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누가 떡 주는 것도 아닌 일을 주기적으로 성실하게 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잠시 정신을 놓고 있었더니 어느새 10월 말. 서둘러 짬짬히 챙겨놓았던 책들을 정리해 본다. 

요즘 서점가의 주요 트렌드는 아무래도 할로윈을 기점으로 한 공포(?)물이다. 가뜩이나 뱀파이어물로 넘쳐났던 올해인데 출판업계가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있는걸로 보인다. 연말 지나면 좀 뜸해질런지. 뱀파이어물이 너무 많이 진열대를 차지해 식상함을 넘어 슬슬 열받고 있는 참이다. 

Invisible
- 소설/Paul Auster 지음/Henry Hold Co./$25.00 

첫 소식은 폴 오스터의 신간이다. 벌써 15번째 작품이라니, 이 아저씨도 참 꾸준히 써 내고 있다. 10월 27일 출간이라 아직 책에 대한 정보가 많지는 않다. 아무렴 어떠랴. 폴 오스터니까 일단 읽어보는 수 밖에. 

 

Olive Kitteridge
- 소설/Elizabeth Strout 지음/Random House/$25.00 

근간은 아니데, 하도 오랫동안 지나치다보니 결국 눈 안에까지 들어오고야 만 책이다. 페이퍼백 베스트셀러에 아주 오랫동안 머무르는, 말하자면 스테디셀러인 셈인데, 비슷한 스테디셀러로 <고슴도치의 우아함>이나 <건지 아일랜드..> 등이 있다보니 아무래도 관심이 안 갈 수가 없더라. 미국이 동북쪽 끝에 있는 메인주가 배경이고, “Hell. We’re always alone. Born alone. Die alone.” 이라고 외치는 Olive Kitteridge 라는 여교사가 주인공이라고 한다. 뭐, 대충 어떤 분위기일지 짐작은 가누나. 

And Another Thing..
- 소설/Eoin Colfer 지음/Hyperion Books/$25.99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후속편이다. 원작의 저자 Douglas Adams 가 직접 쓴 책은 아니고, Eoin Colfer 라는 영국의 어린이 책 작가가 쓴 책인데, 일종의 오마주 같은게 아니까 싶다. 여전히 좌충우돌하면서 우주를 헤매는 아서 덴트가 그리운 이들을 위한 책이랄까. 평은 양극으로 갈리는 편이다. 나름 즐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원작에 비하면 그저 그런 흉내내기에 불과하다는 사람도 보인다. 히치하이커 식 유머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볼만은 하지 않을까. 

The Routledge Companion to Philosophy and Film
- 철학/Paisley Livnings 外/Routledge/$190.00 

이 책 자체보다도 Routledge 라는 시리즈 자체에 눈길이 더 가긴 한다. 하나같이 가격이 후덜덜한데, 다루고 있는 주제들이 모두 묵직한게 제법 고급 독자들을 타깃으로 한 시리즈 같다. 하나의 입장을 다루기보단, 주제에 대한 다양한, 서로 상반되기도 한 주장들을 담아 폭넓은 사유가 가능하도록 유도한다. 이 책의 주제인 철학과 영화만 하더라도, 철학과 영화는 상극이라는 주장부터, 철학이야말로 영화의 핵심이라는 주장까지 다양한 입장을 가진 다양한 인물들의 글을 만날 수 있다. 아도르노가 영화를 그렇게 혐오했다는데 사실인가? 

The Forever War
- 르포르타쥬/Dexter Filkins 지음/Random House/$25.00 

지난해 6월에 나온 책이니 근간은 아니다. Paperback 코너에서 우연히 발견.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아직까지 전쟁 중이다. 내가 있는 지역에도 큰 미군 기지가 있어서, 종종 이 지역 출신 군인들의 사망 소식이 지역 뉴스를 통해 전달되곤 한다. 하지만, 먼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현실감이 없다. 수치와 지도로 추상화된 정보만으로 뭔가를 진짜로 "느끼기"란 불가능한 일일테니까. 저자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종군 기자로 활동하면서 묶어낸 이 책은 그런 추상을 넘어 보다 구체적인 전쟁의 속살을 보여줄 터이다. 미국의 시각에서 쓰여졌을 가능성도 높긴 하지만, 전쟁이라는 것 자체의 속성에 대한 성찰을 읽어낼 수 있다고 하니 어느 정도 기대가 된다. 

