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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미니북을 보면 귀엽다. 이번에 동생방에 갔더니, 미니북이 있어서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일하면서 틈틈히 볼 생각으로 가져왔다. 그 책이 바로 『면장 선거』였다. 오쿠다 히데오는 전작『공중그네』로 131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갖고 있다. 특히 요근래 일본 소설 붐을 일으키는 주역 중 한 명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작가의 책은 물론이고 여러 일본 소설들을 접하지 않았다. 즉, 이게 요즘 유행하는 일본 소설과의 첫 만남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첫인상은? 예상했던 것보다 재미있었고 흥미진진했다.
마치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라이트 노벨이 연상되는 듯한 개성넘치는 이라부 의사와 마유미 간호사는 이 소설의 매력 그 자체이다. 개성 넘치고 주위 사람들에게 바보라고 평가되는 이라부 의사지만, 그가 맡은 환자들은 그에게 당하고 이끌리고 또 치료받는다. 이 책은 총 4편의 중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옴니버스 형식처럼 이라부 의사와 만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야구팀 구단주이면서 신문사 대표인 남자, 젊은 나이의 일약 재계의 스타로 떠오른 남자, 마흔을 넘기고도 미모를 유지하려는 여배우 등 유명인사들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작가의 전작들은 우리 주변의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고 하는데, 나중에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이런 유명인들도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다양한 고민들을 껴안고 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치료사는 항상 황당하면서도 거침없는 이라부 의사이다. 마치 무책임 함장 테일러를 연상시키는 캐릭터였다. 어리숙한 바보로 보이면서도 결과는 항상 최선으로 이끌어내는 사람 말이다. 사실 그들의 고민은 모두 같을 것이다. 집착. 그리고 이라부는 그런 집착을 가볍게 버리라고 말하고 있다. 또 그것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 독자는 이라부가 과연 어떤 기괴한 행동을 하며 환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지 기대하게 된다. 또 그 기대감 때문에 다음 내용을 궁금해 하는 것이다. 군더더기가 없는 간결한 문체와 빠른 속도감 그로 인해 이야기 전개가 빠르고 흡인력이 강했다. 일하면서 한 문단만 읽어도 바로 다음 문단이 궁금할 정도였다.
심각하기 보다는 힘을 빼고 즐겁게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미니북으로 읽었지만 작은 글씨로도 이야기를 읽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그만큼 유쾌하고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나는 보통 순서대로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번에는 역순으로 읽게 되는 듯하다. 읽으면서도 내내 이라부와 마유미 간호사가 겪었던 과거들이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다. 『인 더 풀』이나 『공중그네』를 다음에 꼭 찾아 읽어야겠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또 이라부와 마유미 간호사의 이야기를 기다리게 될 것 같다. 다양한 정신적인 병들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들도 재미있었지만, 그보다 캐릭터의 매력이 이 소설을 지탱하고 있었다. 캐릭터를 사랑하게 됨으로써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의 등장 자체가 기다려지게 된 것이다. 새로운 시간, 낯선 공간에서 정든 친구들과의 재회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