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6~8일이 여름 휴가였습니다.
작년에는 회사에 들어간 지 1년이 되지 않아 연차가 없어서 제대로 못 쉬었는데(하필, 작년에는 전체 휴가를 안 쉬고 각자 따로 쉬는 바람에) 올해는 전체 휴가이기도 해서 아무튼 오랜만에 길게 쉬어봤어요.
몇 주 전부터 휴가 때 뭘할까 고민은 많았어요. 결국은 어딜 놀러가거나 하진 않고 주말의 연장선이었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휴가는 역시나 휴가인거죠.




휴가 기간 동안 세 편의 영화를 봤습니다. 첫 번째는 <화려한 휴가>. 작년 <괴물>에 이어 가족들이 두 번째로 다 같이 극장에 가서 봤습니다.(작년에는 제가 월급 받은 기념으로 외식도 하고 처음으로 가족 다 같이 영화도 봤었죠.:D) 이 영화는 슬플거라고 이미 마음의 대비를 많이 하고 간 탓인지, 아니면 예상보다 영화가 조금 기대에 떨어져서 그런지 몰라도 친구처럼 펑펑 운다거나 그러진 않았습니다. 예상외로 담담하게 봤어요.(뭐, 사실 쉽게 감동받고 하는 편이라 마지막 즈음에 울컥하긴 했습니다만.) 
아무튼 이런 영화가 나왔다는 것이 역시 의미가 크겠죠. 강풀의 <26년> 영화화도 기대가 됐습니다. 부모님이랑 같이 봐서 의미 있었던 것 같아요. 극장을 나오면서 부모님이 당시 시대가 어땠는지 이야기해주면서 같이 집으로 걸어갔는데, 좋은 시간이었어요. 좀 더 이런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할 텐데 말이죠.




그 다음은 바로 다음 날 조조로 본 <기담>. 평소 공포영화라면 절대 못 보는 친구가 보자고 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영화입니다. 무서운 걸 못 보는 아이인데, 워낙 영상이 예쁘고 또 다루는 시대가 마음에 들어서 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거기에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친구와 셋이서 관람했습니다. 워낙 제가 읽은 평들이 다 극찬(?) 밖에 없었던 탓에 아주 만족한 것은 아니지만, 괜찮게 봤습니다. 이래서 역시 영화는 아무 사전정보 없이 봐야 해요.
하여간, 영상도 정말 빼어나게 예뻤고 공포도 괜찮았습니다. 공포영화를 못 보는 아이는 대부분의 장면에서 눈을 가려야 했는데, 나중에 나오면서 잠시 내용 연결이 안 된다며 머릿속에서 재구성하고 있다더군요. 하핫. 그래도 재미있게 봤다니 다행이긴 합니다. 
음, 누가 올해 나온 공포영화 중 가장 좋다고 하던데, 이제 자연스레 <두 사람이다>가 궁금해지더군요. 윤진서라는 마음에 드는 배우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볼 지 말지는 아직 미정입니다. 사전정보 없이 보고 싶지만, 또 남들 평 읽어보고 가는 게 이미 습관이 된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영화는 그 요즘 장안의 화제인 <디워>. 사실 개봉 전에는 동정표로 반드시 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막상 개봉하고 나서는 시큰둥해져버리고 만 영화입니다. 그런데 제가 인터넷을 안 했으면 모르겠는데, 인터넷 라이프를 즐기다 보니 가는 사이트마다 <디워> 글로 도배가 되어서 안 볼 수가 없겠더라고요.
아무 글도 읽을 수 없고 참여할 수 없는 참담함 때문에 혼자서라도 봐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망가진 MP3를 고치러 코엑스에 가는 김에 수리하는 시간 동안 혼자 봤습니다.(이번 휴가의 결과물 중 하나죠. 드디어 아이리버 클릭스를 고쳤습니다! 애니메이션도 보고 음악도 듣고 행복해요!^^)