Superfreakonomics
- 경제/Steven Levitt & Stephen Dubner 지음/HarperColins/$29.99 

꽤 히트친 <괴짜경제학(Freakonomics)>의 후속편이다. 전작을 안 읽어서 기대작이었던건 아닌데, 미국 TV 시사프로그램(20/20)에서 다룰 정도로 꽤 주목을 받고 있는 책이다. <괴짜경제학>을 재밌게 읽었던 사람이라면 당연히 기대작일테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류의 책들이 좀 불안하다. "이런거 몰랐지" 하는 식의 책들이 흔히 그렇듯, 속설을 뒤집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반편향의 다른 속설을 만들어 내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혹 전작을 읽어보신 분 계시면 코멘트 좀 해 주시길. 

The Death of Conservatism
- 정치/Sam Tanehaus 지음/Random House/$17.00 

역시 서점을 부유하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책. 제목을 보고 예상할 수 있듯이, 미국 보수주의의 현재를 개탄(?)하는 책이다.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본래의 보수주의가 퇴조하고, 국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사회를 불안정으로 몰아넣는 보수주의 아닌 보수주의가 현재 미국의 보수주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요 논지로 보인다.(책날개에서 읽었다 -_-) 오늘의 미국 보수주의 주류는 신자유주의와 보수주의의 결합으로 발생한 돌연변이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는데, 정치 이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기본 개념 정리에 좋은 참고 서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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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0-27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지금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읽고 계신가봐요. 재미있어요, 이 책!!

turnleft 2009-10-27 09:13   좋아요 0 | URL
예 재밌게 읽고 있어요 ^^ 후주 읽기가 좀 번거로워서 그렇지;;

무해한모리군 2009-10-27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다쟁이 폴오스터 ㅎㅎㅎ

turnleft 2009-10-27 12:35   좋아요 0 | URL
이 분 수다라면 전 얼마든지.. 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11-10 08:41   좋아요 0 | URL
응 저도 그의 수다가 좋아요~

... 2009-10-27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live Kitteridge 요, 작년인가 재작년 퓰리처상 수상작이었어요. 여주인공이 사는 동네사람들과 남편등의 단편이야기를 엮은 책인데 저는 첫번째 단편만 읽었는데, 잔잔한 분위기속에 콱 와닿는 것이 있는것이 나름 좋았어요. 줌파 라히리류의 단편이 마음에 드신다면 이 책도 좋아하실것 같아요. 저는 다른 표지의 책을 가지고 있는데 글씨가 깨알들 이예요...

turnleft 2009-10-28 02:19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퓰리처상 수상작이면 잔잔한걸 넘어서 뭔가 숨겨진 한 방이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
가지고 계신 책은 아마도 페이퍼백일 거에요. 제가 정리하면서 의도적으로 처음 나왔을 때의 하드커버본을 링크를 거는지라;;

바람돌이 2009-10-28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 오스터의 새책 소식이 눈에 들어오네요. 곧 여기서도 번역돼 나오겠지요.

turnleft 2009-10-28 02:20   좋아요 0 | URL
아마도 곧 번역될 겁니다. 저번에도 거의 동시출간 수준으로 나왔거든요 ^^

perky 2009-10-28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uperfreakonomics가 나왔네요!! (윗 책들 중에 가장 반가운 소식입니당!)
그나저나 freakonomics를 아직(도!!!) 안 읽어 보셨군요!! ㅎㅎ
워낙 똑똑한 (이라기보단 천재 겸 괴짜) 경제학자가 쓴 책이기에 후속작도 무척 기대가 됩니다. ^^

turnleft 2009-10-29 02:13   좋아요 0 | URL
읽어본 사람들이 다들 재밌다고 추천하는군요 ^^
한 번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