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다른데 좀 신경을 쓰느라 책방 나들이가 뜸했다. 책 읽는데 도움 주는 물건 만드느라 책 자체에 소흘해 지는건 참 아이러니다. 밀린 TLS 도 빨리 읽어야 하는데, 요즘은 왜 이리 문자들이 더디 읽히는지.. 듬성듬성 쳐다보니 아무래도 소설 쪽이 더 눈에 쉽게 들어오는 것 같다. 다음주부터는 비소설 쪽으로 좀 더 꼼꼼히 살펴봐야겠다. 
 

The Cry of the Sloth
- 소설 / Sam Savage 지음 / Coffee House Press 

최근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읽고 서간체 소설이라는 형식에 대해 관심이 갔는데, 이 책 역시 같은 형식에 속한다. 대신 주고 받는 형식의 글이 아니라, Andy Whittaker 라는 주인공이 여러 사람에게 보내는 글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은 문학 잡지 편집인인데, 인생이 꼬일대로 꼬인 인물이다. 잡지는 경쟁사에 밀리면서 작가들로부터 무시 받고, 독자들은 협박 편지를 보내오는 상황이고, 아내는 그를 떠났으며, 유산이라고 받은 아파트 건물은 무너지기 직전이다. 아내에게 위자료 줄 돈이 없다고 징징대고, 어머니한테는 자주 못 찾아뵙는 변명을 늘어놔야 하고, 분노한 독자들에게는 끓는 속내를 최대한 감춘 답장을 보내야 하는 등, 주인공이 보내는 편지를 통해 행간에서 읽어내는 찌질함의 성찬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 

Alice I Have Been
- 소설 / Melanie Benjamin 지음 / Delacorte Press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실제 인물인 Alice Liddell 이라는 아이를 위해 쓰여졌다는 사실은 유명한 이야기다. Alice Liddell 은 루이스 캐롤(본명은 찰스 도지슨)이 교수로 재직 중이던 옥스포드 학장의 딸이었다. 이 앨리스에 대해 루이스 캐롤이 보인 애정의 성격(?)은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순수하게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었다고도 하고, 소아 성도착적인 경향을 보였다고도 한다. 소설은 이러한 점에 착안한 가상 역사소설이다. 앨리스 리들을 대하는 루이스 캐롤의 태도에서 드러나는 미묘한 감정과 함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라는 명작의 그늘을 달고 살아가야 했던 앨리스의 삶을 가상과 현실을 직조해 재구성한 소설이다. 

Remarkable Creatures
- 소설 / Tracy Chevalier 지음 / Dutton Adult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ABE 시리즈 중 [바닷가 보물] 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원제목은 Mary Anning's Treasure 로, 바닷가에 살던 소녀가 화석을 발견하고, 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화석 수집을 계속해 나가면서 결국 화석 연구에 큰 족적을 남기게 된다.. 뭐 그런 이야기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아무튼, 이 책이 바로 Mary Anning 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바닷가 보물] 보다는 픽션의 요소를 더 많이 가미했을 것 같긴 한데, 큰 줄거리 틀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The Death of Bunny Munro
- 소설 / Nick Cave 지음 / Faber & Faber 

비누 방문판매 세일즈맨인 Bunny Munro 는 영업을 위해 돌아다니면서 여자들을 꼬셔 성적으로 방탕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아내가 자살을 하고, 자살의 이유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주인공은 죄책감에 시달린다. 때마침 얼굴에 붉은 칠을 하고 플라스틱 뿔을 단 연쇄살인마가 나타나 사람들을 살해하고 다니자, 먼로는 자기가 그 연쇄살인마에게 살해당할 거라는 알 수 없는 예감에 사로잡혀 9살 난 아들을 데리고 도망을 치기 시작하는데... 스토리 자체로는 딱히 특별할건 없어 보이는데, "코맥 맥카시, 카프카, 베니 힐을 모아놓으면 이런 작품이 나올거다" 라는 극찬 덕에 흥미가 간다. 부조리극 느낌의 블랙 코메디가 아닐가 싶다. 

Where the God of Love Hange Out
- 소설 / Amy Bloom / Random House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따뜻한 이야기를 읽고 싶을 때를 위해 챙겨 두었다. Amy Bloom 의 단편집으로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다룬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일부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중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한다. [Love Actually] 같은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 지금 닐 게이먼의 [American Gods]를 읽고 있는 관계로 "God of Love" 라는 단어가 그리 산뜻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 

A Mountain of Crumbs
- 회고록 / Elena Gorokhova 지음 / Simon & Schuster 

회고록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리 흔치 않은 배경을 가진 작품이라 기록해둔다. 배경은 바로 1960년대 레닌그라드. 당시의 소련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Game Change
- 정치 / John Heilemann, Mark Halperin 지음 / HarperCollins 

부제인 Obama and the Clintons, McCain and Palin, and the Race of a Lifetime 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박진감 넘쳤던 지난 2008년 미 대선의 숨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어차피 이런 책에서 얻는 교훈이란게 뻔하긴 하지만, 그래도 흥미가 땡기는 내용이라는건 부정할 수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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