보니까, 확실히 현재 400만을 넘어서는 관객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제 앞 줄에는 20대 쯤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는데, 시작하면서부터 계속 어이없는 장면들에서 많이 비웃음을 날렸습니다.
제 바로 왼쪽 옆에는 엄마와 함께 온 꼬마아이가 앉았는데 초반에는 좀 지루해 하다가 펑펑 터트려주기 시작하면서 고개를 앞으로 쑥 내밀면서 엄청 집중하면서 보더라고요. 역시 아이들 눈에는 재미있게 보였겠지요. 대부분의 블록버스트은 뭐든 아이들에게 재미있겠지만 말이죠. 아무튼 현재 극장가에 엄마들이 아이 이끌고 볼만한 영화는 <디워> 정도일 테니까요. 
제 오른쪽 옆에는 30대로 보이는 남자 두 분이 관람하러 오셨더군요. 크게 웃거나 진지하게 보는 눈초리는 아니었지만, 가끔은 어이없는 표정도 지으면서 적당히 관람하시는 눈치였습니다. 아무튼 그리고 저를 포함해서 이런 다양한 세대가 꾸준히 보고 있으니 일단 흥행은 어느 정도 이어나가겠죠. 그러나 미국에서의 반응이 걱정스러웠습니다. 일단 저는 아무런 기대 없이 봤기 때문에 그냥 확인차, 그러려니 하면서 봤지만, 미국에서의 참패가 염려되었습니다. <원더플 데이즈>보단 낫더군요. 아무튼 개봉 첫 주에 승부를 봐야 할 것 같던데 여러모로 걱정되더군요.

영화를 본 것 외에도 독서도 했죠. 그러나 평소에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력하진 않았고 다른 것을 할까 하다가 습작을 한 편 완성. 오랜만에 써서 참 좋았습니다. 습작 한 편 완성했기 때문에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휴가였지만 남는 게 있었습니다. 친구에게 보내주었는데 괜찮다고 해서 좋았고요. 예전에 그 친구가 보낸 소설마다 제가 거의 단편 소설 분량만큼의 비평(?)을 보내주곤 했는데, 최근에 한 번은 재미있게 읽었다고 좋다고 보내주니 애정이 식었다더군요.(좋아서 할 말이 없는 걸 어떡하라는 건지.-.-a) 아무튼 이번 휴가의 산물을 주말에 차근차근 퇴고해야겠죠.^^

오늘 일 끝나고 집으로 귀환하면서 하늘을 보니 참 쾌청하더군요. 오랜만에 파란 하늘을 봐서 기분이 한껏 좋았습니다. 그런데 비가 오더라고요. 여우비였나봐요. 맑은 하늘에 내리는 비라니,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덕분에 희미하지만 무지개도 봤어요. 몇 년만인지. 십 년은 되었을지도? 아무튼 그래서 더더욱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집에 갈 때쯤, 어머니께서 늦게 오신다고 후라이드 치킨 2마리에 9,000원 짜리 사가지고 동생과 아버지와 함께 저녁 먹으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치킨을 사들고 가는데 동생을 만났습니다. 동생은 친구들과 밥먹으러고 나가는 중이었죠. 집에 도착하니 아버지는 밥 먹고 오신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결국 혼자 치킨 한 마리 먹어치우고 나머지 한 마리는 그대로 냉장고 속으로 갔습니다. 어젯밤에는 출출하다고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피자 시켜먹었죠. 살만 찌는 나날인 것 같습니다. 운동을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오면서 차 안에서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 오늘 하늘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구름들이 정말 장난 아닌 예술이었죠!



흰구름 사이에 검은 구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화창한 날 비가 오기도 하고요.
하얀 마음 속에 숨어 있는 어두운 고민들 같습니다. 'ㅁ';;;(아, 유치해.)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찍은 사진. 구름 사이로 마지막 빛 줄기가.
어느덧 밤이 왔네요.
모두 좋은 주말 보내세요.



p.s 아, 이토록 긴 글을 누가 읽기나 하실지. 3회에 걸쳐 연재를 했어야.

p.s2 이벤트 당첨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자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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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7-08-10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편소설을 쓰셨나요? 와...대단하네요!^^
3일 동안 단편을 쓰시다니! 정말 알찬 휴가 보내셨네요.
주말 동안 탈고도 멋지게 하시길...홧팅!^^

twinpix 2007-08-10 23:32   좋아요 0 | URL
아무리 습작이라지만 자꾸 빨리 써버리는 듯해서 저도 문제가 있다고도 생각을...^^ 아무튼 쓰긴 금방 썼어도 이제부터 오랫동안 들여다보려고요. 'ㅁ' 감사합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dalpan 2007-08-11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알찬 휴가보내셨네요.
서재 안을 군데군데 들여다보면서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해서 언젠가 글을 한번 드려야지 했는데, 이 화려한휴가 페이퍼에서 그만 글을 쓰게 되네요. 안녕하세요? dalpan입니다.

