미래를 맞지 않기 위해서는 더 이상 ‘폭력’에 기대는 게 아니라 ‘비폭력’에 모든 걸 맡겨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시기는 지금 이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폭력이 가지는 힘의 실체를 두 눈으로 볼 수 있었고, 거기에 감동하고 감화될 수 있었다. 비폭력이 가지는 힘은 정녕 컸고 폭력에 맞서는 건 역시 비폭력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나도 비폭력을 약간은 환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수많은 매체들에 영향을 받은 탓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사태는 일단 폭력으로 해결해야 하지 않나 싶은 때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써 오로지 비폭력만이 살길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물론 그것은 아주 천천히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세상을 바꾸는 힘은 궁극적으로 영원히 그 효과가 남을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폭력을 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없애는 완벽한 진화를 이룰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결국, 인간이 지향할 점은 비폭력이니까. 폭력과 비폭력을 나눌 때 결코 폭력이 더 나은 점은 단 하나도 없다. 미국에서는 수만 건의 총기 사건이 터지지만 총기가 아예 소지가 불법인 한국에서는 총기 사건을 찾아보기 힘들다. 비폭력은 힘들어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인간의 이상향이다.
  책의 마지막에 이야기한 것을 요약한 부분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치겠다.
  그리고 ‘비폭력’이라는 단어에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현재 촛불집회를 보며 한 번이라도 감동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책은 비폭력이라는 단어를 몸 속 가득히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줄 것이며 어쩌면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 먼 훗날 이 책을 읽는 순간이 자기 인생의 전환기였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는 것이다. 폭력 없는 미래는 내면에서부터 시작한다.

  * 대안 미디어를 활용하라(상업적 미디어를 쓸 때는 극도로 주의해야 한다.)
  * 스스로의 마음을 돌보라.
  *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그리고 개인으로서 친근하게 대하라.
  * 비폭력을 학습하라.
  * 평화를 구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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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8-06-29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집해제를 무사히 잘 마치고 귀환함을 환영합니다.
리뷰는 저보다 더 길게 쓰다니 놀랍습니다. 아익쿠 형님~ ㅎㅎㅎ

책 속의 요점만 뽑아줘서 글 쓸때 눈팅해야겠슴다.

twinpix 2008-06-29 18:50   좋아요 0 | URL
앗, 감사합니다. 리뷰는 워낙 인용이 많아져서 길어진 것 같아요. 이 책이 워낙 분량도 많고 사례 중심으로 언급할만한 사례가 많아서 욕심이 과해진 듯. 아무튼 요약하기 힘든 책이었어요.^^;;(읽기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역시 읽어볼만한 책이었던듯.) 아무튼 리플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스포츠 키드의 추억
신윤동욱 지음 / 개마고원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사람은 누구나 삶의 활력소를 갖고 있다.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리고 다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말이다. 그게 어떤 사람에게는 노래가 될 것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영화가 또 어떤 사람에게는 사랑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가진 삶의 활력소는 무엇이 있을까? 내게 있어 삶의 활력소 중 하나는 축구다. 오래전부터 축구팬이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축구를 잘하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축구 보기를 좋아한다. 울적할 때, 짜증이 날 때, 머리가 복잡할 때 내 자신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안정제이다. 공 하나를 보며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선수들, 각종 기묘한 드리블 기술과 민첩한 몸놀림 그리고 마침내 터지는 천금 같은 결승골. 카타르시스.

  이런 내가 알라딘 서평단 도서 중에 『스포츠 키드의 추억』이란 책을 발견하고 그냥 지나칠 수 있을 리가 없다. 스포츠라면 당연히 축구 이야기도 제법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서평단을 신청했다. 오랜만에 신청한 까닭인지 다행히 서평단으로 선정이 되었고 책을 받게 되었다.

  처음 책을 받아본 감상은 무게는 가볍게 느껴졌고 깔끔하게 편집되었다는 느낌이었다. 모두 흑백이긴 했지만 사진들도 제법 들어가 있었고 재미있는 제목이 달린 글들도 있어서 흥미가 유발되었다. 무엇보다도 축구 이야기도 많아 보였다. 마음에 들었다.
  제목만 보고 신청한 터라 사실 이 책의 정체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했는데, 알고 보니 『한겨레21』에 문화부 기자인 신윤동욱 기자가 「스포츠 일러스트」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칼럼을 묶은 책이었다. 일단, 그런 사전 지식을 숙지하고 나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읽은 방식은 다른 사람들과는 아마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책을 반씩 나누어서 읽었다. 일단, 축구 칼럼만 찾아 읽었다. 처음 이 책을 읽고자 한 것도 축구 이야기 때문이었고 워낙 축구를 좋아하는 터라 축구 이야기부터 읽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때의 감상은 약간은 실망이었다. 칼럼이기 때문인지, 전문적 지식이나 새로운 정보보다는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와 비슷한 감상을 가졌거나 내가 아끼는 선수를 마찬가지로 칭찬하는 내용을 읽고 있노라면 동질감을 느끼면서 즐겁기도 했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굳이 책으로 읽는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약간의 실망을 안고 이번에는 나머지 글들을 읽어보았다. 이러니, 이건 완전 다른 책을 읽는 기분이었다. 내가 모르던 스포츠들에 대한 정보들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만약 이 책을 쓴 필자와 나이가 비슷한 동년배의 사람이라면 추억을 회상하기 딱 좋았을 이야기들도 나는 어렸을 적의 희미한 기억을 더듬으며 읽어야했다. 신기하고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축구라는 메이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스포츠 종목들의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십 년이 넘게 뛰고 있는 선수들의 이야기들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들이었고 신화였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도 땀을 흘리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관심 밖이었던 올림픽이 무작정 기다려졌다. 이 책에 나온 이들의 활약상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동안 올림픽은 금메달 개수만 확인하고 말았지만, 이번에는 선수들의 이름이며 경기를 직접 확인하게 될 것 같다. 책 한 권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다. 사람에게 이토록 영향을 끼칠 수 있다니.

  전체적으로 깔끔한 문장들로 이루어진 글들이라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유머 섞인 재치 있는 글들이기 때문에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며 읽을 수 있다. 애국주의 관점에서 보는 스포츠에서 벗어나자는 작가의 시선도 반갑고 건강하다. 금메달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즐기는 쿨한 선수들의 등장도 좋았다. 그리고 또한 노장 선수들의 애환과 노력을 엿볼 수 있고 자기도 모르게 그들의 팬이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2008년이 되면, 오래 뛰는 ‘언니’들을 응원하기도 하고, 앙골라 여자 핸드볼 팀을 응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또, 나만의 응원팀을 발견할 수도 있겠지. 삶은 하나의 거대한 스포츠일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때로 스포츠에 열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곳에서 우린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드라마를 발견하여 위안을 얻고, 또 은퇴하지 않고 꿋꿋하게 경기장에 서는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스포츠를 좋아한다면 그리고 또 좋아하고 싶은 독자라면 권하고 싶다. CF에서 성룡이 베이징 올림픽으로 가는 방법은 비자 카드라고 광고하고 있지만, 실제론 이 한 권의 책으로도 베이징 올림픽을 갈 수 있는 좋은 티켓이 아닌가 싶다. :D

 

 

※ 이 리뷰는 본문에도 언급했듯이 알라딘 서평단 도서를 읽고 쓴 서평단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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