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을 떨어뜨린 나무들도,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호수의 물결도, 조금씩 밝아오는 하늘도, 어쩌면 모두 신에게 보답하기 위해 그렇게 움직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까닭도, 또 달릴 수 있는 힘이 남은 까닭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 뛰지 않는 가슴들도 모두 유죄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 많은 공기를, 더 많은 바람을, 더 많은 서늘함을 요구해야만 한다. 잊을 수 없도록 지금 이 순간을 더 많이 지켜보고, 더 많이 귀를 기울이고, 더 많이 맛보아야만 한다. 그게 바로 아침의 미명 속에서도 우리가 달리는 이유다. 그게 바로 때로 힘들고 지친다고 해도 우리가 계속 살아가는 이유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심장이 뛰고 있다면, 그건 당신이 살아 있다는 뜻이다. 그 삶을 마음껏 누리는 게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의무이고 우리가 누려야 할 권리다. 우리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읽GO 듣GO 달린다』, 김연수, 문학동네, 뒷표지 전문
김연수 작가의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을 재미있게 읽고 또다시 김연수의 소설 보다 산문집을 읽고 싶었었다. 이번에 신작 장편인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문학동네)이 출간되면서 한정판으로 작가가 이글루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얇은 책자를 냈다.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표지를 장식하는 등 작가 자신도 한번쯤 내보고 싶었다던 한정판. 아직 앞 부분 조금만 읽었을 뿐이지만 너무 마음에 든다. 작가가 읽은 책들에 대해서 쓴 「읽는다」라는 파트, 또 작가가 들은 음악에 대해서 쓴 「듣는다」라는 파트, 그리고 작가가 마라톤을 하면서 느낀 감상들을 쓴 「달린다」라는 파트. 공감가는 대목도 많고 인상깊은 문장이나 생각도 참 많다. 얇고 조그마한 책이지만 참 매력적인 책이다. 왠지 한정본이기에 더욱 소중하게 여겨지는 듯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