실컷 다 읽고, 마지막 부분에 '이 긴 글을 누가 다 읽을까'라는 말씀에 발끈해 긁적거려봅니다. 제가 대신 휴가 보내는 것처럼 재밋게 쓰셔서 쑤욱 읽어내려갔거든요. 걱정안하셔도 될 듯. 흐흐흐... 오늘 사무실 창 밖으로 구름을 보면서 여름이다 생각했는데, 아마 많은 분들이 그랬나봅니다. 비 온 뒤에 또 확 개이니 상쾌해지지 않던가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twinpix 2007-08-13 12:18   좋아요 0 | URL
예,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아, 다시 이번 주는 날씨가 흐려졌네요. 'ㅁ' 이번주 내내 흐리다고 하는 듯. 아무튼 리플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 뵈어요.

마노아 2007-08-11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들이 멋져요. 그토록 비가 왔는데 저런 찬란함이 막 낯선 거 있죠^^

twinpix 2007-08-13 12:19   좋아요 0 | URL
하늘이 워낙 구름들이 예술이라 카메라가 없어도 핸드폰으로라도 찍게 되더라고요. 'ㅁ' 이번 주는 또 흐린 것 같고 다음 주를 기대해야 할듯.

비로그인 2007-08-11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는 훌륭한 글입니다.
좋은 시간보내고 오셨네요.
앞으로 자주 뵈어요.
님께서 안 계시는동안 조금 적적했어요.

twinpix 2007-08-13 12:21   좋아요 0 | URL
네, 이틀 일하고 또 주말을 보내고 왔어요. 화제가 되는 세 편을 다 봐서 숙제를 끝낸 듯한 기분이었어요. 네, 자주 뵈어요.^^/~

프레이야 2007-08-11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윈픽스님 휴가 잘 보내셨네요. 영화도 많이 보고요.^^ 전 기담을 볼까 하는데
못참을 정도로 무서우면 어쩌지 싶어 겁도 나서 망설이고 있어요.

twinpix 2007-08-13 12:22   좋아요 0 | URL
기담 재미있어요. 영상미도 정말 좋고요. 스토리도 괜찮고요. 무서운 장면도 있지만 그 부분만 잘 넘기면 괜찮으니 추천 드립니다. 하핫.^^/

비로그인 2007-08-11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지런히 사셨군요 :)
별로 길지 않고 한번에 잘 읽었어요.
저도 기담 보고 싶은데 ㅠㅠ 무서워서 어째야할지?

twinpix 2007-08-13 12:23   좋아요 0 | URL
오래 기다리던 휴가라 아무것도 안 하고 넘기진 않은 것 같아요. 다행이죠. 길지 않군요. 다음에도 이 정도 분량으로 적을까봐요. 기담 저는 그렇게 무섭지 않았어요. 무섭다는 평도 있어서 사람마다 다른 것 같지만요.^^;;

장난스런kiss 2007-08-12 0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름사진 너무 예뻐요.*'ㅂ'* 저도 곧 개봉할 '두사람이다' 많이 기대하고 있거든요. 예전에 강경옥님이 잡지에 연재 하실 때부터 봤는데 정말 소름끼치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디워'는 무조건 봐주자 심정으로 봤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그래픽과 외국배우들의 열연이 좋았던 것 같아요. 한국배우들 진짜..ㅠㅠ안습이었고..조선시대의 부라퀴일당들과의 접전이라니..실사 우뢰매와 영구시리즈를 보는듯한 꺼림직함도 있었구요. 공포물을 워낙 안좋아해서 기담같은 세련되고 뭔가 독특할 것 같은 느낌은 정말 싫어서 패쓰.ㅎㅎ '화려한 휴가'는 광주출신 친구랑 같이 보기로 했어요. 그친구 눈물많은데..조금 걱정이 되는군요. 올때마다 정말 여러글들이 하나같이 진주처럼 반짝반짝 빛나는것 같아요. 이러다 단골될 듯...좋은 하루 되세요.^ㅂ^

twinpix 2007-08-13 12:25   좋아요 0 | URL
이 날 하늘이 정말 예술이었어요. 'ㅁ'/ <두 사람이다> 개봉하면 봐야겠네요.^^ 전 원작을 읽지 않아서 더욱 기대가 되는 듯해요. 초반 조선 시대 부분은 너무 대충 찍은 듯해서 아쉽죠. 기간이 6년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 같기도 하고요. 앗, 친구분이 많이 우실 것 같아요. 그래도 뜻깊은 감상 되시길. 아무튼 들려주시고 이렇게 긴 리플도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네, 장난스런kiss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