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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청춘의 문장들

  친구가 군대에 있던 시절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며 추천해 준 책이 있다. 바로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 지금에서야 이 책을 읽으면서 군대에서 이 책을 읽었을 친구에게 이 책이 얼마나 재미있고 인상 깊었을 지를 생각해보았다. 아마 많은 위안이 됐을 것이다. 작가는 살면서 평탄하게 지내지 않았고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똑같이 헤매고 방황했다. 이 책은 다양한 작가의 경험들을 작가가 읽은 문장들과 결부시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너무 자연스럽게 쓰였기 때문에 초록색으로 표현한 문장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만큼 이야기가 재미있고 오히려 소설보다 흥미진진했기 때문이리라. (단, 한 권의 책으로 작가가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면 이 경우가 되리라. 그만큼 작가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고 친밀해지고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책이다.)

  평균적인 한국 남자라면 다 알 테지만, 어쨌든 입영통지서를 받게 되면 삶은 애매해질 수밖에 없다. 도서관 건물을 지었다면 그 다음에는 책을 채워 넣어야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입영통지서의 가장 큰 기능은 거기에 있으니까. 예컨대 인간미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그 종이쪼가리에 돌아오는 12월쯤 입대하는 것으로 돼 있다면 그때까지는 어떤 계획도 세울 수 없다. 뭐, 총검술이라도 미리 연습한다면 좋은 계획이 될 듯도 하지만 그런 인간이 있을 리 만무하다.


―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마음산책, 143쪽


  공감 가는 이야기들과 가끔 웃음을 유발하는 위트가 섞여 있는 재미있는 산문집이었다. 사실 작가의 청춘을 이야기한다고 하지만 지금 젊은 독자들에게는 시대에 안 맞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들은 모두 애잔하게 읽힌다. 실제 겪어보지 않은 배경일지라도 청춘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일까. 지금 이 시대에 청춘을 보내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산문집이었다.


 내게는 집을 찾아갈 소똥도 보이지 않았던 그 시절, 엄청나게 들었던 음반이 바로 여행스케치 2집이었다. ‘세월이 흘러가고 먼 훗날, 우리의 모습은 얼마나 많이 변해 있을까 지금은 함께 있지만’이라든가 ‘잊혀지면 그만인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어 세월가면 잊혀지려나 하지만 그건 쉽지 않을 텐데’ 같은 노래들. 여전히 삶이란 내게 정답표가 뜯겨나간 문제집과 비슷하다.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는 있지만, 그게 정말 맞는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마음산책, 151쪽


  작가는 주로 한시에서 나온 문장들을 청춘의 문장들로 뽑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보다는 작가가 청춘 때 경험한 이야기나 고민들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누구나 청춘을 보낼 때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고민하게 될 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 작가는 “내가 서른 살 너머까지 살아 있을 줄 알았더라면 스무 살 그 즈음에 삶을 대하는 태도는 뭔가 달랐을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누구나 바로 앞날도 예견하지 못하기에 서른 살 이후를 생각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토록 공감 가는 구절들이 몇 페이지마다 나타났다. 곁에 두고 틈틈이 꺼내보고 싶은 책이었다.

  살아오면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영어 가정법 문장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배웠고 3차 방정식을 그래프로 옮기는 법도 배웠다. 하지만 내가 배운 가장 소중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일 수 있는지 알게 된 일이다. 내 안에는 많은 빛이 숨어 있다는 것, 어디까지나 지금의 나란 그 빛의 극히 일부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일이다.

―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마음산책, 195쪽

  난 지금 청춘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앞선 사람이 보여주는 이정표다. 또한 이미 지나간 사람에게 추억을 선물하는 책일 것이다. 그 시절, 청춘. 즉석 떡볶이를 먹어가며 첫 데이트를 하고, 사격을 배우고, 회의를 느끼고, 학교를 무단결석 하는 일. DJ에게 팝송 강의를 듣거나 매 시간 시를 쓰거나, 만화책 윤문을 하거나. 회사가 끝난 후 매일 밤 가는 떡볶이 집 소녀가 학생이었다가 성인이 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지나가는 세월. 느닷없이 나타났다가 어느 순간에 사라지는 것. 누구에게나 청춘은 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한 작가의 생각과 삶을 따라가 보면 어느덧 잊고 있던, 혹은 알고 싶었던 무언가를 깨달을 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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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02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춘의 중심에 서 계신 님, 더없이 빛나는 존재입니다. 추천^^

twinpix 2007-08-02 23:49   좋아요 0 | URL
앗, 감사합니다!^^/ 앞으로 진짜 빛나고 싶어요.^^/

거친아이 2007-08-09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셨군요~ ^^ 제가 이 책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 다시금 떠오르네요.
일상적인 개인적 경험담이 더 좋았어요. 책 좋았죠?

twinpix 2007-08-09 12:54   좋아요 0 | URL
네, 읽었어요. 개인적 경험담들이 참 가슴에 와닿았어요.^^ 네, 정말 좋은 책.^^/ 강력 추천작이라고 할까요.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